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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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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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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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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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2

DUMMY

지금 우리는 바둑 교실 확장 공사 중이다. 엄청난 개조는 아니고 쓰고 있던 2층의 바둑 교실 시설은 그대로 둔 상태로 3층의 일부 공간을 더 빌려 8개 정도의 바둑판을 새로 놓았다.


물론 내가 직접 공사를 한 건 아니다. 그냥 업자가 일을 다 해 놓은 장소에서 뒷정리를 좀 도와주는 정도다. 함 원장과 함께 새로 들여온 바둑판과 바둑돌을 씻고 닦고 그러다 지쳐 한쪽에 가져다 놓은 소파에 기대어 쉬며 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 공사가 제가 연구생 지원하는 것 하고 관련이 있는 거였어요?”


“그럼 당연하지. 그게 아니라면 내가 많지도 않은 돈 들여가며 이 고생을 왜 하겠어?”


이 양반 늘 돈 없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필요할 때가 되면 어디서 가져오는지 경제적으로 궁색한 모습을 보인 적인 없었다. 평생 아마추어로 산 바둑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원래 금수저 출신이였던 모양이다.


“고급반을 만드시겠다면서요.”


함 원장은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현재의 초등학생만으로는 사업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더 수익성이 높은 계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공간이다.


다 꾸며놓은 모습을 보니까 고급스러운 작은 살롱 같은 분위기가 나서 당연히 학생 말고 일반인 바둑 애호가를 모집하기 위한 확장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개인 레슨이나 동호회 같은 소규모 단체레슨 이런 거 말이다.


“맞아. 고급반.”


“그런데 그걸 왜 저의 연구생 생활하고 연관 시키시는 건가요?”


“시설을 꾸몄으면 손님이 있어야 할 거잖아. 그런데 이런 곳을 이용할 일반인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겠니? 그리고 여기 들인 돈이 얼만데 소액을 받아서는 안 될 거 아니겠어. 고액을 내는 소수가 이용하는 시설이 되어야겠지. 그렇지 않니?”


“영업이라는 측면에선 그래야겠죠.”


이것이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세상살이란 다 현실과 적절한 수준의 타협이 필요한 법이다. 함 원장도 당연히 생활인으로서의 입장이 있다.


“그럼 고액을 낼 소수 인원을 어디서 구해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구해질까?”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설마 그게 연구생들이라는 건가요?”


“그렇지. 과거 연구생이 만들어진 초창기엔 그들을 한국기원에서 임명한 지도사범들이 직접 가르쳤었어. 지금도 지도사범이 있고 교육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가르치는 쪽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지. 그 대신 대국 이외의 기사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졌다고나 할까.”


“그래요?”


잘 몰랐던 내용이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요즘 들어오는 연구생의 대부분이 각각의 바둑전문도장 출신이기 때문이야. 그들에게는 먼저 공부해오던 방식이 있고 그것이 다들 조금씩 다르니까 같이 수련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부는 늘 해오던 익숙한 곳에서 하고 협회는 주말에 원생들 리그전을 치르는 게 하면서 대국 경험을 쌓게 하는 쪽으로 업무분담이 이루어진 것이야. 그러면서 그것이 일상화가 된 것이 지금 상황인거고.”


기본적으로 바둑은 단 한수로 승패가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다. 신의 한수가 어쩌고 하는 낯간지러운 표현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떤 만화에서 목적을 가지고 직관적인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이다. 신의 한수 그런 건 없다.


‘오글거리는 그런 표현은 전혀 바둑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논리의 게임에서 신을 찾다니 이런 몰상식한···’


일반인들에게는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보여 지는 한수가 모든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것을 공부하는 프로 지망생들은 그 과정의 귀중함을 안다.


축구에서 포워드가 골을 넣기 위해서는 골키퍼에서 출발해 미드필드를 거쳐 그에게까지 공이 전달되는 오묘한 과정이 있다. 아무리 유능한 포워드라도 고립되어 공을 만질 수 없으면 골을 넣을 수 없다.


한수에는 그 수가 놓이게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번 바둑판에 둔 바둑돌을 되돌릴 순 없지만 만일 어떤 대국에서 결정적 한 수를 물린다고 가정하면 승패가 바뀔까?


일정수준 이상의 대국에서 그런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홀로 존재하는 한 수 따위는 없다. 그 수가 놓여 지기 위한 이유가 되는 몇 수 혹은 수십 수의 전 과정이 있을 뿐이다. 그 과정들을 전부 되돌리기 않는다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 바둑의 고유 특성이 있는데 그것을 업으로 삼고자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비논리적일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함 원장의 변설은 청산유수처럼 흘러갔다.


‘하아! 이것 참!’


들을수록 불길한 내용이다. 함 원장은 나를 이용하고 바닥끝까지 뽑아먹을 각오를 한 것 같다. 그에게 이런 저런 혜택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지만 너무 심하면 곤란해진다. 아주 부담스럽다.


‘상공한 인생에 있어 10대 시절 흑역사는 약점이 될 수도 있지. 좀 지나면 이 사회에 미투가 일상화 되는 경향도 생기게 되는데 굳이 구설수가 될 만한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


어쨌든 상황에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는 피하고 싶다. 주인공은 언제나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 그래서 주인공이다.


“그럼 절 더러 연구생이 되는 김에 이 학원 영업도 같이 하라는 겁니까? 그래서 기존에 다니던 도장에서 애들을 빼 오라구요?”


이건 아무래도 함 원장이 선을 많이 넘었다. 그렇다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부당한 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의 깃발을···


“아니, 전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함 원장은 바로 부정했다.


‘엉? 그게 아니면 뭐지?’


내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함 원장이 사회사업가의 마음으로 이익에 관계없이 있는 힘껏 본인의 재원을 퍼주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넌 그런 거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입단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연구생이 되고 열심히 공부해서 랭킹을 높이면 돼. 그 공부는 여기서 내가 도와줄 것이고.”


그렇다면 좀 전에 이루어진 대화의 진의(眞意)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함 원장은 왜 별다른 이익도 없이 이 일을 벌이려는 것일까?


“넌 네 할 일만 하면 돼. 네 스스로를 위해서. 내 비지니스는 내가 하는 거지. 내가 한 설명은 내 비지니스에 대해 나중에라도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서 미리 알려주는 거란다. 네가 성적을 내면 원생은 저절로 모여들 거야.”


‘흐흣. 에고, 머리가···’


이건 함 원장이 나의 입단에 배팅했다는 뜻이다. 모르는 척 그 중간에서 떨어지는 과실을 주워 이득을 취하겠다는 발칙한 계획이다.


‘이 사람에게 도박사의 면모가 있었나? 하긴 바둑을 그렇게 오래 두어 왔으면서 승부의 짜릿함을 모를 리가 없겠지.’


함 원장의 생각이 전혀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의 주장은 각자가 추구하는 길은 다르지만 가는 경로가 겹쳤다. 하지만 그곳에서 각자의 목표는 방향성이 다르다.


내가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듯 그가 자신의 길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이익을 추구하겠다는데 내가 무엇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과정 중에 미리 해야 하는 자원의 투입과 같은 위험요소도 있는데 그런 부담이 없는 내가 그에게 그렇게 하라 마라 해서는 안 된다.


‘서로 윈-윈 할 수 있으면 좋은 게 좋은 건가? 내 밥그릇은 알아서 챙길 테니 넌 너의 일만하라. 이거야?’


이득을 위해서라는 관점에서는 아주 합리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윈-윈이 될까? 내 재능은 반쪽짜리인데··· 하긴 내가 그것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사업가는 어차피 스스로가 투자에 대한 위험을 책임지는 것이다. 그는 이미 선택했고 나 역시 이 시점에서 가장 내게 이득이 되는 쪽을 택하면 될 일이다.


“알겠습니다. 딱 하나만 물어볼게요.”


“얼마든지···”


“제가 연구생이 되었다 쳐요. 그래서 다른 연구생들과 어울리고 그들이 제가 공부하는 도장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들이 기존에 공부하던 곳을 저버리고 굳이 이곳으로 공부하는 장소를 바꿀 이유가 있을까요?”


인간관계는 부차적인 것이다. 이득이 있을 때 그것마저 있으면 더 좋은 것 정도다. 그런데 이건···


“보통은 공 도장이니 효석 도장이니 하는 크고 유명한 곳 출신일 텐데··· 원장님은 프로도 아니고··· 움, 이 표현이 거슬린다면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렇잖아요.”


내가 바둑을 원장님께 배웠다고 주변에 말을 하더라도 그들이 도장을 고르는 기준은 그것과는 완전히 별개일 것 같다. 지금은 전문도장의 수가 많지 않지만 그래서 후일에 비해 그 위치는 더 확고한 면이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내가 성적을 내게 되더라도 내 기재가 특별해서라고 생각하지 함 원장이 잘 가르쳐서 그렇다고 생각할 것 같진 않다.


“뭐 그런 것까지 걱정을 해. 나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좀 유명한 사람이야.”


“예?”


요즘 세상에 거짓말은 안 된다. 그 동안 인터넷으로 다 검색해봤다. 어린이 바둑대회 특별상 관련해서 기사 한두 개가 있을 뿐 더 이상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세계대회 준우승자 출신이야.”


“예? 그런 건 인터넷에 안 나오던데···”


“허헛. 그런 걸 찾아볼 생각이 들긴 하던가?”


내 말에 별로 기분 나쁜 기색은 아니었다.


“프로도 아니고 아마추어에서 2등한 걸 누가 기억하겠니? 지금까지 아마 세계대회에서 한국출신으로 우승한 사람이 3명인가 그렇고 준우승자는 10명이 넘지. 아무튼 나도 그중에 한명이야. 그리고 그 이후에 결국 프로는 못 되었지만 일본에서 열린 전일본속기오픈에서 본선을 거쳐 8강에 오르기도 했었지.”


오픈대회는 참가자격에 제한이 없는 대회다. 프로와 아마추어 강자가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중의 하나다. 물론 아마추어의 예선 통과 전례 자체가 드물긴 하다.


“그래요? 그래도 다른 곳과 비교가···”


“내가 근래 누구한테 좀 들었는데 세일 포인트라는 게 있다더구나. 프로의 문턱에서 아깝게 좌절한 경험을 세일 포인트로 삼아 어필하면 오히려 잘 먹힐 수도 있을 거라고 하던데··· 실력은 지금 말한 경력으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으니 말이다.”


조언했다는 그 누군가가 궁금하다.


‘음. 제법 그럴듯하게는 들리네.’


“이런 생각을 해내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많이 배워야 해. 너무 외골수면 안 되는 것 같아. 너도 일반 공부를 너무 일찍 접지는 말고···”


갑자기 어르신 모드에 돌입하셔서 훈장질에 나섰다.


‘적당한 곳에서만 끝내주면 꼰대 모드라고 하진 않을게요.’


다행히 이 화제를 그렇게 길게 끌고 가진 않는다.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 할 것 같다.


‘아이고, 난 모르겠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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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 24.08.07 159 3 13쪽
32 입단이란 24.08.06 177 2 12쪽
31 나의 믿음은 24.08.05 160 3 13쪽
30 나에겐 너무 어려운 멀티태스킹. 24.08.04 157 3 13쪽
29 너무나 개성적인 24.08.03 163 3 13쪽
28 게임의 법칙 +2 24.08.03 169 2 13쪽
27 나의 꿈은 타인의 피와 땀을 먹고 자란다. +2 24.08.03 168 4 12쪽
26 반전무인(盤前無人) :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평정심을 가지라 24.08.02 173 2 12쪽
25 외전) 모든 것에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 24.08.01 177 2 14쪽
24 바둑은 멘탈 스포츠다. 24.07.31 193 3 13쪽
23 잠시 물러서다. 24.07.30 193 2 13쪽
22 연구생의 이중생활 24.07.30 211 3 12쪽
21 몽상가들 24.07.29 216 2 13쪽
20 현세의 호그와트 24.07.28 233 2 13쪽
19 환희는 없었다. 24.07.27 244 2 13쪽
18 초심을 지켜주세요. 24.07.27 244 2 12쪽
17 파랑새가 울었다. 24.07.26 256 3 12쪽
»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2 +2 24.07.25 281 6 11쪽
15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1 24.07.24 295 4 11쪽
14 버블 24.07.23 311 4 12쪽
13 닿지 않는 그 어딘가 24.07.22 306 4 12쪽
12 The winner takes it all 24.07.21 325 4 13쪽
11 되돌림의 미학 24.07.20 361 3 13쪽
10 치열하게 24.07.19 390 3 12쪽
9 면벽수련 24.07.18 428 1 12쪽
8 동상이몽(同床異夢). 24.07.17 458 2 11쪽
7 매력이 넘치는 원장님 24.07.16 562 3 13쪽
6 인연(因緣) : 아재가 아재를 만나다. 24.07.16 611 6 12쪽
5 그만해. 상대는 이미 죽어있어. 24.07.15 655 4 13쪽
4 지극히 도발적인 24.07.15 71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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