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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우우른
작품등록일 :
2024.06.10 18:50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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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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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을

DUMMY

-그래요. 혜 아가씨 말대로 마을에 한 번 가보죠. 아이를 맡길만한 여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해 봐야죠.

-맞아. 우리가 요즘에 식량이 부족해서 아이를 무턱대고 받기엔 상황이 애매하단 말이지.

칼은 아이가 자랄 곳이 어떤 곳인지 알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칼은 그냥 무작정 혜에게 맡기기로 결심했지만 이제 아이가 자라야 할 곳이라 생각하니 혜와 로봇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칼은 혜와 로봇의 말을 듣고 마을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혜를 따라 마을로 가기로 했다.


-어? 이 길이 아닌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길인데?

혜는 지도에 얼굴을 파묻고 이리저리 지도를 둘러본다. 혜는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같이 파견된 반이 그렸던 지도를 보고 있다.

칼은 아이를 안고 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아이는 칼이 마을에 가기도 전에 사라질까 꽉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 때문에 칼은 두 팔로 어정쩡하게 아이를 감싸안은 채 걷고 있다.

그때 길을 헤매고 있던 혜의 옆으로 AI가 다가와 말했다.

-제가 지도 한 번 봐도 될까요?

-음···. 그래!

AI는 빔을 내며 지도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 아가씨 지도를 거꾸로 보고 있었네!

-아! 그래서 그렇구나! 어쩐지 길이 익숙하지 않더라!

-어휴, 이 아가씨도 답이 없구먼.

-뭐! 로봇 주제에!

로봇과 혜가 투덕거리는 동안 아이는 칼의 품에 안겨있음에도 칼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칼이 도망이라고 갈까 노심초사하던 아이는 불편하게 안겨있더라고 칼을 놓을 수 없었다.

칼은 옷깃을 잡고 있는 아이의 손을 보았다. 그 아담한 손에서 어찌 그런 힘이 나는지 옷깃을 쥔 손은 절대로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길치면서 어떻게 수색 작업에 들어간 거예요?

투덕거리는 도중 로봇이 혜에게 물었다.

-그 정도로 지금 마을에 사람이 부족하다는 거지.

-마을 상황이 몹시 나쁜가요?

로봇은 얼마나 상황이 좋지 않아 이런 사람까지 수색 작업에 넣었는지 의문이 들어 물어보았다.

-원래는 수색대가 하던 일이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야. 게다가 몇 달 전부터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져서 나라도 뭔가 해야 할 상황이 온 거지.

-혹시 그 검은색 제복 녀석들이 그런 것인가?

-그건 아닐 꺼야. 마을 사람들은 그날 이후로 정찰을 강화했거든. 그 이후로는 그 녀석들이 나타난 적은 없었어.

-아~ 그럼 로봇이 한 건가?

AI는 처음 칼이나 다른 방사능 처리반이 생존자를 귀환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칼의 기록으로 보았을 때 칼은 몇 달 전 다른 지역에서 정화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 지역으로 들어온 다른 방사능 처리반의 기록은 없었다.

-로봇? 아 그 드론?

-네 그거 말이에요.

AI가 말한 로봇은 생존자 귀환을 위해 지상을 돌아다니는 로봇을 말했다.

-그거 우리가 부쉈는데! 그것도 오래전에.

혜는 밝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칼, 우리 어서 여기서 뜨죠. 더 이상 저런 야만적인 사람의 말을 들으면 안 돼요. 로봇을 부수다니!

AI는 길을 찾는 혜의 뒤에서 그녀를 응시하며 점점 뒤쪽으로 멀어져 칼에게 다가가 말했다.

칼은 아이와 처음으로 이 근방에 왔을 때를 생각했다. 로봇이 돌아다니며 나와 아이를 발견할 법한데 로봇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AI로봇이 말해준 데로 제한적인 물자로 더 이상 귀환자를 받을 수 없게 되어 로봇이 이제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이유가 있을 줄이야.

-자, 이제 길 안내는 로봇이 해줄 테니 미리 전해야 할 말이 있어.

혜는 길을 안내해야 하는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한시름 놓았는지 지도를 보느라 한 것 찌푸리던 미간이 풀려있었다. 자신이 길치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혜는 내심 다행이라 여겼다.

-나는 칼이랑 아이를 삼촌과 조카라고 마을에 알릴 계획이야. 처음엔 아빠와 딸을 할까 했지만···.

혜는 칼의 얼굴과 아이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칼의 야성적인 눈빛과 아이의 두리뭉실한 눈빛은 아들과 딸이라고 보기엔 너무 괴리감이 있었다. 남성적인 면모가 다분한 칼의 얼굴에서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의 얼굴이 나오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닮지 않았어. 아무래도 삼촌과 조카가 더 어울려. 그리고 AI 로봇은 잠시 배낭에 들어가 있어.

-음. 확실히 그게 좋겠어요. 저는 최대한 마을에서 조용히 있겠어요. 거기서 들켰다간 어휴~

로봇은 배낭 안쪽으로 숨어들며 말했다.

-음···. 지금 입고 있는 제복은 문제가 될 수도 있으려나?

혜는 칼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칼의 제복을 유심히 보았다. 칼은 외투를 벗고 배낭 속에 넣었다.

혜는 의뭉스럽게 칼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 방법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

혜는 찜찜한 마음으로 혀를 차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지막으로 마을에 외부인을 극도로 의심하는 사람이 하나 있거든 그 사람이 걸리긴 하지만···. 지금은 마을에 없을 테니 그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자고.


양철 슬레이트나 강철판이 퍼즐처럼 맞춰진 울타리는 높이 8m를 족히 넘을 만큼 높았다. 그 울타리에는 가시가 돋아난 철조망들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전기가 흐르는 전깃줄도 있었다.

-멈춰!

혜가 울타리 뒤에 우뚝 서 있는 초소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사람이 말했다. 그 사람은 나무로 만든 석궁을, 일행을 향해 겨냥하고 있다. 그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망원경을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있다니 한쪽에 화살을 담아 두는 통을 달고 있었다.

그 사람이 혜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혜! 정말 혜가 맞니?

그제야 그 사람은 석궁을 거두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잠시 기다려!

그 사람이 허겁지겁 계단은 타고 내려가 문 바로 옆에 있는 도르래를 돌리더니 직사각형의 문에 연결된 줄들이 문을 들어 올렸다.

-얼른 들어와.

그 사람은 도르래를 고정하고 말했다. 혜는 입구로 들어가며 중년의 남성과 반갑게 인사했다.

-마르코 아저씨, 잘 지냈어? 밥은 드셨고?

혜는 마르코에게 밥 먹는 시늉을 했다.

-말도 마라. 요즘에 도통 먹지를 못했다. 그런데 이분들은 누구냐?

-어···. 생존자들이야. 여기는 칼, 여기는 루...나, 루나! 둘이 삼촌이랑 조카래.

혜는 아이의 이름을 즉흥적으로 지어내었다. 혜는 소개하고 나서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르코는 웃는 얼굴로 칼에게 말했다.

-반갑소, 난 마르코요. 자네는?

-칼입니다. 아이는···. 루나고요.

마르코는 자세를 낮추고 루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루나는 마르코를 보고 배시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사이 혜는 칼의 옆구리를 찍으며 속삭였다.

-존댓말 할 줄 아네? 근데 왜 나한테는 처음부터 반말이었어?

칼은 어깨만 으쓱할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혜가 칼의 옆구리를 세게 가격했다. 그러나 칼은 아무렇지 않다. 혜의 손만 아플 뿐이다.

-아줌마는 잘 있죠?

-대장 말이냐? 잘 있지? 안 그래도 대장이 너희들의 귀환을 기다렸지. 그러고 보니 다른 녀석들은 어디 갔느냐?

혜는 마르코의 물음에 우울한 표정을 짓고 대답했다.

-그게···. 다···. 늑대들에게 당했어요.

마르코는 놀라서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서 있다. 한참 동안 벌린 입은 혜가 한 말을 머릿속으로 수십 번 되뇌고 나서 닫혔다.

-이런···. 얼른 대장에게 가보렴. 준비해야겠구나···.

마르코는 터벅터벅 걸어가 고정해 놓은 도르래를 풀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초소로 올라가더니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자리에 앉아 얼굴을 양손에 파묻는다.

-자, 가자. 할 일이 많아. 마을 소개는 천천히 해줄게.

혜는 마을 안에서는 길을 외우고 있는지 어딘가로 주저 없이 향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나치는 혜를 보며 인사를 했다. 혜는 밝은 얼굴로 인사를 했지만 마을 사람 중 몇몇이 다른 사람들에 관해 묻자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지나쳤다.

마을의 건물들은 천막이나 나무나 흙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그중 해가 머물던 오두막처럼 생긴 집들이 많았다.

-혜, 우리 집 말이야 바람이 들어서 춥단 말이지. 한 번 봐줘.

-알았어. 조금 있다가 들를게.

칼은 혜가 지내던 오두막과 비슷한 구조의 집들을 보고 혜에게 물었다.

-혜, 네가 만든 것들이냐?

-반을 그렇고 반은 아니야. 나는 설계하고 건축에 조금 힘을 보탰을 뿐이야.

칼은 혜의 손재주와 재능에 감탄했다.

-대단하군.

-뭐가?

-나도 집을 지어봐서 알지. 도서관에서 본 책을 바탕으로 통나무집을 만들어 봤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

-그래.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겠어. 그럼, 존중의 의미로 이제부터 존댓말 쓰는···. 야! 왜 먼저가

칼은 혜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지나쳐 갔다. 혜는 달려가 칼을 따라잡았다.

아이는 여전히 칼의 옷깃을 잡고 따라다녔다. 그러다 마을 아이들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루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오빠들이었다. 아이는 칼의 옷깃을 놓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혜는 칼과 아이를 천막으로 만들어진 집 앞으로 데려갔다.

-아줌마, 저 왔어요!

천막의 문을 열어젖히며 중년의 여성이 나왔다. 여성은 허름한 셔츠와 허름한 면바지를 입고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고 이마에 안경을 걸어 놓았다. 여성의 체격은 일반적인 여성과 다르지 않았지만, 큰 키에 셔츠를 걷어 드러난 팔에는 자리 잡은 지 오래되어 보이는 근육들이 선명했다.

-혜 왔구나! 그동안 보고 싶었다.

그 여성은 혜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고생 많았다.

혜는 그 여성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그 여성은 꼭 감고 있던 두 눈 중 오른쪽 눈을 살며시 뜨고 칼을 보며 말했다.

-자, 자. 이제 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 손님도 있으니.

-···. 네

혜는 잠시 진정하고 대답했다. 여성은 혜의 팔짱을 끼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며 칼에게 말했다.

-어서 들어오게나.

그 여성이 젖혀둔 천막을 내리며 칼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의 안에는 밝게 켜둔 촛불이 안을 비추고 있었다. 천박한 쪽에는 그녀가 쓰는 침대나 도구들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꽤 넓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다. 천막의 중앙에는 혜의 오두막에서 보았던 조악하게 만들어진 난로가 있었다.

여성은 혜를 의자에 앉혔다.

찬장을 뒤지며 칼을 보지도 않은 채 그녀가 말했다.

-허브차 좋아하나? 우리가 직접 키운 허브지.

칼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혜는 이미 칼의 것을 포함하여 3잔의 컵을 준비하여 차를 따르고 있었다.

-여기 와서 좀 도와주게.

칼은 배낭을 혜의 옆에 내려놓고 그녀의 곁으로 갔다.

혜는 좀 진정이 됐는지 자신이 가져온 보따리를 풀었다. 안에는 늑대 새끼들이 입을 벌려 하품하며 잠을 자고 있었다. 혜는 녀석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녀석들 정말 증오스러웠는데···.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데리고 왔어요. 정말 귀엽죠.

혜는 말하고 뒤를 돌아보며 그녀를 보았다.

-뭐 하는 거예요!

놀란 혜는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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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해 24.06.13 32 0 10쪽
5 늑대 24.06.10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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