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총잡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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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간
작품등록일 :
2024.07.21 13:33
최근연재일 :
2024.08.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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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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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호송 의뢰

DUMMY

웨인은 경적을 울린 자동차에 다가갔다.

운전대에 앉은 젊은 여자가 손을 흔들었다. 고동색 머리 위에 얹어진 챙이 커다란 모자가 눈에 띄었다.


“당신이 크리스입니까?”

“네. 크리스티나 라드론, 줄여서 그냥 크리스예요. 반가워요.”

“웨인 라프워스라고 합니다. 더스크타운까지 가시는 거 맞으십니까?”


웨인의 딱딱한 인사에 여자가 피식 웃으며 손짓했다.


“맞아요. 일단 차에 타세요.”


웨인은 조수석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실제로 자동차를 타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가 좌석에 어색하게 적응하는 동안, 크리스는 앞을 가로막는 마차들을 향해 경적을 시끄럽게 울려댔다.


“아오, 저 자식들이. 좀 비키시라고요! 예?”


그렇게 한참의 사투 끝에 그들은 벨크로프트의 차량 정류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적한 길 위를 초록색 차가 달렸다.


“휴, 겨우 빠져나왔네요. 몇 년 전만 해도 차가 지나가면 마차들이 알아서 피해줬는데, 요즘은 안 그런단 말이죠.”

“운전을 예전부터 하셨나 봅니다.”

“네. 이래 봬도 다이미어 사에서 처음 출시했던 모델을 운전해본 사람이에요, 제가. 그때는 사람들이 자동차라는 걸 처음 보니까 다 피해 다녀서 오히려 운전하기 편했거든요.”


크리스는 이어서 자신의 운전 역사를 길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떻게 처음 운전을 배웠는지부터, 저번에 사흘 내리 혼자 운전만으로 도시 다섯 개를 여행한 일까지.

웨인은 그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크리스가 어떻게 운전하는지를 살폈다.

운전이란 기술을 처음 접하는 것이었기에 흥미가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어쨌든, 운전이란 게 쉬워 보여도 그 혹시 모를 한 번의 사고 때문에 어려운 거라고요. 알겠어요? ···웨인, 듣고 있어요?”

“아아, 네.”

“이거 봐, 안 듣고 있었네.”

“아닙니다. 그냥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서요.”


갈림길이 나타나자, 크리스가 여유롭게 우회전을 했다.

운전을 오래 했다는 말은 정말인지, 그들이 탄 차는 지금까지 순탄하게 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뭔데요?”

“이 호송 의뢰는 어떻게 맡기게 되신 건가요?”

“아··· 이 의뢰요? 제 삼촌이 프랭크 박사님이랑 아는 사이시라 박사님을 몇 번 뵌 적이 있거든요. 그 인연으로 맡긴 거죠. 아예 모르는 사람을 고용하는 거보단 낫잖아요.”


크리스의 대답을 들으며 웨인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 경쾌한 고갯짓.

하지만, 눈까지 웃고 있지는 않았다.


‘아까부터 뭔가 이상한데.’


크리스의 운전을 살피던 중 웨인은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선택지가 여러 개인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크리스는 어떤 고민도 없이 바로 차를 몰았다. 지도를 보는 일은 없었다.

마치 이곳의 지리를 아주 잘 아는 듯이.

그런 사람이 굳이 이 지역에서 호송 의뢰를 맡길 이유가 뭐가 있을까.


“그럼 오늘 벨크로프트에 오실 때도 이 차로 운전해서 오신 건가요?”

“음, 그렇죠? 그 뭐야, 다크워스 쪽에서 아침에 출발했어요.”

“다크워스에서는 호송 의뢰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그 질문에 크리스가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웨인을 곁눈질했다.


“아아, 네. 그래도 벨크로프트에서부터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원래도 호송 의뢰를 자주 구하는 편이신가요?”

“네, 뭐. 요즘 흉흉한 사건들도 자주 일어나고 그러잖아요. 제가 뭐 무기를 잘 다루고 그러는 것도 아니라···. 안전 생각을 해야죠.”


웨인은 아까 크리스가 떠들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운전 역사를 풀어내며 이전에 사흘 내리 차를 타고 여행했다고 했었다. 혼자서.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이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말과 행동이 계속 모순된다면, 답은 하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저 여자가 숨기고 있는 진실이 무엇일까.

웨인이 눈가를 좁혔다.


그때, 크리스가 잠깐 찾아온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 근처 길가에 제가 아는 여관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간단한 식사를 하는 건 어때요?”

“식사를요?”

“네. 차 배터리도 충전할 겸, 거기서 좀 쉬어가도 나쁠 건 없잖아요? 마차들도 원래 그런 여관에서 말을 쉬게 하거든요.”


뜬금없는 제안까지는 아니었지만, 좀 갑작스럽기는 했다.

크리스가 웨인의 대답을 기다리며 운전대를 톡톡 두드렸다.


‘저 제안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이제부터 알아보면 될 일이었다.

웨인은 허리춤의 리볼버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그럼 그러도록 하죠.”

“좋아요. 제가 거기에서 파는 진짜 맛있는 메뉴를 알거든요.”


크리스가 경쾌하게 흥얼거리며 차의 방향을 돌렸다.


그들이 탄 초록색 자동차는 곧 낡은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렇게 크진 않은 이 층 짜리 건물이었다.

건물 옆 마구간에는 말 몇 마리가 매여 있었다.


“좀 낡긴 했지만, 그만큼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에요.”

“그렇습니까?”

“네. 아, 잠깐만요. 차 배터리 좀 사 올게요.”


차에서 먼저 내린 크리스는 건물에 붙어있는 작은 가게로 뛰어 들어갔다.

웨인은 가게 속 마나의 흐름에 집중했다.

크리스를 제외하고 두 명이 더 있었다. 세 사람이 한쪽에 모여서 무언가를 하는 게 느껴졌다.

그 기척에 신경을 기울이며 웨인은 자신의 리볼버에 든 탄환을 갈아꼈다.

일종의 대비를 하는 셈.


‘다수를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잠시 후, 크리스가 벽돌 모양의 푸른색 물건을 들고 돌아왔다.

저 물건이 자동차를 충전하는 배터리인 모양이었다.


“저희 식사하는 동안 충전해놔야지 편하잖아요?”


크리스가 자동차 옆면의 덮개 속 구멍에 푸른색 배터리를 꽂아 넣었다.


“됐다. 이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죠.”


웨인은 크리스를 따라 여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여관 안은 한적했다.

손님은 구석에서 식사 중인 남자 하나가 전부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크리스가 손을 들고 점원을 불렀다.


“여기 양고기 스튜 두 개 주세요!”


그러고는 웨인과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아, 혹시 고기 안 먹거나 그러지는 않죠? 여기 스튜가 정말 기가 막히거든요.”

“음식을 딱히 가리지는 않습니다.”

“다행이네요. 여기서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면 늦은 저녁쯤에는 더스크타운에 도착할 거예요. 완벽하죠?”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웨인은 주방 안쪽으로 주의를 기울였다.

천에 가려져 있어서 시야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 명이 주방 안에 있었다.


‘이 여자와 저들이 같은 편일까.’


아직 의심에 대한 증거가 확실하지 않았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잠시 후, 종업원이 접시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평범해 보이는 종업원이었지만, 웨인은 그녀의 허리춤에 마나가 뭉쳐져 있다는 걸 눈치챘다.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는 몰라도, 마도구 혹은 무기임은 분명했다.


“자, 이제 한 번 먹어보도록 합시다.”


크리스티나가 고기와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웨인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스튜를 휘저었다.

그에게 음식 속에 탄 약물까지 알아낼 재주는 없었다.

왼손의 포크로 고기를 찍어 천천히 입 근처로 가져다 댔다. 육향이 웨인의 코를 간질였다.


그러다가 포크에 고정되어있던 그의 시선이 갑자기 휙 위로 향했다.

크리스는 음식을 더 먹기보다는 웨인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 어서 먹어봐요! 정말 맛있어요.”


크리스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탁자 아래 숨겨져 있던 웨인의 오른손이 그 순간 움직였다.

그의 왼팔 아래로 드러난 총구가 번쩍였다.


콰과광!


얇은 천으로 가려져 있던 주방 안에서 굉음이 들렸다.

리볼버에 장전해놨던 ‘폭발하는’ 룬이 새겨진 탄환의 효과.

이전에 썼던 ‘마법 무력화’ 룬 탄환보다 만들기 덜 까다로우면서 모든 걸 날려버린다는 면에서 효율도 좋다.

웨인은 그대로 그의 손에 들린 포크에 마나를 실어 뒤로 날렸다.


“끄아악!”


퍽 소리와 함께 뒤에서 들리는 신음.

웨인의 뒤편에서 은밀하게 다가오던 남자가 안구를 찌르는 극심한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구석에서 혼자 식사하고 있던 그 손님이었다.


콰광!


웨인의 다음 탄환은 자신의 무기를 꺼내려던 종업원까지도 폭발시켰다. 피가 탁자에도 후드득 튀었다.

그의 리볼버가 다음 목표를 겨눴다.

크리스가 탁자 밑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흐윽, 흑.”


거친 숨소리는 어떤 단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때, 다급한 인기척이 건물의 옆문 쪽에서 느껴졌다.

웨인은 그 방향으로 바로 총을 쐈다.


굉음과 함께 문짝이 통째로 부서지며 그 뒤에 있던 두 남자가 쓰러졌다.

웨인은 잠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포크가 박힌 눈을 부여잡고 꿈틀대는 남자와 탁자 밑에 숨은 여자.

그 외에 더는 다른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웨인의 시선이 다시 벌벌 떠는 여자를 향했다.


“그래서, 크리스.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하도록 할까요?”

“다, 다··· 죽었어···.”


크리스가 흐느꼈다.


“제게 접근한 목적이 무엇입니까?”

“흐윽···.”


이럴 때 진실의 물약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의 짐은 모두 차에 실려 있었다.

차까지 가서 물약을 가져오기보다는 더 투박한 방식을 쓰기로 했다.

웨인 주변의 마나가 크리스 근처로 모여들었다. 무형의 힘이 그녀의 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누가 당신들을 보냈습니까? 이것 하나만 대답해주시면 고통 없이 보내드리죠.”


굳이 대답하면 살려주겠다거나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 없이도 답을 얻어낼 수 있는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아까 대담하게 거짓된 연기를 하던 모습과 달리 여자는 이런 상황에는 면역이 없어 보였다.


“총알이 머리를 통째로 터트리는 거보단 사람의 형체로 죽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웨인의 말투는 분명 차분했지만, 크리스는 오히려 더 겁에 질려서 몸을 부들댔다.


“어서요.”

“으으. 다 알면서··· 왜, 왜 묻는 거예요?”


크리스가 나직하게 말했다.

웨인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게 무슨 뜻이죠?”

“흡, 프, 프랭크 박사님이 시켰다는 걸 이미 다 눈치챈 거, 아니었어요?”

“···프랭크 박사님이요?”

“애초에 그쪽을 저와 만나게 한 것도 그 박사였잖아요. 저는 그쪽이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몰라요!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미리 알았으면, 안 하겠다고 했을 텐데!”


크리스가 울분에 가득 차 헐떡였다.

웨인은 침묵했다.

그의 왼손이 크리스를 둘러싼 마나를 순간적으로 압축했다.

목뼈가 뚝 부러지며 고통 없는 죽음이 여자를 덮쳤다.

이어서 웨인의 마나는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기어가던 남자까지도 죽였다.


‘빅터 프랭크.’


피에르 라프워스의 오랜 친우.

그가 배신했다.

웨인이 유일하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웨인이 알아 왔던 빅터 프랭크는 그럴 만한 자가 아니었으니까.


‘벨크로프트의 저택을 침입했던 그 사람도 자기는 제보를 받고 찾아왔다 했었지.’


웨인의 입매가 비틀렸다.

어린 웨인에게 피에르가 해줬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세상 사람들은 태엽 장치와도 같은 존재들이란다, 웨인.’


하지만, 태엽 장치는 배신하지 않는다.

태엽 장치는 주어진 상황에서 늘 똑같은 반응을 돌려주지만, 프랭크 박사는 평소와 같이 요청한 도움에 이번에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웨인도 악의와 거짓말은 벨크로프트에서 꽤 겪어보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배신당한 적은 없었다.

배신이란 건 믿음이 있는 상황에서만 성립할 수 있었으니까.


‘아직도 사람이란 존재는 이해하기 어렵네요, 아버지.’


웨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가 튀겨진 양고기 스튜에서는 옅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찌 됐든, 웨인이 다시 또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어디로?’


프랭크 박사에게 했던 말을 웨인은 떠올렸다.

박사에게 그는 헥싱턴만 아니라면 어떤 도시든 괜찮다 말했었다.


피에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지 말라고 했던 헥싱턴.

웨인을 쫓는 바이오포지 연구소가 있다는 헥싱턴.


프랭크 박사를 포함해 웨인을 추적하는 사람들이 그가 절대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할 만한 도시가 딱 하나 있다면, 그건 헥싱턴이었다.

헥싱턴에 대해 웨인이 아는 거라곤 도시 연합의 수많은 도시 중 가장 거대하고, 가장 위험한 도시라는 것 정도.

하지만, 웨인은 자신의 선택지가 하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에르의 유언 세 가지.


‘마법사라는 걸 들키지 말아라.

벨크로프트에 남아있어라.

헥싱턴으로는 절대로 가지 말아라.’


제대로 지켜진 건 하나도 없었지만, 웨인은 자신이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있다 생각하지 않았다.

피에르의 유언에는 결국 한 가지 공통된 뜻이 담겨 있었으니까.


‘살아남는 것.’


피에르가 그의 아들에게 가장 바랐던 것.

웨인은 그 바람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초록색 자동차가 길 위를 달렸다.

목적지는 기회를 꿈꾸는 자들이 향한다는 도시, 헥싱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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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탈출 24.08.02 19 3 13쪽
15 루나스 연구소 24.08.02 19 4 14쪽
14 흑마법사 24.08.02 24 4 13쪽
13 흑마법사 +1 24.08.01 29 4 13쪽
12 섀도우스엔드 24.07.31 33 2 12쪽
11 크리처 24.07.30 33 2 14쪽
10 크리처 24.07.29 28 2 14쪽
9 중개인 사무소 24.07.28 41 2 13쪽
8 뒷골목 24.07.27 38 2 15쪽
7 아니스의 의뢰 24.07.26 43 4 14쪽
6 약물 실험 24.07.25 48 4 15쪽
5 거터게이트 24.07.24 49 3 14쪽
» 호송 의뢰 24.07.23 51 2 13쪽
3 벨크로프트를 떠나다 24.07.22 68 4 13쪽
2 침입자 24.07.21 76 3 15쪽
1 총과 마법 24.07.21 12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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