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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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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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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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일일 퀘스트 (1)

DUMMY


“자···. 분···.”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목소리.

어딘가 익숙한 단어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이태남···. 자분···.”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은 누구인가.

네 번째 조각을 찾으러 갔을 때 들었던 그 목소리가 아닌데.

아, 애초에 그 사람은 내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았지.


“정신이 드세요···?”


정신은 아까부터 차리고 있었다.

다만 눈이 아직 떠지지 않았을 뿐.

이태남이 눈 쪽 근육에 온 힘을 실었다.

그러나, 무게추라도 단 것처럼 눈꺼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감긴 눈 사이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올 뿐.


“맥박이랑 호흡도 정상이고. 정신은 돌아오신 것 같은데···. 이상하네···.”


어둠 밖에 있는 목소리가 의문을 표했다.

맥박이랑 호흡이 정상이라.

그런데도,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건, 설마 이것 때문인가?



[회복까지 남은 시간 : 00:01:05]



이태남이 어둠 속에 떠 있는 타이머를 응시했다.


‘눈도 안 떴는데, 저건 어떻게 보이는 걸까?’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태남이 빠르게 소모되는 시간을 응시했다.

10···. 9···. 8···. 7···. 6···.


“야! 육개장 먹은 놈 누구야! 이거 빨리 안 치워?!”


먹었으면 바로 치우지···.

이 타이밍에 저 소리가 나오게 하냐···.



[회복이 완료되었습니다.]

[의식을 되찾습니다!]



“흐읍!”


이태남이 숨을 깊게 들이켠 후, 번쩍 눈을 떴다.

흐릿하지만,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 환자분···. 괜찮으세요···?”


이태남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녹색 옷에 흰색 가운을 걸친 남성이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예···. 괜찮습니다.”


태연한 이태남의 반응에 놀란 의사는 입만 뻐끔거렸다.


“저···. 여긴 병원이죠?”


이어지는 이태남의 질문에 얼음 땡 하듯이 의사가 움찔거렸다.


“예···. 병원 응급실입니다···.”


분명, 마을 입구에서 쓰러졌는데, 병원은 어떻게 온 거지?

시각으로 받아들인 정보가 사실이라는 것을 인증받자, 이태남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전 여기 어떻게 온 건가요?”

“아, 그건···.”

“아! 이태남씨 일어나셨네요?”


응급실 한쪽에서 의사의 대답을 자르며, 다가오는 남자.

응급실 풍경 못지않게, 다가오는 남자도 매우 낯이 익다.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아닙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주임님.”

“예! 감사합니다!”


떠나려는 의사를 향해 허리를 숙이는 남자.

성현진 주임은 참 보면 볼수록 씩씩한 사람인 것 같다.


“이태남씨, 몸은 좀 어때요?”


성현진 주임이 특유의 씩씩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태남이 팔, 다리를 휘적거리며, 대답했다.

천근만근이었던 몸이 며칠 푹 쉰 것처럼 가벼워졌다.

움직일 때마다 비명을 질러대던 근육들도 전보다 더 쌩쌩해진 느낌.


“아니, 그 시간에 헤이리는 왜 가신 겁니까? 거기다 왜 입구에 쓰러져 있던 건데요?”


성현진 주임이 나무라듯이 물었다.

문장은 짜증 같았지만, 말투에선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졌다.


“그···.”


이태남이 입술을 옴짝달싹 였다.

갑자기 생겨난 능력의 자격 테스트를 보러 갔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 시간에 산책이나 운동을 하러 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한참을 망설이던 이태남이 힘겹게 입술을 뗐다.


“조, 조각을 찾으러 갔습니다!”


머뭇거림을 너무 오래 끌어서도 좋지 않을 것 같아, 급하게 대답한 건데.

대답이 됐으려나.

이태남이 성현진 주임을 힐끔거렸다.


“에? 조각이요?”


역시, 될 리가 없지.

아니나 다를까 성현진 주임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태남의 대답을 이해해 보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새벽에 조각을 찾으러 그 어두운 동네를 찾아가고, 마을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면.

이태남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치며, 자책했다.


‘아무리 급했어도 그렇지, 대답이 그게 뭐야···.’


“⋯. 조각은 그래서 찾으셨어요?”


이어서 들려온 다정한 물음에 이태남이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입가에 미소를 띤 성현진 주임이 보였다.


“네···. 다 찾았습니다···.”

“다행이네요.”


성현진 주임이 눈웃음을 지었다.


“아주 중요한 조각인가 봐요. 그 새벽에 탈진할 정도로 찾아 헤맨 거 보면.”

“중요한 거···.”


이태남이 주먹을 꽉 쥐고, 가슴팍에 댔다.

아직도 조각들의 기운이 몸속 혈관에 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네. 아주 중요한 겁니다.”


이태남의 대답에 성현진 주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응급실에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현진 주임에겐 벌써 두 번이나 신세를 졌네.

버스비에 이어서 병원까지.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


“아, 이태남씨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온 건 제가 아니에요.”


전래동화 속 까치처럼 은혜 갚을 방법을 궁리 중이던 이태남에게 성현진 주임이 말했다.


“제가 아니라. 저희 팀장님이 이태남씨를 병원에 데려온 겁니다. 저는 팀장님 전화 받고, 이태남씨 상태 확인하러 온 거고요.”

“팀장님이요···?”

“네.”


성현진 주임의 대답에 이태남이 기억을 되짚었다.

성현진 주임의 팀장.

머리 길고, 잘생겼던···. 이름이···.


“김···. 지훈 팀장님 맞나요···?”

“네, 맞아요! 흔한 이름이긴 한데, 이름을 금방 외우시네요?”

“하하, 직업병 같은 거죠···.”


한번 온 고객은 절대 잊지 않는 것이 이태남의 사업 수칙 중 하나였다.

장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고객과의 유대감. 즉, 고객 관리니까.


“근데, 팀장님은 어쩌다 저를 발견하신···.”


이태남이 기둥에 걸린 벽시계를 흘끔거렸다.

시곗바늘은 어느새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쓰러진 게 대략 4시쯤일 거고.

아침 산책이라도 하다가 발견하신 걸까.


“아, 새벽에 걷다가 발견했대요. 한 5시쯤인가?”

“5시요?”

“네, 팀장님은 일하다 답답하면 항상 헤이리 산책하러 가시거든요. 마침, 그때 머리 비울 겸 가셨는데, 이태남씨를 발견하셨나 봐요.”

“아···.”


이태남이 멋쩍은 듯 목덜미를 쓸었다.


“팀장님은 그럼 지금 어디···.”

“이태남씨만 병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사무실로 복귀하셨어요. 저한테 이태남씨 좀 살펴달라고 부탁하신 거고.”

“아···.”


본의 아니게 주임님과 팀장님 두 분에게 신세를 졌네.

이 두 분한텐 어떻게든 신세를 갚아야겠다.

이태남이 방금 떠올린 다짐을 가슴 깊이 아로새겼다.


“몸 괜찮으신 거 확인했으니까 저도 이제 사무실로 복귀하겠습니다.”

“아, 바로 들어가시게요?”

“네, 제가 없으면 돌아가질 않아서요.”


성현진 주임이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왠지 없어도, 김지훈 팀장님 혼자 일 처리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고마운 분이기에 이 말은 깊이 삼켰다.

그래도.


‘이런 씩씩하고, 밝은 사람이 있다가 없으면, 허전하긴 하겠다.’


“아참! 그리고 이 병원 헌터님들 전용 병원이라서 병원비 지원되니까, 비용은 걱정 마세요.”


성현진 주임이 이태남을 향해 한쪽 눈을 찡그렸다.


“이왕이면, 영양제도 맞고 가세요. 금액은 헌터 협회에서 다 처리되니까.”


성현진 주임이 이태남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굳이, 이렇게 말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은데.


“아, 감사합니다. 근데, 급하게 해야 할 게 생겨서, 저도 곧 일어나봐야 할 것 같네요.”


이태남이 옆쪽을 일별하며, 대답했다.


“아쉽네요. 그럼, 몸조리 잘하시고,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혹시, 무슨 일 생기거나, 혼자 병원 오기 눈치 보이면 연락 주세요!”


성현진 주임이 손으로 전화기를 만들고, 흔들어댔다.

이태남도 이에 화답하듯, 멀어져가는 성현진 주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 *



따르릉!


주머니에서 반복적인 진동과 함께 벨 소리가 울려댔다.

달팽이관을 찌르는 벨 소리에 성현진 주임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네, 팀장님.”


성현진 주임이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네, 확인했습니다. 의사도 문제없다고 하고, 이태남씨도 괜찮다고 하네요. 특이 사항이요?”


성현진 주임이 응급실 입구를 한 번 훔쳐봤다.

응급실 창문에 심각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이태남이 비쳐 보였다.


“네, 없었습니다. 그냥 중요한 걸 잃어버려서 찾으러 갔었대요.”


성현진 주임이 이태남에게 심각한 눈빛을 남긴 후, 고개를 돌렸다.


“네, 사무실로 바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성현진 주임이 짧게 혀를 찬 뒤, 발걸음을 옮겼다.



* * *



이태남은 심각한 표정으로 벽면을 응시중이다.

정확히는 성현진 주임이 서 있던 곳의 바로 옆쪽.


“흠···.”


그곳엔 검은색 시스템 창이 많은 알림을 띄워내고 있었다.



[상태 이상 디버프로 능력 사용이 일시적 제한됩니다.]

[상태 이상에 빠지지 않게 주의하십시오.]

[능력 제한 시간 : 00:29:52]



내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도 할 수 없었는데, 조심하라니.

현재 내 상태랑 디버프를 알고 있었으면, 나도 조심했겠지.

이태남이 시스템 창을 향해 혀를 끌끌 찼다.


“근데, 내 몸 상태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그거 좀 움직였다고 상태 이상에 빠지다니.

평소 쳐다도 안 보던 산에 오르고, 전투까지 해서 무리하긴 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작 3시간 만에 체력이 다 떨어지냐···.”


이태남이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4번째 조각을 준 목소리의 말이 공감됐다.

지금까지 온 인간 중에 제일 별로라던 말.


“이런 놈이 거래를 제안했으니, 얼마나 우스웠겠어.”


위에서 했던 자기 말이 떠오르자, 이태남이 귀를 붉혔다.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굴었을까.

그리고, 그 존재는 누구이고, 어떤 근거로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이 사태에는 내 잘못도 있으니···.”


이태남은 목소리의 존재가 나지막이 뱉었던 말을 떠올렸다.

이 사태에 내 잘못도 있다.

최종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

이 능력이 어떻게 생긴 건지도 미스터리인데, 목소리의 말 때문에 의문은 깊어져만 갔다.


“하···.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내가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


이태남이 복잡한 머리를 털어내듯 고개를 좌우로 털어댔다.

당장 해결해야 할 건 이게 아니라, 저거다.

이태남이 시스템 창 한쪽에 시선을 돌렸다.



[특별 퀘스트 – 에테르의 과업 (진행 중)]



한쪽에 자리 잡은 검은색 직사각형.

그 사각형 안엔 목소리의 존재와 했던 약속이 적혀있었다.

과업까지 남은 기간 한 달.

어떤 과업이 주어질지 미정이기에 더 열심히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 저것부터 시작해야지.”


이태남이 과업 밑에 위치한 직사각형 칸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그 직사각형에도 무언가 글자가 적혀있었고, 적힌 글자 뒤엔 붉은색 느낌표가 새겨져 있었다.

이태남이 느낌표를 향해 슬며시 손가락을 뻗었다.


톡.


감촉은 없었지만, 느낌표를 제대로 누른 것 같았다.

아니, 제대로 눌렀다.

얇고, 긴 직사각형이 바로 몸집을 키워내기 시작한 걸 보면.


촤아악.


검은색 시스템 창이 몸집을 한껏 키운 채, 이태남의 눈앞에 떠올랐다.

떠오른 시스템 창에는 흰색 글씨로 여러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태남은 제일 윗단에 위치한 제목부터 눈으로 훑었다.



[일일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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