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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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Y
작품등록일 :
2024.07.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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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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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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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버블

DUMMY

“부담을 주는 것과 비겁은 달라. 닦기가 강한 상대에게는 과감한 수단을 사용하기가 힘들어. 왜냐하면 그러다 조금이라도 불리해지면 닦기를 맞이해야 하니까. 바둑 한 판을 두면 유리한 장면과 불리한 상황이 오고 가잖아.”


“그게 뭐 어쨌다고 아무 말이나 막 하냐?”


이 초딩들. 정말 미치겠다.


“닦기는 상대를 소극적으로 만들어서 앞으로 나올 그 장면 자체를 제어하는 거야. 이건 아주 고~급 기술이지.”


바둑 약한 니들은 내 말을 당연히 못 알아듣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싶다. 안 그러면 속 터져 죽을 것 같다.


‘이래저래 오늘 날이 안 좋은 건가? 아 몰라. GO.’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상대의 선택지가 줄어들면 내가 불리할까? 프로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이야기 하는 거야. 내가 아직 프로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렇게 되기 위해선 거기에 맞춰 생각하고 대국을 해야 할 것 아니겠냐고.”


큰일이다. 애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뭘 몰라서··· 주변이 조용해졌다. 역시 진리는 어디서나 통한다.


‘어?’


무엇인가 불길하다.


‘헉! 하아! 오늘 일진이 왜 이러냐?’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흥분이 겹쳐 잠시 이성을 잃었다. 오버 해 버렸다. 여기는 아이들만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유로 주변을 돌아보기가 두려워졌다.



###


“부모가 되어 가지고 우리 애가 어떤지 조차 제대로 몰랐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별 말씀을··· 기재가 특별한 만큼 생각도 깊은 아이라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데 어떻게 알 수가 있겠습니까? 어쩌면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요.”


웬만하면 그만했으면 좋겠다. 너무 민망하다.


“그래도···”


“범재(凡才)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들의 사고(思考)방식은 일반과 다릅니다. 너무 자책하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내게 도움 주는 사람 하나 없다. 믿을만한 도끼라고 생각했던 함 원장마저 이런다. 완전 오버하고 있다. 반주랍시고 넙죽넙죽 몇 잔 받아 마시더니 과했나 보다.


누가 자기 자식을 이런 식으로 평가하면 듣는 부모 기분이 어떨까? 특별한 기재, 범재가 아님, 생각 오묘.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단어들의 향연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치 구름 속을 노니는 느낌일 것이다. 이게 국뽕 보다 더하다는 자식뽕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부모님의 머릿속에선 조 국수와 조 명인이 건배를 하며 나의 올림픽 우승을 축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음. 4년 마다 열리는 바둑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대회가 있어. 예전에 누구는 거기 우승하고 서울 시내에서 카 페레이드를 했다던데···’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심상치 않은 기미가 보였다.


‘다 권위주의가 문제야. 바둑 다 끝낸 학생들은 빨리 집으로 보내야지. 뭐 한다고 이 명절에 집에 간 사람까지 시상식을 한다고 다시 불러들여서 이 사단을 만들어.’


우리 부모님은 바둑 같은 건 모르고 살아온 평범한 분들이었다. 물론 바둑이 어떤 게임인지 전혀 몰랐다는 게 아니라 사전적 의미로 바둑이 무엇인지는 안다. 그리고 TV나 기타 방송에서 본 적은 있다. 딱 이 정도였다.


우리 부모님이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다. 보통의 장년층(壯年層)이 대개 그렇다. 날 바둑교실에 보낸 것도 보통 초등학생이 피아노학원이나 태권도학원 가는 것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대회를 보러 오신 것도 특별한 목적을 가졌던 게 아니라 자식을 위해 휴일에 놀이공원 같이 가는 마음 비슷했겠지.’


나 역시 단순하게 딱 그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첫날은 그 비슷하게 스토리가 진행되었다. 일단 대회장에 사람이 너무 많았고 소란스러웠다.


체육관의 관중석이 관람석 겸 대기석이었는데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백 명이 앉아 있는데 누가 누군지 구별이 잘 안될 정도였다.


부모님은 솔직히 너무 지루해 일찍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단다. 가끔 함 원장이 와서 자식의 승전보를 알려주는 재미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고 조금 전에 말하며 웃었다. 우스갯소리처럼 하셨지만 어느 정도의 진실이 포함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제일 좋았다. 두 번째 날인 오늘이 문제였다. 사실 또 오실 줄은 몰랐다. 바둑에 흥미가 없고 재미를 못 느끼는데 하루 종일 구경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겠는가! 그건 그냥 기다린 거다. 그런데도 오셨다. 정말 자식이 뭔지···


탈락자가 생긴 만큼 출전자의 숫자가 확 줄어들어 관람석에서 내가 너무 잘 보여 어제보다 좋았다고 한다. 최강부도 32명에서 28명이 탈락하고 오늘은 4명만 남았다. 단 두 테이블에만 바둑판이 놓였다. 새싹부와 꿈나무부도 사정은 비슷했다.


출전자가 적은만큼 보호자의 수도 줄어들어 오늘은 체육관에 사람들이 북적인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면 이런저런 의욕이 생겨난다.


둘째 날까지 살아남은 출전자의 부모님들은 바둑계의 이모저모를 아주 잘 아는 준전문가가 즐비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우리 바둑교실이 단체상을 받는다고 해서 원래하면 나오지 않았을 학원 아이들까지 다 나와 버렸다. 당연히 그 아이들의 부모님도 함께 오셨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쾌적해졌지만 별다른 할 거리가 없는 체육관 관람석에서 오전에 두 시간 이상이 걸린 내 대국을 보며 무슨 이야기를 했겠는가? 그 결과가 지금 이 장소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오전에 그 바둑을 지고 나서 내가 일으킨 작은 소동 역시 한 몫 했다. 부모님은 별 말씀이 없으셨는데 주변에 있던 다른 학부모님들이 확실히 바둑 영재가 다르긴 하다며 수군거리더라.


그 직후 최악의 기분에다 정신적으로도 너무 지쳐 그냥 집으로 가고 싶었는데 지금 가면 안 된단다. 오후에 치러지는 결승전이 끝나고 나서 시상식에 참가해야 한다는 일정을 통보 받았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한 함 원장은 그렇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란 말 대신에 어색한 웃음만을 보여 주었다.


‘내가 사회생활 경험만 없었어도···’


함 원장의 입장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어떻게 해서 신규학원이 단체상까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거기에 화룡점정이 되어줄 내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와 형성된 인간적 관계도 중요하겠지만 바둑교실 원장으로서의 입장이 있다. 개인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란 건 없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발이 묶여 있다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고 말았다.


“어이구. 한 주사님. 10살인데 최강부라니요. 우리 애가 그 정도였으면 난 맨 날 업고 다녔을 겁니다.”


여기서 한 주사라고 불리는 인물이 우리 아버지다. 6급 공무원을 주사라고 한다.


“한국 아니 세계를 빛낼 귀한 동량이죠. 그런 재주는 하늘이 낸다고 하지 않습니까. 뒷바라지 잘 하시고···”


상 받은 아이들 보다 부모님들이 더 들떠 일종의 축하파티 같은 자리가 만들어졌다. 명목은 그거였는데 실상은 학부모 모임의 회식 같은 분위기다. 주빈은 학부모. 아이들은 일반 게스트처럼 구석에서 음식이나 집어먹고 있다.


“제가 천재니 영재니 말로는 많이 들었는데 진짜 그럴까? 전하는 말에 과장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직접 그런 아이를 만나니까 사람들이 안 믿을까봐 과장이 아니라 다소 축소 시켜서 전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나! 참! 이러다 잘하면 위인전에 나오겠네.’


함 원장이 오버하더니 아실만한 분들까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말 이런 말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없는 곳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내 앞에서 이러니 정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제가 바둑은 잘 모르지만 있는 힘껏··· 자식의 앞길이 부모 때문에 막혀서야 되겠습니까?”


‘아이고, 아버지까지 왜 이러세요. 제가 그 정도까진 아니랍니다.’


“함 원장님. 이런 대회 4강이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겁니까? 제가 어떤 분께 들으니까 그 정도면 프로 입단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시던데··· 진짜 그런 건가요?”


‘헐! 갈수록 태산이네.’


아버지가 어디서 이상한 말을 들어 버렸다.


“사실 그건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죠. 다만 지금 연간 입단자가 4~6명 정도 되는데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한국기원 연구생들이나 그 출신자 중에서 나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연구생 총인원이 100명 쯤 되지요. 제 생각엔 재영이가 지금 그 100명 안에 들어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최연소겠죠.”


“예? 그럼 거의 프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어휴! 아버지. 넘겨짚지 말고 좀 정확하게 알아들으세요.’


함 원장의 말에서 어떻게 그런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에 대한 편애와 긍정적 사고회로가 만나 급격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고 밖에 해석을 못하겠다.


‘정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그 연구생이라는 거 나도 좀 아는데 만15세 이하면 신청할 수 있고 만18세 까지는 할 수 있을 겁니다. 재영이가 10살에 들어가면 프로가 될 때까지 여유기간이 8년이나 되는 건데··· 저 정도 기재라면 입단 그게 별거겠습니까? 일류 프로가 되면 연간 10억도 버는데··· 우리 애가 재주만 되었어도···”


동석했던 학부모님 중 한 명이 불쑥 끼어들었다. 미치겠다. 자기 자식이나 잘 기르지 왜 남의 집 자식 일에 이렇게 나서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연간 10억? 버는 기사가 있긴 하지. 그런데 랭킹 30위 이하는 웬만한 월급쟁이만도 못한 것이 이 세계라구요. 어휴! 그리고 지금 나 10살 아니잖아요. 해가 바뀌었는데 무슨···’


“그렇습니까? 바둑 프로 기사가 그렇게나 많이 벌 수 있는 거였어요? 허헛.”


정말 아버지께 중심 좀 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차마 그런 말은 못하겠다.


‘말하더라도 귀에 들어오겠어?’


원래 충신의 말은 쓰고 간신의 말은 달콤한 법이다. 이런 표현은 그렇지만 이미 눈이 돌아갔다.


함 원장이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면서 어떻게든 컨트롤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이런 부분에 끼고 싶지 않은 듯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었다. 술 취한 와중에도 마지막 이성은 남았나 보다.


정말이지 나도 간절히 바란다. 입단 하고 싶다. 그런데 내 재능은 반쪽이다. 내 바둑실력이 인정받는 이유 중 99%는 어린 나이 때문이다. 나이를 제외하면 정말 나 정도의 실력은 전국에 최소 수천 명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리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우량주 취급을 하는 건데 실제로는 별로 어리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나도 내 재능의 크기를 모르겠다. 최상급이 아니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만일 최상급의 기재를 가졌다면 전생에서 내가 쉰이 넘어 1급이 되지는 않았겠지.’


송곳은 주머니에 넣어도 어떤 식으로든 비집고 나온다. 그렇듯 재주는 숨겨지지 않는 건데··· 난···


‘하아! 참 어렵네. 연구생 그거 억지로라도 시도해 봐야 하나?’


이제 아이들은 지겨워졌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나도 지친다. 어른들의 환담은 그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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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 24.08.07 159 3 13쪽
32 입단이란 24.08.06 178 2 12쪽
31 나의 믿음은 24.08.05 162 3 13쪽
30 나에겐 너무 어려운 멀티태스킹. 24.08.04 157 3 13쪽
29 너무나 개성적인 24.08.03 163 3 13쪽
28 게임의 법칙 +2 24.08.03 169 2 13쪽
27 나의 꿈은 타인의 피와 땀을 먹고 자란다. +2 24.08.03 168 4 12쪽
26 반전무인(盤前無人) :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평정심을 가지라 24.08.02 173 2 12쪽
25 외전) 모든 것에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 24.08.01 177 2 14쪽
24 바둑은 멘탈 스포츠다. 24.07.31 193 3 13쪽
23 잠시 물러서다. 24.07.30 194 2 13쪽
22 연구생의 이중생활 24.07.30 211 3 12쪽
21 몽상가들 24.07.29 216 2 13쪽
20 현세의 호그와트 24.07.28 233 2 13쪽
19 환희는 없었다. 24.07.27 244 2 13쪽
18 초심을 지켜주세요. 24.07.27 244 2 12쪽
17 파랑새가 울었다. 24.07.26 256 3 12쪽
16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2 +2 24.07.25 281 6 11쪽
15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1 24.07.24 295 4 11쪽
» 버블 24.07.23 312 4 12쪽
13 닿지 않는 그 어딘가 24.07.22 306 4 12쪽
12 The winner takes it all 24.07.21 325 4 13쪽
11 되돌림의 미학 24.07.20 361 3 13쪽
10 치열하게 24.07.19 390 3 12쪽
9 면벽수련 24.07.18 428 1 12쪽
8 동상이몽(同床異夢). 24.07.17 458 2 11쪽
7 매력이 넘치는 원장님 24.07.16 563 3 13쪽
6 인연(因緣) : 아재가 아재를 만나다. 24.07.16 612 6 12쪽
5 그만해. 상대는 이미 죽어있어. 24.07.15 655 4 13쪽
4 지극히 도발적인 24.07.15 7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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