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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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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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자격 테스트 (2)

DUMMY

자정의 헤이리 마을엔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오후와 달리, 밤엔 개미 한 마리도 없는 고요한 마을.


터벅, 터벅.


어둠 속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는 모래 밟는 소리.

이태남이 홀로 고요함을 깨며, 걷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자격 테스트야.”


이태남이 방금 봤던 시스템 내용을 혼잣말로 곱씹었다.

능력을 일단 줘놓고, 자격 테스트라니.

게다가, 실패하면 능력 회수?

줬다 뺏는 걸 아주 멋대로 하네.


이태남이 누군지 모를 시스템 주인을 향해 불만을 제기했다.

당연하게도 불만은 접수되지 않았고, 마을은 조용했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갑자기 찾아온 능력과 시스템은 참 유용하지만, 불편했다.

어느 것 하나 거저 주는 게 없으니까.

내 정보 확인부터, 자격 테스트를 통과해야 풀리는 시스템 기능이라니.


이태남이 옆을 힐끔거렸다.

허공에 떠 있는 검은색 창엔 시간이 초 단위로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시간은 어느새 5분이 훌쩍 흘러있었다.


“벌써 5분이나 지났다고?”


시스템은 테스트 안내 후 바로 첫 번째 조각에 대한 힌트를 안내했다.

그리고, 시작된 카운트 다운.

갑자기 던져진 상황에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는 불친절함에 이태남은 급하게 발걸음부터 옮긴 것이다.


“2누야샤도 아니고, 무슨 구슬 조각을 찾으래.”


이태남은 테스트 조건에 헛웃음을 쳤다.

쉬운 듯하지만, 막연한 테스트.

이 넓고, 어두운 곳에서 구슬 조각을 찾으라니.

풍경 탓인지, 테스트 내용 때문인지 눈앞이 캄캄했다.


“어휴, 일단 생각 좀 해보자.”


이태남이 나무 의자에 털썩 앉았다.


“첫 번째 힌트 확인.”


이태남이 빠르게 돌아가는 카운트다운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시계 화면이 몸집을 키워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첫 번째 조각에 대한 힌트』

인간을 안타까이 여겨 불을 훔친 자.

그 죄에 대한 형벌은 약 3만 년이나 이어졌다.



이태남이 눈앞에 떠오른 힌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어떻게 장소에 대한 힌트가 되는 거지?

내용도 무슨 성서나 예언서 같아서,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불을 훔친 자···. 형벌이 3만 년···.”


이태남이 힌트 속 주요 키워드로 추정되는 내용을 곱씹었다.


인간을 안타까이 여겼다.

그럼, 뒤에 나오는 ‘불을 훔친 자’는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건 쉬운데. 문제는 다음부터다.

불을 어떻게 훔쳤을까?

그리고, 불을 훔친 게 얼마나 큰 죄길래 형벌이 3만 년이나 되는 거지.


3만 년.

미국에서도 범죄자한테 저 정도 형은 부여 못 하겠다.

이태남은 살면서 처음으로 3만이라는 숫자에 비현실성을 느꼈다.

음식 배달시키면 볼 수 있던 흔한 숫자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그 비현실성에 이태남이 이마를 긁었다.


“하···. 생각에 꼬리를 잡지 말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이태남이 힌트 창을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이 안타까워서 불을 훔쳤다.”


내가 아는 불(火)이라면, 훔칠 수도, 훔쳐야 할 이유도 없다.

인간이 가장 흔하게 접하고, 이용할 수 있는 물질이 불이니까.

아니면, 인간이 불을 발견하기 전을 이야기하는 걸까?


이태남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상태로 뇌 속 저장장치를 빠르게 뒤져댔다.

학창 시절에 배운 내용 중에 힌트와 연관된 것을 찾는 행동이었다.


처음으로 불을 발견하게 된 인류.

자연적으로 발생한 화재에서 이해하게 된 불의 원리.

이를 활용한 불의 발견과 이용.


이태남은 자신이 아는 과학적, 역사적 지식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이 지식은 힌트를 유추하는 데 썩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 책 좀 많이 읽을걸···.”


한참을 씨름하던 이태남이 한숨을 뱉었다.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했었는데, 막상 이 순간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 하나도 없다니.

‘도서관 다니면서 책 좀 읽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도서관 가면 맨날 보던 게, 단풍 이야기나 그리스 로마신화 같은 만화책뿐이니···.”


이태남은 저장장치에서 어린 시절 읽었던 만화책에 대한 기억을 빼 들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만화책.

단풍 이야기와 그리스 로마신화.

동네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항상 대여 중일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이런 품귀 현상은 사람들의 간절함과 집착을 이끌어 오는 법.

결국, 책을 보유한 학생이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대여해주는 현상까지 벌어졌었다.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부족했던 시절.

이태남은 ‘도서관 존버’라는 방법을 택했었다.


“하···. 공부나 하지, 왜 만화책에 목숨을 걸어가지고···.”


이태남이 과거 자신을 향해 질책을 날렸다.

존버 끝에 힘들게 입수한 만화책을 읽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집착 끝에 읽었던 책이어서 그런 걸까.

당시 만화책 내용은 성인이 된 지금도 머릿속에 깊게 새겨져 있었다.


거대한 목마에 숨어들어 전쟁에 승리했던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남용했던 제우스의 여성 편력 이야기.

헤라클레스의 12가지 위업 이야기 등.


“아, 또 쓸데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있네. 지금 도움도 안 되는···.”


이태남이 필름처럼 이어지는 만화책 내용을 끊으려던 찰나.

이어지는 필름 속 한 장면에 말을 멈추었다.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죄인.

인간 입장에선 영웅 같은 존재였지만, 신들에겐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죄인 프로메테우스.

제우스는 그 죄를 물어 코카서스 산속 바위에 묶이는 형벌을 내렸다.


“인간을 안타까이 여겨 불을 훔친 자, 프로메테우스···.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약 3만 년이나 이어졌다···.”


실제 형벌이 3만 년이나 이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힌트 내용과 그리스 로마신화 속 내용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았다.


‘이거다.’


이태남의 머릿속에 기분 좋은 단어가 떠올랐다.

드디어 힌트에 대한 유추가 끝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이태남의 입가에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였네. 힌트에 대한 정답은 프로메테우스에게 내려진 형벌에 대한 내용이었어.”


이태남이 힌트 창을 향해 시선을 흘렸다.

창의 맨 아래에는 카운트 다운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남은 시간 : 02:41:30



벌써 20분이 지나갔어.

남은 4개까지 찾으려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첫 번째 힌트에 대한 답을 찾았으니, 이걸 토대로 조각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해.


“코카서스 산에 있는 큰 바위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묶여있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매일 독수리들이 날아와, 그의 간을 쪼아 먹었다.”


다시 생각해도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형벌이다.

그래서, 신을 할 수 있는 건가.

제우스는 어렸을 때도 별로였는데, 지금도 별로네.

이태남이 자신의 머릿속 금발의 제우스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첫 문장부터 차근차근. 형벌이 이루어진 장소, 코카서스 산에 있는 큰 바위···.”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이태남이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주변 풍경을 빠르게 훑어댔다.


“큰 바위···.”


헤이리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어디로 고개를 돌리든 산이 보일 정도.

이태남은 마을을 둘러싼 많은 산을 두리번거렸다.


“큰 바위가 있는 산을 찾아야 해.”


이태남이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발걸음 속도를 점점 높여갔고, 동시에 고갯짓도 빨라져 갔다.

그렇게 한참을 두리번거리자.


“찾았다!”


빠르게 회전하던 이태남의 고개가 한곳에 머물렀다.

어둠을 머금은 높은 산봉우리.

그 아래를 타고 시선을 내리니, 나무를 깎은 듯 매끈한 표면이 시야에 밟혔다.


타다닥!


목표물을 포착하자 이태남이 빠르게 달음박질쳤다.


지체할 시간 따윈 없다.

힌트를 유추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을 썼어.

허벅지가 터지더라도 빠르게 뛰어 올라간다.


이태남이 순식간에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돌파했다.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나 있었지만, 경사가 꽤 험준했다.

평소의 이태남이었다면, 벌써 허벅다리를 부여잡았을 테다.

하지만, 이태남은 허벅지를 비롯한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레벨이 고작 2 올랐을 뿐인데, 전보다 이렇게나 좋아지다니.”


이태남은 달라진 자기 신체에 놀라움을 느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던 사람이라면 콧방귀를 뀌었겠지만.

운동이랑은 담을 쌓고 살아온 이태남에게 이 정도는 완전히 다른 신체를 부여받은 느낌이었다.


타다닥!


이태남이 기세를 몰아 더 빠르게 발을 굴렀다.

멀게만 느껴지던 바위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헉, 헉.”


그렇게 10여 분 정도를 내달렸을까.

이태남이 목표하던 바위 앞에 당도했다.

이태남은 거친 숨을 고르며, 바위를 응시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컸는데, 가까이서 보니 상상 이상이네.”


보는 이를 압도하는 크기.

풍파로 인해 거칠게 깎여나간 표면에선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문득, 저 바위에 3만 년이나 묶일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았다.


“하···. 제우스는 진짜···.”


이태남이 부르르 몸을 떤 후, 바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구슬 조각은 어디 있는 거지?”


이태남이 손으로 바위 표면을 쓸며, 주변을 맴돌았다.

바위는 다행히 절벽이 아닌 지면에 있었기에, 주변을 도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눈과 손으로 바위를 쓸어대며, 5바퀴 정도 돈 결과.


“망할 조각이 어디 있다는 거지?”


이태남이 바위를 향해 허망한 눈빛을 보냈다.

힌트 내용 대로면, 바위에 조각이 있어야 할 텐데?

이 바위가 아닌가?

근데, 주변 산에서 큰 바위는 이거밖에 없었는데?


“설마, 나도 형벌처럼 바위에 묶여야 하는 건 아니겠지···?”


이태남이 고개를 돌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봤다.

어둠에 잠식된 마을과 산.

절경이라 불릴 수 있는 자연 풍경이었다.

하지만, 바위에 묶인 채로 본다면 절망처럼 느껴질 풍경이다.


“바위에 묶이는 건 진짜 싫은데···.”


이태남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장소는 여기가 맞을 텐데.

조각은 어떻게 찾아야 하지?

찾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걸까?

혹시 어디 숨겨져 있는 거라면, 뭐 불빛이라도 있어야 찾아볼 텐데···.


이태남은 자신이 부숴버린 스마트폰을 떠올렸다.

평소엔 잘 쓰지도 않던 스마트폰 속 플래시 기능이 간절했다.


“잠깐만? 플래시 기능이면 나도 있잖아?”


이태남이 무언가에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빛의 정화.”


이태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손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레벨이 오른 덕인지, 미약하지만, 빛의 세기가 전보다 더 밝아진 듯했다.


“어?!”


이태남의 시선이 빛을 머금은 바위의 표면에 꽂혔다.

이태남은 시선을 고정한 채, 바위를 향해 다가갔다.


“이거···. 불꽃 문양 같은데···?”


이태남이 손으로 바위 표면을 만지작거렸다.

평평한 표면 중 작은 구멍이 파여 있었는데, 구멍의 모양이 불꽃처럼 생겼다.


이태남이 천천히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차갑고, 거친 느낌이 손가락을 감쌌다.

그 상태로 한 마디 정도를 집어넣으니, 손가락 끝에 매끈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태남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번엔 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간신히 욱여넣은 손가락 집게로 매끈한 무언가를 잡아 빼냈다.


“이, 이게···.”


이태남은 빼낸 무언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손바닥 위에 놓인 무언가는 마름모 모양이었으며, 곱게 깎여져 있었다.

마치 보석 같은 그것의 안에선 붉은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차, 찾았···.”



[첫 번째 조각을 발견하였습니다.]



이태남이 조각을 찾았다는 확언을 뱉기 전, 시스템이 먼저 확답해 주었다.



[두 번째 조각 찾기가 시작됩니다.]

[힌트를 확인하여, 두 번째 조각을 찾아내십시오.]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는구나.



『두 번째 조각에 대한 힌트』

바다에서 먼 대지라고 안심하지 마라.

그의 힘은 한낱 작은 연못에서도 발휘될 수 있으니.


남은 시간 : 0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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