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총잡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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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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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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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스엔드

DUMMY

섀도우스엔드의 흑마법사 무리.

그들은 엄밀히 따지면, 마법사라고는 할 수 없었다.

마법의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기들만의 의식을 거쳐 마법사로 다시 태어난다는 자칭 흑마법사들.’


제임스 베이츠가 웨인에게 해준 설명이었다.

그의 형제 아치와 달리 제임스는 웨인이 이 의뢰를 맡는다는 소식에 미묘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아, 물론 진짜 마법사들처럼 자유자재로 한 분야의 마법을 다루는 건 아니에요. 몇몇 변형된 주문들을 쓸 줄 아는 걸 자기들도 마법사라 주장하는 거죠.’


흑마법사들은 인체에 자신들만이 아는 특별한 시술을 시행해 마법 주문을 쓸 줄 안다는 것.

그리고 이 흑마법사 하나를 포획해오는 게 이 의뢰의 조건이었다.


‘루나스 연구소에서는 흑마법사의 신체를 연구하는 데 관심이 많거든요.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의뢰에요.’


거기에 루나스 연구소는 헥싱턴의 가장 규모가 큰 연구소의 산하에 있는 기관이라기까지.

그 연구소가 어디냐 하면 바로 바이오포지였다.

바이오포지와 연관성이 있는 것에 더해 흑마법사라는 존재들까지 웨인의 흥미를 끌었다.


그렇게 받아들인 의뢰.

웨인은 섀도우스엔드 구역으로 가기 전에 닥터를 방문한 참이었다.

그레고리는 닥터의 건물에서 지내고 있었다.


“여기서 머무르는 동안, 지금까지는 정신이 내 것인 기분이다.”


이전보다 더 유창한 투로 그레고리가 말했다.

붕대로 온몸을 감싼 그가 웨인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담뱃갑처럼 보였다.


“이건 뭐죠?”

“블랙팽을 변형한 약물이 들어간 담배이다. 아직 효과가 크진 않지만, 마나를 열 에너지로 바꾼다. 내 몸 조절이 더 쉬워진다.”

“그러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웨인의 말에 그레고리가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이런 류의 약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한 적 있었다. 그런데 쓰레기장을 벗어나서, 그 도움을 구할 생각은 못 했다.”


그레고리의 심장에서 나오는 너무 많은 마나가 그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충동에 사로잡힌 이들은 더 먼 곳을 바라보지 못하게 되기 쉬웠으니.

그래서 그레고리도 자신의 몸에 생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생각보다도 안 보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웨인은 한층 안정된 그레고리의 마나 흐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닥터도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하시니까요. 그레고리 씨께는 다행인 일이지요.”

“아니, 나는 닥터보다도 너, 에게 도움을 받은 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웨인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그레고리가 한 손을 들어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고맙다. 그리고 나 역시, 너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조건 돕겠다.”

“무조건이라는 건 섣불리 약속할 조건이 아닙니다, 그레고리 씨. 그래도 말씀은 감사합니다.”


붕대 사이로 드러난 그레고리의 회색 눈동자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

그러던 중, 그들이 있던 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크리스, 내게 받을 대가가 있는 걸로 아는데?”


아니스였다.

하운드에 생긴 문제로 이전의 만남 이후로는 보지 못했던 얼굴이기도 했다.

아니스는 붕대로 뒤덮인 큰 덩치의 사람을 발견하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혹시 지금 바쁘다면 다음에 이야기해도 되긴 하지만.”

“아닙니다. 그레고리 씨,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웨인은 그레고리를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아니스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하운드에 생긴 문제는 다 해결되신 겁니까?”

“아니. 여기도 잠깐 들른 거야. 네게 약속한 게 있으니까. 우선, 찰리를 풀어준 건 고마워.”

“그게 아니스 씨가 정보를 대가로 원하던 것이었으니까요.”


아니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보를 대가로 주기로 했었지. 근데, 먼저 네가 질문하기 전에 나도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는 문제라면요.”

“볼트 놈들 죽인 거 너지?”


웨인은 멈칫했다.

그 반응을 눈에 담은 아니스가 말을 이었다.


“그래놓고 그놈들이 노리던 사람을 현상금 받고 팔아넘기고? 맞아?”

“찰리와 같이 갇혀 있던 사람이 자신에게 현상금이 걸려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을 중개인 사무소에 넘겼다는 거잖아.”


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하운드를 습격한 누군가가 용병 크리스 씨라는 것도 밝혀진 건 알아?”

“음. 중개인 사무소에서 정보를 흘렸다는 뜻이군요.”


크리스라는 이름까지 밝혀졌다는 건 베이츠 브라더스가 원인이라는 뜻밖에 안 되었다. 웨인은 욕심에 젖은 눈빛이었던 아치 베이츠를 떠올렸다.

그 차분한 반응에 아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 신분이 노출되었다는 건데 더 놀라야 하는 거 아니야? 윌이 크리스가 뭐 하는 놈이냐고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고.”


윌이라 하면 이전에 하운드를 이끄는 걸로 보이던 오크 혼혈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아니스 씨는 그 크리스가 누군지는 안 말한 모양이시고요.”

“그래. 닥터도 안 말하고 있고. 애초에 내 부탁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아니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에 윌이 볼트 놈들이랑 생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크리스를 잡아서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한 상태야. 한마디로 너는 하운드랑 볼트 둘 다 노리는 인물이라는 거지.”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이름을 쓰도록 해봐야겠네요.”


너무도 간단한 대답에 아니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 나는 경고할 만큼 한 거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제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건지 들어나 볼게.”


웨인은 제일 궁금했던 부분을 먼저 물었다.


“몸에 고갈된 마나를 어떻게 채우시는 거죠?”

“그건 좀···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어. 인체의 마나는 네가 전에 말했던 대로 그냥 마나를 주입한다고 채워지는 게 아니지. 오로지 같은 생명체의 몸속 마나만 효과가 있어.”


아니스의 머뭇거리는 대답.

웨인은 그 뜻을 해석하며 눈을 깜박였다.

오로지 생명체의 몸속 마나만 효과가 있다는 것의 의미는.


“그러니까, 다른 생명체의 마나를 주입한다는 뜻인 겁니까?”

“그래. 하운드에서 쓰는 방식이지.”

“그러면 그 마나는 어떻게 추출하시는 겁니까?”


아니스가 눈을 내리깔았다.

말하기 거북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생명체의, 사람의 피를 농축해서.”


웨인은 그 말을 곱씹었다.

왜 닥터나 아니스나 언급하길 꺼렸는지 알 거 같았다.

마나 고갈자들은 아마 그렇게 추출한 마나를 주기적으로 주입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공급이 유지되려면 꽤 많은 사람을 재료로 필요로 할 테고.


“거터게이트에 없어져도 문제없을 사람이 많은 것 같긴 하더라고요.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의 피를 이용하는 겁니까?”

“허, 그거까지 눈치채다니 빠르네. 영혼을 다 갈아 먹힌 사람들은 이곳에 널리고 널렸으니까.”

“그 농축액을 혹시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니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갈색 약병 하나를 꺼냈다.


“어차피 다 말해줬으니 못 보여줄 것도 없지. 몸에서 마나가 사흘 넘게 안 흐르면 점점 정신이 멍해지고 몸이 느려져. 그럴 때 이걸 주입해.”


내용물이 무슨 색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찰랑거리지 않고 점액질처럼 흐르는 액체를 볼 수 있었다.

웨인은 그 약병을 살피다가 바닥에 새겨진 표식 하나를 발견했다.

작게 그려진 칠각성이었다.


“이건 무슨 뜻이죠? 하운드의 표식인가요?”

“아니. 사람을 공급하는 건 하운드의 몫이지만, 그 용액을 만드는 건 다른 이들의 몫이야.”

“그게 누구죠?”

“흑마법사들.”


웨인은 이 공교로운 우연에 잠시 침묵했다.


“···섀도우스엔드의 그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이제는 이 근처에 대해 좀 알게 되었나 봐? 걔네도 그 용액을 써먹는 놈들이거든. 우리는 재료를 주고, 걔네는 결과물을 완성해서 나눠 갖는 거지.”


인체의 마나를 채우는 용액을 흑마법사들도 필요로 한다라.

분명 그들은 무슨 특별한 시술을 거쳐 몇 가지 마법 주문을 쓸 줄 안다고 했었다.

그 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몸에 흐르는 마나를 보충할 필요라도 있는 것일까.


“혹시 이 흑마법사들에 대해 더 알고 계신 건 없으십니까?”

“이번에는 걔네가 궁금해? 뭐, 난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거기는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서 누군가를 죽이는 걸 당연시하는 놈들이거든.”

“그렇습니까.”

“물론, 걔네랑 상부상조하는 하운드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엮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너도 굳이 관심 보일 거 없어.”


웨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그들과 관련된 의뢰를 맡게 되었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스가 자신의 손목시계를 흘끔 눈짓하더니 말했다.


“이제 가봐야 해.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또 대답해줄게.”

“알겠습니다.”

“찰리를 구해준 건 정말 고마웠어.”


아니스가 잰걸음으로 복도를 떠났다.

웨인은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흑마법사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마법의 재능 없이 마법을 쓴다는 것일까.

심지어 몸에 마나를 채워가면서까지.

아직 웨인이 알고 있지 못하는 조각들이 있었다.

그 조각들은 그 흑마법사들을 직접 마주한다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준비해야겠네.’


베이츠 브라더스에서 받은 두 번째 의뢰.

흑마법사들을 만나러 섀도우스엔드로 갈 준비를 해야 했다.



***


거터게이트는 구역 전체가 거대한 하수구라도 되는 것 같은 시큼하고 텁텁한 분위기를 풍겼다면, 섀도우스엔드는 그 이름처럼 어둡고 삭막한 곳이었다.

가로등 하나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길거리를 웨인이 걸었다.


거터게이트와는 달리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약쟁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적어도 하운드의 블랙팽 복용자들 같은 마나 고갈자에게 기습당할 걱정은 덜하다고 할 수 있었다.


웨인은 이전에 처음 헥싱턴에 왔을 때 만났던 사람, 잭이 했던 말을 문뜩 떠올렸다.


‘다른 빈민가들과 달리 거터게이트는 사람이나 돈이 아닌 약에 빠져있는 구역이라고.’


그 말은 헥싱턴의 또 다른 빈민가인 섀도우스엔드는 사람 혹은 돈이 최대 관심사라는 뜻.

흑마법사들에 대해 들은 말을 생각했을 때 그게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

길거리의 몇 안 되는 사람들은 모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며 웨인을 빠르게 지나쳤다.


‘이제 여기서 흑마법사가 있을 만한 뒷골목으로 가야 하는데.’


이 길거리보다도 더 어두컴컴한 골목을 그냥 헤매는 건 그리 효율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웨인은 마법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시각이나 청각보다는 마나의 흐름을 느끼는 감각에 집중했다.

마나의 흐름이 여기저기서 울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중에 웨인이 익숙하지 않은 형태를 감지하기 위해 애썼다.


‘이러면서 길거리를 구석구석 돌아다니지 않고서는 찾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웨인의 오른손이 겉옷의 주머니로 파고들었다.

천으로 둘둘 말린 길쭉한 무언가.

감각을 훨씬 예민하게 해주는 약물, 비비드가 든 주사기였다.


‘필요할 때 쓰기 위해 받아온 건데 이럴 때 안 쓸 이유가 없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옆의 골목으로 들어간 웨인.

주사기를 팔에 보이는 혈관에 꽂아 넣었다.

약물이 온몸으로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순간, 웨인의 심장이 아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듯한 감각 속에서 그는 균형을 잡으려 벽에 몸을 기댔다.

그래도 이전에 투약해본 경험 덕인지 점점 그 감각에 적응이 되었다.


어두운 골목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의 빛깔부터 길거리에 맞닿는 신발창의 소리까지 모든 감각이 탁 트이는 게 느껴졌다.

마나의 흐름 역시 더 세밀하게 느껴졌다.

웨인은 눈을 감고 마나의 감각에만 신경을 쏟았다.


‘찾았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특이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온몸이 여러 개의 생체 마나 회로로 뒤덮이기라도 한 것 같은 사람.

높은 확률로 웨인이 찾던 부류의 사람, 흑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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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탈출 24.08.02 18 3 13쪽
15 루나스 연구소 24.08.02 19 4 14쪽
14 흑마법사 24.08.02 24 4 13쪽
13 흑마법사 +1 24.08.01 28 4 13쪽
» 섀도우스엔드 24.07.31 33 2 12쪽
11 크리처 24.07.30 33 2 14쪽
10 크리처 24.07.29 28 2 14쪽
9 중개인 사무소 24.07.28 41 2 13쪽
8 뒷골목 24.07.27 38 2 15쪽
7 아니스의 의뢰 24.07.26 43 4 14쪽
6 약물 실험 24.07.25 48 4 15쪽
5 거터게이트 24.07.24 49 3 14쪽
4 호송 의뢰 24.07.23 50 2 13쪽
3 벨크로프트를 떠나다 24.07.22 68 4 13쪽
2 침입자 24.07.21 76 3 15쪽
1 총과 마법 24.07.21 12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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