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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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8:26
최근연재일 :
2024.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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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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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Fragile

DUMMY

*


“오랜만이군. 이 창고도.”


내 남편 마두혁이 어느 깊은 산 속의 큰 바위 앞에 서서 말했다.

이곳은 원래 유명 재벌 회장의 사유지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는 이 땅을 버렸고,

이후 몇 년간 방치되어 있다가 주인이 바뀌었다.


이곳의 땅 주인은 과거에 우리에게 신세를 졌던

의뢰인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으로는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었으나

우리 같은 사람이라면 사정이 달랐다.


어차피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조차도 찾아낼 수 없었으니까.


“후후후, 그러게.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바위로만 보이겠지만.

사실 이건 바위가 아니라

바위처럼 보이는 환상이니까.”


내가 손을 뻗어 바위를 짚고

봉인을 푸는 주문을 외우자

바위가 바스러지듯이 무너져내리면서

숨겨져 있던 통로가 드러났다.


우리 둘은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 비밀 창고는

꽤 오래전에 잠시 썼다가

이후에 거의 방치하다시피

내버려 둔 곳이라서

주기적인 관리는커녕 아예 열어보지도 않았던 곳이었지만,

우리가 걸어둔 주술의 영향 때문인지

창고 안쪽은 먼지 한 톨도 쌓여있지 않았다.


남편은 창고 구석에 놓인 기타 케이스를 어깨에

메고는, 내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뭐 챙길 거 없어?”


“음, 나는 이거. 이거만 있으면 돼.”


내가 배드민턴 채같이 생긴 물건을

집어 들자,


그러자 남편은 묘한 웃음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어이쿠, 꽤나 살벌한 놈을 가져가는구만.


그거, 살인 무기급 흉기 아니야?"



**


학교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와 해수 녀석은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지? 우리 집에 누가 올 리가 없는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폰 스크린을 확인했다.


“...!”


스크린 안에 비친 것은

무려 6년 동안이나 연락이 끊겼던

우리 부모님이었다.


깜짝 놀란 내가 머뭇거리고 서 있자,


그런 내 모습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해수 녀석이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누구세요?”


녀석을 본 부모님께서는 상당히 놀라셨는지

한동안 벙찐 얼굴로 현관에 가만히 굳은 듯이 서 계셨다.


“어라, 집을 잘못 찾아왔나?”


아버지께서 당황한 듯 그렇게 말하다가,

나를 보시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도현아! 맞게 찾아왔네.

우리 아들, 오랜만이다.

-그, 그런데 이 예쁜 여학생은 누구냐?

여자친구?”


아버지의 그 말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뇨,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사정이 있어서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기로 했어요.”


나의 그 말에, 해수 녀석은 이때다 싶었는지

즉석에서 그럴싸한 핑계를 지어내어 말했다.


“안녕하세요, 도현이네 부모님이시군요.

저는 아드님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심해수라고 해요.

저희 집이 갑자기 주인이 바뀌면서

경매로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신세를 좀 지고 있습니다.”


녀석의 그 말에 원래 무던한 성격인 아버지는

나름대로 납득한 듯 보였지만, 어머니께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녀석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이렇게 말했다.


“흐음...흐음... 학생, 도현이랑 여기서 같이 살고 있다고?”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는 어머니의 그 말에,

녀석은 부끄러운 척 연기를 하며

얼굴을 붉혔다.


“아하하...네. 하지만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흐음... 일단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아직 둘 다 어리니까 사고는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하하, 당연하죠. 그냥 저는 친구예요.

‘어머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거 절대 아니구요.”


녀석이 넉살 좋게 말하면서

유독 ‘어머님’이란 말에 힘을 주어 말하자,

어머니께서는 갑자기 표정이 확 풀어지시더니,

내게 말을 건네었다.


“어머...우리 아들 이제 다 컸구나.

이렇게 참하고 건전한 애랑 살림을 다 꾸리고.

호호호, 어머님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


어머니의 그 말에, 나와 해수 녀석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미소를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일부러 티 나게 거짓말할 필요 없단다.

딱 보니 둘이 사귀는 거 같은데.

엄마는 척 봐도 다 알 수 있단다.”


“후... 엄마!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깐요!”


내가 두 손을 저으며 그렇게 소리치자,

아버지께선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아들! 됐다, 됐어.

원래 어릴 때부터 사귄 여자친구가

평생 간다고. 네 엄마랑 나도 그랬으니까.”


아버지께선 내 등을 툭 치시고는

해수 녀석에게로 다가가 말을 건네었다.


“우리 아들놈이 좀 나약하고 답답한 성격이긴 하지만,

잘 부탁한다. 아저씨는 네가 맘에 들거든.

이름이...해수라고 했나?

좋은 이름이네.

예비 며느리감으로 생각할 테니

우리 아들 잘 돌봐주렴, 하하하하하!”


그 말에, 해수 녀석과 나는 빨개진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녀석과 내 눈이 서로 마주치자,

우리는 말 없이 서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하아... 태진아...! 신태진!

이번 달 돈은 대체 언제 갚을 거냐?


이 형님이 말이야, 너를 특별히 생각해서

굳이 낼 필요 없는 네 여동생 병원비까지

매달 빌려주는데 말이야.


자꾸 이러면 너, 우리 둘 사이에 신뢰감이라는 게

흐릿해지지 않겠냐?”


병원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내 여동생 채진이의

병원비를 대주는 현건욱이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내게 채근했다.


제기랄, 이런 사채업을 하는 조폭 똘마니 녀석이랑 엮이는 게 아니었는데.


나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그냥 귀에 뭘 박은 듯이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했다.


“...형님, 죄송합니다. 이번 달 수입이 마땅찮아서...

일단 급한 대로 100만 원만 갚으면 안 되겠습니까?

나머지 돈은 제가 어떻게든 만들어서 다음 달 병원비에

합쳐서 갚아드리겠습니다.”


나의 그 말에, 현건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임마?”


문신이 빼곡히 박힌 녀석의 어깨가 움직이나 싶더니,

녀석의 팔꿈치가 내 명치를 가격했고,

다음 순간 녀석의 철판처럼 두꺼운 손바닥이

내 뺨을 후려쳤다.


“으으욱..!”


내가 앞으로 고꾸라지자,

현건욱은 한숨을 내쉬며 위협하듯이 말했다.


“태진아... 네 여동생, 채진이 한 달 병원비가

대략 400이다.

일단 오늘은 네가 준비한 100은 가져갈 테니,

일주일 안으로 300 만들어서 가져와.

알겠냐?”


녀석의 그 말에, 나는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형님.”


내게서

원하던 대답을 들은 현건욱은,

내 어깨에 손을 탁 올리며 다소 누그러진 투로 말했다.


“그래, 그래. 자꾸 내가 널 들들 볶아서

이 형도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돈이라는 게 그렇게 가벼운 게 아니야.

나도 요 몇 년 사이에 빌린 돈 안 갚고 튀는 놈들이 많아서

우리 어머니 환갑잔치도 못 열어 드렸어.


그래도 난 널 믿는다.

어릴 때부터 널 친동생처럼 여겼으니까.

그러니까 내 비록 사채업자지만

너한테만큼은 특별히 돈도 무이자로 빌려주는 거 아니냐.”




나는 녀석의 그 말에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이런 개떡 같은 자식. 친동생처럼 여기긴 개뿔.’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날 착취했던 이 사람에게서는.


하지만 그런 반감이 올라오는 것도 잠시,

돈 문제 앞에서는 나 같은 양아치조차도

성질머리를 죽이며 꾹꾹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미혼모였던 우리 엄마가 나와 동생 채진이를

버리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자 기분이 매우 씁쓸했다.


현건욱은 내게 믹스커피 한 잔을 타주며

말했다.


“야, 이거 마시고 가 봐라.

힘내고. 이 세상엔 말야, 우리보다도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꼭 기억하고.”



나는 녀석이 타 준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커피에선 피 맛이 났다.


아까 뺨을 맞고 입안에서 피가 터진 탓일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현건욱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러자 녀석은 내게 빨리 나가라는 뜻으로

손을 휘저었다.


나는 녀석에게 90도로 인사를 한 다음,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후....300...어떻게 만들어오지.

제기랄.”



****



신태진 녀석이 내 사무실을 나가자,

나는 내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 수현 아가씨! 무슨 일이신지...”


그러자 폰 너머로 카랑카랑하고 까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내가 속한 불독파의 상위 조직인

‘대룡파’의 외동딸, 하수현 아가씨였다.


그렇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벌벌 떨 정도의,

이른바 전국구라 불리는 거대 폭력조직인

그 ‘대룡파.’


“현건욱, 너... 요새 우리에게 바치는 상납금이

자꾸 몇 천 씩 이나 비는데.

내가 기회를 줄 테니까

어디 한번 이유가 뭔지 읊어 봐.”


추궁하는 듯 날이 잔뜩 선 아가씨의 그 말에,

나는 목소리가 떨리는 걸 애써 감추며

대답했다.


“네...저, 그, 그게... 요새 돈을 빌리고 안 갚는

진상들이 늘어나서, 그놈들 잡으러 다니느라...

액수를 많이 못 채웠습-.”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아가씨의 인내심이

벌써 바닥이 나기라도 했는지

폰 너머로 나같이 인생을 막사는 하류 인생조차도

차마 듣고 있기 어려운 욕설이 들려왔다.


아, 이 어린놈의 자식이...

‘대룡파’의 외동딸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산에다 묻어버렸을 텐데.


아가씨는 거친 욕설을 한 차례 속사포처럼 쏟아낸 다음,

숨을 고르듯 잠시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후우... 야,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니?

됐다, 됐어. 너 같은 우리 ‘대룡파’의

산하조직인 불독파 쫄따구에게서

돈을 뜯어가는 내가 나쁜 X이지.

앞으로 상납금, 내지 않아도 돼.”


아가씨의 그 말에, 나는 갑자기 이X이 뭘 잘못 먹었나 싶어

깜짝 놀랐지만, 속으로는 이제 좀 생활이 피겠구나 싶어 안도했다.


내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을 때,


아가씨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폰 너머로 들려왔다.


한숨이 멎자, 아가씨는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아, 근데 말이지. 생각이 좀 바뀌었어.

그냥 내가 우리 애들을 거기로

보내서 싹 털어갈게. 그래도 명색이 사채업자인데,

꿍쳐놨든 뭐든 간에 돈은 있을 테니까.


알겠지? 이번 건으로 퉁 치고,

이제부턴

너 말고 너네 조직 대가리에게서 더 뜯어갈게.


뭐. 이제 넌 조직에서 나가리 될 테니까

어느 쪽 손가락을 자를지도 잘 생각해 두고.”


그 말을 들은

내 등에선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X됐네.’






*****


“얘들아. 지금 당장 그 불독파 쫄따구

현건욱 사무실로 가서 싹 다 털어와.

현금이든, 장부든 뭐든지.”





내가 그렇게 지시를 내리자,

대룡파 조직원들은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외쳤다.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오늘부로 현건욱 그놈은 불독파에서

제명이니까 여기서 비는 상납금에 추가로 10% 더 붙여서

불독파 대가리한테 뜯어내도록. 이상.”


그러자 녀석들은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내 말에 답했다.



“넵!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빈틈없이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내 기대가 충족되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조직원들이 막 현건욱의 사무실로 출발하려는

그때, 나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서

녀석들을 다시 불러세웠다.


“아. 그리고. 현건욱 그놈 내 앞으로 끌고 와.

손가락도 하나 잘라야 하니까.

그리고 그놈이랑 가깝게 지낸다는

동휼고의 신태진이란 놈도 찾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


녀석들한테 좀 물어볼 게 있거든. 후후후.”



나의 그 말에, 녀석들은 씩씩하게


“넵! 알겠습니다!”


라고 답하고는, 자기들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내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두 개 조로 나뉘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내 사무실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후우, 역시. 주먹 수저로 사는 것도 재밌다니까.

후후후후.”


작가의말

이 작품에서 등장한 모든 이름, 인물, 단체, 사건, 장소들은 모두 허구입니다.

그렇기에 실존하는 인물, 단체, 사건, 장소들과는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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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폭풍전야(2) 24.07.24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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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두 개의 비밀 조직 24.07.13 62 0 13쪽
6 놀이공원, 언더커버, 꿈, 납치 24.07.12 65 0 12쪽
5 휴식의 시간 24.07.11 72 0 11쪽
4 세열고 마도현 VS 동휼고 신태진 24.07.10 95 0 15쪽
3 변화 24.07.09 157 0 15쪽
2 터닝 포인트 24.07.08 156 0 12쪽
1 프롤로그 24.07.08 201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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