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찐따인 내가 악마 왕의 환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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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김눈알
작품등록일 :
2024.07.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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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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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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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 1차 봉인 해제의 의식

DUMMY

*


체페슐과 보스, 그리고 심해수가

제1차 봉인해제의 의식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이 방 한쪽의 섬돌 위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보스와 심해수는 체페슐의 지시에 따라

방 한가운데에 거꾸로 뒤집어진 오각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체페슐이 주문을 외우자,

오각성 그림 주변으로 다섯 개의 기둥이 솟아났다.


‘물질 변환 마법 주문일까? 악마니까 당연한 능력이겠지만

신기하네.’


나는 섬돌에서 일어나 다섯 개의 기둥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기둥들에는 각각 공기(‘A’ir), 불(‘F’ire), 물(‘W’ater),

땅(‘E’arth), 영혼(‘S’pirit)을 상징하는

영어단어의 가장 앞 철자가 새겨져 있었다.


잠시 후, 체페슐이 손가락을 튕기자

다섯 개의 기둥에 푸른 불꽃이 번쩍이더니,

거꾸로 뒤집힌 오각성 그림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막상 그런 초현실적인 광경을 눈앞에서 보자,

이미 의식을 치르기로 마음을 먹었던 나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페슐과 보스, 심해수가

내 긴장을 풀어주며 나를 빛이 나는 오각성 그림 위로

인도했다.


나는 체페슐의 지시대로 모든 옷을 벗고 그 위에 누웠다.


“자, 폐하. 인간의 육체에 갇혀 계시다 보니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제 곧 그런 ‘인간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제1차 봉인이 풀리면서

전생의 기억 일부와 내면에 잠들어있던 힘이

깨어나게 되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체페슐은, 그렇게 말한 다음, 보스와 심해수에게 지시했다.


“자, No.666 정시안은 왼팔, No.418 심해수는 오른팔을 내게 보여라.”


어떤 알 수 없는 마법적인 힘이 실린 듯한 그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시를 따랐다.


다음 순간, 체페슐의 날카로운 손톱 끝이 두 사람의 팔을

스치고 지나가자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두 명의 적합자는 피를 폐하의 하단전 위로 뿌려라.”


그 말에 두 사람은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나의 하단전 위로 피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내 하단전으로부터 강렬한 진동이 일어나더니,

곧 그것은 내 온몸을 훑고 머리 위까지 뚫고 지나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느낌에

나는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았으나,

정신을 잃지 않으려 이를 악물고 버틴 결과,

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빠르게 영상들이 휙휙

지나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미처럼 생긴 커다란 왕관을 쓴,

전생의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앞에 빼곡하게 서 있는 수많은 악마들이


‘우리들의 위대한 왕, 데이프로니 폐하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라고 외치는 장면이 보였다.


‘이...이게 전생의 나라고?’


그렇게 생각이 들자, 곧 장면은 바뀌어

전생의 나, ‘악마 왕 데이프로니’가

대규모의 군대를 이끌고 천상세계의 파수꾼들인

천사들과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전생의 내가 이끄는 악마들의 군대와

천사들의 군대가 벌인 치열한 싸움 끝에,

간발의 차이로 나의 군대가 패배하고,

천사장 미카엘에게 잡힌 나는

불타는 쇠사슬에 온몸이 묶인 채로,

지구를 향해 던져졌다.


내가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는 그 순간,

나는 악마의 몸과 모든 기억, 그리고 힘을

모두 잃고 어느 여인의 태내로 보내졌다.


‘어, 엄마?’


그리고 곧, 장면은 바뀌어 내가 우리 부모님의 아들로

태어나는 순간이 보여졌다.


막 태어난 나를 보고 부모님께서 무어라고 말하려는 찰나,

영상은 안개처럼 흩어지며, 어두운 천장이 보였다.


“-이, 이제 끝난 건가?”


내가 벌떡 일어나며 묻자,

체페슐은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고,

보스와 심해수도 그를 따라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1차 봉인해제의 의식이 예상대로 무사히 끝났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나의 왕, 데이프로니 폐하!”



나는 그들의 그런 태도에 약간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으나,

곧 내 온몸에서 솟아나는 힘이 느껴지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자, 가볍게 고개를 숙여 그들의 인사에 화답했다.


그러자 보스와 심해수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곧 이 세상의 왕으로 군림하실 폐하께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나는 그 두 사람이 내게 그런 정중한 태도를 보이자,

그만 웃음이 터질 뻔했으나, 분위기 자체가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일부러 점잔을 빼는 척하며

말없이 두 사람의 손을 잡아주었다.



**


의식이 모두 끝나자, 체페슐은 내게 정중히 인사를 한 뒤,

내게 말을 건네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폐하.

그럼, 이제 첫 번째 봉인도 풀렸으니,

시험 삼아 이 세상의 축소판과도 다름없는

폐하의 학교를 먼저

접수해보시길 폐하의 종인

이 체페슐이 감히 청합니다.

이 경험은 앞으로 폐하께서

모든 봉인이 풀린 후,

본격적으로 이 세상을 접수하실 때

매우 큰 자산이 될 겁니다.


또,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 능력으로 폐하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결과,

폐하께선 아직 까지는 인간으로서의

일상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시니,

제2차 봉인해제의 의식을 올리기 전까지는

충분히 일상을 즐기실 수 있도록

배려해드리겠습니다.”


“정리해드리자면, 휴식 겸 예행연습을

일상의 공간인 학교에서 하신다고 보시면 됩니다.”



녀석의 그 말에, 나는 조금 어이가 없어서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녀석의 진지한 그 태도 탓에 대놓고 웃기가 뭐해서

짐짓 점잔을 빼며 목소리를 최대한 깔고


“알겠다.” 라고 굵고 짧게 답했다.


내게서 원하던 대답을 들은 녀석은,

다시 한번 내게 정중히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다음,


불꽃과 연기를 일으키며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그 녀석이 사라진 다음, 나는 보스와 심해수를 보자마자

그동안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하! 아까 두 사람, 그 정중한 태도는 뭐야?

진짜 웃음 터지는 거 참느라 힘들었다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숨 막힐 정도로 무거웠던 분위기가

풀어지면서 보스와 심해수도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둘은 딱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 추측으로는 체페슐이 그들에게 어떤

정신지배 같은 능력을 써서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스가 내게 보이는 태도를 보니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하아... 타겟 8, 아니 폐하.

이제 당신이 우리 조직에서 가장 높은 분이

되셨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른 마음을 품었던 것은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빕니다.”


나는 보스의 그런 태도가 적응도 안되고

뭔가 부담스러워서 한숨을 쉬며 내 앞에 넙죽 엎드린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됐고, 그냥 이전처럼 말씀 편하게 하세요.

부담스러워 죽겠으니까.”


나의 그 말에, 보스는 다소 긴장이 풀어진 얼굴로

내게 말했다.


“고...고마워, 하지만...이제 첫 번째 봉인이 풀려버린 이상,

더는 너에게 그렇게 편하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도 안 되고. 그 철칙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 조직은 위계질서가 엉망이 될 거고...요.”


그러자 심해수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후후후, 원래는 그러면 안 되지만, 폐하께서 그렇게 하길 바라신다면,

따라 주십시오, 보스.”


녀석의 그 말에, 보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야, 심해수. 너도 말 편하게 해. 제발 ‘폐하’ 같은

그런 호칭으로 부르지 말고,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우린 친구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녀석은 빙긋 웃더니 그대로 나를 껴안았다.


“당연하지. ‘폐하’께서 그러길 바라신다면!”


나는 녀석이 나를 끌어안고 그렇게 말하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심해수 임마!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그러자 보스와 심해수, 그리고 나는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


“자, 그럼 세열 고등학교의 제66회 교무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세열고 교장인 나, 홍현식이 그렇게 운을 떼자,

강당에 모인 교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시에 내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들의 인사를 받아준 후,


그동안 밀려있던 안건들을 죽 훑어보았다.

원래대로라면 보통 교무회의 사회를 보는 권신일 학생부장이

진행해야 하는 회의였지만,

권 부장이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내는 바람에,

그냥 교장인 내가 보기로 된 것이었다.


물론,

권 부장을 대신할 발표력이 좋은 교사들도 많았으나,

이번 회의에서 다룰 안건들은 꽤 골치 아픈 중요사항들이 많았기에

나 스스로도

어찌 보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교육청에서 내려온 각종 지시사항들을 전달한 뒤,

최근 1학년 8반에서 있었던 폭력사건 같은 일이 더는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할 것을

담임교사 및 학생부 담당 교사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늘 그렇듯이, 교사들은 영혼 없이 내 말을 듣는 척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런 새...아니 이런 자식들이 교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니.

후-, 한심한 것들. 이게 인간인지 기계인지.’


나는 애써 목 위까지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참으며,

가장 마지막 보고사항을 말했다.


“자아, 그리고. 우리 학교의 보건교사로서 힘써주시던

한은영 선생님께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에...이제 새 보건교사로 오신

‘남세미’ 선생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남 선생님, 단상으로 올라오셔서

우리 선생님들께 인사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의 그 말에, 남 선생이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단상을 향해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세열고의 보건교사를 맡을,

‘남세미’라고 합니다. 제가 경험이 부족해 많이 모자라지만,

앞으로 성실히 제 직무를 수행토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선생님들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남 선생의 예의 바르고 빈틈없이 딱딱 떨어지는 그 말에,

모든 교사들은 남 선생이 마음에 들었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나는 내심 흐뭇한 마음이 들어, 조용히 미소짓고는

남 선생을 다시 자리로 돌려보낸 다음,

교무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자, 그럼.

전 보건교사로서 성실히 직무에 임하셨던

한은영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그리고 새 보건교사로 부임하신

우리 남세미 선생님을 환영하며,

세열 고등학교의 제66회 교무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13F]의 본부의 숨겨진 장소에서

제1차 봉인해제의 의식을 마친 나는,

보스의 순간이동술로 곧바로 심해수와 함께

우리 집으로 단숨에 이동했다.


“하아... 거참, 무슨 엄청 희한한 꿈을 꾸다가 깨어난 기분이네.”


나의 그 말에, 심해수도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아, 맞다. 마도! 아직 보스가 너한테 말 안 했던 거 같은데.”


녀석의 그 말에 나는 그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어

되물었다.


“음? 어떤 거?”


“앞으로 내가 네 감시역 겸 보호자 및 개인 비서로

24시간 동안 네 옆에 붙어 있어야만 한다는 거.

그래서 내가 지내던 원룸은 이미 다 처분했어.

아, 저기 봐봐. 거기 있던 내 짐도

다 저 빈방으로 옮겨놨네. 조직원들이 도와줬나 봐.”


나는 그렇게 말하며 히히 웃는 녀석을 보며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런 와중에도 날아가려는 정신을 붙들고

집 안을 살펴보니, 과연 녀석의 말대로

우리 집의 비어있던 방 안에 녀석의 짐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뭐어어어어~?!”


해수 녀석은 나의 그런 반응에도 큰 동요 없이

내 이마에 딱밤을 날리며 말했다.


“뭐야? 그 반응은? 나랑 이제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게

싫은 거야? 아, 그리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깐...

너, 내가 그...뭐야, [선글라스] 한국지부 본부에서 널 구출했을 때,

헬기에서 너한테 했던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왜 기억을 못 해? 실망이야, 마도!”


나는 그 말을 듣자, 봉인해제의 의식 때문에 정신이 없어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헬기에서 심해수가

내게 했던 그 말이 문득 떠올랐다.


“마도. 이제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지야.

그리고 난 너를 모실 비서 같은 거라고 여기면 돼.

앞으로 우리 사이는 더 가까워질 거야.”


작가의말

아직 많이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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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폭풍전야(1) 24.07.23 3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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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옥상에서의 싸움 24.07.21 31 0 12쪽
13 일상으로의 복귀 24.07.20 40 0 12쪽
» 제 1차 봉인 해제의 의식 24.07.19 39 0 13쪽
11 그랜드 마스터 체페슐 24.07.18 42 0 13쪽
10 각자의 시간 24.07.17 53 0 12쪽
9 [13F] 24.07.16 57 0 14쪽
8 JOKER 24.07.14 54 0 13쪽
7 두 개의 비밀 조직 24.07.13 61 0 13쪽
6 놀이공원, 언더커버, 꿈, 납치 24.07.12 64 0 12쪽
5 휴식의 시간 24.07.11 71 0 11쪽
4 세열고 마도현 VS 동휼고 신태진 24.07.10 94 0 15쪽
3 변화 24.07.09 157 0 15쪽
2 터닝 포인트 24.07.08 156 0 12쪽
1 프롤로그 24.07.08 199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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