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의 쌀먹왕자에게 조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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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세자가 정체를 숨김

DUMMY

30화.



그로부터 얼마 후.

온 서경을 총괄하는 서경유수관 앞, 커다란 공터.


그곳에는 거지꼴을 한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 줄을 선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었다.


“어이! 거기 줄 안 서면 국물도 없어!!”


공터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로 가득했다.

끝도 없이 걸린 무쇠솥에서 피난민들을 위한 죽이 가득 끓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먹을 걸 노리는 피난민들에 의해 아비규환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피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배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경 주진군 병사와 개경에서 파견된 상인들이 군중들을 제어하고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 했던 약속이 훌륭하게 지켜졌기 때문이었다.


“밀지 마시오! 죽은 충분하오!”

“세자 저하께서 직접 자비를 내리셨소! 저 엄청난 쌀과 잡곡을 보시오!”


실제로 끓고 있는 죽솥 뒤에는 엄청난 양의 곡식 가마니가 쌓여있던 터였다.

모두가 죽 한 그릇을 받을 때까지, 그곳에서는 끊임없이 곡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엄청난 양의 쌀이 서경성으로 들어오는 광경을 피난민 대부분이 한 번쯤은 목격했던 바다.

이제 피난민 중에는 배급을 얻어먹지 못할까 봐 속이 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이 폭풍전야의 이 시간, 희한하게도 질서가 유지되는 이유였다.


“아이고, 이런 어린애까지······.”

“많이 드세요!”


게다가, 어느 솥 앞에서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연신 죽을 퍼 주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 주변에는 우락부락한 병사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기분 탓일 테고.


하지만 피난민들에게는 그 아이가 대충 상단에 딸린 사환 후보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이상한 생각은커녕, 대부분의 피난민이 어린애가 전쟁 통에 전방까지 끌려와서 고생한다며 혀를 끌끌 찼다.


깡-!! 깡-!!


“오늘 배식은 종료하겠소! 내일 점심에 또 모이시오!!”


그렇게 텅 빈 죽솥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오늘도 서경성에 남하한 피난민들에게 죽 배급을 하는 일은 완전히 끝이 났다.

그런데.


“어어······?”

“저기, 뭐 하는······?”


다들 그릇에 대가리를 박고 열심히 죽을 퍼먹던 사이.

죽그릇을 일찍 비운 피난민 몇몇이 얼빠진 소리를 뱉어냈다.


환관으로 보이는 무리 하나가 죽솥으로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환관이란 개경 밖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존재.

뭐라도 상상외의 일이 일어날까. 피난민 다수의 시선이 죽솥 방향으로 쏠렸다.

그때.


“저 옷은······?”

“뭐야······. 저 애?”


환관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받쳐 들고 온 누런색 용포.

그 옷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 용포를 받아 아무렇지도 않게 입는 사람이 있었다.

방금까지 피난민들에게 죽을 퍼 주던 남자아이였다.


“······!!”


머릿속이 정리되려야 될 수 없는 상황.

하나둘씩 고개를 들던 피난민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개중에는 입으로 처넣던 숟가락을 그대로 떨어뜨리는 이도 있었다.


뒤이어 어디선가 서경 유수가 나타나 용포를 입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충! 세자 저하! 고생이 많으셨사옵니다!!”


모여든 군사들의 외침이 공터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 자리에 있는 피난민 중 ‘세자 저하’라는 말을 듣지 못한 이는 없었다.


“세···자······?”

“그, 그럼 방금 죽을 나눠주던 아이가······?”

“마, 말도 안 돼······.”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피난민 중 서경성을 핫하게 달구는 뜬소문을 못 들은 사람이 있던가.


‘어린 고려의 세자가 서경을 사수한다!’


일부는 그 소문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일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 소문을 애써 무시했을 터.


애초에 구중궁궐에서 고이 지켜져도 이상하지 않을 세자가 최전방 서경을 지킨다니.

믿지 않는 게 정상인 소문 아니던가.

하지만.


“죽은 좀 입에 맞나?”


용포를 입은 아이는 얼어붙은 피난민들 사이를 돌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안 그래도 원래 먹던 것보다 이상하게 죽이 맛있긴 했는데.

이미 피난민들은 죽의 맛이고 뭐고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절대 평범한 아이에게서 나오지 않는, 귀한 이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오오라.

그것이 용포를 입은 아이에게서 풍기고 있었다.


툭.

털썩.


피난민 무리의 앞줄부터 무릎을 꿇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생겨난 파도는 용포를 입은 아이, 아니 세자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세자 저하!!”

“세자께서······!!”

“귀한 분이 어째서 이런 누추한 곳에······!!”


소문을 믿었던 사람들은 그들대로.

차마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믿지 않았던 사람들은 또 그들대로.


어디선가 밀려오는 벅찬 감정에, 피난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은 채 세자를 맞고 있었다.


그날, 서경성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훗날 이날의 일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영통 상단 대행수 최대식은 이렇게 적었다.


[······그때야말로 나와 상인들이 퍼뜨린 소문이 개경을 넘어, 서북 백성들 사이에서도 생명력을 얻던 순간이었다.

세자 저하께서는 유사 이래로 누구보다 비범한 위인이시며, 말 그대로 미륵의 현신임이 분명하다는······.]


정작 이 묘사의 대상이 된 누군가는 이 상시 숭배의 기록‘도’ 발견하자마자 당장 불태우라며 난리를 피웠지만.

아무튼.



**



“대식아.”

“예, 저하!”


며칠 후.

아무래도 이상해진 성내 분위기에, 나는 최대식을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너, 뭔 짓 했냐?”


지금, 나는 말을 타고 서경성을 돌고 있었다.

성 순찰을 겸해, 가만히 있으면 소화 안 되고 살찌니 운동 삼아 나오는 산책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서경성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그저 다른 높은 벼슬아치를 대하는 것과 비슷했던 백성들의 반응이······.


“오오······.”

“세상에······. 세자께서······.”


내가 멀리서 보이자마자 백성들은 땅에 이마를 박아대고 있었다.

길가에 서 있다는 것을 망각한 듯한 광신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절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기라도 하지.

숫제 어떤 피난민 할머니는 나를 보고 눈물을 흘려댔다.

아이 여럿을 데리고 행차를 구경하던 어떤 아줌마는 연신 합장을 하며 불경까지 외더라.


그건 북쪽 백두혈통 봉건 왕국의 3대에 걸친 세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격한 반응.

그걸 보고 소름이 안 돋으려야 안 돋을 수가.


솔직히.

서경성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힘숨찐 쇼를 찐하게 한 건 인정하는데.

난 저렇게 광신도를 만들려는 세뇌 활동은 한 적이 없었다. 절대로.


그래서 지금 최대식을 불러내 조지려는 것이다.

방금 오체투지를 하며 나를 숭배하는 한 피난민의 모습, 최대식의 평소 행동과 완전히 똑같았으니까.


“뭔 짓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

“지랄······ 아니, 날 속일 생각 말고. 네가 지어낸 헛소리 속 세자님은 관심법도 쓰던데, 내 앞에서 뭘 숨기려고?”


이 미친놈이 기습 숭배를 넘어 상습 숭배를 해댄 게 얼마나 됐던가.

혹시나 서북 백성들에게 강력한 세뇌빔을 쏠 생각을 할 놈이 있다면 이놈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 단기간에 세뇌빔 난사가 가능한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헤헤······. 하지만 저하께서는 소인을 신뢰하셔서 관심법 같은 건 쓰지 않으······.”

“대식아. 우리 서경 오는 길에 있던 자비령에 호랑이가 그렇게 많이 산다더라.”

“예?”

“순순히 사실대로 고해라. 자비령 호랑이 밥으로 던져지고 싶지 않으면.”


이놈은 현실을 사는 건지, 착각 속을 사는 건지.

늘 아리송한 최대식이었다.


하지만 확실했다.

이놈이 이렇게 실실대며 웃고 있는 걸 보면.

범인은 너야!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뭘 말씀이시옵니까?”

“아니면, 고이 초석밭에 묻어줄까? 고려를 위한 일이라면 한 몸 바쳐 화약 정돈······.”


그렇게 시치미를 떼는 최대식의 자백을 받아내려 몸을 비틀고 있을 때였다.


그 와중에도 테슬라 부럽지 않은 내 애마, 추풍오는 알아서 네비를 찍고 산책코스를 자율주행 중이었는데.


“······그래. 그때 막 공주님에게서 태어난 그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뭐라고요?”

“내겐 쌀이 필요하노라! 만백성을 배불리 먹여 굶주림으로부터 구원할 쌀이!”

“오오오오······!!”


굉장히 신경에 거슬리는 대화가 내 귀에 꽂혔다.


아니, 대화가 아니었다.

웬 이야기꾼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참 썰을 풀던 도중이었던 것이다.


이거, 조선 후기에 나왔어야 할 전기수(傳奇叟)가 몇백 년 일찍 나타난 건가?


어차피 피난민들이 하는 거라고는 방어를 위한 노역을 돕는 것 정도.

그마저도 여자와 아이들은 할 게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꾼은 시간을 죽이고 싶어 하는 피난민들을 데리고 제 역할을 하고 있나 싶었는데.


그런데 잠깐.

저 이야기, 이상하게 굉장히 익숙한데.


“그러자, 부처님께서 저하의 절절한 부르짖음에 이렇게 응답하셨다는 거야!”

“어, 어떻게 말입네까?”

“너는 고려국 세자로 태어났으나 훗날 미륵이 되어 중생을 구원할 존재. 그러니 미리 나의 권능을 조금 나누어주어······.”


그 순간.

모든 걸 파악한 나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다.


명을 받은 군사들이 순식간에 뛰쳐나갔다.

모여들었던 피난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흩어져야 했다.

단 한 명.

웬 이상한 프로파간다를 퍼뜨려대던 이야기꾼만 빼면.


“저, 저는 시키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억센 병사들에게 잡혀 온 그는 내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러나 나는 말단 꼬리에 불과할 이야기꾼에게 별 감정이 없었다.


진짜로 조져야 할 대상은 바로 내 옆에 있었으니까.

이딴 흉참한 짓거리를 할 놈이 고려에, 아니 전 세계에 이놈 말고 또 있겠는가.


“대식아.”

“예······. 저하.”

“아직도 부정할래?”


머릿속이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그렇게 최대식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군사들이 이야기꾼을 털어대는 걸 보고 있는데.


“저하! 놈의 품에서 이상한 서적이······!!”


촤라라락.

이야기꾼에게서 압수한 책의 책장이 내 눈앞에서 휘리릭 넘어갔다.


이상하게 문장력이 뛰어났다.

이딴 길거리 이야기꾼에게 주어질 잡기(雜記) 따위를 쓸 필력이라기엔 낭비였는데······.

아.


“우리 대식이,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구나? 그것도 국제적으로.”


어쩐지 문장이 눈에 익더라니.

대본 책에 선명하게 적힌 작가의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모든 상황이 이해되고 말았다.


나관중.

그 정도 필력은 되어야 서경성 인기 베스트 1위를 연재 며칠 만에 정복할 수 있었을 터.


“주, 죽여주시옵소서!! 소인은 그저 저하의 앞날을 위해······!!”


그제야 빼도 박도 못할 상황임을 감지한 최대식이 내 앞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놈의 오체투지는 기습 숭배 탓에 이미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게 된 지 오래였다.


“대식아. 내가 왕실 재산 불리라고 대도 자주 보내줬더니, 아주 여유가 많았나 보다. 그치?”


상상 가능한 루트는 하나밖에 없었다.

고려-원 무역으로 대도를 자주 드나들던 최대식이 나관중과 접촉했고.

삼국지연의를 집필 중이던 나관중이 심심풀이로 써준 세컨드 작품이 이상한 곳에서 대히트를 쳤다는 것.


나중에 대도에 가면 나관중도 한번 크게 단속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의 전략 핵무기급 필력은 이따위 곳에서, 이따위 목적으로 낭비될 게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그를 괴벨스처럼 쓰려고 생각한 적이 있더라도.

문화의 높고 큰 힘은 최대식의 취미 생활 따위에 쓰라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저하, 하오나 소인은 저하께서 꾀하신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대식아.”


나도 모르게 내 목소리에서 찬 바람이 씽씽 부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화가 솟구칠 때마다, 온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이었달까.

이거,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어디였더라.


“전쟁 끝나면, 염전 한 번 가자.”

“저하!!”

“며칠 땡볕 아래에서 땀 시원하게 빼고, 쓸데없는 생각도 같이 빼 버리자. 알겠지?”


얼마나 내 반응이 냉랭했는지.

옆에서 최대식과의 대화를 지켜보는 군사들도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하!! 하오나······!!”


안 돼. 바꿔줄 생각 없어. 돌아가.

최대식이 숫제 바닥을 뒹굴며 오열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판결을 바꿀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일단 놈이 오열하는 이유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염전 노예 짓이 싫은 게 아니라, 내 옆에서 떨어지는 게 지옥보다 싫다는 게 이유였다.

으, 소름 돋아.


뭐, 최대식의 상습 숭배가 결과적으로 좋게 작용하긴 했다.

귀여운 세자의 암행 쑈에 이은 프로파간다 살포.

이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서경성 사기 진작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친 걸 부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피난민들이 스스로 죽창을 깎아 성벽에 오르길 자청하고.

아낙네들은 치마에 돌을 담아 성벽을 오르기 시작했다니까?


그러니 최대식을 염전 노동교화형, 아니 노역형 정도로 봐주는 거다.

정말로.



**



“크하하!! 저 꼴 좀 보게!!”


압록강을 넘어온 홍건적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을 막아선 수백의 고려군을 격파하고 도주하게 만들길 수차례.

홍건적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당장이라도 고려를 삼키고 그들이 왕이 되는 미래가 보이기라도 한 걸까.


“그런데 파두반.”


그때, 그렇게 의기양양해하는 파두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막 군사들을 이끌고 주위를 순찰하고 온 관선생이었다.


“왜? 또 박살 낼 고려군을 발견하기라도 한 거야?”

“아니, 무언가 좀 이상해서 말이야.”


관선생의 말을 듣자, 파두반도 그제야 무언가 기대하던 것이 보이지 않는단 걸 깨달았다.

관선생이 빠른 약탈을 위해 이끌었던 기병 500기.

그들의 안장과 말등 위가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요동에서 약탈할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다들 푸짐한 식량에 여자 하나쯤은 말등에 올리고 무겁게 돌아왔었는데.


“고려가 원래 이렇게 빈곤한 동네였던가?”

“뭐, 원래 국경지대는 뭐만 하면 털리기 일쑤인 곳이니까.”

“하긴, 저번에 먼저 쳐들어갔던 모거경 놈이 한번 털어먹었을 테니. 아직 거지꼴인 것도 이상하지 않군.”


몽골의 침략 이래로 고려의 국경지대가 쉴 새 없이 털려댔던 건 중원에서도 상식.

거기에 2년 전 1차로 고려에 쳐들어갔던 다른 홍건적 장수도 있지 않았던가.

그렇게 두 홍건적 장수는 멋대로 납득을 끝내 버렸다.


“뭐, 상관없지. 고려 땅이 여기서 끝인 것도 아니고.”

“맞아. 맞아. 놈들의 중심지, 개경이란 곳은 아직 한참 멀었잖아?”

“개경이라······. 중원에 있었을 때도 소문 정도는 들었던 곳인데.”


고려의 수도 개경.

멀리 아라비아에서도 무역을 위해 상인이 찾아온다는 고려 상업의 중심지.

그리고 고려를 침입했던 몽골군이 가장 짭짤한 약탈 소득을 올렸던 도시.


분명 개경에 가득할 게 분명한 보물의 형상이 두 홍건적의 눈앞에 번쩍이고 있었다.


“거기만 점령하면 뭔들 문제겠나. 어차피 국경지대는 조금만 가면 끝나는데.”

“맞아. 군사들의 배를 채워줄 식량은 좀 더 나아가 취하면 그만이지. 클클클.”

“고려군이 종잇장과 별다를 게 없단 걸 안 이상, 파죽지세로 쳐들어가면 그만이야. 으하하!”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 아래.

5천 철기를 앞세운 홍건적의 대군은 압록강을 넘어 남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홍건적들의 앞에 펼쳐진 황금빛 고려는 전부 허상.

그곳은 범이 아가리를 쫙 벌리고 기다리는 함정 속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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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불신(佛神)이 아니라 불신(不信) +14 24.09.17 3,175 128 15쪽
44 44화. 짭짤한 황금 +11 24.09.16 3,667 129 16쪽
43 43화. 승자가 패자에게 거둘 권리 +13 24.09.15 3,992 141 19쪽
42 42화. 함주 평야 회전 +11 24.09.14 4,056 166 16쪽
41 41화. 함정의 함정의 함정 +11 24.09.13 4,130 158 20쪽
40 40화. 동북면의 늑대들 +14 24.09.12 4,245 163 16쪽
39 39화. 각오 +11 24.09.11 4,334 170 15쪽
38 38화. 묵직한 무장의 결의 +10 24.09.10 4,510 152 19쪽
37 37화. 미래를 위한 한 걸음 +14 24.09.09 4,696 160 16쪽
36 36화. 괴짜가 두 배 +15 24.09.08 4,865 172 18쪽
35 35화. 두 명의 불도저 +17 24.09.07 5,007 178 16쪽
34 34화. 전부 내가 짊어지겠다 +13 24.09.06 5,083 171 19쪽
33 33화. 포기하지 마라, 내가 널 포기하기 전까지 +17 24.09.05 5,025 195 19쪽
32 32화. 명군과 명장의 자질 +15 24.09.04 5,086 184 16쪽
31 31화. 넌 못 지나간다 +13 24.09.03 5,087 173 13쪽
» 30화. 세자가 정체를 숨김 +12 24.09.02 5,188 157 16쪽
29 29화. 귀여운 세자의 서경 사수 쇼 +8 24.09.01 5,232 162 17쪽
28 28화. 폭풍전야 +11 24.08.31 5,245 162 14쪽
27 27화. 노병은 죽지 않는다 +12 24.08.30 5,296 173 16쪽
26 26화. 여진해병 이지란과 기합찬 야만전사들 +15 24.08.29 5,397 170 14쪽
25 25화. 용의 피를 타고난 아이 +14 24.08.28 5,424 185 13쪽
24 24화. 고려가 힘을 숨김 +14 24.08.27 5,395 192 18쪽
23 23화. 천 리 바깥을 꿰뚫는 눈 +13 24.08.26 5,313 192 14쪽
22 22화. 카사르테무르 +17 24.08.25 5,366 201 15쪽
21 21화. 마음을 사는 방법 +20 24.08.24 5,396 209 15쪽
20 20화. 동심결(同心結) +18 24.08.23 5,461 195 13쪽
19 19화. 고려세자삼합과 황좌의 게임 +19 24.08.22 5,574 199 15쪽
18 18화. 천기누설 +18 24.08.21 5,572 205 13쪽
17 17화. K-상추쌈과 삼겹살 +13 24.08.20 5,764 188 14쪽
16 16화. 700년 전의 한류(韓流) +15 24.08.19 5,873 188 18쪽
15 15화. 큰 그림 그리기 +16 24.08.18 5,848 191 14쪽
14 14화. 화력고려의 태동 +15 24.08.17 6,001 206 15쪽
13 13화. 하, 총 마렵다 +14 24.08.16 5,974 200 13쪽
12 12화. 염전 인부 대식이 +15 24.08.15 6,038 232 14쪽
11 11화. (딸깍) +18 24.08.14 6,184 218 16쪽
10 10화. SSS급 유망주의 삶은 고달프다 +15 24.08.13 6,393 211 13쪽
9 9화. 수확물 두 배 이벤트 +17 24.08.12 6,629 221 18쪽
8 8화. 사기템 +17 24.08.11 6,625 242 12쪽
7 7화. 기적의 볍씨 +14 24.08.10 6,727 231 14쪽
6 6화. 연철의 연금술사 +13 24.08.09 6,832 226 17쪽
5 5화. 은이 필요해요. 아주 많이 +12 24.08.08 7,153 232 14쪽
4 4화. 동북 촌놈과 재능충 +16 24.08.07 7,794 238 17쪽
3 3화. 명마 고르기 +22 24.08.06 8,139 257 15쪽
2 2화.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혼혈왕자 +17 24.08.05 8,725 256 13쪽
1 1화. 고려에서도 쌀먹이 가능할까요 +36 24.08.05 9,684 2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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