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8:26
최근연재일 :
2024.08.22 13:40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796
추천수 :
0
글자수 :
273,783

작성
24.07.18 11:17
조회
42
추천
0
글자
13쪽

그랜드 마스터 체페슐

DUMMY

*


“[그랜드 마스터]요?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하는 거였나요?”


나는 깜짝 놀라 보스에게 되물었다.


보스는 자신의 얼굴 오른편의 상처를

가리키며 답했다.


“이 상처가 그 증거야.

덕분에 내 오른 눈이 날아가버렸지.”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몸을 떨었다.


“그저 [그랜드 마스터]에 대한 건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었군요. 그렇다면...”


나의 그 말에 보스는 답했다.


“이 조직에서 ‘666’이란 코드 넘버를 가진

나 정시안, 그리고 1급 조직원들 중에서도

최상위급 정예 멤버들인

No.660에서 No.665까지의

코드넘버를 부여받은 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조직원들은

알지 못해.

[그랜드 마스터]의 존재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그분께선 가능한 한 많은 인간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길 바라시니까.”



보스의 그 말에, 나는 짚이는 데가 있었다.


그때, 마도현도 무언가 눈치를 챈 듯 보스에게 물었다.


“서, 설마... [그랜드 마스터]란 존재는,

사람이 아닌 건가요?”


그 말에, 나는 마음속으로만 생각했지만

차마 내뱉지 못한 그 말을

직구로 던지는 마도현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의외로

보스는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쿡쿡쿡. 눈치가 빠르구나. 상당히.

그저 어리숙한 꼬마로만 봤는데.”


보스는 그렇게 말하며 마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끄러운지 새빨개지는 녀석의 얼굴을 보자,

나는 왠지 마음속 깊은 한구석에서 질투심이 솟구쳐올랐다.


역시, 나는 마도현이 좋다.

그래서, 녀석이 다른 여자에게 얼굴을 붉히는 것이

싫다.


내가 그런 나만의 어둠 속에 막 빠져들려 할 때,

보스가 나와 마도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 이제 이동하자.”


보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셋은 순간이동으로

어딘가로 이동했다.


이곳은 사방이 온통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신전의 입구처럼 보였다.

그 위용도 위용이지만,

구조물의 각 부분에

복잡하게 조각된 장식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말도 안 돼. 이건...아무리 봐도 인간이 만든 것 같지 않아.’


추측하건대 본부 건물의 지하 깊숙한 어딘가에 있는

곳이거나, 아니면 본부 어딘가에 숨겨진 비밀의 방 같은

그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2급 조직원’에 불과한 나를,

[그랜드 마스터]라는 베일 속에 가려진 존재가

나를 마도현, 그리고 보스와

함께 호출한 걸까.


‘뭐가 되었든, 일단 불렀으니 가보는 수밖에.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곧, 보스는 우리를 데리고 정면에 보이는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자...이제 여기서 666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그랜드 마스터]의 방이 나와.

이 장소부터는 순간이동도 쓸 수가 없으니,

천천히 내려가자. 어두우니 조심하고.”




**


어둠 속을 뚫고 계단을 모두 내려가자,

지하 동굴 같은 느낌의 탁 트인 장소가 나왔다.


하지만 이곳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무언가가 정말로 여기 있다면,

기척이라도 느껴질 텐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눈앞에서 불꽃이 확 튀는가 싶더니

대강 봐도 키가 3m는 족히 넘을 듯한

거한이 나타났다.


그는 두건이 달린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이 자가 [그랜드 마스터]...?’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보스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나한테도 똑같이 하라고

눈짓을 보냈지만,

마도현에게는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이 그렇게 예의를 표하자,

정체불명의 거한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예언대로.

정해진 날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인원과 함께.

이루어지리.”



굉장히 묵직하면서도 힘 있는

중저음 톤의 목소리였다.



“이제 고개를 들어, 내 모습을 보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정체불명의 거한이 천천히 두건을 벗었다.



놀랍게도, 그 거한의 얼굴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피부는 온통 새빨간 색이었고,

강렬한 호박색 눈동자에서는

상대방을 위압하는 듯한 빛이 번뜩였으며,

머리에는 네 개의 긴 뿔이 솟아나 있었다.

게다가,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있었고

그 입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불규칙하게

비어져 나와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틀림없는 악마의 얼굴이었다.

보스는 이미 이 존재를 가끔 봐 왔을 테니

그건 논외로 치더라도,

나는 굉장히 많이 놀랐다.


영안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닌,

육안을 통해 바로 내 앞에 서 있는

악마를 보고 있으니 그 비현실적인 존재가

더 실재적(實在的)으로 느껴져

식은땀이 나면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살짝 돌려 마도현을 바라보니,

내 생각과는 달리 녀석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 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별의별 일을 다 겪고 살아온 나도

저 악마를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호흡이 가빠지고

식은땀이 날 지경인데,

의외로 침착하게 저 [그랜드 마스터]라 불리는 악마를

바라보는 녀석이 대단해 보였다.


‘후후...녀석, 제법인데. 양아치들이랑 싸울 때는 긴장해서 벌벌 떨더니.’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마도현이 중얼거렸다.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설마, 넌 꿈속에서 봤던...!”


녀석의 그 말에 그랜드 마스터는

잠시 녀석을 바라보더니,

놀랍게도 곧 정중하게 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위대하신 악마 왕, [데이프로니] 폐하.

폐하께서 악마 왕이시던 시절

바로 곁에서 폐하를 모신

‘체페슐’이라 합니다.


폐하께서 아직 전생의 기억이 돌아오시지 않아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일전에 꿈속에서 한번 뵌 적이 있었지요.”


그의 말에, 침착함을 유지하던 마도현은 깜짝 놀란 듯 보였다.


“그, 그 꿈이 단순한 개꿈은 아니었나보네. 하하하...”


녀석이 그렇게 말하자, 그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답했다.


“꿈이란 것은...인간 세계에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죠.”




***


“오늘 제가 이 두 명의 인간들을 지정해

폐하를 이곳으로 모시고 오라고 한 이유는...”



“이 두 사람이 폐하의 봉인된 힘을 깨워 줄 수 있는

‘적합자’이기 때문입니다.”


체페슐의 그 말에,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적합자? 그건 뭐지?”


내 물음에, 녀석은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보통, 이계의 존재가 모종의 이유로 인간계로

환생하는 경우, 그 환생한 존재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첫 번째는 전생을 완전히 잊고 보통 인간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며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


두 번째는 전생의 기억을 되찾아

육체 안에 봉인된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닫고, 그 힘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추구하며 세상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즉, 적합자라는 것은 방금 말씀드린 이계로부터 인간계로 환생한 존재가

두 가지 길 중에 두 번째를 택할 시,

봉인된 전생의 기억과 힘을 각성시킬 때

적합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을 말합니다,

이들이 가진 독특한 에너지는

대상자가 각성을 더욱 빠르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그 말에, 보스와 심해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체페슐을 바라보았다.

설명은 친절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를 특정 방향으로

교묘하게 유도하는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 들어

내가 살짝 미심쩍어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자,

녀석은 나의 그런 표정을 의식했는지,

아니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지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하지만 저도, 그 누구도 폐하께 어느 것을 택하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설령 제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왜냐면-, 그것이 바로 다차원 구조로

짜여진 광활한 우주의

법칙이기 때문입니다.”



체페슐이 그렇게 뭔가 거창한 말을 하자,

나는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순간 내가 뇌정지가 온 것을 체페슐도 느꼈는지,

녀석은 다시 내게 말을 건네었다.



“그렇게 지나치게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폐하께서 바라시는 대로,

이 체페슐은 따르겠습니다.

만일 폐하께서 평범한 인간으로 남아

생활을 영위하고 싶으시다면

그것 또한 폐하의 자유의지에 따른 결정이니,

당연히 저 또한 수긍하고 물러나

폐하의 인생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체페슐이 유독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평범하고 안락하기만 한 삶을 사는 자는,

자기 자신,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무릇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힘’을 갈망하지만,

자신의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


‘나에게 이런 힘만 있다면’ 하는 말로

아쉬움만을 토해내며 하루하루를 그저

무의미한 소일거리로 날려버리는

자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러나 과연, 저런 하찮은 미물들과

폐하는 같은 존재일까요?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는 아직 각성을 하지 못하여

스스로의 힘과 가능성을 믿지 못하실 뿐입니다.


폐하께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계시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른 존재이십니다.

왜냐면, 폐하께서는

타고난 리더이자 절대적인 위엄, 그리고 공포로서

악마들을 통치하던 악마 왕의 환생체이시니까요.


감히 제 주제에 이렇게 구구절절 말씀드리는 것도

큰 결례라고 생각되오나


폐하께서 가지신 힘, 그리고 가능성을

꺼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정말 크게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봉인해제를 도와 줄 적합자가 두 명이나 있는데,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계에서 인간계로 환생한 자들 중에서도

적합자들을 찾지 못해 평생토록

자신의 본래 기억과 힘을 찾지 못한 채로

한탄하며 생을 마감하는 자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체페슐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눈알을 굴리며

그렇게 말했다.

이런 무시무시하게 생긴 악마가 겨우 나 같은 존재에게

설설기면서 사정사정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진심을 다해 나에게

말하는 걸까? 정말로 오로지 충성심 하나 때문인가?

아니면...다른 목적이 있어서 자꾸 교묘한 말로

나를 홀려서 봉인해제를 하도록 유도하는 걸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심해수를 흘깃 바라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고개를 저었다.


‘악마의 마음은 내 제한적인 독심술로는 읽어낼 수 없다’


는 정도의 메시지인 것 같았다.


우리 셋을 바라보는 체페슐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져가는 것을 볼 때,


아무래도 우리 셋의 마음속을 모두 읽어내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거, 악마의 신통력도 상당히 괴롭고 귀찮겠다.’


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힘이 탐이 나기 시작했다.


만일 봉인된 기억과 힘을 끄집어낸다면, 지금보다 더 편하게, 자신감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조금 더 멋진 남자가 되어서

심해수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를 더 좋아해주면 좋겠다는,

유치하지만 솔직한 마음도 들었다.


심해수는 나의 이런 마음을 읽어낸 듯, 조용히 아랫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어차피 인생은 한번인데 속는 셈치고 한번 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13F]와는 절대 엮이지 말라고 했던

한은영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흠칫했지만,


결국, 나는 내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렸다.


“좋아. 체페슐. 나는 두 번째를 택하겠어.

그래서 이제 내 전생의 기억과 힘을

꺼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의 그 물음에, 체페슐은 반색을 띠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봉인해제의 의식은 총 3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3번의 의식을 지내어

모든 봉인을 해제시키면

대상자의 육체와 마음에 무리가 갈 수 있고,

그러다가 이성을 잃고 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년에 1회씩 나누어서 시행해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지금 당장 하자.

원래 이러려고 나와 저 둘을 부른 거 아니었어?”


나의 그 말에, 체페슐은 도저히 그 속내를 읽을 수 없는

기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후후, 폐하께서 결국 올바른 선택을 내리실 줄 알았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곧 적합자들을 준비시켜

제 1차 봉인해제의 의식을 거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폭풍전야(2) 24.07.24 25 0 11쪽
16 폭풍전야(1) 24.07.23 35 0 14쪽
15 Fragile 24.07.22 32 0 12쪽
14 옥상에서의 싸움 24.07.21 31 0 12쪽
13 일상으로의 복귀 24.07.20 40 0 12쪽
12 제 1차 봉인 해제의 의식 24.07.19 39 0 13쪽
» 그랜드 마스터 체페슐 24.07.18 43 0 13쪽
10 각자의 시간 24.07.17 53 0 12쪽
9 [13F] 24.07.16 57 0 14쪽
8 JOKER 24.07.14 54 0 13쪽
7 두 개의 비밀 조직 24.07.13 61 0 13쪽
6 놀이공원, 언더커버, 꿈, 납치 24.07.12 64 0 12쪽
5 휴식의 시간 24.07.11 71 0 11쪽
4 세열고 마도현 VS 동휼고 신태진 24.07.10 94 0 15쪽
3 변화 24.07.09 157 0 15쪽
2 터닝 포인트 24.07.08 156 0 12쪽
1 프롤로그 24.07.08 199 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