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드라마

새글

OXY
작품등록일 :
2024.07.14 09:54
최근연재일 :
2024.09.20 14:1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5,268
추천수 :
190
글자수 :
331,590

작성
24.08.23 14:15
조회
143
추천
2
글자
12쪽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DUMMY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본 TV 속에 내 모습은 나 같지가 않았다.


- X일 끝난 XX기 연구생 입단대회에서 한재영 군이 최종 16승 2패로 입단을 확정지었습니다. 이 대회가 시작된 지 10여 년 만에 1조를 거치지 않고 2조에서 바로 입단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이변, 돌풍과 같은 단어가 잘 어울리는···-


‘어휴! 인터뷰는 거의 편집 됐네. 하긴 내보낼 내용이 있어야··· 얼굴은 찌들어서 못 봐주겠고, 쯧쯧.'


어울리지 않게 무슨 TV인가 했더니 케이블 바둑 TV였다. 바둑은 공중파에서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비인기 종목이다. 한동안 내 인터뷰가 공중파 뉴스에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전전긍긍 하던 내 모습이 부끄럽다.


‘저녁뉴스? 어림없는 얘기지. 바둑 두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이런 게 대중적인 관심거리가 되겠어? 보통 사람이 프로기사란 단어와 바둑을 연관 시키긴 어렵지.'


“하하. 좋네요. 좋아··· 우리 아들이 최고네.”

···

“아이고! 누구 아들인지 인물이 훤하다.”


내심 보잘것 없단 생각이 드는 시청자가 한정된 케이블일망정 TV에 나오는 내 모습에 대한 부모님의 느낌은 남다른가 보다. 연신 감탄사다. 그래서 기쁘다. 부모님의 다소 과장된 말씀에도 웃음이 나온다.


‘왕년에는 바둑 세계 대회 우승 했다고 서울 시내에서 카 페레이드도 했었다는데 그런 기억이 있는 부모님 세대엔 TV출연이 특별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바둑을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점점 세월이 지날수록 퇴보해가는 종목이다.


바둑이라는 종목에서 본격적인 세계 대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응씨배는 1988년 첫 대회가 열렸는데 우승 상금이 40만 달러(US)였었다. 같은 해 열린 US 오픈(골프)의 우승 상금은 10만 달러가 조금 넘었다.


20년 후 US 오픈의 우승상금은 400만 달러가 되었다. 그런데 바둑은··· 대회가 없어지진 않았지만 약 40년 동안 40만 달러라는 우승 상금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건 세일 포인트에 완전히 문제가 있었던 거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얼핏 생각해봐도 여러 가지로 시도해볼만한 것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일테면 이런 거지.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동경에 초점을 맞춘다던가. 아니면 관심 대상을 확대해 그 종목에 종사하는 어린 천재들을 부각시켜 볼만도 했지. 클래식을 즐겨 듣진 않지만 유명 피아니스트에는 열광하는 오묘한 대중성을 이용할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


“엄마. 형아가 TV에 나와···”


어린 동생의 칭얼거림이 정겹다.


‘에구, 얼핏 딴 생각을 해버렸네. 그래. 동생아. 형이 이런 사람이야. 넌 복 받은 거야. 푸하하.’


TV라는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내 모습이 공개된 일에 대해 조금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가족들이 좋아하는데 뭐 어떠랴. 그럼 괜찮다. 조금 귀찮아져도 감수해야 할 일이다. 나도 조금은 뿌듯해지긴 했다.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게냐? 이제 입단을 했으니 면장을 받을 때까진 그냥 쉬면 되는 건가? 그럼 시간이 좀 있겠구나. 이 기회에 못 찾아뵙던 주변 어른들께 인사도 드리고···”


아버지는 이 기회에 한풀이를 하려고 하시는 것 같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말을 들으며 스트레스 꽤나 받았을 것이다.


‘아드님이 그런 종목 공부를 하신다면서요? 대단하네요. 바둑이라 그런데 너무 비인기 종목 아니에요? 먼 장래를 생각하면··· 어쩌고 저쩌고···’


아버지의 소원을 좀 들어드리고는 싶은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 유감이다.


“저도 그냥 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바둑TV에서 주최하는 기념 대국이 잡혀 있더라구요.”


“그렇구나. 그 준비에 바쁘겠구나. 어쩔 수 없지.”


“곧 기회가 생길 거예요,”


- 위 학생은 평소 근면 성실한··· 학교의 명예를 높이고··· 이에 표창합니다. XX중학교. 여러분! 다 같이 큰 박수로··· 격려를···-


평소에 잘 나가지도 않던 학교에서 상도 받았다. 나에겐 관심도 없는 것 같더니 이런 소식의 전달은 번개처럼 이루어졌다. 직접 대면은 처음인 교장 선생님의 샤우팅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열혈감성을 가진 분인 줄 미처 몰랐다.


청운 바둑도장에서도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 주셨다. 특히나 일반부 회원들이 열광했다. 입단 기념 지도기를 부탁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주말 즐거운 마음으로 방문해 다면기를 뒀다.


마무리는 언제나 빠질 수 없는 기념사진.. 원장님이 확대 현상해서 기원 벽에 붙일 거란다.


‘풋. 그게 새로운 세일 포인트가 되는 건가요?’


조금 불편한 마음도 들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프로에게 팬서비스는 기본이다. 난 이제 프로기사 한재영이다.


‘원장님이 좋아하시잖아. 이미 받은 것도 많은데 뭘 더 바라겠어. 이 정도 쯤이야···’


내가 알지 못하는 곳 일테면 아버지 직장 같은 곳에서도 축하인사를 무수히 받았다고 한다. 동네에선 아줌마들이 자식 잘 키웠다고 난리란다. 부모님의 어깨가 으쓱해진 것 같아 너무 기쁘다.


그간 남모를 걱정으로 애를 태우셨을 어른들께 조그만 보답을 한 것 같아 나름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


현재 프로기사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기전은 무엇일까? 물론 프로이니 만큼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할 수 있는 기전일 것이다. 하지만 들어올 금액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면 어떨까?


그때부터는 전통이니 권위 같은 것이 귀에 들어온다. 이름값을 따지게 된다. 이왕이면 보기 좋은 떡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국수(國手)전이 그렇다. 기성이니 명인 같은 이름들은 원래 일본에서 유래되었다. 그에 비해서 국수란 말은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둑 잘 두는 사람에게 붙이던 이름이었다. 최고의 이름값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유수의 신문사가 주최하고 유수의 대기업이 후원하는 국수전이란 바둑 대회가 있다. 그 타이틀 보유자는 국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 국수와 이번 년도 입단자들이 설 명절을 기념해 이벤트 대국을 한다.


‘내가 국수가 되는 일이 생길 순 없겠지? 아닌가? 잘 모르겠네.’


왜냐하면 이 전통의 국수전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몇 년 후 폐지되어 버린다. 하지만 아직은 먼 일이다.


상대는 유주성 4단. 다른 기전에서는 주로 본선 멤버에 이름을 올리는 정도의 중견이라는 이름 보다는 아직 신예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기사였는데 무슨 일인지 올해 국수전에서 괴력을 발휘해 그 찬란한 국수의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실력은 최상위급일지 모르지만 이름값은 좀 떨어지지.’


그래서인지 돌을 가린다. 보통 이런 기념 대국은 정선 같은 치수로 치르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국자들에게 승부에 대한 부담감을 주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결말을 유도하는 것이 그 동안의 양상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라졌다. 저변의 복잡한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관계자가 입단자는 면장만 안 받을 뿐 프로와 같다. 프로 바둑에서 치수 조정이란 있을 수 없는 일. 이런 논리로 파격이라고 불릴만한 기획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상대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국수의 면을 안 살려준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 몰랑. 난 바둑이나 열심히 두면 돼. 이런··· 백이네. 흑이 편하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서로 화점과 소목. 마주 보는 똑같은 포진으로 시작했다. 대국 전 상대의 예전 기보를 좀 찾아봤는데 모양을 중시하고 견실함을 위주로 하는 기풍이었다.


‘나하고 조금 비슷하긴 한데 내가 발은 더 빠르지.’


박힌 돌들은 유리함과 불리함을 동시에 가진다. 한번 자리 잡은 돌이 쉽게 빠지지는 않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빼보려 시도한 탓에 그 형태나 위치 등이 너무 잘 알려져 있다. 분석이 너무 쉽다. 이미 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역시나 간명하게 좌상 소목에 한 칸으로 높게 걸친다. 나 역시 간명하게 아래로 붙이고 젖힘을 기다려 늘고, 흑의 이음에 반대로 한 칸 벌려 귀를 차지했다.


‘역시나 급전이나 변칙 이런 것과는 거리가 있는 기풍이네. 계속 이러려나?’


흑은 꿋꿋하게 좌하 화점에 일자로 걸쳐 온다.


‘아직은 좀 더 두고 볼까?’


협공을 취할까 생각하다 평범하게 일자로 받아뒀다. 흑은 예상대로 변의 화점으로 벌려 큰 모양을 만든다.


‘음···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개봉하겠습니다.“


일단은 우하 흑 소목에 일자로 걸쳐 반응을 살폈다.


‘두 칸 높은 협공? 이건 좀 애매하네. 좀 긁어 볼까?’


좌변 화점에 놓인 흑돌의 옆으로 다짜고짜 백을 붙여버렸다.


‘어쩌실래요?’


흑은 잠시 생각하더니 아래로 젖혀 참는다. 다시 젖히고 흑의 이음을 기다려 손 빼고 우하에 걸쳐 놓은 돌을 보강하면서 전투의 시동을 걸었다. 흑은 그래도 귀를 지킨다. 어떤 도발에도 나몰라라 제 갈 길을 간다.


‘어? 이래도 참아? 인내심이··· 아무리 그래도 지금 귀를 지키는 것은··· 너무 밝히시네. 곧 바닥을 확인시켜 드릴께.’


전투는 계속된 백의 힘겨루기 요청에 흑은 실리 확보로 응답하면서 백이 두터워 졌다. 판의 주도권이 내게로 점점 넘어온다.


좌변에 응수타진을 겸해서 던져 놓은 두 점을 움직여 본다. 흑이 좌하귀에 걸쳐 놓은 돌을 압박하는 척 하며 중앙으로 진출 해 중앙을 슬슬 지웠다. 때 이른 닦기가 시작되었다.


흑으로서는 이제 백이 움직인 돌을 공격해서 잡던지 잡지 못한다면 압박하면서 부수적인 이익이라도 얻어야 집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단곤마는 공격이 어렵다. 백으로서는 적당히 살기만 하면 중앙은 공배가 된다.


중반에 큰 차이가 나버렸다. 흑은 승부의 빌미를 다시 끌어내려 분전해 봤지만 무리한 대마공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던질 자리조차 찾질 못했다.


백 8.5집 승.


“허 참! 이렇게··· 응수타진이 묘하네. 잘 두는구만.”


덕담으로 위장했지만 내심은 그렇지 않다란 말로 들린다. 공식대국이 아니라 대충 뒀더니 이렇게 되었다. .


‘이런 게 좀 어려워. 어찌 되었건 이긴 판이라 뭐라 대답하기도 이상하고··· 침묵이 금이야.’


승리에 대한 별 기대 없이 임한 대국이었는데 큰 곡절 없이 이겨버렸다. 그것도 현역 국수를···


유 6단은 헛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일어섰다.


‘흐흐흣. 나 원 참! 어떻게 이긴 거야? 한재영 입단하더니 미쳐가는 구나. 이거 이러다 나 뭐 되는 거 아냐?’


드디어 입단한 게 실감이 난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네.’


그동안 꿈속에서 살 듯 정신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바둑 한판 두고 나니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이제 정말 나도 프로 기사가 되었다.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현 타이틀 보유자를 이겨낸 거잖아. 이 기세라면 내년에 좀 열심히 해서 타이틀 도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망상일까? 그건 거의 없었던 일이다. 왜 거의라고 표현 하냐면 유일한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강 명인이라 불리는 강재철 9단이 2단의 몸으로 타이틀을 차지한 전례가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도전자가 되면서 포인트가 대거 추가되어 2단이 되었고 타이틀을 딴 시점이 2년 차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그냥 데뷔 첫해의 초단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어쩌면··· 이제 시작이다. 아자! 힘내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넘치는 재능의 AI기반 바둑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번 주말(토,일)은 쉬어갑니다. 24.09.19 4 0 -
공지 어제 입원했습니다. +2 24.08.29 51 0 -
공지 연재시간 변경 매일 14시 30분에 올리겠습니다. 24.07.15 227 0 -
60 복기의 이면 NEW 8시간 전 33 1 12쪽
59 승리의 통쾌함과 패배의 허탈함. 24.09.19 50 3 13쪽
58 한계돌파를 위해 24.09.18 62 3 12쪽
57 각자의 어려움은 다르다. +3 24.09.17 67 3 12쪽
56 좌충우돌(左衝右突) 24.09.16 74 3 12쪽
55 미쳐 사는 사람들 +2 24.09.16 74 4 12쪽
54 사노라면. 24.08.28 108 2 12쪽
53 열전 24.08.27 119 3 12쪽
52 패배에 관한 고찰 24.08.26 119 2 12쪽
51 교훈(敎訓)을 얻다. +2 24.08.25 147 3 12쪽
50 외전) 내가 1급이 된 이유 +5 24.08.24 136 4 12쪽
»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24.08.23 144 2 12쪽
48 승리자의 권리 24.08.22 144 3 12쪽
47 트라우마 24.08.21 132 2 12쪽
46 마지막 한 걸음 24.08.20 137 3 13쪽
45 목표에 접근 중 +2 24.08.19 135 3 13쪽
44 제 8국 24.08.18 142 4 13쪽
43 위기와 응전 24.08.17 140 4 12쪽
42 승리와 패배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24.08.16 146 3 12쪽
41 준비 완료 24.08.15 140 3 12쪽
40 지음(知音) 24.08.14 151 4 14쪽
39 가오가 정신을 지배할 때 24.08.13 143 4 13쪽
38 도(道)를 아십니까? +2 24.08.12 148 3 12쪽
37 실마리 24.08.11 151 2 12쪽
36 우울한 날 보험 증서를 꺼내다. +2 24.08.10 154 2 12쪽
35 위기 관리 24.08.09 156 3 12쪽
34 변화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24.08.08 166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