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사전수
작품등록일 :
2024.06.30 22:26
최근연재일 :
2024.09.19 18:3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66
추천수 :
23
글자수 :
92,598

작성
24.08.29 18:30
조회
23
추천
1
글자
11쪽

11화. 자격 테스트 (6)

DUMMY


[네 번째 조각에 대한 힌트]

에테르.

그가 관장하는 곳은 신들의 공간이자, 영원불멸하고 깨끗한 공간이다.

그곳은 태초의 공간이며, 광명체들이 머물렀던 하늘 위 하늘이다.


남은 시간 : 00:57:52



이태남이 대(大)자로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정확히는 하늘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을 보고 있었다.


“한 시간도 안 남았네···.”


시스템 창 속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태평하게 누워있을 시간 따윈 없다는 듯.

이태남의 눈앞에서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읏차차.”


이태남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온몸을 쑤시는 고통이 느껴졌다.


“하···. 이제 두 개 남았는데···. 남은 두 조각도 이런 식은 아니겠지?”


이태남이 주머니에서 조각을 빼냈다.

주머니에서 나온 세 조각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각기 다른 빛을 내고 있었다.

푸른 빛, 붉은빛. 마지막은 짙은 갈색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물, 불, 땅인가···.”


조각들의 힌트가 속성들과 연관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불 속성. 두 번째는 물 속성. 세 번째는 땅 속성.


“다섯 속성 중 이 셋을 제외한 남은 속성은···.”


이태남이 힌트 창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에테르, 신들의 공간, 영원불멸, 태초의 공간.”


키워드만 보면, 무슨 뜻인지 유추하기 힘들지만. 현재까지 상황에 대입해 보면 분명 어떤 속성과 연관된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남은 두 속성 중 가장 연관성이 높은 것은 아무래도.


“광명체들···.”


빛 속성이려나.

단순하게 생각해서, 광명체들이 어둠 속성 공간에 머무를 리가 있을까?

그리스 로마신화 애독자로써 그럴 리가 없다.


이태남이 확신의 고갯짓을 보였다.


“자, 그러면 이제 장소만 추리해 내면 되겠군.”


이태남이 조각들을 주머니에 다시 찔러넣었다.


“신들의 공간, 깨끗한 공간, 영원불멸한 공간, 태초의 공간.”


이전까지 힌트들과는 다르게 공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제일 많다.

무려 4번이나 언급해 주다니.

하지만, 4번의 언급 모두 특정 장소를 떠올리기 힘든 표현들이다.

이런 산속 마을에서 저런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유추할 수 있는 표현은···.”


하늘 위 하늘.

이 표현도 사실 장소를 찾아내기엔 부적합한 표현이다.

그래도 앞선 네 가지 표현들에 비해선 현실적인 장소가 유추할 수 있는 편이다.


하늘 위 하늘이란.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 표현이기에.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찾으면 될 테다.


이태남이 주변 경관을 두리번거렸다.

바삐 돌아가는 그의 화각에 처음 올랐던 바위산이 잡혔다.

꽤 눈에 띄지만, 내가 찾는 제일 높은 곳은 아니다.

이태남의 눈길이 바위산을 빠르게 지나쳤다.


“저기다!”


쉼 없이 돌아가던 이태남의 시선이 한 군데 꽂혔다.

하늘을 찌를 듯이 길게 뻗은 산.

어두운 구름에 걸친 산봉우리가 장관을 이뤄내는 곳.

이목을 집중시키는 장관에 이태남이 홀린 듯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 * *



타다닥.


고요한 협회 사무실을 깨는 키보드 소리.

아무도 없는 협회 건물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은 감시과였다.


“으그그그극!”


성현진 주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좀 쑤신 허리를 풀기 위해, 의자에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뒤편에선 업무에 집중인 김지훈 팀장의 모습이 보였다.


‘팀장님은 이태남씨와 이 헌터 협회를 어떻게 생각 중이신 걸까?’


성현진 주임이 옥상에서 들었던 김지훈 팀장의 말을 상기했다.


-“헌터를 지키고 싶다. 그 마음 변치 말아 주세요. 제가 성현진 주임님을 더 믿을 수 있게.”


협회장님께 내용을 숨기고, 보고하는 모습.

옥상에서 나에게 했던 말.

팀장님은 협회에서 믿고 있는 사람이 없는 걸까.

협회의 총책임자인 협회장님마저?


이태남이 김지훈 팀장을 흘깃거렸다.

평소에 말도 많이 안 하는 사람이다 보니,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일 있습니까?”


김지훈 팀장이 성현진 주임에게 넌지시 물었다.

파티션 너머에서 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성현진 주임이 제법 신경이 쓰인 탓이었다.


“아, 아닙니다.”


김지훈 팀장의 물음에 성현진 주임이 황급히 얼버무렸다.

그 정도 얼버무림에도 충분한지, 김지훈 팀장이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김지훈 팀장의 관심이 꺼지자, 성현진 주임이 자기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리곤, 무언가 결심한 듯 김지훈 팀장을 향해 다가갔다.


“흠, 흠. 티, 팀장님.”


김지훈 팀장 옆에 선 성현진 주임이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아까 물었던 질문인데요···.”


성현진 주임이 조심스레 김지훈 팀장의 반응을 살폈다.

김지훈 팀장은 말없이 그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협회장님께 왜 보고 내용을 감추신 건지···.”


김지훈 팀장의 흠칫거림이 보였다.

당황? 이라기엔 무언가 까먹었던 걸 기억한 느낌이었다.


“아, 그거···.”


김지훈 팀장이 말끝을 흐리자, 성현진 주임이 침을 꼴깍 삼켰다.


“나중에 알려줄게요. 아니다,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될 거예요.”


김지훈 팀장의 동문서답에 성현진 주임이 갈고리를 띄웠다.

하지만, 김지훈 팀장은 말을 마친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협회 근처를 둘러싼 높은 산들이 어둠에 잠식된 풍경이었다.



* * *



남은 시간 : 00:43:35



“헉, 헉.”


이태남이 무릎을 짚고, 거친 숨을 헐떡였다.

허벅지 근육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러댄다.

예기치 못한 전투 후 회복 시간도 없이 바로 산을 뛰어 올라왔으니.

아무리 레벨업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그의 근육은 한계치에 도달했을 것이다.


“여기서도 누구랑 싸워야 한다면···.”


이태남이 불안한 눈초리로 주변을 훑었다.

어둠에 잠식된 산 정상의 풍경은 풍경이라 말할 수가 없었다.

당장 눈앞에 물체도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

아까처럼 갑자기 창이 날아들면,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주변을 훑는 이태남의 눈초리가 한껏 예민해졌다.


“조각이 숨겨진 장소는 어디지. 이번에도 바위나 이런 곳에 숨겼나?”


시야가 어둠에 익숙해지자, 주변 경관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실루엣이었지만, 나무, 돌덩이 등. 흔한 산속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악!”

“뭐야!”


갑자기 들려온 비명에 이태남이 놀라 뒷걸음질 쳤다.

고막을 찢는 여성의 비명.

자세를 낮춘 이태남이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후두둑.


이번에 이태남의 귀에 꽂힌 건 흙과 돌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이태남의 발뒤꿈치에 공허함이 느껴졌다.


“설마···.”


이태남이 자기 발뒤꿈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의 발끝에서 부서진 돌멩이가 한참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발을 헛디뎠어도, 저 돌멩이랑 함께 떨어지고 있었겠지.

식은땀이 이태남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땀을 흘러내린 경로에 찬 바람이 불어 등골이 오싹해졌다.


“일단, 불을 켜서 주변에 위험한 게 있는지 확인부터 해봐야겠어.”


이태남이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빛의 정···.”

“아아아!”

“화아악!”


때마침 들려온 비명에 이태남도 덩달아 비명을 질렀다.

이태남의 절규 섞인 스킬 시전이 통했는지, 하늘에 빛이 번쩍였다.

빛이 번쩍이자 주변 경관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주변을 살피던 이태남의 시선이 무엇에 꽂혔다.

맞은편에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무언가.

그 무언가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러대던 게 저놈이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고, 고라니가···.”


토실토실한 갈색 고라니가 이태남을 향해 눈을 말똥거렸다.

난데없이 벌어진 고라니와의 대치 상황.

이태남이 자세를 낮추고, 침을 꿀꺽 삼켰다.


“지, 진정하고. 착하지?”


이태남이 고라니에게 침착하게 교섭을 시도했다.

이에 응하듯 고라니가 슬며시 이빨을 드러냈다.


“어? 아니야 그거. 이빨 집어넣어. 착하지?”


서늘한 바람이 이태남의 등 뒤를 감쌌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바로 절벽이다.

시간도 없는데, 쟤는 왜 저러는 거야.

원래 고라니가 사람한테 달려드는 동물이던가?


이빨을 드러내던 고라니가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발을 구르면서도 시선은 이태남에게 꽂혀있었다.


“어? 야, 안돼! 그러지 마!”


이태남이 허리를 숙여, 자세를 한껏 낮췄다.

여차하면 옆으로 구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서로 타이밍을 노리던 그때.


촤악!


이태남의 뒤통수에서 밝고, 환한 빛이 느껴졌다.

직접 보지 않아도 그 밝기가 가늠될 정도로 밝고, 따스했다.

정면에서 봤다면 실명이 될 정도.


“아악!”


이태남의 느낌이 들어맞았는지, 빛을 정면으로 마주한 고라니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하···. 이게 뭔 살 떨리는 경험이냐···.”


이태남이 멀어지는 고라니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태남의 등을 휘감던 따스한 빛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무슨 빛이···.”


이태남이 자신을 구해준 빛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어떻게 비추어진 빛일까?

이런 동네 뒷산에서 구조 탄을 쏠 리도 없고.

호기심에 뒤를 돌았던 이태남이 빛의 정체를 보자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이게 뭐···.”


생각지 못했던 풍경에 이태남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이태남이 발을 딛고 있던 절벽 끝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깔려있었다.

계단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을 뽐냈고, 하늘을 향해 길게 뻗어있었다.

계단의 끝은 구름 속에 가려져 있었기에, 그 끝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이태남이 계단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절벽 밑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계단은 계단의 형태만 갖추고 있었다.

발을 데면 그대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이태남은 조심스레 손을 가져다 댔다.


턱.


무겁고, 단단한 감촉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계단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이태남의 손바닥을 감쌌다.

손바닥을 통해 심장까지 타고 올라온 따스함.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윽.”


곧바로 느껴지는 중압감이 이태남의 심장을 옥죄어왔다.

중압감은 이태남이 손을 올린 계단의 끝. 하늘 위로 솟은 계단의 목적지이자 시작점에서부터 전해졌다.


“광명체들이 머무르는 하늘 위 하늘···.”


이태남이 계단 끝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보는 것만으로 이태남은 전신이 압박당하는 느낌이었다.

함부로 발을 들여선 안 되는 곳. 하지만, 가야만 하는 곳이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어.”


이태남이 무릎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이 테스트에 실패해서 능력을 회수당하고, 죽느냐. 저기 올라가서 죽느냐. 어차피 죽을 목숨.”


이태남이 계단과 마주 섰다.

발을 디뎠을 때 갑자기 계단이 사라질 수도 있다.

혹은 계단 위에 어마어마한 존재들이 있어서 공격받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삶의 끝에서 얻게 된 새로운 삶에 대한 기회.

그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팔이한테 복수해야지.”


이태남이 짧게 숨을 뱉은 후 발을 내밀었다.



남은 시간 : 00:38:42


작가의말

높이높이 올라갑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금주 휴재 공지 24.09.11 9 0 -
공지 「능력 좀 빌리겠습니다.」는 매주 화,수,목 퇴근을 함께 하겠습니다. 24.07.01 12 0 -
공지 안녕하세요, 작가 사전수입니다. 24.06.30 23 0 -
18 18화. F급 헌터? (3) NEW 8시간 전 6 0 11쪽
17 17화. F급 헌터? (2) 24.09.18 15 0 12쪽
16 16화. F급 헌터? (1) +2 24.09.17 18 1 11쪽
15 15화. 일일 퀘스트 (2) 24.09.10 25 1 13쪽
14 14화. 일일 퀘스트 (1) 24.09.05 22 1 12쪽
13 13화. 자격 테스트 (8) 24.09.04 24 1 12쪽
12 12화. 자격 테스트 (7) 24.09.03 25 1 14쪽
» 11화. 자격 테스트 (6) 24.08.29 24 1 11쪽
10 10화. 자격 테스트 (5) 24.08.28 23 1 13쪽
9 9화. 자격 테스트 (4) 24.08.27 25 1 12쪽
8 8화. 자격 테스트 (3) 24.08.22 31 1 14쪽
7 7화. 자격 테스트 (2) 24.08.21 28 1 12쪽
6 6화. 자격 테스트 (1) 24.08.20 32 2 12쪽
5 5화. 빌리는 것도 능력 (4) 24.07.05 36 2 12쪽
4 4화. 빌리는 것도 능력 (3) +2 24.07.04 41 2 14쪽
3 3화. 빌리는 것도 능력 (2) 24.07.03 46 2 12쪽
2 2화. 빌리는 것도 능력 (1) 24.07.02 51 2 12쪽
1 1화. 당신의 능력 좀 빌리겠습니다. 24.07.01 83 3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