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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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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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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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빌리는 것도 능력 (1)

DUMMY

“자⋯. 분⋯.”


‘으⋯. 누구야⋯.’


이태남이 어둠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눈꺼풀은 여전히 감긴 상태였지만, 분명히 눈은 뜨고 있었다.

감긴 눈꺼풀 사이로 밝은 빛이 보였으니까.

다만, 방금 보았던 빛과는 달랐다.

지옥의 망령에게 죽기 전 보았던 빛은 뭐랄까.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그런 빛이었는데.


‘지금 빛은 인공적인 느낌⋯?’


근데, 그 상황이 방금은 맞나?

지금이 몇 시지?

이태남이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환자분, 눈 좀 떠보세요.”


‘저도 뜨고 싶어서 노력 중입니다!!’


이태남은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성질을 부렸다.

그런다고 목소리의 존재가 들을리는 만무했지만.


“환자분, 정신 좀 차려보세요.”


아니나 다를까, 이태남의 짜증을 못 들은 목소리의 존재가 다시 그를 재촉했다.


“이태남 환자분?”


‘네! 정신 차렸습니다!’


이태남은 분명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있는 어둠 속은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진짜 죽은 건가⋯.’


결국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죽은 건가?

마지막으로 봤던 빛은 천국의 빛이었을까?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성은 또 뭐였지?


이태남은 자기 머리를 거칠게 긁어대는 상상을 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말로 죽은 건지.

죽은 게 아니라면,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답도 없이 계속되는 의문에 답답함을 느끼던 찰나.


[각성자 이태남.]


밝은 빛이 비추어졌을 때, 들려오던 음성이 이태남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능력 각성 및 첫 능력 대여에 성공하였습니다.]

[약 1분 후 의식을 되찾습니다.]


‘네? 아니 선생님 이게 무슨.’


이태남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해 습관적으로 존대했다.

불특정 대상이라도 우선 존대하는 것은 사업하면서 생긴 그의 습관이었다.


‘아니, 선생님은 누구신데 의식을 되찾는다고 하시는 거예요.’

‘능력 각성이랑 대여는 또 뭔데요!’


존대한다고 짜증을 안 내는 것은 아니었다.

답답함과 불특정 대상의 설명 없는 불친절함에 이태남은 점점 성질을 부려댔다.


[의식을 되찾기까지 5초 남았습니다.]


‘아니, 무슨’


“설명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허억!”


짜증 섞인 목소리가 이태남의 귓가에 꽂혔다.

아무리 들어도 자기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게 이렇게 답답한 거였구나.’


이태남은 드디어 들려오는 자기 목소리에 안도감을 느꼈다.


“저, 저기⋯. 이⋯. 태남, 환자분⋯?”


안도감을 느끼던 것도 잠시.

이태남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야를 가린 인공 빛 때문인지 목소리의 존재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에, 이태남이 흐릿한 실루엣을 향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렇게 점차 시간이 지나자 흐릿하던 실루엣이 점차 또렷해지었다.


“누구⋯.”


녹색 티와 바지 위에 걸친 흰색 가운.

가운의 가슴팍에는 펜이 꽂혀있었다.


“아, 설마⋯.”

“정신이 좀 드세요, 환자분⋯?”


젊은 남자 의사와 여간호사가 이태남을 향해 조심스레 손바닥을 흔들어 보았다.

이태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언의 대답에 의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희도 설명을 해드리고 싶은데, 이틀이나 정신이 안 돌아오셔서⋯.”

“네⋯?”


의사가 간호사에게 건네받은 차트를 펄럭거렸다.


“이태남 환자분은 이틀 전 밤 11시에 긴급 이송되어 왔습니다.”


이태남은 의사가 든 차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의사는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무신경하게 말을 이었다.


“구급대원 말로는 던전 브레이크로 튀어나온 마수에 공격당한 것 같다고 하는데, 검사 결과, 이렇다 할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CT 결과 뇌에도 이상은 없고. 의식을 잃으셨던 건, 그간 축적된 스트레스와 알코올이 마수를 마주친 충격과 겹쳐 터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태남이 손으로 자기 머리를 쓸었다.

의사의 말대로 이명이 들리거나,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일단 링거 마저 맞으신 다음 퇴원하시면 되겠고. 술 좀 줄이시고요.”


의사가 손가락으로 이태남의 눈꺼풀을 벌렸다.

그 상태로 잠시 동공을 살피더니, 이상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어디 다른 아픈 데 있을까요? 아니면 질문이라도.”

“그, 의사 선생님⋯.”


이태남이 한 손을 슬며시 들어 올렸다.

의사는 말해보라는 듯, 슬쩍 턱짓했다.


“그⋯.”

“편하게 말씀하세요, 환자분.”


이태남이 마른침을 삼킨 뒤, 허공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공중에서 검은색의 네모난 창이 보이는 건 어디가 문제인 걸까요⋯?”



* * *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네이비색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이 허리를 숙였다.

남자의 복장, 수려한 외모는 깔끔하게 기른 가르마 머리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간단명료하게, 김 팀장.”


중년 남성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거리며, 김지훈 팀장을 재촉했다.

그가 있는 책상 위엔 금색 명패가 놓여 있었다.


헌터 협회장. 황현희.


팀끼리 급한 회의를 할 때 사용하는 작은 회의실에도, 황현희 협회장의 자리엔 명패가 놓여 있어야 했다.


김지훈 팀장이 금색 명패에 비친 자신을 힐끔 한 뒤, 입을 열었다.


“게이트 발생 수가 작년 대비 20% 상승했습니다.”


김지훈 팀장이 손에 든 리모컨을 누르며, 설명을 이었다.


“다행인 점은 각성한 헌터의 수도 늘어나서, 게이트 클리어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그거참 다행이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김지훈 팀장이 목소리를 깔며,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발견하지 못하거나, 클리어하지 못해 마수가 튀어나오는 던전 브레이크가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틀 전만 해도, 4급 어둠 속성 마수인 지옥의 망령이 던전 브레이크로 발견되었습니다.”

“4급인 지옥의 망령이?”


내내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황현희 협회장이 놀란 듯 상체를 움찔거렸다.

마수들의 등급은 총 6단계.

그중에서도 4급이라면 B급 헌터 3명 정도는 붙어야 할 정도로, 강한 등급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게이트 클리어에 필요한 치유형 헌터들을 아이테르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지훈 팀장이 본론을 꺼내자, 황현희 협회장이 불편한 듯 헛기침을 두어 번 뱉었다.

오히려 김지훈 팀장은 그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치유형 헌터를 필수 동반해야 한다는 게이트 규정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치유형 헌터가 각성하는 족족 독점 계약하고, 악용하는 아이테르 길드의 문제를 지켜볼 수만은···.”

“크흠!”


황현희 협회장이 이번엔 짧고, 굵게 헛기침을 해댔다.

이 이상 말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길드 계약 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닌 거 잘 알지 않은가, 김지훈 팀장.”

“그렇지만.”

“그런 부분까지 우리가 관여하면, 독재라고 욕먹어. 우리는 길드랑 상생하는 관계라고.”


김지훈 팀장이 리모컨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러기엔 힘이 부족하다.


“그런 민감한 사안은 넘어가고, 아까 말했던 이틀 전, 던전 브레이크 사건이나 마저 보고해 보게.”


황현희 협회장이 손을 휘휘 저었다.

이에, 김지훈 팀장이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실, 이 사건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상한 부분이라니?”

“우선, 인근에서 게이트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린가?”


황현희 협회장이 웬일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졌다.

게이트 발생 후 일주일 내로 클리어하지 못하면, 게이트 내 마수가 튀어나오는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마수가 나왔던 게이트가 발견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고.


“발견된 위치에서 반경 10km까지 꼼꼼히 확인해 봤으나, 게이트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첫 번째 이상한 점입니다.”

“첫 번째라면, 다른 이상한 점이 더 있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김지훈 팀장이 다시 리모컨 버튼을 꾹 눌렀다.

스크린에는 이태남이 보았던 마수인 지옥의 망령의 이미지가 띄워졌다.


“지옥의 망령은 어둠 속성 마수 중에서도 마주칠 확률이 희박하고, 처치하기 힘든 마수입니다.”

“뭐, 처치 난이도가 까다롭기로 유명하긴 하지.”

“맞습니다. 지옥의 망령을 처치하기 위해선 빛 속성 스킬인 ‘정화’ 관련 스킬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근데, 국내에 정화 관련 스킬을 보유한 헌터가 몇 없지 않나?”

“국내에 총 3명입니다. 그중 두 명은 아이테르 길드 소속의 치유형 헌터지만, 사건 당일에는 다른 게이트를 토벌 중이었다고 합니다.”

“남은 한 명은···.”


황현희 협회장이 김지훈 팀장을 향해 께름칙한 눈빛을 흘렸다.

눈빛에 담긴 감정을 읽은 김지훈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 3년 전, 갑자기 잠적한 S급 빛 속성 헌터. 민성식 헌터님입니다.”


민성식이라는 이름을 듣자, 황현희 협회장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사건 현장 CCTV 영상이 있나?”

“아쉽게도 골조만 남은 폐건물이었기에, CCTV 영상은 없습니다.”

“하···.”


황현희 협회장이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꾹 눌러댔다.

설마, 민성식 헌터가 돌아온 건가?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갔을 확률도 배제할 순 없지만, 희박하다.

만약, 진짜로 돌아온 거라면 꽤 골치 아파지는데···.


황현희 협회장이 손으로 정수리를 감싸 쥐었다.

평범한 던전 브레이크라 생각했는데, 복잡한 일로 커질 수도 있으니.


“혹시, 목격자도 없나···?”


황현희 협회장이 눈을 살짝 치켜뜨며 물었다.


“목격자는 없습니다.”

“하···. 젠장···.”

“대신, 사건 당사자는 찾았습니다.”

“당사자?”


황현희 협회장이 약간 기대에 찬 눈빛으로 김지훈 팀장을 바라봤다.

그에 비해, 김지훈 팀장은 여전히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쉬우시겠지만, 사건 당사자는 민성식 헌터님이 아닙니다.”

“뭐? 그럼, 누가 지옥의 망령을 처치하고, 살아남은 거야?”


김지훈 팀장이 리모컨을 꾹 눌렀다.

스크린에 이태남의 얼굴 사진과 정보 글이 떠올랐다.


“이태남. 28세. 최근까지 헌터들에게 무기를 대여해주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무기 대여 사업?”

“네, 국내에서 규모가 꽤 컸었고, 곧 해외사업도 진출할 예정이었다고 하지만.”

“하지만?”


김지훈 팀장이 짧게 숨을 고른 뒤 설명을 이었다.


“이중장부 등 각종 비리가 터지면서, 지금은 완전히 폐업했다고 합니다.”

“뭐야, 그냥 루저네. 저런 인간이 지옥의 망령을 처치했을 리가 없잖아.”


황현희 협회장이 싱겁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지만, 당시 현장에는 이 사람뿐이었고, 다른 사람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 팀장.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황현희 협회장이 다시 심드렁한 말투로 김지훈 팀장을 쏘았다.

이에 김지훈 팀장이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태남씨가 새로운 각성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도, 강력한 빛 속성 계열 각성자.”

“근거는?”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단신으로 지옥의 망령을 처치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혼자서 지옥의 망령을 처치하려면 최소 S급의 빛 속성 정화 스킬을 사용해야 합니다.”


황현희 협회장이 자세를 고쳤다.

상체가 김지훈 팀장을 향해 기울어졌다.


“그럼, 김지훈 팀장 생각엔 저 이태남씨가 새로운 S급 빛 속성 헌터일 것 같다?”

“추측일 뿐이지만요.”


김지훈 팀장이 황현희 협회장과 눈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그렇게 잠시 눈을 마주치던 황현희 협회장이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일단, 민성식이 아니라는 건 다행인데.

S급 빛 속성 헌터가 새로 등장한 것이라면?

이 소식도 다행일까?

되레, 그놈이 들으면 더 예민해질 것 같은데.


“하···. 골 때리는 상황이군.”


황현희 협회장이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김 팀장아.”

“네.”

“일단 당장 가서 저 사람이 신규 각성자인지 검사부터 해라.”

“네, 그럴 예정이었습니다.”


황현희 협회장과 김지훈 팀장이 스크린 속 이태남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한 사람을 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서 각기 다른 감정이 전해졌다.


작가의말

잘 빌리는 것도 능력인 세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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