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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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Y
작품등록일 :
2024.07.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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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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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1

DUMMY

저기··· 바로 저 위로 하얀색 건물이 보였다. 꽤 많이 걸었는데 이상하게 가까워지는 기미가 없다.


“엄마.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내 손을 잡고 같이 걸음을 옮기던 엄마에게···


“어? 얼굴이··· 엄마가 아닌가?‘


“영원히··· 가까워 보이지만 저 곳은 아주 멀지. 이 길을 걸으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겠지. 히히힛.”


기괴하게 웃는 일그러진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우아악!


등이 축축하다. 누가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고 했던가!


‘프로이트가 그랬지. 사람의 내면과 체험이 바탕이 되어···’.


예지몽 같은 느낌이 난다.


‘그럼 흰 건물은 프로 입단을 상징하는 건가? 아님, 인생이 망가져서 가야 하는 병원? 엄마는? 이건 좀 애매하네. 출연한 게 확실하지가 않아. 가깝고도 멀다? 하아! 입단이··· 그건 그렇지.’


혹시 이것이 전생을 기억한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이 아닐까?


그렇다. 난 아무런 특전도 없이 이 험한 세상에 내팽겨 쳐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이 그럴 순 없다. 이건 계시다. 이 능력을 키우면 어쩌면 다음 날 두게 될 바둑의 내용을 전날 미리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게 의미가 있나? 몇 주일 공부한 것도 어떤 놈은 30분 생각하고 깨부수던데··· 그냥 개꿈이었을 뿐이야. 본연의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다 소용없어.’


오늘 대국과 그 뒷풀이가 남긴 충격이 엄청났던 모양이다.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헛바람이 들었나? 애초에 프로가 되는 게 목적이었지. 거기서 1등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었잖아. 꼬마 애들 몇 판 이긴 거 가지고 뭐라도 된 것처럼···’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조건 입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다. 우리 나이로 중학교 때까지만 해보자는 거였다.


그런데 이제 내 마음도 그렇고 주변 상황 역시 좀 이상해진 것 같다.


###



“이무기가 뭔지 알아?”


“예?”


그 단어의 뜻을 몰라 묻는 건 아닐 것이다. 그건 용이 되기 전 단계의 동물이다. 물론 상상의 존재다.


“바둑동네에서는 원래 뜻과 좀 다르게 쓰이지. 입단의 관문을 넘어서지 못하고 연구생 나이 제한 규정에 걸려 퇴출된 이들을 그렇게 불러.”


“음. 그래요?”


그럴듯한 표현이다. 오랜 수련을 했으나 용(프로기사)가 되지 못한 존재라니··· 승천(입단)을 갈구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비극의 주인공 같다.


‘끝내 입단을 못해?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지 않나?’


인간에게 스무 살은 끝을 논하기에 적당한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봐야 만으로 19세인 거잖아요. 우리 나이로 스물인데 일반인 입단대회에 참가해도 되니까 아직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를 기회가 남은 거네요.”


“그러니까 이무기지. 니 말이 맞아. 아직 젊으니까 도전을 그만두진 않을 거야. 그런데 연구생 제도가 정착된 8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매년 입반인 입단대회는 한두 차례씩 열렸지만. 퇴출된 연구생이 입단한 사례는 단 세 번 뿐이었어. 단 세 명만이 가능했던 일이야.”


20년에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세 번은 너무 적은 것 같다. 바둑에 있어서 연구생과 일반인은 비교 자체를 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 그런 결과라니···


‘혹시 현역 연구생 때문에 그건 결과가 나온 건가?’


말 그대로 일반인 대회니까 참가에 특별한 자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건 현역 원생도 일반인입단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공평하다 하지마라. 이 세계의 공평은 강자우선(强者優先)이다. 한정된 권좌에 패배자의 자리는 없다.


“그렇게 적어요? 음. 연구생이라고 다 같은 실력은 아닐 테니까. 1, 2조 하고 그 아래는 실력 차가 좀 난다면서요.”


전국에서 기재가 있다는 어린 아이들을 다 모아놓은 게 연구생이다. 누구나 그 지역에서는 희대의 신동이었다. 보통 사람은 평생을 노력해도 안 된다는 1급도 이들에게는 1년 컷. 바둑에 있어선 태어날 때부터 치트키를 가졌던 존재들.


조금씩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보통은 독학이나 바둑교실 몇 달 다닌 걸로 그 지역을 평정하고 1년 정도 지나면 전국권 대회에 얼굴을 내민다. 다들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한동안 독주를 해왔기 때문에 자존감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전국권 대회는 조금 다르다. 출전한 누구 하나 만만하지 않다. 또래에게 첫 패배를 맛본다. 의기소침해 있는 그들에게 각 문파가 접근한다.


‘우리 도장의 신공절학을 배우면···’


그렇게 각 문파로 흡수되어 비기를 수련하고 정파의 후기지수로서 후대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협회에서 모아 놓고 경쟁을 시키는 게 연구생이다. 여기서부터는 일반인이 도저히 이들과 맞설 수가 없다. 기재, 교육, 지원 어느 하나 나은 것이 없는데 어떻게 입단대회에서 이들을 이길 수 있겠는가?


연구생은 10개의 조가 있다. 각조는 10명. 이들이 일 년에 8차례 승강급을 걸고 리그전을 벌인다. 리그전 결과에 따라 위아래 약 40%의 인원이 승강급을 거듭한다.


1년 리그전 승패를 결산해 1위 하면 자동 입단한다. 그리고 그렇게 입단한 1명을 제외한 그 다음 순위부터 상위 랭커 20명 정도가 특별 리그전을 펼쳐 거기서 1등을 하면 입단을 시켜준다. 이렇게 연구생 중엔 1년에 두 명만이 입단 가능하다. 좁다면 좁은 문이다.


이건 연구생들끼리의 경쟁이지만, 이들도 일반인 입단대회에 나갈 수 있다. 각파의 비기를 충실히 익히고 실전경험까지 풍부한 이들을 순수 아마추어가 감당한다? 그런 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거의 있지도 않았고 있다면 괴담의 부류에 들어갈 정도로 희귀한 경우였다.


“1. 2조 인원의 대부분은 나이가 좀 찼어. 아주 어린 친구들은 좀 드문 편이지. 그래서 나이 문제로 매년 퇴출되는 수가 10명 안팎은 돼. 적다면 적은 수이지만, 남다른 실력에다 극한 상황에 몰린 상태라 거의 집착이라 할 만큼 승부에 대한 집중력이 아주 높아. 왜냐하면 대부분 남자아이들인데 연령상 군 입대가 바로 눈앞이라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한두 번 밖에 안 남았거든.”


연구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로정진(一路精進)이라 해서 이것저것 하면 대성(大成)에 방해가 된단다. 그래서 대다수가 일반 학업을 일찍 접는다. 이건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뜻이 된다.


“그건 그렇겠네요.”


“그런데도 입단대회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는 연구생 퇴출자는 드물어. 대부분 입단자는 현역 연구생 중에서 나오지. 퇴출자들에게 실력과 목표의식, 악까지 다 있는데 왜 10명 중에 한 명도 그 관문을 뚫어내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을까?”


“글쎄요.”


아무리 냉정하게 판단해도 그들이 전혀 불리할 것 같지 않았다. 한두 명이라면 몰라도 열 명. 이 정도의 인원이 한 번에 도전하는데 그 모두가 컨디션이 저조했을 리가 없다. 운의 영역이 이렇게 배제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 중 한 명조차 입단을 못 헸다는 것이 좀 많이 이상한 일이긴 하다.


“난 그것이 기가 꺾여서 그렇다고 봐.”


“예?”


‘기(氣)라고? 무슨 이런 비논리를 여기에 가져다대는 거야? 한동안 무당 같은 말은 전혀 안 하더니 결정적일 때 그게 나오네.’


어이없지만 그래도 일단은 좀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이 아저씨 말은 듣다보게 빠져들게 되는 그 무엇이 있더라고.


“연구생이 속한 환경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온실과 같은 환경이야. 그들에게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고 혜택도 많이 받지. 그런데 몇 년 하고나면 본인들은 그런 환경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것이 좋은 줄 잘 몰라. 어릴 때부터 늘 그랬으니 말이다. 만나보면 대개 어렵다. 힘들다란 말만 하더라고. 사실 바둑 공부하면서 그 정도 안 힘들 아이들이 세상 어디 있겠니?”


그것이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인간은 원래 그렇다. 노력보다는 안일을 좋아하고 변화보다는 안정이라는 이름을 답습한다. 역사를 돌아봐도 개혁파는 언제나 소수였다.


“1조에 올라본 아이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러. 전국에서 모인 천재, 영재들을 다 때려눕히고 올라간 자리니 성취감이 특별할 수밖에 없지. 주변 사람들은 자기가 곧 프로가 될 듯이 말을 해주고 때로는 프로에 준하는 대접을 받기도 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압박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거야.”


“나이가 들어 퇴출이 가까워 오면 말입니까? 보통 그러면 그것이 더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나요?”


만약 내가 그 입장이 된다면 그럴 것 같다.


“맞아. 그리고 그 과정을 극복한 아이들은 퇴출까지 가지 않고 그전에 프로가 돼.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퇴출 되었다는 건 이미 한풀 꺾였다는 거야. 거기에서 이미 한번 마음을 다치고 퇴출 후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불신 등 갖은 고민을 겪으면서 또 한풀 꺾이는 거야.”


그럴듯하다. 오랫동안 온실에서 생활하다 야생에 던져지면 나라도 그럴 것 같다. 그들의 본질이 어떠했던 간에 야생화로 살기엔 온실 생활이 너무 길었다. 바뀐 현실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요즘의 나의 모습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상태로 입단대회에 나갔는데 무슨 바둑이 되겠어. 결국 스스로의 불안과 초조에 잡아먹히고 마는 거야. 대개 승부처에서 확신이 없는 수를 남발하다 자멸하는 경우가 많더구나.”


‘함 원장은 이런 속사정을 왜 이렇게 잘 알지? 예전에 연구생 생활을 좀 했었나?’


그러기에는 함 원장의 나이가 너무 많았다. 연구생 제도가 정착된 것이 80년대 중반 정도라고 하는 데 현재 40대인 함 원장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때 20대 초반이었다. 그 정도 나이로 연구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난 함 원장의 과거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본인도 이야기 한 적이 없고 이것저것 물어보기엔 그와 지낸 시간이 너무 짧았다.


프로가 아닌 건 확실하고 바둑계에 인맥이 좀 있으며 바둑실력이 아직도 짱짱하다. 내가 아는 건 이 정도다. 그래서 그냥 프로를 지망하며 바둑계 주변에 오래 머문 아마추어 강자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생 이야기도 앞으로 내가 움직여야 할 방향에 대한 통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우연치 않게 나온 건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자세하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절더러 연구생 그까짓 거 해봐야 별 도움 안 된다. 그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넌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가요?”


“그렇게 들렸니?”


“예.”


“전혀 아닌데··· 그렇다면 지금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겠니.”


차르륵-


함 원장의 손에서 세제에 씻겨 광택을 회복한 희고 검은 돌이 들이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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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 24.08.07 160 3 13쪽
32 입단이란 24.08.06 178 2 12쪽
31 나의 믿음은 24.08.05 162 3 13쪽
30 나에겐 너무 어려운 멀티태스킹. 24.08.04 157 3 13쪽
29 너무나 개성적인 24.08.03 163 3 13쪽
28 게임의 법칙 +2 24.08.03 169 2 13쪽
27 나의 꿈은 타인의 피와 땀을 먹고 자란다. +2 24.08.03 168 4 12쪽
26 반전무인(盤前無人) : 상대를 의식하지 말고, 평정심을 가지라 24.08.02 174 2 12쪽
25 외전) 모든 것에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 24.08.01 178 2 14쪽
24 바둑은 멘탈 스포츠다. 24.07.31 193 3 13쪽
23 잠시 물러서다. 24.07.30 194 2 13쪽
22 연구생의 이중생활 24.07.30 211 3 12쪽
21 몽상가들 24.07.29 216 2 13쪽
20 현세의 호그와트 24.07.28 233 2 13쪽
19 환희는 없었다. 24.07.27 244 2 13쪽
18 초심을 지켜주세요. 24.07.27 244 2 12쪽
17 파랑새가 울었다. 24.07.26 257 3 12쪽
16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2 +2 24.07.25 281 6 11쪽
» 이무기가 구름을 타는 법 1 24.07.24 296 4 11쪽
14 버블 24.07.23 312 4 12쪽
13 닿지 않는 그 어딘가 24.07.22 307 4 12쪽
12 The winner takes it all 24.07.21 325 4 13쪽
11 되돌림의 미학 24.07.20 361 3 13쪽
10 치열하게 24.07.19 390 3 12쪽
9 면벽수련 24.07.18 428 1 12쪽
8 동상이몽(同床異夢). 24.07.17 458 2 11쪽
7 매력이 넘치는 원장님 24.07.16 564 3 13쪽
6 인연(因緣) : 아재가 아재를 만나다. 24.07.16 612 6 12쪽
5 그만해. 상대는 이미 죽어있어. 24.07.15 655 4 13쪽
4 지극히 도발적인 24.07.15 71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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