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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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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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제갈량 - 3

DUMMY

4월 22일 아침.

견훤산성으로부터 대략 100리 떨어진 김천에서.

일본군 제1진 중 5,000의 선봉군이 출발하였다.

이 병력을 지휘하는 이가 소 요시토시. 그는 대마도를 지배하는 다이묘였다.

연이은 공성전에 병사들은 좀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목표는 속전속결.

그래서 요시토시는 부하들을 재촉하여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다만 진군하면서도 느끼는 감정은 ‘어이없음’이다.


‘조선이 이렇게 방비가 안 되어 있을 줄이야.’


요시토시는 이번 전쟁을 목숨 걸고 반대했다. 이유가 있었다. 전쟁 실패 후에 조선의 보복을 고스란히 대마도가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

이를 방지하고자, 조선과 일본의 가교 임무를 충실히 했다. 하지만 끝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고집에 참전하고 말았다.

막상 선봉으로 조선 땅을 밟았을 때. 요시토시는 너무나 쉬운 성 함락과 북상이 실감 나지 않았다.

그렇게 일본의 전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알렸는데도, 조선이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을 줄이야.


‘지난번에 왔던 황윤길과 김성일이 보고, 듣고, 겪고 갔는데도 이 모양 이 꼴이라니.’


그로 인해, 최근에는 장인인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히데요시의 입에서 조선을 친다는 결심이 나왔을 때, 다음과 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 관백께서 조선을 너무 얕보신 것 같습니다. 조선이란 나라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험준한 지형과 억센 사람들이 지혜로운 지휘관 아래 뭉치면, 우리는 큰 낭패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사위의 보고를 믿은 유키나가도 히데요시에게 전쟁 불가론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요시토시의 완전히 빗나간 예측에 장인마저 체면을 구겼다.

최근에는 장인이 그렇게 싫어하는 제2번 대의 대장 가토 기요마사의 비아냥까지 듣게 했다.


- 고니시 말대로 억센 조선인이 참 많구먼. 아이고, 성을 함락하기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죽겠어.


비록 서찰이었지만, 직접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랄까? 기요마사는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호언장담까지 적어서 보냈다.


- 돌다리를 너무 두드리지 말라고. 그러다가 한양에는 내가 먼저 도착하게 될 거야.


요시토시가 기를 쓰고 선봉에 나서서, 가장 용맹하게 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다행히 준비 안 된 조선군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별 피해가 없이 빠르게 북상할 수 있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그는 엄정한 군기를 잡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나아갔고.


“드디어······.”


상주를 지척에 두고, 심호흡을 할 수 있었다. 한데, 조금 더 들어가자, 뜻밖에도 백기를 들고 오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으니.


‘응?’


누가 봐도 조선의 사신이었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요시토시의 앞까지 위축되지 않고 걸어오는 그의 태도가 의외로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나는 김류라고 한다. 그대가 소 요시토시, 맞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목소리를 키우기까지 한다. 드디어 조선 특유의 억센 사람이 등장한 걸까?


“그렇다.”

“좋다, 이 서찰을 읽기 바란다.”


뭐 이렇게 당당한가? 설마, 아직도 일본의 강력한 군세와 잔인성을 전해 듣지 못한 건 아니겠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요시토시는 엉겁결에 김류가 내민 서신을 받아 들었다.

내용이 뜻밖이라, 한 번 읽고 나서, 두 번째는 소리 내어 부하들에게 들려주었다.


- 왜장, 소 요시토시는 잘 새겨들어라! 경고하는데, 여기서 멈추면 대마도에서 데려온 병력의 목숨을 보전할 수 있으리라. 하나, 그렇지 않을 땐, 한 놈도 빠짐없이 조선 땅에 뼈를 묻게 될 것이다.


많은 대마도 사람이 그러하듯, 요시토시도 조선말을 잘 안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조선 땅을 밟은 후, 계속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번이 제일 어이가 없군.’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동시에 앞에 당당히 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조선의 사신을 보았다.


‘김류라고 했지? 이 자를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이곳에는 소 요시토시 말고도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일부는 화를 냈고, 일부는 비웃었다.


“당장 이놈의 코와 귀를 베고, 혀를 뽑아야 합니다!”

“명만 내려주십시오. 제가 당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미친놈이군. 제정신이 아니라서, 돌은 게 확실해.”

“이놈아, 너야말로 항복하면, 곱게 죽여주마.”

“그냥 항복해선 안 되지. 네 마누라와 어미를 바치고 항복해야지. 안 그런가? 킬킬킬.”

“크크크.”


이런 협박과 조롱에도 김류의 표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대신, 속으로는 최면을 걸듯 반복해서 주문을 외웠다.


‘너는 날 못 죽인다. 너는 날 못 죽여. 너는 날 못 죽인다고.’


임진왜란 당시, 단 한 번도 사신을 죽인 적이 없는 소 요시토시다. 초기에는 워낙 일본이 승승장구하고 있었기에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김류의 도박 수가 통할 것 같았다.


“김류라고 했나?”

“그렇다.”

“좋아, 김류. 조금 전에 네가 한 말은 항복할 뜻이 없다고 간주하겠다. 하나, 만약에 돌아가서 성을 지키는 상주 목사를 설득한다면, 큰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소 요시토시, 네가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받겠다는 거로구나. 분명히 경고했건만······.”

“닥치거라! 내가 너에게 베푸는 관용은 여기까지다! 죽기 싫으면 어서 꺼지거라!”

“흥.”


무엇을 믿는 건가? 마지막까지 콧방귀를 뀌는 김류였다.

그런 그도 돌아서자마자 말을 빨리 달렸고, 그로 인해서 또 한 번 조롱이 이어졌다.


“저거 봐라!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는 꼴이라니. 하하하.”

“웬일로 조선 땅에서 못 보던 겁쟁이를 만났나 했더니, 우습구나. 우스워!”

“형님! 본진을 기다리지 말고, 그냥 우리끼리 공격합시다!”

“네, 그럽시다! 이참에 우리 힘만으로 성을 점령해서 전공을 올립시다!”


원래 대마도에서 함께 온 장수 중에는 요시토시의 일가친척들과 가신들이 있었다.

이들의 투지를 높이 평가해야 하건만, 요시토시는 고개를 내저었다.


“자만과 방심은 늘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의 임무는 미리 적의 군세를 살피고, 진지를 구축하는 것. 그 이상을 하려 한다면, 괜한 분란을 일으킬 수 있어요.”

“하오나······.”

“그만!”


누군가 토를 달려고 했지만, 요시토시는 인상을 굳히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공명심으로 일을 그르치려 하는가? 우리는 하던 대로, 원래 하던 대로 한다. 알겠습니까?”


이제 고작 스물넷의 요시토시. 본토에서도 지혜와 용기를 다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생각했다. 유키나가가 자신을 선봉에 세운 이유는 성이나 고을을 반드시 함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괜히 공성을 시작했다가는, 쓸데없는 희생이 발생한단 말이지.’


전략이 속전속결이라고, 교전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

한 번에 전 병력을 투입하여, 최소한의 희생으로 한 번에 적성을 함락하는 것.

지금까지 고니시 유키나가의 제1진은 그 방식으로 전진해 나갔다.

더군다나 요시토시는 좀 전에 김류라는 사신이 걸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신이 오지 않았어.’


이유는 하나. 사신을 보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은 사신을 보낼 만큼은 준비했다는 뜻 아닐까?

그래 봤자, 전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여겼지만, 신중해서는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상주에 들어가서, 고개를 갸웃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 넓은 성을 비웠다?’


처음에는 뜻밖이었으나, 요시토시는 황량한 상주 성을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을 수 없었는데, 그때 부하 중 하나가 다가와 상세한 내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도주, 성안에 모든 우물이 돌로 메워져 있습니다. 식량 창고도 텅 비어 있고, 가축들의 흔적도 찾을 수 없습니다."


요시토시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것이 아니었지만, 철수 준비가 이토록 철저한 경험은 처음이다.

단연코, 지금까지 점령한 고을이나 성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또, 청야 전술인가······?”


적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청야 전술.

부하 장수들도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전쟁 초반 부산과 동래성 등을 점령하였을 때는 식량이나 식수 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조선군은 식량을 태우거나, 우물을 못 쓰게 만들었다.


“이거, 오늘도 고귀이마를 한 끼 정도 섞어야 할 거 같습니다.”

“휴, 고귀이마는 목이 막히잖아? 가뜩이나 우물이 돌로 다 메워져서, 물 구하기도 어려운데······.”


대마도에서 가져온 고귀이마란 현대의 고구마다.

그 작물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며, 밥 대신 한 끼를 때울 수 있었다.

다만 요즘 고귀이마로 때우는 일이 잦아져서, 슬슬 병사들의 불만이 생기고 있단다.

더구나 먹는 음식보다 마실 물이 문제다.


“어쩔 수 없다. 병사들을 잘 다독이도록.”


* * *


그런데 오후가 되었을 때였다.


“도주! 적이 반나절 거리에 있는 성에 있습니다!”


척후병이 들고 온 소식에 자세히 물었다.


“성의 규모는 어떠하더냐?”

“아무리 커도 5리가 넘지는 않습니다!”


성의 규모가 그 정도라면, 병력 또한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많아도 3천에서 5천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그 정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다만, 척후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니, 왜성의 축조 방식과 약간 흡사하다는 말을 들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까다롭단다. 험준한 산세에 의존하여, 정면에 있는 성문을 제외하고 다른 곳을 치기 어렵다고.


“음······.”


부하 장수 중 하나가 얼른 건의했다.


“도주, 어쩔 수 없이 그 성을 먼저 공략해야 할 거 같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성안에는 식량과 식수가 있겠죠.”

“일단 신중해서 나쁠 게 없다. 이토록 철저한 청야 전술을 준비했다는 건, 적이 전투 역시 대비도 확실히 했다는 뜻이야.”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요시토시가 직접 견훤산성까지 가서 두 눈으로 살폈는데, 척후의 말 그대로였다.


‘음, 진짜 공략하기 까다롭구나.’


더 자세히 살피자, 성벽은 험준한 산세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고, 그 높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정면의 성문은 견고해 보이는 것은 둘째 치고, 매우 좁았다.

요시토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성문, 희생이 불가피하군.’


그다음에는 성의 측면과 후면을 살폈다. 측면은 산기슭에 막혀있었고, 후면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이어져 있었다.


“휴, 역시 정면 공격 외에는 방법이 없겠어.”


요시토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희생이 커질 것 같아서,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우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도 저곳은 조선의 병참기지였다. 원활한 보급을 위해서라도 식량과 물을 확보해야 한다.

어차피 그 판단도 그의 장인인 고니시 유키나가가 내려야 한다.

그래서 다시 상주성으로 돌아와 본진을 기다린 요시토시.

한데, 이날 밤 도착한 유키나가의 표정이 다소 심각했다.


“도노, 무슨 일이라도······?”

“좀 전에 들어온 장계에 따르면, 보급을 싣고 오던 우리 수군이 적의 수군에 크게 당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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