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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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제갈량 - 1

DUMMY

김류.

조선 제국의 기틀을 세운 이상적인 신하의 대명사.

1, 2차 조일 전쟁, 명·청 대전에서는 군사(軍師)로, 평시에는 명재상으로 활약했다.

경세치용(經世致用)과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절묘하게 섞은 대학자이기도 했다.

또한, 그 이론을 바탕으로 치국(治國)에 성공한 뛰어난 정치가였다.

꼿꼿하고 청렴결백한 성격이었다.

나라에 보탬이 된 자는 비록 원수라도 반드시 상을 주었다. 반면, 법을 어기고 태만한 자는 비록 친한 자라도 반드시 벌을 주었다.

흠덕제(欽德帝)도 그를 무척 신뢰했다. 해서, 일찌감치 종신 정승을 맡기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특히, 조선 제국이 해상을 장악하고 신항로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으니······ <후략>


- 조선 제국 위인 열람, 김류 편 중에서


* * *


“불가하다!”


불과 이틀 전에 책봉한 세자다. 국본을 사지로 보내는 임금이 어디 있겠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광해의 출정에는 그 어떤 이유와 명분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혼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전하! 적이 이 땅에 상륙한 후, 그야말로 파죽지세! 너무나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나이다! 이는 그들의 준비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증거이옵니다! 진격 속도로 봤을 때, 열흘 안에 한양 인근까지 못 온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이까?”

“바로 그 이유로 세자가 가면 아니 된다! 자칫, 몸이 상할 수도 있음이야!”

“왕실에서 그걸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그렇게 해야, 지금도 전장에서 이탈하는 지방관과 병력에 본을 보일 수 있사옵니다! 이는 사기 문제와 직결된다고 생각하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세자가 최전선에 나간다는 전제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옳은 말이었다. 그렇다고 임금이 허락할 리가 없었기에, 또 한 번 ‘불가’를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광해는 물러서지 않았다.

임금이 나갈 때까지 엎드린 채, 계속 같은 말을 외쳤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이연이 완전히 나가자, 이번에는 신료들이 광해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저하! 어찌 이러십니까? 옥체를 보중하시옵소서!”

“전장에 나가시다니요? 아니 될 말씀입니다!”


말리고는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에는 여러 감정이 깃들었다.


‘최소한 지금의 전란에서는 임금보다 세자의 각오가 더 도움이 될 거 같구나.’

‘조정이 세자를 중심으로 뭉친다면, 전란을 극복할 수 있을지 몰라.’


다른 한편으로는 광해가 지금 보여준 의기에 놀라고 있었다.

원래, 광해는 순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면서도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그런데 오늘 광해가 보여준 언행은 의외였다. 분명, 그들이 아는 예전의 광해가 아니었다.

당연히 잠시 후, 빈청에서는 광해를 재평가하는 신료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였나요? 세자 저하께서는 책봉되자마자, 다른 사람이 되신 것 같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비단,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 것 말고도, 주상께 뜻을 굽히지 않은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해서, 저는 저하께서 신립 장군과 함께 가셔도 괜찮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허, 대감. 그게 무슨 말씀이오? 국본의 옥체에 생채기라도 나면, 조정이 흔들리오!”

“그렇소이다! 저하께서는 지옥 같은 전장을 겪어보지 못하셔서 그렇게 쉽게 말씀하신 거요. 내, 장담하건대, 하루도 버티실 수 없을 거요.”


마지막에 가장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당연히 신립이었다.


‘나한테 귀찮은 혹을 달고 가란 말이냐?’


그렇지만 그를 대신해서 한성부 판윤에 내정된 권율이 다시 반박하고 나섰다.


“꼭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닙니다. 저 또한 저하의 말씀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궐 밖에 민심이 장난 아닙니다. 일부 사민은 피란을 준비하고 있고, 실제로 밤이면 밧줄을 타고 성을 빠져나가는 몇몇도 있사옵니다.”


권율의 말은 사실이었다. 왜적이 북상한다는 소문은 이미 한양에 쫙 퍼졌다. 조정에서 더 숨기고, 더 입을 조심해도 소용없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비렁뱅이의 귀까지 들어갔다.

오히려 입을 더 단속하자, 없는 말까지 나온다. 이미 경상도가 다 점령되었다고. 왜적들이 충청도 일부까지 쳐들어왔다고.

이런 술렁임에 결국 신립이 도성의 사대문을 닫았다. 그러나 밤을 틈타 빠져나가는 백성도 발각될 정도였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것을 파악한 권율이 다시 한번 주장한다.


“병사들의 사기도 마찬가지로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저하께서 출정하신다면, 사기 진작은 명약관화합니다. 당연히 도망하는 지방관과 병력도 쉽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어허, 아무리 그래도······.”

“네, 그건 아닙니다.”


원래도 권율은 거침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임금한테도 주저 없이 곧은 말만 했다. 그러다가 파직되어 이제야 다시 복귀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자기 뜻을 굽힐 리가 있겠는가.


“아까 보셨듯이, 금상께서는 파천까지 입에 담으셨습니다. 비록, 나중에 흐지부지되었으나, 과연 또 말씀하지 않으실까요? 아니, 그보다 벌써 준비하고 계실 겁니다.”

“그거야······.”

“설마······.”


일부는 권율이 도승지 이항복의 장인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임금이 진짜 피란을 준비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슬슬 피어올랐다.

그런 이들의 귀에 권율이 다시 한번 말한다.


“피란이란 아무리 은밀하게 해도, 아랫것들이 준비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쉬쉬한다고, 백성들 사이에서 퍼지지 않을 수 없고요. 그런데 여기서 만약 세자 저하께서 출정하신다면요? 그나마 술렁이던 민심이 가라앉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드디어 신립이 따지고 들었다.


“어허, 대감은 정녕 전쟁을 모르시는군요. 어찌······.”

“전쟁은 몰라도, 병법서는 많이 읽었소이다. 하여, 천시보다 지리가, 지리보다는 인화가 최고라는 건 잘 아오. 지금은 민심이 우선이오. 그래야 병력을 더 충원할 수 있고, 그런 다음에 험지에 의존해서 적과 싸워볼 거 아니오?”

“끙······.”


답답하다는 듯, 앓는 소리를 내는 신립. 권율은 그런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류성룡에게 의견을 물었다.


“좌상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질문은 권율이 했다. 그렇지만 모두의 시선이 류성룡에게 모였다.

류성룡이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실은 저하를 전란 소식이 왔을 때부터 만나 뵈었소.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때부터였소.”


여기서부터 류성룡은 광해가 제안한 내용을 조심스럽게 줄줄 읊기 시작했다.

그 모든 내용을 듣고 나자, 대신들이 다 놀란다.


“그, 그게 정말이오?”

“아니, 상주의 견훤산성이라니? 보은의 삼년산성이라니? 저하께서는 어찌 그런 곳들을 다 알고 계시는 거요.”

“그보다는 진정 왜적의 숫자가 10만을 넘을 거라고 보는 거요? 혹시 좌상도 저하의 생각과 같소?”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류성룡의 쓴웃음이 더 진해진다. 어차피 일일이 답을 줄 필요는 없어서, 표정으로 때운 것이다.

그런데 이때, 호조 판서의 입에서 또 놀라운 내용이 튀어나왔으니.


“어쩐지, 이틀 전에 저하께서 군기시에 오셔서, 화포장을 따로 만나셨다고 들었소이다.”

“화포장을 따로요? 아니, 왜······?”

“비격진천뢰라는 포탄을 특별히 주문하셨다고 하오. 그래서 이번에 이 순변사 편으로 스무 개나 가져갔답니다.”


그는 군기시의 책임을 맡은 자. 대신들은 거듭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하께서 특별히 요청하신 거라서, 승인을 안 내줄 수 없었소이다. 그런데 뒤늦게 장계를 받자니, 적의 조총이 그렇게 무섭다고 하더이다. 왜적이 무엇으로 싸우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만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한편으로는 왜적 또한 이번에 우리의 비격진천뢰를 감당할지 궁금하기도 하오.”


궁금이라기보다는 기대였다. 그리고 이 기대는 슬슬 세자를 향해 이동했다.

류성룡이나 권율 등도 똑같이 기대가 커졌다.


‘비격진천뢰라고?’

‘최소한 이 어지러운 난국에, 저하께서는 침착하게 대응하고 계신다.’


그렇다면 진짜 신립과 함께 보내는 게, 상책이 되진 않을까? 이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은 계속해서 들어오는 장계였다.


“언양 성은 물론이요, 울산까지 떨어졌다고 하오.”

“같은 날 밀양도 마찬가지요.”

“김해 역시 끝이 났소.”

“아니, 어떻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북상할 수가 있을까요?”

“적이 군을 나눈 거요. 최소 세 군데서 올라오고 있소이다.”

“그럼, 세자 저하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씀 아니오?”

“그런 것 같소이다.”


이윽고 경주성 함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장계가 보고된 후, 임금은 이제 파천 준비를 반대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신하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도 다시 세자가 편전에 들어온 다음, 엎드려 청하였다.


“전하! 소자를 보내주십시오!”


임금은 재차 거절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인 줄 아뢰오.”

“최전선이 아닌 곳이라면. 세자가 출정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그동안 반대의 의견을 비치던 신료들의 의견이 바뀐 게 아닌가. 급기야 류성룡도 거들었다.


“전하, 신 류성룡, 감히 한 말씀 올립니다.”

“말하라.”

“차라리 조정을 나누시옵소서.”

“조정을 나눠?”

“그러하옵니다. 전하께서는 조정을, 그리고 세자에게는 전시 조정을 맡기시옵소서. 몇 명의 신료를 붙여주시고, 남으로 내려보내시옵소서.”


권력은 자식과도 나눌 수 없다.

한동안 혼이 나갔던 선조였으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러나 다음 이야기가 이어지자.


“이 전시 조정은, 적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사옵니다. 어느 쪽이 진짜 조정인지. 그 사이, 전하께서는 천천히 천도 준비를 하옵시면, 어떨지······.”


왜 합리적인 전략으로 들리는 걸까? 잠시 생각하는데, 다른 신하들도 줄줄이 나선다.


“전하, 신도 동의하옵니다!”

“전하, 그리하시옵소서!”

“어쩌면, 이 전략은 파죽지세로 올라오는 적을 막을 묘수일 수도 있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임금은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이것들이, 말을 맞췄어?’


왠지 모를 위기감이 치솟는다.

마음이 심란하여, 그 저의가 무엇인지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었다.

이연이 보기엔, 일본의 북상이 너무도 빠르다.

조만간 전라도와 충청도까지 휩쓸고 올라올 것 같았다.


“음······.”


이연은 광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어떤 속마음도 읽을 수 없었다.

이 또한 묘하게 걸렸지만, 다시 또 패했다는 장계가 들어오면서.


“그리하라.”


이연의 입에서 나직한 허락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즉각적으로, 광해가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입가엔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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