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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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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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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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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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F급 헌터? (1)

DUMMY


덜컹!


마을버스가 힘겹게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심하게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도 이태남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완전 산 구석이네···.”


이태남의 시선이 꽂힌 곳은 그의 손에 들린 종이.

종이에는 특정 장소와 약도가 적혀있었다.


-“이번에 협회 주관하에 진행되는 레이드에 한 자리가 비는데, 참여해 보세요.”


이틀 전, 레이드를 제안하던 성현진 주임.

어쩐지 들뜬 목소리였던 그는 즉석에서 종이에 약도를 그려주었다.


-“설명으로만 듣는 것보단 직접 체험해 보시는 게 더 좋을 거예요. 게다가 레이드 보수도 두둑하니까 일석이조죠.”


약도를 건네주며, 해맑게 웃던 성현진 주임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부분에서 그리 기분이 좋아진 건진 모르겠지만.

레이드는 나에게도 아주 좋은 기회다.


‘레이드 보수도 그렇지만, 현재 내 수준을 확인해 볼 수 있으니까.’


이태남이 옆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옆 창문 위에 검은색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플레이어 정보]


이름 : 이태남.

레벨 9.

등급 : 각성 예정자.

고유 스킬 : 빌려오기.

대여 중인 스킬

- 빛의 정화 (110일 남음)

- 브레스 (50일 남음)



이태남이 자신의 정보창을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일일 퀘스트를 하루도 빠짐없이 했더니, 어느새 레벨 9를 달성했다.

깔끔하게 레벨 10을 달성하고, 레이드를 뛰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겨우 열흘 만에 7레벨이나 올리다니.

이태남이 만족스러운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레벨이 고작 2만 올랐을 때도, 신체 능력이 월등히 좋아졌다는 게 체감됐었다.

근데, 이번엔 무려 7이나 더 올린 레벨 9.

과연 얼마나 좋아졌을까.


이태남은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흥분감을 느꼈다.

처음 경험해 보는 던전이라 떨리고, 두려울 법도 했지만. 그런 감정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했고, 기대됐다.

그렇기에, 한시라도 빨리 던전에 입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머네···.”


이태남이 요동치는 버스 내부를 훑었다.

작은 마을버스 안엔 어르신들이 가득했다.

사정없이 덜컹거리는 내부와 달리 버스 밖 풍경은 너무도 고요했다.

비포장도로를 감싼 산들.

꽤 달린 것 같은데, 창문 너머에선 계속해서 산 풍경이 이어졌다.


“협회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게이트를 잡았냐···.”


이태남이 한숨을 내쉬었다.

헌터 협회가 있는 지역은 경기도 파주.

현재, 그가 가고 있는 레이드 장소는 강원도 산 중턱에 위치했다.

뭐, 전국 게이트를 관리하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덜컹!

쿵!


버스가 이번엔 꽤 크게 덜컹거렸다.

그와 동시에 버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아저씨!”


버스 뒤쪽에 서 있던 젊은 여성이 쓰러진 아저씨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여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저씨를 흔들어 보았다.

그러나, 아저씨는 아무런 대답도, 반응도 없었다.

여자가 파르르 떨며, 아저씨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수, 숨을 안 쉬어요···.”


여자가 작게 읊조렸다.

당황한 듯 말하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마을버스 내 모든 사람의 시선이 여자에게 집중되었다.

여자가 작게 한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기사님! 119 불러주세요!”


이번엔 여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여자의 외침에 멍하니 추이를 살피던 기사가 허둥지둥 핸드폰을 찾았다.


“이분 숨을 안 쉬어요! 혹시, 심폐소생술 할 줄 아는 분 안 계세요?!”


여자의 간절한 외침이 버스 내에 울려 퍼졌다.

자신을 보고 있는 모든 승객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분명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하나 나서는 사람 없이 서로 수군거리기에 바빴다.


“누, 누가 제발 좀···.”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는 전보다 더 간절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주위를 살피는 고갯짓에는 불안함까지 느껴졌다.


“이대로 두다간 이 아저씨 죽어요!”


아저씨의 목을 받치고 있는 여자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두려울 것이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음이.

그런 두려운 상황에서도 여자가 다시 한번 소리 지르려는 찰나.


탁!


이태남이 승객 무리를 비집고, 여자에게 다가갔다.


“아저씨를 눕히세요!”


이태남의 갑작스러운 지시에도 여자는 빠르게 수행했다.


팍!


이태남이 눕혀진 아저씨의 상의 단추를 거칠게 뜯었다.


“심폐소생술 할 줄 아세요···?”


일단 지시를 이행한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한민국 예비역이면, 그 정도는 기본이죠.”


가볍게 웃으며 대답한 이태남이 아저씨의 상체를 주시했다.

머릿속에선 예비군때 배웠던 심폐소생술을 상기했다.


‘가슴에 십(十)자를 그리고, 무게를 실어서, 빠르게 압박.’


조기 퇴소가 걸린 예비군이 된 듯.

이태남이 정석적인 자세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옆에 앉은 여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아저씨의 추이를 살폈다.

어느새 버스 내엔 승객들의 수군거림 소리도 멈추고, 이태남의 움직임 소리만이 맴돌았다.


그렇게 몇십 분을 계속했을까.


삐뽀삐뽀-.


저 멀리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심폐소생술 중이었군요! 이제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앰뷸런스에서 뛰어내린 구급대원 두 명이 빠르게 아저씨의 상태를 살폈다.

구급대원과 교대한 이태남은 한 발짝 물러서 경과를 살폈다.


“초기 대처가 빠르게 진행되어서 다행입니다. 바로, 병원으로 모시고 가면 될 것 같네요.”


구급 대원이 이태남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태남도 답하듯 고개를 꾸벅였다.


“아, 참. 병원까지 동행이 가능하실까요? 병원에서 상황을 설명해 주셔야 하셔서요···.”


아저씨를 앰뷸런스에 실은 구급 대원이 이태남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 지금이요···?”


지금 상황으로 꽤 시간이 지연돼서, 레이드 집결까지 시간이 촉박할 텐데.


“제가 갈게요!”


이태남이 난처해하는 사이, 옆쪽에서 여자의 당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초 발견자도 저니까,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여성이 구급 대원의 안내를 받으며, 앰뷸런스로 향했다.


“바쁜 일 있으신 거 같은데, 얼른 가세요.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여성이 앰뷸런스에 탑승하기 전 이태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망설임 없이 뛰쳐나와서 도와주는 모습. 너무 멋있었어요.”


마지막 말을 전하는 여성의 귓불이 연하게 붉어졌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이태남은 고개를 꾸벅이는 것으로 대화를 끝냈다.


삐용삐용.



* * *



“이태남씨, 웬 땀을 그렇게 흘리세요?”


레이드가 진행되는 산의 입구.

마중 나와 있던 성현진 주임이 도착하자마자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는 이태남에게 물었다.


“아···. 오는 길에 버스에서 무슨 일이 좀 있었습니다.”

“무슨 일···.”


말을 멈춘 성현진 주임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급하게 이었다.


“아니!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태남씨.”

“예?”

“이제 어엿한 헌터가 되었기 때문에, 민간인과의 충돌은 피하시라니까! 진짜 큰일 나요!”


이태남이 자신을 나무라는 성현진 주임을 향해 언짢은 눈빛을 보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온 줄 알고···.

어떻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내가 사고 쳤을거로 생각한 거지.


“그런 거 아닙니다.”


이태남이 헛기침을 두어 번 뱉은 후 말했다.


“좋은 일 하고 왔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일.”


이태남의 단호한 태도에 성현진 주임이 잠시 멍을 때렸다.

사람을 뭐로 보고···.


“이야! 역시 태남씨!”


나무라던 성현진 주임의 말투가 한껏 상기된 말투로 바뀌었다.


“맞아요. 자고로 헌터란 사람을 지키고, 구하는 존재죠! 크으, 이태남씨 헌터로 각성하자마자 사람을 구하다니, 앞으로의 행보가 정말 기대가 되네요! 저도 그럼 이태남씨를 더욱 열심히 보필···.”


사람을 구했다는 게 뭐가 그리 신난 건지, 성현진 주임의 수다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래도 칭찬을 들으니까 좋긴 한데. 칭찬도 너무 들으면···.


“이태남씨 같은 헌터만 있으면, 저도 일할 맛이 날 텐데···.”

“저기 주임님.”

“네?”


자신의 수다에 빠져있던 성현진 주임이 이태남의 부름에 정신을 되찾았다.

이 틈을 놓치면, 다시 수다가 이어지겠지.


“그, 게이트가 원래 이런 산 중턱에서 많이 열리나요···?”


수다 막기용 질문이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벌써, 입구에서부터 산행하기 시작한 게 20분은 족히 넘긴 것 같은데.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 거지.


“아, 그게.”


성현진 주임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을 이었다.


“게이트가 열리는 장소는 사실 한정되어있지 않죠. 이런 산 중턱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도심 한가운데서 일어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공공장소에서 갑자기 생겨난 적도 꽤 있어요.”


이태남이 지옥의 망령을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도, 도심 어딘가에서 생긴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거겠지.


“그 수많은 게이트 중에서 등급이 높고, 수도권에서 발생한 게이트들은 헌터 길드들이 사갑니다. 길드들이 사 가지 않은 남은 게이트들을 협회가 관리하는 거죠. 지방에 있거나, 오늘처럼 산 중턱에 있어, 교통편이 불편한 곳들···.”


성현진 주임이 침음했다.

병, 의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탓에, 지방 지역 사람들은 병원 가기가 힘들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가장 능력이 좋은 헌터들을 보유한 길드들이 수도권 지역 게이트만 간다니.


‘그러다 발견하지 못한 지방 쪽 게이트에서 브레이크 현상이라도 발생하면···.’


이태남이 눈을 질끈 감았다.

브레이크 된 게이트를 통해 뛰쳐나오는 마수들.

그런 마수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시민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인데. 대형 길드들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발생한 게이트를 정밀하게 찾고 있고, 인원을 모아서 빨리 해결하려 하는데, 참 쉽지 않네요.”


성현진 주임이 쓴웃음을 지었다.

함께 기울어진 눈 밑 다크써클이 그의 웃음을 더 씁쓸하게 만들었다.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불러주세요.”

“네?”


애써 웃음 짓는 성현진 주임이 안쓰러웠을까.

이태남은 그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뭐, 이전에 버스비 도움 받은 것도 있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잖아요. F급인 저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편하게 불러주세요.”


이태남이 손으로 전화기를 만들어 흔들어 보였다.

그 제스쳐를 본 성현진 주임이 피식거리며, 입을 열었다.


“핸드폰이나 만들고 불러달라고 해주세요. 태남씨.”

“아!”


성현진 주임의 장난스러운 일침에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옥의 망령을 만나기 전, 스마트폰을 집어 던졌던 기억.

아, 누구랑 연락을 안 하니까, 핸드폰을 까먹고 있었네.


‘이번 레이드 끝나면 공짜폰이라도 하나 사야겠네.’


“자! 도착했습니다!”


앞장서서 걷던 성현진 주임이 이태남을 향해 외쳤다.

성현진 주임의 외침에 이태남이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고개를 들자, 게이트의 파란 불빛이 그의 눈을 밝혔다.

그의 첫 레이드가 시작될 게이트였다.


작가의말

추석 잘 지내고 계신가요.

황금 연휴도 이제 이틀 남았네요...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붉은기린
    작성일
    24.09.17 23:53
    No. 1

    안녕하세요~선호작하고 1화부터 여기까지 추천들 하고 잘 보고 가요~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 사전수
    작성일
    24.09.18 21:00
    No. 2

    첫 댓글도 감사한데, 추천까지ㅜ
    감사합니다. 붉은기린님.
    응원해주신만큼 더 재밌고, 알찬 이야기로 보답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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