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사전수
작품등록일 :
2024.06.30 22:26
최근연재일 :
2024.09.19 18: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65
추천수 :
23
글자수 :
92,598

작성
24.07.05 18:30
조회
35
추천
2
글자
12쪽

5화. 빌리는 것도 능력 (4)

DUMMY

웅웅웅.


각성 측정기 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

김지훈 팀장은 기대가 섞인 눈빛으로 각성 측정기를 응시했다.


‘이태남. 이 사람은 무슨 존재일까?’


처음엔 사라진 민성식 헌터와 연관된 사람인가 싶었다.

그래서 오늘 만나면 그날 일과 민성식 헌터에 대해 슬쩍 떠보려고 했는데.

방금 그 상황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김지훈 팀장은 각성 측정기에 달린 보랏빛 구슬을 응시했다.

구슬에는 방금 그가 보았던 장면이 영상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빛의 정화.”


멀리서 들었지만, 분명 이태남은 빛의 정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의 정화’ 스킬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 빛은 분명 빛 속성 정화 스킬을 시전해야만 나올 수 있는 빛이었다.’


일반 사업가였던 이태남 씨가 알고 보니 빛 속성 헌터였다는 것도 놀랍긴 했지만.

뒤에 이어진 상황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놀라웠다.


“브레스.”


빛을 뿜어대던 이태남의 손에서 이번엔 불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B급 불 속성 스킬인 ‘브레스’ 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분명 ‘브레스’ 스킬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김지훈 팀장이 떨어진 머리칼을 슬며시 넘겼다.

일반인인 줄 알았던 이태남 씨가 알고 보니, 빛 속성 헌터였다.

이 가설은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각성 사실을 숨긴 채 사는 사람도 더러 있으니까.

근데, 빛 속성 헌터가 불 속성 스킬도 사용한다?

이 가설은 어떻게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김지훈 팀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각성 측정기의 구슬을 응시했다.


이태남.

이 사람은 능력을 각성한 게 맞을까?

맞다면, 그의 속성은 무엇일까?

빛 속성인가, 불 속성인가?

등급은 어느 정도일까?

시전한 스킬의 수준을 봤을 땐 최소 B등급 이상이었는데.

아니면 설마⋯.


‘기존에 없는 새로운 형태의 각성자일까?’


삐비빅-!


김지훈 팀장의 끝없는 의문이 각성 측정기의 알림 소리에 끝이 났다.

헌터 관리팀의 특성상 각성 측정은 매일 있는 업무였다.

특별한 것 없는 단순 업무.

하지만, 김지훈 팀장에게 이태남의 각성 측정은 특별했다.

어쩌면, 그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조력자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새로운 형태의 각성자라면⋯.’


김지훈 팀장이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구슬을 바라봤다.

보랏빛이던 각성 측정 구슬이 다른 색으로 바뀌어있었다.


“어? 팀장님 이거?!”


성현진 주임이 놀란 듯 순간 큰 목소리를 냈다.


“크흠. 저⋯. 팀장님 이거 설마⋯.”


성현진 주임이 눈치를 살핀 후 김지훈 팀장에게 속삭였다.


“이거 설마 S급 어둠 속성⋯.”


속삭이는 성현진 주임의 목소리는 꽤 진지했다.

평소 그라면 들뜬 목소리로 크게 말했을 텐데.

김지훈 팀장은 성현진 주임에게 의외라는 눈빛을 흘렸다.


“성현진 주임님은 S급 측정을 해 본 적이 없죠?”


김지훈 팀장도 성현진 주임에게 속삭였다.

단순히 그의 행동에 맞춰준 것은 아니었다.


“네⋯. 팀장님은 있으세요?”

“예. 한 번 있죠.”

“그럼, 이 결과는⋯.”


성현진 주임이 말끝을 흐렸다.

실망이 아닌 기대감이 담긴 마무리였다.

그 기대감은 김지훈 팀장을 향한 눈빛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아쉽게도⋯.”


김지훈 팀장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네? 아니라고요? 하지만, 매뉴얼 대로면 여기 등급 칸에 아무것도 안 나오면 S급이라고⋯.”


성현진 주임이 측정 기계에 있는 빈칸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 강조하듯.


“아, 물론 그것도 맞긴 합니다.”


김지훈 팀장이 아이를 달래듯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각성자의 속성에 따라 구슬 색이 변하는 건 아시죠?”

“당연하죠. 불 속성은 빨강, 물 속성은 파랑, 빛 속성은 노랑, 땅 속성은 갈색, 어둠 속성은 검정.”


성현진 주임이 콧대를 높이며 말했다.

책에서 읽은 걸 부모에게 말하고, 칭찬받길 기다리는 아이 같았다.


“맞습니다. 근데, 지금 구슬은 무슨 색이죠?”


성현진 주임이 구슬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회색 같네요.”

“그렇죠. 그것도 아주 탁한.”

“네.”

“이 경우엔 속성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 말은⋯?”


김지훈 팀장이 이태남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이태남은 무슨 상황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김지훈 팀장이 성현진 주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태남 씨는 F등급입니다.”

“F 등급이요?!”


성현진이 이번에도 조금 큰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평소랑 달리 눈치 있게 행동한다 싶더니.


성현진 주임이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김지훈 팀장이 성현진 주임에게 눈빛으로 일갈했다.


“팀장님. 두 분이 나눈 이야기. 제 이야기 맞죠?”


이태남이 궁금하단 표정으로 김지훈 팀장에게 물었다.

김지훈 팀장이 짧게 목을 가다듬었다.


“맞습니다. 그전에, 당사자를 앞에 두고 저희끼리 속닥거린 점 죄송합니다.”


김지훈 팀장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본 성현진 주임도 허리를 90도로 접었다.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무슨 이야긴지가 듣고 싶군요.”

“측정 결과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태남 씨는 F급으로 확인되었습니다.”

“F급이요?”


이태남의 되물음에 김지훈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F급이라면⋯.”


이태남이 다소 실망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F급이라면 특별한 능력이 있는 헌터는 아니지만, 일반인보단 높은 등급입니다. 소위 말하는 경계성 헌반인입니다.”


경계성 헌반인.

헌터도, 일반인도 아닌 애매한 수준을 뜻하는 신조어다.

많지는 않지만, 간혹 이에 해당 하는 사람들이 있다곤 하던데.


‘설마 이태남 씨도 여기에 해당할 줄이야.’


김지훈 팀장이 측정 구슬에 아쉬운 눈빛을 흘렸다.

측정 구슬은 여전히 탁한 회색을 뽐내고 있었다.


‘근데, 원래 이렇게까지 색이 짙었던가⋯?’


“아쉽네요.”


이태남의 말에 김지훈 팀장은 구슬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종종 이런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F급도 엄연히 따지자면 각성자로 구분되긴 하니까요.”

“아, 네⋯.”


이태남의 대답이 떨떠름했다.

나름 위로라고 한 말인데.


“헌터 증명권도 발급되실 겁니다. 증명권은 우편으로 발송되며, 5영업일이 소요됩니다.”

“아, 네.”

“증명권은 본인 확인이 필요하니, 반드시 직접 수령 바랍니다.”

“네.”


옆에 선 성현진 주임이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쓸었다.


“팀장님 말씀대로 F급도 헌터 대우를 일부 받습니다.”


이태남이 성현진 주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세한 건 증명권 수령 시 동봉된 서류를 확인하시면 되고. 대표적인 건 게이트 출입이 가능합니다.”

“게이트 출입이요?”

“네, 비록 전투가 아닌 보조 역할이지만요⋯.”

“뭘 보조하는 거죠?”


이태남의 물음에 성현진이 태블릿을 힐끔거렸다.


“마정석 채집, 짐꾼 등. 전투 외 보조 업무입니다.”


성현진 주임의 설명에 이태남이 고민하는 표정을 띄웠다.


“그래도 게이트 클리어 수수료랑 소정의 인센티브도 있으니, 수입은 나쁘지 않을 겁니다.”


성현진 주임이 위로하듯 설명을 덧붙였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민을 마친 이태남이 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지훈 팀장과 성현진 주임도 고개를 숙이며, 답례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늦은 시간 실례가 많았습니다. 집 가서 편히 쉬세요, 이태남씨.”

“감사합니다. 두 분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떠나는 김지훈 팀장 발걸음에 아쉬움이 묻었다.

뒤를 슬쩍 보니, 이태남도 꽤 아쉬운 듯 보인다.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걸 보니.



* * *



[‘등급 측정’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내 정보 확인’ 시스템이 해금되었습니다.]



두 남자가 자리를 뜨자, 이태남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 창이 떠올랐다.

내 정보 확인 시스템 해금?

그럼, 측정 전까진 확인도 못 하는 거였어?


이태남이 시스템 창을 향해 투덜거렸다.

뭐 하나 거저 주는 게 없구만.


“내 정보 확인.”


이태남이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처럼 툴툴거렸다.

그래서 그런지, 시스템 로딩이 빨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태남.

레벨 2.

등급 : 측정 불가.

고유 스킬 : 빌려오기.

대여 중인 스킬

- 빛의 정화 (120일 남음)

- 브레스 (60일 남음)



‘브레스’ 스킬의 대여 기간이 증가해 있다.

김지훈 팀장이 다가오기 전에 급하게 적용했는데, 30일이 늘어났네.


이태남은 허공에 떠오른 자신의 정보를 훑었다.

레벨 2.

만렙이 몇인진 모르겠지만, 지금이 완전 쪼렙인 건 알겠군.


등급은 측정 불가.

각성 측정기는 F급이라 했는데.

이 시스템에 F급은 그냥 측정 불가라고 뜨네.


“몇 렙을 찍어야 등급이 올라갈까.”


헌터 등급은 총 5개.

지금 내가 받은 F부터 C, B, A, S.

S급 이상인 유일급도 있지만, 아직 판정받은 이가 없으니. 사실상 S급이 최고 등급이다.


최고 등급인 S등급은 국내에 단 7명.

각 길드의 길드장 4명.

그 외 2명이랑, 자취를 감춘 1명.

그중에서도 자취를 감춘 이는 아이테르 길드장을 능가하는, 거의 유일급 빛 속성 헌터라는 소문이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왜 활동을 안 할까?


“나라면 바로 길드 세우고, 게이트 다니면서 돈 쓸어 담을 텐데.”


이태남이 정체도 모르는 사람에 빙의하여,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다.


띠링.



[새로운 알림이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길드장이 되어 꽉 찬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상상을 하던 찰나.

시스템 알림음이 이태남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에이, 한창 잔고 확인하고 있었는데.”


이태남이 아쉬운 듯 쩝 소리를 냈다.


“알림 확인.”


갑자기 웬 알림.

업적이나 보상은 아닌 것 같고.

새로운 시스템이 해금된 건가?


이태남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시스템 창을 응시했다.

시스템 창이 잠시 사라지더니, 직사각형 형태로 다시 등장했다.



[퀘스트 시스템 해금.]


퀘스트 시스템 해금을 진행하십시오.

해당 장소로 이동하여, 퀘스트 시스템 해금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십시오.

준비 완료 시 레벨업에 유용한 각종 퀘스트를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이동 장소 : 파주 헤이리 마을.

*남은 시간 : 3시간.



“퀘스트 시스템 해금이면 그냥 해금이지, 뭔 준비야?”


이태남이 다시 시스템 창을 향해 툴툴거렸다.

다만, 이번에는 시스템 창의 변화는 없었다.

남은 시간이 초 단위로 빠르게 흘러갈 뿐.


“아니, 이 시간에 무슨 파주에 가라고⋯.”


이태남이 다급하게 뜀박질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지금 몇 시지? 대중교통이 아직 다니나?”


이태남이 어느새 공터를 빠져나와 도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운동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헉헉거렸을 텐데.


발걸음이 가벼운 덕분에 이태남은 더 속력을 내었다.

그렇게 약 3분을 더 내달리자, 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 버스가 있나?”


이태남이 손으로 급하게 버스 운행 알림 기계를 더듬었다.

다행히 한 번에 가는 버스가 곧 도착 예정이었다.


“휴, 다행⋯.”


이태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다행⋯. 잠깐만⋯.”


이태남이 허둥지둥 양쪽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없어.

진짜로 없어.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이태남이 다가오는 버스를 보며, 허망한 눈빛을 보냈다.


“버스가 왔는데, 버스카드가 없어⋯.”

“이태남씨⋯?”


작가의말

버카충은 필수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금주 휴재 공지 24.09.11 9 0 -
공지 「능력 좀 빌리겠습니다.」는 매주 화,수,목 퇴근을 함께 하겠습니다. 24.07.01 12 0 -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사전수입니다. 24.06.30 23 0 -
18 18화. F급 헌터? (3) NEW 8시간 전 6 0 11쪽
17 17화. F급 헌터? (2) 24.09.18 15 0 12쪽
16 16화. F급 헌터? (1) +2 24.09.17 18 1 11쪽
15 15화. 일일 퀘스트 (2) 24.09.10 25 1 13쪽
14 14화. 일일 퀘스트 (1) 24.09.05 22 1 12쪽
13 13화. 자격 테스트 (8) 24.09.04 24 1 12쪽
12 12화. 자격 테스트 (7) 24.09.03 25 1 14쪽
11 11화. 자격 테스트 (6) 24.08.29 23 1 11쪽
10 10화. 자격 테스트 (5) 24.08.28 23 1 13쪽
9 9화. 자격 테스트 (4) 24.08.27 25 1 12쪽
8 8화. 자격 테스트 (3) 24.08.22 31 1 14쪽
7 7화. 자격 테스트 (2) 24.08.21 28 1 12쪽
6 6화. 자격 테스트 (1) 24.08.20 32 2 12쪽
» 5화. 빌리는 것도 능력 (4) 24.07.05 36 2 12쪽
4 4화. 빌리는 것도 능력 (3) +2 24.07.04 41 2 14쪽
3 3화. 빌리는 것도 능력 (2) 24.07.03 46 2 12쪽
2 2화. 빌리는 것도 능력 (1) 24.07.02 51 2 12쪽
1 1화. 당신의 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24.07.01 83 3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