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총잡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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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1 13:33
최근연재일 :
2024.08.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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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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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DUMMY

밧줄로 꽁꽁 묶인 사람 하나.

그리고 그걸 옮기는 남자 하나.


길거리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흘긋흘긋 지켜봤다.

웨인은 개의치 않고 베이츠 브라더스의 문을 벌컥 열었다.

안경을 쓴 젊은 남자, 제임스가 그런 웨인을 맞아주었다.


“크리스 씨, 오셨군요.”

“네.”

“의뢰도 성공하신 모양이고요.”


제임스가 오묘한 표정으로 웨인을 바라보았다.

웨인은 미간을 좁혔다. 그 표정에 담긴 의미를 해석할 수 없었다.


“···아치한테 빨리 연락할게요.”


탁상 위의 전화기를 붙든 제임스가 다이얼을 돌렸다.

웨인은 기절한 흑마법사를 바닥에 내버려 두고 소파에 기대앉았다.

비비드를 아까 투여한 덕에 아직도 감각이 예민했다.

그렇기에 작은 목소리로 통화하는 제임스의 말도 다 또렷하게 들렸다.


“그 크리스 씨 말이야. 방금 막 우리 사무소에 왔어.”


웨인은 정면을 바라보며 발을 까딱였다.


“아니, 흑마법사를 잡아 왔다고. 그래. 아니? 산 채로. 멀쩡해.”


전화기 너머로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치가 무언가를 열심히 말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제임스가 미간을 꾹꾹 누르며 침묵했다.


“···그게 정말이야? 일단은 알겠어. 그렇게 할게.”


거의 마지막에는 속삭이는 수준으로 대답하며 웨인 쪽을 곁눈질하던 제임스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잠시 사무소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가 제임스가 갑자기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났다.

그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음, 차라도 한 잔 마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제임스가 바닥에 누워 있는 흑마법사를 가리켰다.


“혹시 저 사람은 어떻게 포획하셨을까요?”

“밧줄로 숨통을 압박하며 수면제를 투여했습니다.”

“아하, 그러셨군요. 흑마법사를 상대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으셨나요?”

“그렇게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웨인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제임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제임스가 바로 시선을 피했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데.’


웨인은 그가 시선을 튼 쪽으로 고개를 움직이며 물었다.


“제게 혹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제임스는 급기야 자신의 안경을 벗고 안경알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절대 웨인과 눈을 마주치기 싫은 눈치였다.

저럴 거면 왜 굳이 이리로 다가왔는지 알 수 없었다.


“제임스 씨―”

“그냥 지금이라도!”


불쑥 말을 끊은 제임스의 외침.


“그냥 지금이라도, 바쁜 일이 생기시는 건 어떨까요?”

“예? 그게 무슨 뜻입니까?”

“바쁜 일이 생기셔서 이곳을 떠나시는 게 나을 거 같아서요.”


웨인은 침묵했다.

이 사무소를 자주 방문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번 오면서 파악한 게 있었다.


아치와 제임스 형제가 이 베이츠 브라더스를 공동으로 운영한다곤 해도,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아치 쪽이었다.

제임스는 그저 서류 작업이든 손님 접대든 다른 모든 잡일을 다 처리했고.

아치 베이츠는 명백히 욕심이 많은 부류.

그리고 그를 따르는 제임스는 우유부단하고 휩쓸려가는 부류.


그런데 그런 제임스가 지금 웨인에게 돌려서 경고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 바쁜 일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웨인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제임스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겨우 웨인을 쳐다봤다.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잘못된 판단으로 크리스 씨를 곤란하게 만들었어요. 죄송합니다.”


그의 속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웨인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 사무소의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췄다.


“너무 늦은 것 같네요.”

“예?”


비비드가 극대화한 웨인의 감각이 여럿의 마나 흐름을 경고해주고 있었다.

저 멀리 생체 회로를 가득 새긴 흑마법사 무리가 이 사무소로 다가오고 있었다.

웨인은 그의 리볼버를 뽑아 들었다.


‘지금 느껴지는 인원은 여덟 명.’


리볼버에 장전된 탄환 여섯 발만으로 저들을 모두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좀 전에 흑마법사들을 상대할 때만 해도 그들의 방어막을 부수는 데 탄환이 추가로 하나씩 소모되었다.

게다가 다수를 상대하기 편한 폭발하는 룬의 탄환도 아직 새로 제작하지 못한 상태.

여러모로 곤란했다.


‘마법을 써야 하나.’


길거리 한복판에서 다수를 상대하며 마법사임을 드러낸다?

설사 이 싸움을 이긴다 해도, 소문은 빠르게 퍼져 온갖 마법사 사냥꾼들을 불러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웨인이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였다.


‘마법을 쓰면서도 마법사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총은 마법이 담긴 탄환을 날린다.

마법사가 주문을 날리는 것과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

그의 아버지 피에르가 어린 아들에게 총을 쥐여주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총은 마법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는 게 가능했으니까.


“경고해주셨던 건 감사했습니다, 제임스.”

“···.”


다가오는 흑마법사들은 못 발견했어도 심상찮은 기색만은 눈치챈 제임스는 침묵을 지켰다.

웨인은 그대로 베이츠 브라더스의 문을 열어젖혔다.

점점 가까워지는 생체 회로 덩어리들이 느껴졌다.


‘아직 방어막을 안 올린 상태.’


방어막을 유지하는 데 소모되는 마나 때문인지 흑마법사들은 방어막을 발동하지 않은 상태였다.

차라리 지금이 기회라는 뜻.


웨인은 리볼버를 양손으로 쥐고 겨누었다.

어둠이 깔린 거리에 보이는 실루엣들.

일반적으로 이 거리에서 총을 쏘는 건 정확도 따위는 포기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금 웨인은 총을 쏘려는 게 아니라 마법을 쓰려는 것.


방아쇠가 당겨졌다.


탕!


이전처럼 탄환이 지나갈 궤도를 뚫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탄환 자체를 그가 통제한다는 느낌으로.


마나 화약이 터지며 금속 덩어리가 쏘아졌다.


어두운 하늘은 조준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온갖 생체 회로를 다 때려 박은 저 마나 뭉텅이에만 집중하면 되었으니까.

비비드가 그를 돕고 있었다.


쐐액.


탄환이 가장 앞 사람의 마나 회로를 관통했다.

이걸로 만족해서는 안 되었다.

웨인은 순간적으로 아까 흑마법사의 주문에서 보았던 마법 구조를 적용했다.


공격한 대상의 에너지를 뺏어 마법 주문의 위력을 높이는 형태.


탄환이 마나 회로를 꿰뚫고 지나가며 그 회로에 담긴 마나를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마법의 힘을 보충한 탄환은 그대로 그 흑마법사의 등을 뚫고 나와 바로 뒤에 선 흑마법사의 몸에 박혔다.


모두 잠깐의 찰나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하나의 탄환으로 두 명의 흑마법사가 쓰러졌다.


이제 리볼버에 남은 탄환은 다섯 발.

그리고 남은 흑마법사는 여섯 명.


남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방어막을 올리는 게 느껴졌다.

웨인은 다시 리볼버를 곧은 자세로 겨누었다.


*


제임스 베이츠는 사무소 건물 안의 유리창으로 바깥을 초조하게 바라봤다.

엄청난 총성이 들리는 걸 시작으로 바깥에서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어.’


그는 그의 형 아치와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중개소 사무소를 운영해왔다.

헥싱턴의 두 악명 높은 빈민가로 알려진 거터게이트와 섀도우스엔드 사이에 위치한 사무소.

위험한 환경인 대신 경쟁은 없을 거란 생각에 시작한 사업이었다.


아치는 그들의 사업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중개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늘 말해왔다.

제임스도 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아치의 결단으로 그들의 무너질 뻔한 사업이 회생하기도 했으니.


‘이제는 우리도 슬슬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는 내 의견을 아치는 계속 무시하지만.’


거터게이트의 주요 세력인 갱단 하운드.

새도우스엔드의 주요 세력인 흑마법사들.

그리고 이때까지 그 두 무리와 협력하며 사업을 유지해왔던 베이츠 브라더스.


그들은 종종 의뢰를 맡기는 척 풋내기 용병들을 하운드나 흑마법사들에게 제물로 넘기곤 했다.

그런 제물들에게 주어지는 의뢰는 성공하길 기대하고 맡기는 게 아니었다.

그냥 사냥감과 재료가 되라는 의미였던 것.


물론, 간혹 그 미끼 의뢰를 해결하는 용병이 나타나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실력이 검증된 용병은 생포해서 연구소에게 넘겨줬지.’


흑마법사를 잡아 오라는 의뢰를 주기적으로 맡기는 의뢰인, 루나스 연구소.

루나스 연구소 역시 베이츠 브라더스와 흑마법사들과 협력하는 사이였다.

쓸 만한 용병이 있다면 그들의 실험에 쓰기 위해 데려가는 조건으로.


그렇게 종종 이루어지는 거래는 아치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고, 제임스는 늘 침묵해왔다.

이것이 그들의 사업이 생존해온 방식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일이 조금 틀어졌다.

저 용병이 의뢰를 해결한 것도 모자라 그를 잡아서 연구소에 넘기려던 인원까지 전부 죽여버린 것.


한 구역을 주무르는 흑마법사들 여럿을 혼자서 상대했고, 본인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당연히 흑마법사들은 분노했고, 그 소식을 들은 루나스 연구소는 무조건 그 용병을 차지하길 원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치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그 용병을 내주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저 사람이 변화를 가져다줄 새로운 가능성일지도 모르는 건데.’


지금만 해도 단신으로 다수의 흑마법사를 상대하고 있는 저 용병.


애초에 제임스가 저 용병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두고 보자 말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의뢰를 맡겼던 아치였다.

제임스의 눈에 그들의 사업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금까지는 아치가 일구어낸 협력 관계로 사무소는 적당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어떤 힘도 없었다.


‘다른 세력의 힘에 기대어 만들어낸 입지니까.’


너무 확고한 권력층이 존재하는 이 구역에서 베이츠 브라더스의 입지는 바람 아래 촛불과도 같았다.

그걸 아는 하운드나 흑마법사들도 점점 선을 넘고 있었고.

아치는 그걸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제임스는 저 용병을 살려놓는 게 어쩌면 그들의 사업에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이성적으로도, 직감적으로도.


외벽에 무언가가 쿵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임스는 창문 너머의 광경을 훔쳐봤다.

날아오는 검은색 화살을 피해 몸을 구르는 남자.

용병 크리스.


크리스가 몸을 낮춘 채로 총을 쐈다.


탕!


그 총성에 어깨를 움찔거리던 제임스는 근처까지 다가오던 흑마법사 하나가 쓰러지는 걸 눈에 담았다.

분명 마법 주문으로 방어막까지 갖추었을 이들을 어떻게 저렇게 쉽게 쓰러트리는 것일까.


‘저만한 구경의 탄약에 저만큼의 마법이 담길 수 있다니.’


지금만큼은 저 리볼버가 가까이에서 쏘는 산탄총보다도 세 보였다.


그 순간, 아주 긴 검은색 채찍이 크리스를 향해 휘둘러졌다.

저 주문은 제임스도 본 적이 있었다.

채찍에 붙들리는 순간 채찍 표면의 수많은 이빨들이 살점을 뜯어먹는 주문.


크리스는 매섭게 날아오는 채찍을 가뿐하게 뛰어넘으며 그 시전자에게 총을 쐈다.

이번에도 방어막을 뚫고 들어간 탄환.


그리고 제임스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그 탄환이 몸을 관통하고 나와 다른 흑마법사의 방어막까지 깨부순 것.

순간적으로 그 궤도가 휘어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물론, 총알은 한 방향으로만 날아가니 그의 착각일 것이다.


‘아무리 총이 대단한 무기라고는 해도, 저렇게까지 쓰는 건.’


말이 안 되었다.


방어막이 깨진 흑마법사 역시 다음 총을 맞고 맥없이 쓰러졌다.

하나의 총알로 여럿을 맞히는 기행이 자꾸 일어나니 흑마법사들도 의식하고 서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건 겨우 두 명.


크리스는 그 두 명을 하나씩 깔끔하게 처리했다.

흑마법사들이 마지막 발악으로 날린 주문들은 모두 가뿐하게 피하면서 총알은 전부 맞히니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작 다수를 상대로 혼자 불합리하게 싸운 건 저 남자였음에도.


제임스는 순간 참고 있었던 숨을 내쉬었다.


‘저 흑마법사들을 혼자서 다 잡았다니.’


저런 실력이라면 진짜 마법사까지도 잡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제임스는 다시금 아치를 설득해야겠다 생각했다.

저 자라면, 정말 이 일대에 변화가 생길지도 몰랐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 제임스는 천천히 고개를 내밀었다.

크리스는 피곤한 눈치인지 이마를 짚고 있었다.


그때, 크리스가 비틀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 실루엣에 눈을 깜박였다.


‘저 사람이 여기까지 왔다고?’


크리스가 급하게 자신의 리볼버를 쥐고 실린더를 열었다.

장전해놓은 탄환을 다 쓴 모양.


그리고 재장전을 하려던 크리스가 갑자기 픽 쓰러졌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탄환들이 바닥에 우르르 굴러떨어졌다.

제임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루나스 연구소의 사람이 직접 오다니.

그것도 마법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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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탈출 24.08.02 19 3 13쪽
15 루나스 연구소 24.08.02 20 4 14쪽
» 흑마법사 24.08.02 25 4 13쪽
13 흑마법사 +1 24.08.01 29 4 13쪽
12 섀도우스엔드 24.07.31 33 2 12쪽
11 크리처 24.07.30 34 2 14쪽
10 크리처 24.07.29 29 2 14쪽
9 중개인 사무소 24.07.28 42 2 13쪽
8 뒷골목 24.07.27 39 2 15쪽
7 아니스의 의뢰 24.07.26 44 4 14쪽
6 약물 실험 24.07.25 49 4 15쪽
5 거터게이트 24.07.24 50 3 14쪽
4 호송 의뢰 24.07.23 51 2 13쪽
3 벨크로프트를 떠나다 24.07.22 69 4 13쪽
2 침입자 24.07.21 77 3 15쪽
1 총과 마법 24.07.21 126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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