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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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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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광해였다 – 8

DUMMY

류성룡의 놀란 표정도 아랑곳하지 않은 광해, 계속해서 큰 그림을 쏟아낸다.


“다행히 얼마 전에 출발한 이 순변사도 삼년산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축조된 상주의 견훤산성에서 왜군을 맞이할 것이오.”

“저하, 다 괜찮은데, 언급하신 성들이 너무 작사옵니다.”

“알고 있소. 작아야, 적을 막을 수 있소.”

“그렇긴 하오나, 적이 그 성을 굳이 점령하려 하겠사옵니까?”

“무조건이오. 그 누가 뒤통수에 적을 남겨두고 전진할 수 있겠소? 더구나 적들은 단순한 침탈이 아닌, 점령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병참과 거점도 필요하오.”


정말 막힘이 없다. 마치 전쟁을 수십 번 경험한 책사처럼 말이다.


“아무튼, 양쪽성에서만이라도 적을 지연한다면, 나머지 한 곳, 즉, 문경에서는 나와 신립 장군이 막아볼 수 있을 것 같소.”

“네? 아니 그게 무슨······?”

“좌상, 설마 이 순변사만 보낼 생각이었소? 아니지 않소?”


광해는 또 한 번 통찰력을 보여준다. 아니, 너무 쉬운 예측이었을까? 류성룡 또한 장계를 살펴보고, 회의도 해봤다. 대충 적의 병력을 헤아려 봤을 때, 적어도 수만은 넘으리라고 가정했다.

반면, 조선은 어떠한가. 올해 병조에서 파악한 숫자가 총 10만여 명. 그러나 전국 팔도에 흩어져 있고, 정예는 여진과 접경한 북방에 배치되었다.

고로, 이일만으로는 절대 적을 막을 수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현재 한성부 판윤으로 있는 신립에게 출정 준비를 귀띔한 상태.

광해가 거기까지 파악하자, 류성룡이 서서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신립 장군까지는 보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해서, 나와 그가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오.”


이번에는 류성룡이 인상을 굳혔다.


“저하, 어찌 그런 말씀을······? 저하의 옥체는 이제 저하만의 것이 아니옵니다. 그걸 아시고, 신중히 말씀해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미안하지만,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오.”

“음, 저하, 설마 신립 장군이 미덥지 않으십니까? 그는 조선에서 제일가는 용맹한 장수입니다.”

“그걸 내가 왜 모르겠소. 하나, 여진족과 왜구는 다르오. 기병 대 기병은 더 용맹한 쪽이 잘 싸울 수는 있어도, 조총병한테는 필패가 아닐 수 없소. 더군다나 왜적은 좌상과 병조에서 헤아린 숫자보다 몇 배나 더 많소.”

“그, 그런······.”

“잘 생각해 보시오. 적은 하루 만에도 두 성을 함락시킬 수 있는 전력이오. 과연 신립 장군한테 똑같이 해보라면, 가능할 것 같소?”


역지사지가 되기는 참 어렵다. 그랬기에 광해가 예를 바꿔서 드는 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대답도 너무나 간단하다. 절대 불가능하다. 아무리 오합지졸이 지키고 있더라도, 두 개의 성을 함락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병력의 숫자에 비밀이 있다는 뜻.


“현재 왜적은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 이상이라고 판단해야 하오. 하여, 용장 신립도 서둘러 보내야 하되, 그를 제어할 사람이 꼭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좌상께서는 부디 내 뜻을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오.”


류성룡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간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점점 세자의 말에 설득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 된다. 절대 안 될 말이지!’


반면, 광해의 표정에는 결의가 깃들었다.

세상은 계획대로 안 되는 법. 현재 시나리오대로 일본의 세 곳 진격로를 다 막는다는 확신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간신히 모은 조선의 정병을 사지로 밀어 넣는 것만은 피해야지.’


지금으로서는 신립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광해 자신을 제외하고······.


* * *


한편, 전날 출발한 이일의 병력은 드디어 충주에 다다랐다. 역참에서 새로운 말을 갈아타면서 왔기에, 예상보다 빠르게 여기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일의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


역참에 모인 정보를 들으면 들을수록 암담했다.

최소한 적의 숫자는 6만 이상이다. 한데, 그의 휘하에 따르는 수십 군관을 제외하고 대략 오십이었으니.


‘그것도 죄다 유생들이다.’


그나마 그들을 데려온 사람이 바로 김류였다.

사실 이일은 그가 불편했다. 류성룡이 종사관으로 밀어 넣어서 받긴 했으나, 오는 동안 번번이 자기 말에 토를 달았다.


- 장군, 지금은 진군 속도가 우선입니다. 빨리 상주에 도달하여, 병력을 훈련하는 게 나을 듯하옵니다.


이 말은 수원, 그리고 죽산 등에서 들었다. 이일이 병력을 모으기 위해서 잠시 지체했던 건데.

충주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 군사를 인계받기 위해 관으로 향하기 전에도, 김류는 그를 막아섰다.


“장군······.”

“이보게, 종사관 나으리. 아무리 속도가 우선이라고 해도, 병력이 너무 없네. 이렇게 가다가는 수만을 백으로 막아야 할 것이야.”


못 참겠다는 듯, 이일이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김여물을 바라보았다. 눈으로는 제발 자식 간수 좀 잘하라고 꾸짖으면서 말이다.

그제야, 김여물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을 말리기 시작했다.


“녀석아, 그만하거라. 장군 말씀이 옳으시다.”

“하지만 장군께서 지금 충주 관청에 가셔봤자, 헛걸음하실 게 뻔해서······.”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아, 아닙니다.”


김류가 재빨리 뱉은 말을 주워 담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탄식하길.


‘역시 사람은 당해봐야 안다.’


아마 관에는 이미 병력이 없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충주 목사 역시 내뺐을 게 확실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 역참이 모았던 정보를 그라고 몰랐을 리가 없다.

역시나,


“이런······.”

“장군, 어찌 빈손으로 오시오?”

“관청이 텅텅 비었소이다.”

“그, 그게 정말이오?”

“그렇소이다. 아무래도 충주 목사가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난 것 같소이다.”

“어찌, 그런 일이······.”


이일과 김여물의 표정에 낭패가 그려졌다. 반면, 김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묵묵히 출발 준비에 들어갔다.


‘제가 현실에서 읽은 기록이 여럿 되어서요.’


임진왜란 초반, 도망친 읍성의 목사들이 꽤 많았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 군세는 적어도 10만 이상이다. 북상하는 적의 진격 속도도 놀랍다.

그것과 비례해서 조선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병력에 대응도 늦었으니.


‘생존 본능이 더 앞설 수밖에 없지.’


이해하되, 용납해서는 안 된다. 언젠가 분명히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다만 지금은?

그럴 겨를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이일이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랐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가는 길에 군사를 인계받으려고 하는 노력은 이번 한 번만 하길 바란다. 어차피 절반쯤은 더 큰 읍성으로 이동했을 것이고, 나머지 절반쯤은 이곳처럼 흩어졌을 테다.

무엇보다도,


“서둘러야 할 거 같습니다.”


말에 올라타, 시선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김류.

검은 먹구름이 잔뜩 꼈다. 즉,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젠장.’


비가 오면, 가는 길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말을 타고 가도 말이다.

고로, 늦게 당도할수록, 훈련 시작도 늦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김류에게는 욕심이 있었다.

짧은 기간 숙련도를 높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기본을 갖추게 하고 싶었던.


‘어쩔 수 없지.’


머릿속에서 설계한 계획과 실제 상황은 다르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은 늘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 변수에 계획이 연이어 틀어지다 보면, 처음에 목표했던 것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랬기에 김류는 매일 기발을 한양으로 보냈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다. 어서 이 서찰을 들고 비변사에 가져가도록.”


아마 서찰을 계속 보내다 보면, 광해의 말발도 더 먹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김류가 보낸 서찰들이 차례차례 류성룡의 손에 들리게 되면서 조정은 더 큰 위기감에 휩싸이게 된다.


* * *


“전하, 순변사 이일이······, 가는 길에 병력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상주로 향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류성룡의 음성이 떨렸다. 그의 보고를 들은 임금의 반응. 혹시나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어질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많은 지방관이 줄행랑을 치고, 군사 역시 흩어졌다고 합니다.”


이 부근에서 임금은 크게 화를 냈다.


“당장 그자들을 수배하여 잡아 들이시오! 그리고 가산을 몰수하고 삼족을 멸하시오!”


전란 중이다. 임금의 지엄함은 즉각적으로 통할 수가 없다.

교지를 적으라는 명령으로 인해, 일부 대신이 손을 벌벌 떨며 붓을 들고는 있지만.


‘이게 과연 가능할까?’


속으로는 의심이 싹텄다.

일부 신료들은 가족을 피란시켜야 한다는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어찌 된 게, 그들의 생각이 임금에게 옮겨진 모양이다.


“슬슬 천도를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소.”

“······!”


드디어 피란을 입에 올린 임금. 그 즉시 대부분 신료가 털썩 엎드렸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종묘와 원릉이 모두 한양에 계시는데, 어디로 가시겠다는 말씀이옵니까?”

“전하, 도성을 지키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뜻밖에, 반대가 거세다. 임금은 그만 짜증이 일었다.

솔직히 도성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누가 더 잘 알겠는가.

하지만 그사이 올라오는 장계를 듣자니, 적의 진군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더구나 적과 싸워야 할 지방관과 병사들이 모두 도망치고 있었으니.


“열흘이요. 열흘이면, 왜적은 한양까지 들어올 수 있소. 경들은 설마 과인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는 걸 보고 싶은 거요?”

“전하!”

“듣기 싫소! 차라리 나더러 직접 창검을 들고 전장에 나가라고 하시오! 나라를 지키는 일에 본을 보이라고 하시오! 아니, 말이 나온 김에, 그래야겠소! 적을 맞이하여, 싸울 자가 하나도 없으니, 과인이라도 당장 가야겠소!”


임금의 목소리에 울분이 섞였다. 그렇지만 신하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진심도 아니라는 걸 모르는 이는 단 하나도 없거니와, 기 싸움에서 진다면 진짜 파천을 명할 임금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에 몇몇은 목을 놓아 통곡까지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임금은 오히려 불충한 신하라고 탓했다.

그때 편전 밖에서, 세자가 들어오길 청했고.


“휴, 들라 해라.”


임금은 자기 말이라면, 단 한 번도 거역하지 않은 광해를 앞세우기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데, 정작 광해는 편전에 들어오자마자, 털썩 엎드려 황당한 청을 올렸다.


“전하! 소자를 신립 장군과 함께 전장으로 보내주시옵소서!”


좀 전까지 자기를 전장으로 보내라고 떼를 쓰던 임금이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잘못 들은 건가? 잠시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걸 고개를 들어 올린 광해의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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