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총잡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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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간
작품등록일 :
2024.07.21 13:33
최근연재일 :
2024.08.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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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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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중개인 사무소

DUMMY

거터게이트의 시큼한 하수구 냄새가 풍기는 좁은 골목.

웨인의 뒤를 루터가 절뚝이며 따라붙었다.


“저쪽으로 쭉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틀면 사무소가 보일 겁니다.”


루터는 자진해서 웨인을 중개인 사무소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런데 루터 씨는 현상금 수배로 잡혀가는 게 괜찮으신 겁니까?”

“갱단에 잡혀가서 고문당하는 거보다야 낫죠, 뭐. 그놈들을 피하려고 이쪽 구역으로 온 거였는데 정작 하운드한테 잡히다니, 참. 안전한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웨인은 아까 루터를 찾아온 걸로 보이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바이크를 타고 총을 쏘던 이들.


“루터 씨를 원하는 이들은 어느 구역 쪽 사람들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 이미 알고 계신 거 아니었습니까?”


루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헥싱턴에서 총 쏘는 폭주족이라 하면 갤로우필드의 볼트 놈들밖에 없죠. 설마 하운드가 볼트랑 거래할 줄은 저도 상상 못 했지만요.”


하운드, 헌츠맨에 이어 이번에는 볼트.

헥싱턴에 대해 웨인이 이전에 읽었던 책에는 이런 이름들은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았다는 게 유감일 따름이었다.


“제가 헥싱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그럼 이 볼트라는 갱단은 자기들이 쓸 총기를 위해 루터 씨를 원하는 거겠군요.”

“네. 제가 무기를 직접 사용하는 데에는 재능이 없어도 만드는 재능 하나는 핏줄부터 타고났거든요. 증조할아버지가 드워프였던 덕에요.”


루터가 자신의 수염 끝을 매만지며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웨인의 어깨까지만 오는 키와 곱슬곱슬한 붉은 수염.

확실히 루터의 외적 특징들은 드워프 피의 영향이 녹아들어 있었다.


“그 재능 때문에 루터 씨가 일하던 총기회사도 현상금까지 걸어 루터 씨를 찾는 겁니까?”

“제가 유능한 직원이긴 했으니까요. 저도 저만의 이유가 있어서 회사를 나왔던 거긴 하지만, 회사는 적어도 저를 고문하지는 않을 테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들은 곧 골목의 끝에 다다랐다.

루터가 한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입니다. 제가 가끔 제 현상금이 얼마인지 몰래 확인하던 곳이라 잘 알죠.”


중개인 사무소의 외벽에는 낡은 간판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웨인은 간판에 적혀 있는 글자를 눈에 담았다.


「베이츠 브라더스」


그리고 그 간판 아래로 붙어있는 수많은 수배 전단들.


“그럼 들어가도록 하죠.”


웨인의 말에 루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헛기침했다.


“큼, 막상 직접 걸어 들어가려고 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 여기까지 저를 안전히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루터 씨가 제시하신 대가에 따라 한 행동입니다.”

“용병의 논리란 게 그렇죠. 들어갑시다.”


루터가 먼저 나서서 사무소의 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낡은 종이 딸랑거렸다.


“어서 오세요. 베이츠 브라더스 중개인 사무소입니다.”


안쪽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터가 벽면의 전단들을 구경하는 동안, 웨인은 안경을 쓴 젊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을까요? 거터게이트나 섀도우스엔드 쪽 구역에 의뢰할 일이 있으신가요?”

“의뢰는 아니고 현상금 수배 일로 찾아왔습니다.”

“아, 혹시 현상금 수배를 걸고 싶으시다면―”

“수배자를 데려왔습니다.”


웨인이 젊은 남자의 말을 끊어냈다.

남자가 미간을 좁히며 뒤편에 선 루터를 바라보았다.


“수배자라 하시면 설마 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질문에 대답한 건 루터였다.


“그렇소. 웩슬리 사가 루터 슈미트에 5000리베르를 걸었을 것이오.”


그 금액을 말하는 루터는 어딘가 자랑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탁상 뒤의 남자가 종이 뭉치들을 뒤적이더니, 한 장을 꺼냈다.


“···정말이군요. 인상착의로 보아도 본인이 맞으신 거 같고요. 수배범이 직접 사무소를 찾아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말이죠.”

“현상금은 바로 받을 수 있을까요?”

“아, 그게 현상금의 경우에는 당일 수령이 불가능하십니다. 저희가 또 의뢰인에게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해서요.”


남자가 공손한 말투로 설명했다.

루터가 자신의 수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좀 귀찮게 되었구먼요. 그래도 회사가 약속을 안 지키고 그러는 곳은 아니니 돈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당장 돈이 급한 건 아니라 괜찮습니다.”


사무소의 남자는 그런 루터와 웨인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현상금 수배범과 그를 잡아 온 자 간의 대화가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니.


‘보이는 나이대와는 달리 엄청난 실력자인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저희 쪽에서 슈미트 씨를 인계받도록 하겠습니다. 규정상으로는 수배범을 포박해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크흠··· 알겠소. 대신 좀 안 아프게 해주시오. 그리고 웩슬리 사 쪽에도 빨리 연락을 넣어주면 좋겠소.”

“네, 당연하죠.”


남자가 수갑을 가져와 루터에게 채우며, 웨인을 향해 물었다.


“혹시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서류 작업할 때 필요해서요.”

“크리스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흘 후에 다시 방문해주시면 약속된 현상금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웨인은 사흘이라는 날짜를 머리에 담으며 짧게 대답했다.

그런 그를 향해 루터가 입을 열었다.


“이거 이름도 모르고 있었군요, 크리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연락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감사의 의미로 괜찮은 총을 하나 선물해드리고 싶어서요.”


루터가 웨인의 허리춤에 꽂힌 리볼버를 턱짓하며 말을 이었다.


“물론, 이미 충분히 좋은 총을 가지고 있으시긴 하지만, 총의 종류란 게 또 다양하니까요.”

“저는 현상금이라는 대가를 받을 예정인데요, 루터 씨?”

“그건 웩슬리에서 주는 거지 제가 드리는 건 아니잖습니까. 총을 만드는 장인의 입장에서 제 총이 총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 손에서 쓰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


갱단도 회사도 원하는 인재가 자기가 만든 총을 주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정말 그 이유로 나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웨인은 자신의 리볼버 쪽을 흘끔흘끔 곁눈질하는 루터를 바라보았다.

무슨 다른 이유가 있든, 그건 어차피 지금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뵐 기회가 생긴다면 저도 좋을 것 같네요.”


그 사이, 사무소의 남자는 다시금 신기하다는 눈으로 웨인을 바라보았다.

5000리베르짜리 몸값의 수배범이 자기를 잡아 온 자를 심지어 다시 보길 원하기까지 하다니.

거기에 저 수배범에 의하면 총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심상찮은 남자였다.


‘아치에게 이야기해봐야겠어.’


저 자는 어차피 현상금을 받으러 또 이 사무소를 방문할 예정.

어쩌면 그들의 사무소에 괜찮은 용병을 얻을 기회가 생긴 걸지도 몰랐다.



***


웨인은 베이츠 브라더스의 간판이 달린 사무소 앞에 서 있었다.

루터와 이곳을 찾은 것도 사흘 전 일.

현상금을 받기 위해 다시 방문한 것이었다.


‘거터게이트에서의 첫날 이후로는 그래도 좀 여유가 있었지.’


찰리를 풀어준 다음 날 아니스를 만나려 했지만, 닥터의 건물에서는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닥터는 다른 갱단과의 문제로 하운드 전체가 비상이 걸린 상태이며, 한동안은 보기 어려울 거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그러면서 웨인이 혹시 이 일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떠보려고 했다.


‘볼트 단원들이 신원 미상의 사람 한 명의 총에 다 뒤졌다던데 말이야. 혹시 아는 건 없나?’


웨인은 그냥 아니스에게 받기로 한 게 있어서 찾아왔을 뿐이라고 주제를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닥터가 그런 웨인의 태도에서 무언가를 읽어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중개인 사무소 문의 종소리와 함께 웨인은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베이츠 브라더스 중개인 사무소― 아, 크리스 씨. 오셨군요.”


이전에도 봤던 안경을 쓴 직원이 기계적인 인사를 건네다 말고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직원이 왜 저렇게 살갑게 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사무소에 다른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출렁거리는 뱃살이 눈에 띄는 남자 하나가 웨인을 향해 다가왔다.


“아, 이분이 그 크리스 씨군. 반갑소. 나는 아치 베이츠, 이 중개인 사무소의 중개인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오.”


남자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웨인은 천천히 그 손을 맞잡고 살짝 흔들었다. 통통한 손가락이 웨인의 손을 꽉 맞잡았다.


“안녕하십니까. 크리스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5000리베르를 받으러 오셨겠군. 큰 건을 물어서 기분이 아주 좋겠소?”

“돈이야 많을수록 나쁠 건 없으니까요.”


담담한 대답에 아치가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 겸손한 친구였구먼? 제임스가 서류 작업 마무리할 게 있다 하니 저기 앉아 계시오. 나는 돈을 가져오도록 하겠소.”


그 말과 함께 아치는 사무소 안쪽 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제임스라 불린 사무소 직원이 의자를 빼내며 웨인을 불렀다.


“크리스 씨, 여기 앉아 계시면 됩니다. 혹시 따듯한 차라도 한 잔 마시겠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 네. 그러면 이 서류에 사인 한 번만 해주십시오.”


웨인은 제임스가 내민 종이에 적당히 크리스라는 이름을 휘갈겼다.


“감사합니다.”


서류를 다시 가져간 제임스를 향해 웨인이 물었다.


“이 사무소는 두 분이 운영하시는 건가요?”

“아, 네. 이름부터 베이츠 브라더스잖아요. 아치 베이츠, 제임스 베이츠. 이렇게 둘이 하는 사업이죠.”


그러던 중 방문이 열리며 아치가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웩슬리 사에게 받은 금액에서 중개 수수료 5퍼센트만 제했소. 전부 현금으로 받아온 거니 좀 무거울 거요.”


웨인이 의자에서 일어나 가방을 받으려 하자, 아치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나갈 때 챙겨가면 되는 거니 그냥 앉아있으시오.”


웨인이 미간을 좁혔다.


“제가 더 확인할 서류가 있는 겁니까?”

“아, 그런 건 아니고요. 사실 저희가 크리스 씨에게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무슨 이야기 말씀이신 거죠?”


아치가 옆의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


“아주 직설적이군, 그래. 그럼 나도 바로 용건부터 말하겠소. 크리스 자네, 이곳 일을 더 해볼 생각은 없소?”

“용병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이쪽 구역에서는 몸 좀 쓴다 싶으면 다 갱단에 들어가 버려서 인재가 없거든. 중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참 아쉬운 일이야.”


아치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임스가 갑자기 5000리베르짜리 수배범을 데려온 사람이 있다는 거 아니오? 그것도 갱단 소속으로는 안 보이는 사람이.”

“그럼 제게 원하시는 게 정확히 뭡니까?”

“그거야 당연히 이 사무소와 용병 계약을 맺는 거지, 이 사람아. 우리가 의뢰인과의 접촉이니 서류 작업이니 하는 귀찮은 건 다 해주고, 자네는 맡은 의뢰만 딱 해결하면 되고.”


정말 간단한 일이라는 듯이 말하며 아치가 웃었다.

웨인은 생각에 잠겼다.

오늘 현상금을 받았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웨인에게 다른 수입원이 필요하긴 했다.

제임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저희도 당장 계약하자는 건 아니에요. 지금 사무소에 들어온 일 중에 몇 개를 해보시고 크리스 씨도 저희도 만족한다면 계약을 고려해보자는 거죠.”

“그래, 제임스 말대로요. 최근에 마침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하나 들어왔거든. 보수도 꽤 파격적인 일이오.”


바로 계약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더 고려해볼 만했다.


“무슨 종류의 일이죠?”

“이것도 어떻게 보면 현상금 사냥의 일종이라 볼 수 있소. 다른 점이 있다면, 목표물의 소재는 이미 파악된 지 오래라는 거요. 알고서도 못 잡아서 문제인 거지.”


웨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소재를 알고서도 못 잡는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치가 말을 이었다.


“사실 거터게이트의 소울 닥들이 책임져야 할 존재지. 온갖 종류의 약물들로 만들어진 괴물이나 마찬가지거든. 몇 년을 넘게 거터게이트의 쓰레기장을 점거하고 있는 존재요.”

“그럼 그 괴물을 죽이면 되는 일입니까?”

“아니, 생포해야 하오. 의뢰인이 원하는 건 시체가 아니라 그 괴물의 살아있는 육신이오.”


몇 년 동안 존재하던 괴물을 왜 지금 와서 생포하려는 건지 웨인은 의아해졌다.


“생포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 최근에 그 괴물에 변화가 생겼거든.”

“변화요?”

“투명해졌소. 그 거대하고 흉측하던 괴물이 이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게 됐다는 말이오.”


웨인은 그 대답을 곱씹었다.

투명화.

과거에는 마법사들 중 그런 능력이 있는 자들이 있었다고는 전해져 내려오지만, 아직 연금술이나 마도공학의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쓰레기장에 사는 괴물이 투명해졌다?

그건 확실히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이 의뢰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아직 보수도 말하지 않았는데 결정이 참 빠르군.”

“개인적으로 저도 관심이 생겨서요.”


의뢰가 주는 돈보다도 이 의뢰의 목표물 자체가 웨인은 궁금해진 상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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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부 마무리 관련 공지 +2 24.08.02 20 0 -
16 탈출 24.08.02 19 3 13쪽
15 루나스 연구소 24.08.02 19 4 14쪽
14 흑마법사 24.08.02 24 4 13쪽
13 흑마법사 +1 24.08.01 29 4 13쪽
12 섀도우스엔드 24.07.31 33 2 12쪽
11 크리처 24.07.30 34 2 14쪽
10 크리처 24.07.29 29 2 14쪽
» 중개인 사무소 24.07.28 42 2 13쪽
8 뒷골목 24.07.27 39 2 15쪽
7 아니스의 의뢰 24.07.26 44 4 14쪽
6 약물 실험 24.07.25 49 4 15쪽
5 거터게이트 24.07.24 50 3 14쪽
4 호송 의뢰 24.07.23 51 2 13쪽
3 벨크로프트를 떠나다 24.07.22 68 4 13쪽
2 침입자 24.07.21 76 3 15쪽
1 총과 마법 24.07.21 12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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