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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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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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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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빌리는 것도 능력 (2)

DUMMY

“하⋯. 이거 때문에, 병원에서 이상한 취급이나 당하고⋯.”


병원을 간신히 빠져나와 집에 온 이태남이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부터 집에 오기까지, 그의 눈앞에선 검은색 창이 아른거렸다.


“아무도 이게 안 보이나?”


이태남이 눈앞에 대고 손을 휘저었다.

그의 손엔 걸리는 느낌 없이, 검은색 창을 통과했다.


형태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다.

심지어 형태도 나만 볼 수 있다.


이태남의 두 번째 생각은 병원에서부터 집에 오는 동안 정립되었다.

처음 병원에서 의사에게 설명했을 땐, 의사가 진지하게 정신과 진료를 권장했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마주쳤지만.

이태남의 눈앞에 있는 검은색 창을 힐끔거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긴 건 게임에서나 보던 시스템 창 같은데⋯.”


이태남은 그가 학창 시절 잠깐 빠졌던 RPG 게임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PC방에서 즐겼던 게임.

알바해서 번 돈을 쪼개서 PC방에 갈 정도로 꽤 빠져있던 게임이었다.

다만, 과금 유도가 심하고, 과금러와의 격차를 좁힐 수가 없어서 포기했지만.

여하튼, 그가 게임에서 봤던 것과 유사한 형태였다.

특히, 안에 적힌 문구의 느낌이.



[첫 능력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처음으로 스킬을 대여하자’ 업적 달성.]


[‘S급 스킬 대여’ 업적을 완료하였습니다.]


[업적 완료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능력 각성에 업적?”


능력 각성이라면 내가 아는 각성자가 된 건가?

이렇게 뜬금없이?


각성자. 소위 말하는 헌터.

물, 불, 땅, 어둠, 빛.

다섯 속성에 따라 다양한 능력을 갖게 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각성 조건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헌터들 또한 자신들이 왜, 어떻게 각성했는지 몰랐으니까.


“모르겠어요. 갑자기 몸에서 뭔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이태남은 사업 운영 당시, 단골이었던 헌터의 말을 떠올렸다.

단골 헌터의 말에 따르면, 능력 각성은 갑자기 일어난다.

그렇다면, 나한테도 갑자기 각성이 일어난 건가⋯?


“특별한 기운 같은 건 안 느껴지는데⋯?”


이태남은 자기 양팔을 번갈아 훑어보았다.

팔에 느껴지는 특별한 기운 같은 건 전혀 없었다.

혹시 몰라 가슴에 손을 얹어보아도,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아무런 기운도 없고. 게다가 이 업적이랑 보상은 또 무슨 소리야?”


이태남이 헌터 생활을 해본 건 아니지만, 대여 사업을 하면서 많은 헌터를 만나보았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는데.

그 누구에게도 각성 후 업적이나 보상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 머리 아파 죽겠네!”


이태남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 탓에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이태남의 복잡한 상황을 모르는지, 시스템 창은 대답을 강요하듯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뭘 알아야 확인하지, 새끼야⋯.”


이태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뭘 알아보려 해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도 없고.

이태남은 답답함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차피 죽으려던 몸, 질러보자. 보상이라는 데 안 좋은 게 나오겠어?’


“확인.”


이태남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일렁이는 황금빛이 보였다.

그렇게, 잠시 황금빛이 그의 시야를 채우다가 사라졌다.


‘끝났나⋯?’


이태남이 플래그 대사를 뱉은 후 조심스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흐릿한 그의 시야엔 검은색 시스템 창이 여전히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뭐가 바뀐⋯.”


이태남은 초점이 잡힌 이제야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단순하면서, 당연한 변화였다.



[업적 보상 : 경험치 획득 및 스킬 대여 시간 증가.]


[경험치를 획득하여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시스템 창이 각종 문구를 빠르게 바꿔대고 있었다.

그중에 레벨업을 했다는 문구가 떠오르자, 이태남은 혈관을 스치는 검고,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대여 시간을 증가시킬 스킬을 확인중입니다.]


[현재 대여 중인 스킬이 1개뿐입니다.]


[대여 중인 스킬 ‘빛의 정화’의 대여 시간이 증가했습니다.]



시스템 창은 이태남의 대답 없이도, 빠르게 다음을 진행했다.

그렇게 몇 개의 문구가 바뀐 후, 시스템 창이 드디어 변화를 멈추었다.



[스킬 ‘빛의 정화’]


등급 : S급.

스킬 속성 : 빛.

스킬 설명.

빛 속성 정화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스킬입니다.

해당 스킬 시전 시 밝은 빛을 뽐내며, 어둠을 정화 시킵니다.


*대여자의 등급이 낮아 스킬의 10% 효율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남은 대여 기간 : 120일.



“S급 빛 속성 스킬이라고?!”


이태남은 떠오른 문구 중 첫 문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헌터들을 구분하는 다섯 속성 중 제일 희귀한 건 빛 속성이다.

솔직히 말하면 어둠이긴 한데.


‘어둠 속성은 희귀를 넘어 거의 없는 수준이라, 논외로 치고⋯.’


그 희귀한 빛 속성 중에서도 가장 높은 S급 스킬이라니.

이태남의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대체 이걸 어떻게 대여하게 된 거지 나란 놈은⋯?”


이태남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사업이 망한 후론 헌터들을 아예 마주한 적도 없는데.

어디서, 어떻게 빌린 거지?

게다가 S급 빛 속성 스킬을 가진 이라면 우리나라에 둘밖에 없을 텐데⋯.


이태남은 과부화가 났던 머리를 다시 빠르게 돌렸다.

한 명은 아이테르의 길드장, 박동팔 새끼이고.

한 명은⋯.


“하, 들어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이태남은 손으로 이마를 ‘탁’ 쳤다.

고장 난 기계를 치듯이 쳐봤지만, 뇌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얼핏 듣기로는 재야의 고수처럼 사람들한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태남이 작은 기억을 하나 떠올렸다.

하지만, 그 이상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안다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이태남이 머리를 좌우로 털었다.

복잡해진 머리를 털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그럼, 이 스킬은 어떻게 얻은 거지?”


생각을 떨치고, 잠시 머리를 쉬게 하니 이번엔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바로, 스킬을 빌리게 된 경로.


시스템 창에 따르면, 이 스킬은 대여한 것이다.

그럼, 누군가 혹은 어디선가 대여해왔다는 것인데.


“이런 초 희귀 스킬을 어디서, 어떻게 대여한 걸까?”


쾅! 쾅! 쾅!


그때, 고민 중인 이태남의 귓가에 큰 소리가 파고들었다.



* * *



“이태남씨. 계십니까?”

“안에 아무런 기척도 안 느껴지는 데요, 팀장님.”


성현진 주임이 복도와 이어진 내부 창문을 힐끔거렸다.

불을 끈 건지, 어두운 탓에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성현진 주임님. 자꾸 그러면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받습니다.”


김지훈 팀장의 낮은 일갈에 성현진 주임이 훔쳐보기를 멈추었다.


“그렇지만, 벌써 5분짼데 안에선 아무런 답도 없잖아요.”

“흠⋯.”

“기척도 안 느껴지고⋯. 외출이라도 했나?”


성현진 주임이 열린 창문 틈을 들키지 않게, 힐끔거렸다.


“방금 막 병원에서 퇴원한 사람이 외출이라⋯.”


김지훈 팀장이 부정하듯 작게 읊조렸다.

그 의미를 아는지 성현진 주임이 괜히 태블릿을 만지작댔다.


“아, 혹시 팀장님.”


뭔갈 발견한 듯한 성현진 주임의 말투에 김지훈 팀장이 고개를 돌렸다.


“보니까, 사업이 망할 때 꽤 큰 빚도 졌던데.”

“그렇죠, 어떻게든 사업을 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겠죠.”

“그럼, 혹시 저희가 채권팀인 줄 알고 숨은 거 아닐까요?”


성현진 주임의 추측에 김지훈 팀장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열심히 하는 부하 직원에게 차마 대놓고 한숨을 쉴 수는 없었다.


똑똑똑.


김지훈 팀장이 잠시 고개를 돌린 틈을 타, 성현진 주임이 문을 두들겼다.


“이태남씨이이.”

“성현진 주임님?”

“저희 채권팀 아닙니다아아.”

“그게 무슨.”


성현진 주임이 계속해서 말끝을 길게 늘였다.


“저희는 헌터 협회의 헌터 관리팀에서 나왔습니다아아.”

“성현진 주임님 실례되는 언행은⋯.”

“걱정 말고 문 좀 열어주세요오오. 이태남씨이이이.”


성현진 주임은 말끝을 최대한 늘려 말했다.

혹시 이태남이 방 안에 있어서 자기 말을 듣지 못했을까 싶어.

그의 의도가 적중한 건지, 그의 말은 방 끝까지 닿았다가 메아리쳐 돌아왔다.



* * *



“웬일로 순순히 따라 나오셨어?”


왜소한 남자가 껌을 딱딱 씹어댔다.

남자의 껌 씹는 소리가 텅 빈 공터를 가득 채웠다.

남자의 양옆엔 곰 같은 덩치의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두 덩치 모두 몸 한구석에 화상 자국이 남아있었다.


“니가 나오라며.”


이태남은 시큰둥한 말투로 남자에게 대답했다.


“뭐? 하하하하하하.”


이태남의 대답을 들은 가운데 남자가 목젖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그가 웃자, 양옆에 선 덩치들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


“와, 이태남씨. 미친 거야?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어? 깡다구 미쳤네?”


왜소한 남자가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쳤다.


“심경의 변화⋯.”


이태남이 자신의 양팔을 번갈아 훑었다.

심경의 변화가 생기긴 했지.

몸의 변화가 먼저 생기긴 했지만.


시스템 창이 이태남에게 레벨이 올랐다는 안내를 하자, 그는 몸의 변화를 느꼈다.

몸속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검고, 차가운 느낌.

그리고, 작지만 몸속 근육들의 팽창도 느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강해진’ 느낌이 든 것이다.

그래서 시험해 보고 싶었다.

정말 몸의 변화가 생긴 건지.

각성과 스킬은 과연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첫 테스트 상대로 좀 빡세긴 하지만.’


이태남이 왜소한 남자를 주시했다.

놈은 각성자다.

그렇다고 게이트를 돌거나, 마수를 사냥하는 일반적인 헌터는 아니다.

일반인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을 하면서, 능력을 이용해 불법 추심을 일삼는 악질 각성자.


왜소한 남자를 보는 이태남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저놈이 B급 각성자였나?’


이태남이 남자에 대한 기억을 더듬던 찰나, 익숙한 안내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오, 뭐야?’


시스템의 반가운 목소리였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다니.

이태남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확인.”


이태남의 대답이 끝나자, 시스템 창이 빠르게 자기 몸을 키웠다.



[인물 정보]


이름 : 김용주

나이 : 25세.

능력 속성 : 불(火).

등급 : B등급.

보유 스킬 : 브레스, 파이어볼.

*대여 가능 스킬 : 브레스, 파이어볼.



‘25살? 나보다 어린놈이 싸가지 없이⋯.’


이태남은 그동안 김용주에게 당한 굴욕을 떠올렸다.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놈이 능력만 믿고, 깝쳤다 이거지?

이태남이 양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오호, 이태남씨 그 주먹 뭐야? 싸우려고?”


이태남의 주먹을 본 김용주가 비아냥거렸다.


“좋은 선택이 아닌 건 본인이 더 잘 알텐데에? 나 몰라?”


김용주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김용주의 비아냥에 이태남이 주먹에 쥔 힘을 살짝 풀었다.


맞는 말이긴 하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놈은 B급 각성자.

그에 비해 나는 아직 일반인 수준에, 그나마 있는 스킬도 정화 스킬.

놈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하다못해 전투 계열 스킬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이태남이 고민하던 찰나, 도움의 손길이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인물 ‘김용주’의 스킬이 확인되었습니다.]


[‘김용주’의 스킬 중 ‘브레스’와 ‘파이어볼’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저놈의 스킬을 빌려올 수 있다고?’


이태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이어진 안내음에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대상의 능력을 빌리시겠습니까?]



“뭐야, 이젠 웃어? 이태남씨 진짜 미친 거야?”


이태남이 실소하자 김용주가 짜증을 냈다.

감히, 자신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 미안. 지금 상황이 너무 재밌어서.”

“뭐? 이태남씨 지금 상황이 재밌어?”


김용주의 손이 약하게 떨렸다.

그의 분노를 눈치챈 덩치 둘은 슬쩍 뒤로 물러났다.


“이태남씨 지금 정신이 나간 거 같은데, 내가 돌아오게 해드릴게.”


김용주가 이태남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용주야.”

“뭐?”


이태남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재밌는 거 보여줄게.”

“무슨 개소리⋯.”

“아, 너한텐 재미없을 수도 있겠구나?”


이번엔 이태남이 김용주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가 입을 떼자, 밝은 빛이 김용주의 시야를 가렸다.


작가의말

좀 더 멋있는 스킬 이름이 뭐가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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