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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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8:26
최근연재일 :
2024.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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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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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휴식의 시간

DUMMY

*


“하아......지쳤어...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겠어.”


온몸에 힘이 쭉 빠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심해수는 조용히 웃어 보였다.


“그래. 일단 너네 집에 가자.”


“어. 어? 우리 집에 너도 같이 가게?”


그 말에 살짝 당황한 내가 묻자,

녀석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차피 우리 집엔 아무도 없거든.”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녀석은 어딘지 쓸쓸해 보였다.


“맘대로 해. 우리 집에도 나 말곤 아무도 없거든.

너네 집과 마찬가지로.”


나의 그 말에, 녀석은 쿡쿡 웃으며 말했다.


“뜻밖에 우리 공통점이 생겼네.

우리 부모님은 나 어릴 때 모두 돌아가셨어.

마도 너네는?”


나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아, 우리 부모님은 나랑 멀리 떨어져 계셔.

미국에 계시거든. 일 때문에.”


“그렇구나. 음.. 멀리 떨어져 있긴 해도 부모님이

계셔서 좋겠다.”


녀석의 얼굴에 쓸쓸한 그늘이 더욱 짙게 드러나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다지. 연락이 끊긴 지 벌써 6년 째야.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구.”


“그래도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으신 거겠지.”


“그런가.”


둘이서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 집 앞까지 오게 되었다.


심해수는 나를 부축해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흐음-, 남자애가 혼자 사는 집 치곤 깔끔하네.

맘에 들어.

좋아, 오늘은 나 여기서 자고 갈게.”


집에 들어오자마자 녀석이 꺼낸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라서

되물어보았다.


“뭐?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녀석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응. 우리 집엔 아무도 없어서 심심하단 말야.”


집 잃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뭔가 측은한 마음이 들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평소에는 거의 쿨한 태도로 일관하는 녀석에게

이런 면이 있다니. 조금은 신기했다.


“야, 마도! 일단 나 먼저 샤워할게.

훔쳐보면 죽을 줄 알아.”


그 어이없는 말에 나는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안 봐. 보고 싶지도 않아.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


그러자 내 얼굴을 향해 수건이 날아왔다.


‘뭐야, 왜 저러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었다.



**


“아-, 개운하다. 역시 하루의 마무리는 샤워가 최고야.”


샤워를 마친 심해수가

내가 챙겨준 여벌 옷을 입고

욕실에서 나오자, 소파에 누워있던 나는

탁자에 놓여있던

차가운 물 한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욕실로 들어갔다.


다음 순간,

정말 많이 놀랐다.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욕실 안이 ‘정말 심하다’는 말이 터져 나올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후-, 일단 씻고 청소를 좀 해야겠네. 귀찮아.’


샤워를 마친 후 욕실에서 나오자


소파에 누운 채로 잠든 심해수가 보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녀석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해수 녀석을 딱히

이성으로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예쁜 얼굴이긴 하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입으로 직접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해수 녀석의 얼굴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상반되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이미지가

하나의 얼굴에 공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보기에 따라서 녀석의 얼굴은

서늘하고 어둡게 보이기도 했지만,

또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고 보면

뭔가 밝고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정말 흔하게 보기 어려운 유형의 얼굴이었다.



‘젠장, 내가 지금 이 녀석을 보고 왜 이런 생각을...’


나는 순간 아차 싶어 녀석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리모콘을 집어 TV를 틀었다.



‘뭐 재밌는 거 없나...’



젠장. 아무리 채널을 돌려봐도

볼만한 프로가 하나도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소파에서 자고 있던 심해수가 하품을 하며

깨어났다.


“흐아아아암~. 아, 잘 잤다.”


멍하니 TV만 바라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등 뒤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랐다.


‘젠장, 저 녀석...내가 자기 얼굴 뚫어지게 쳐다본 거

모르겠지? 아마 모를 거야. 몰라야 해. 제발...’


이렇게 괜히 나 혼자 마음을 졸이고 있던 그때,

녀석이 내 등을 발로 툭 건들며 말했다.


“야, 마도! 한참 잤더니 배고프다.

뭐 먹을 거 없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녀석에게 괜스레

날 선 태도로 쏘아붙였다.


“없어.”


그때, 한참을 자다 깨서 그런지

잔뜩 흐트러진 녀석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아직 17세의 순진한 남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매우 큰 자극이었다.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심해수는 내 반응이 재밌었는지

킬킬 웃으며 나를 놀리듯 말했다.


“어어, 이거 지금 뭐야? 마도현, 너 설마

날 보고 흥분한 거야?”


그 말에, 나는 잔뜩 벌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아니거든! 누가 너 같은 선머슴한테!”



평소 같으면 심해수는

발끈해서 달려드는 내 말을 곧바로

맞받아치고도 남을 녀석이었지만,

이번엔 왠지 반응이 달랐다.

녀석은 나의 일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아무 말 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묘한 미소를 띤 채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갑자기 이런 이상한 소릴 지껄였다.


“흐흥~, 근데 마도 너 말이야.

자세히 보니 좀 잘생긴 거 같기도...

아니, 잘 생겼다기보단 좀 귀여운 느낌에 더 가까울려나.”


녀석의 그 말에, 나는 더욱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해수 녀석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캬하하하하! 뭐야, 마도! 농담이야, 농담!

너 되게 재밌다! 이런 거에 약하구나, 너.”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볼멘소리로 말했다.


“이런 식으로 놀리지 마!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그 말을 들은

심해수는 잠시 큭큭 웃다가

소파에서 내려오더니,

갑자기 내게 백허그를 했다.


예상치 못한 녀석의 그 행동에 놀란 나는,

녀석에게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녀석의 팔은 더욱 세게

조여 들어왔다.


‘젠장. 이런 장난치는 상황에서 그 말을 외울 수도 없고.’


힘의 차이를 느끼고 내가 한숨을 내뱉을 때,

심해수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있잖아, 사실 널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내면에 이상한 걸 감추고 있는

찐따로만 생각했었는데...

계속 너랑 있어 보니까,

네가 싫지는 않더라구.”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뺨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입술이 뺨에 와 닿자,

깜짝 놀란 나는

녀석에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 혹시... 나 좋아하냐?”



그러자 녀석은 내 뺨을 가볍게 꼬집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뭐래 진짜. 꿈도 야무지네.

그냥 좀 놀아 준 거 가지고

그렇게 흥분하지 말아줬으면 해.

아직 내 눈엔 니가 남자로 보이지는 않거든.”


녀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내 반응을 살피더니,

내가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씩 웃으면서 말했다.


“야! 마도! 아직은 그렇다는 거야. 아.직.은.

뭐, 앞으로 네가 좀 더 멋있는 놈이 되면,

혹시 모르지. 내가 너한테 반하게 될지도.”


녀석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바보같이 시무룩하게 축 처져있지 말라고.

그런 찐따 같은 남자는 매력 없으니까.”


녀석의 그 말에 나는 마음이

살짝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녀석이 날 이런 식으로 가지고 놀면서

재밌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심란했다.


“됐다, 됐어. 난 잘란다.

내일 학교 가야 하니까

얼른 잠이나 자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심해수는 큭큭 웃으며 소리쳤다.



“야, 마도! 넌 날짜도 모르고 사냐?

토요일이라구, 내일은.”



***


“어라, 나 기절했었나?”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야, 태진아, 신태진!"


친구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야, 나도 그렇고...

너네도 목숨은 붙어있었구나.

후...난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나의 그 말에, 녀석들은

여러 의미가 담긴 듯한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


“후... 야, 근데 나 지금 뼈가 몇 군데가

부러진 것 같거든.

나 좀 일으켜 줄 수 있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들은

나를 일으켜 세워 부축해주었다.


“일단 병원부터 가자. 좀 큰 병원 응급실이면

지금도 갈 수 있겠다.”


“그래...”


잔뜩 지친 나는,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오늘 있었던 싸움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마도현.


이 녀석은, 겉보기엔 찐따 같지만

그 속에는 무서운 무언가가 숨어..

아니, 잠들어있다.


제기랄,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지.

일단 일이 어그러졌으니 중석이 놈한테

다시 의뢰비를 돌려줘야겠군.


“마도현...진짜 무서운 녀석이다.”


무의식중에 나온

나의 혼잣말에, 내 친구들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듯

침묵을 지키다가, 이렇게 말했다.


“음? 마도현이 무서운 게 아니라

걔 옆에 붙어 다니는 여자애가 무서운 거 아니야?”


그러자, 나는 킥킥 웃으며 받아쳤다.


“얌마, 지금 내 꼬라지가 이런 게

누구 작품일 거 같냐?”



“그야... 그 여자애가 그런 거 아니야?

우리들도 걔한테 싹 당했었으니.”


친구 녀석들의 그 말에, 나는 크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아니야. 임마들아.

이거, 마도현이 그런 거라고.”


나의 그 말에 녀석들은 잠시 놀란 듯

표정이 굳어졌으나, 곧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하하하하하! 야, 신태진! 농담을 할 거면

좀 그럴싸하게 해! 여자애한테 맞은 게 쪽팔려서 그런 거냐?”


나는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야. 너네. 내가 지금 거짓말이나 농담하고 있는 걸로 보이냐?”



내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깔고 말하자,

그제서야 녀석들은 내 말이 질 나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듯 했다.


“젠장, 이제라도 너희들이 눈치 깠으면 됐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마도현 그 녀석 만큼은...

절대 건들지 말자.

난 오늘 녀석과 싸워 보고 나서 깨달았어.

중석이네 패거리가 왜 그놈 한 명한테

개발렸는지 말이야.”


나는 그렇게 내뱉은 말에

덧붙여서


‘마도현 그놈의 내면엔... 악마가 들어있어.’


-라는

한마디를 더 하고 싶었지만,

결국 그 한 마디는 가슴 속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들어도 개소리로 여기거나 날 미친놈으로

볼 게 뻔하니까.


하지만, 난 마도현이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 다음부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듯이 분위기가 바뀌면서

동시에 싸움 실력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상향되는걸

이 두 눈으로 직접 봤다.


그리고 그때의 녀석의 모습을 바라볼 적에,

다음과 같은 기묘한 형상이 겹쳐 보였었다.


온통 새빨간 피부에

머리에 솟아난 네 개의 길고 시커먼 뿔.

귀밑까지 찢어진 입 사이로 불규칙하게

비어져 나와 있는 날카로운 송곳니들.

굉장히 인상적인 호박색의 눈동자.

세로로 찢어진 동공과

새카만 머리카락을 가진 존재.



그런 걸 태어나서 처음 봤기에


단순한 착각으로 헛것을 본 건가 싶었지만


틀림없이,


그때 그 녀석의 모습에


아주 선명하게 겹쳐 보였던 것은...


무시무시한 '악마의 형상'이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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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폭풍전야(2) 24.07.24 25 0 11쪽
16 폭풍전야(1) 24.07.23 34 0 14쪽
15 Fragile 24.07.22 32 0 12쪽
14 옥상에서의 싸움 24.07.21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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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 1차 봉인 해제의 의식 24.07.19 38 0 13쪽
11 그랜드 마스터 체페슐 24.07.18 42 0 13쪽
10 각자의 시간 24.07.17 52 0 12쪽
9 [13F] 24.07.16 56 0 14쪽
8 JOKER 24.07.14 54 0 13쪽
7 두 개의 비밀 조직 24.07.13 61 0 13쪽
6 놀이공원, 언더커버, 꿈, 납치 24.07.12 64 0 12쪽
» 휴식의 시간 24.07.11 71 0 11쪽
4 세열고 마도현 VS 동휼고 신태진 24.07.10 93 0 15쪽
3 변화 24.07.09 156 0 15쪽
2 터닝 포인트 24.07.08 154 0 12쪽
1 프롤로그 24.07.08 198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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