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총잡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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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간
작품등록일 :
2024.07.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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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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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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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DUMMY

웨인은 그에게 느껴지는 마나를 따라 움직였다.


‘저 몸에 새긴 생체 마나 회로들.’


흑마법사로 생각되는 존재는 온갖 마나의 흐름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었다.

그 회로들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할 순 없었지만, 저것들이 흑마법사들이 부린다는 마법의 근원이라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흑마법사가 되는 특별한 의식이라는 게 저런 것들을 몸에 새기는 거였나.’


웨인이 생각했던 방향의 흑마법사와는 조금 달랐다.

물론, 저렇게 많은 생체 회로를 몸에 새기는 건 웨인도 처음 봤다.

저 회로들에 마나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려면 평범한 사람이 가진 마나로는 절대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하운드와 협력하는 거고.’


생체 회로의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운드와 함께 만든 그 용액을 사용하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결국, 저 자칭 흑마법사는 그냥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마나 배터리가 연결된 공학 장치들로 마법을 부리는 대신, 자기 몸 자체를 하나의 생체 장치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몸에 새긴 여러 회로들로 다양한 주문을 부리는 게 겉보기에는 언뜻 마법사처럼 보일 만도 하다.


웨인에게는 좀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그와 같은 진짜 마법사를 볼 수 있을 거라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그 비스무리한 존재라도 발견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일이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흑마법사가 있는 그 골목 앞에 도착한 웨인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비비드의 효과로 모든 감각이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리볼버를 오른손에 쥔 채로 천천히 다가갔다.


흑마법사는 다른 사람 하나와 같이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무릎을 꿇은 남자 하나가 흐느끼고 있었다.

그는 부러진 안경을 콧대에 걸치고, 볼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쥐새끼 하나 때문에 기분을 잡쳤잖아, 어? 이건 어떡할 건데.”


건들거리는 목소리의 흑마법사가 발로 엎드린 남자의 손을 밟는 게 보였다.


“으흡,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해요.”

“그래놓고, 뭐? 너무 무서워서 그냥 그걸 내줬다고? 잘하는 짓이다. 나는 안 무섭나 보지?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보여줘?”

“아, 아니요. 제발요. 괜찮습니다.”


그 애원에 흑마법사가 경쾌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푸핫, 괜찮아? 그런데 어쩌나. 난 지금 너무 화가 나서 안 되겠는데?”


흑마법사가 손가락을 탕 튕겼다.

그리고 그 순간, 웨인은 마나의 흐름을 뚜렷하게 느꼈다.

뱀 같이 꿈틀대는 마나가 쏜살같이 회로를 흘러가더니 바로 발현되는 마법.


“끄아아아악!”


남자에게서 고통에 찬 신음이 뱉어졌다.

불쾌한 소리였다.

그리고 불쾌한 마나이기도 했다.


검은색 형체의 덩어리가 남자의 살을 파고들며 갉아먹고 있었다.

남자의 팔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으음. 너무 싫어하지 마. 얘는 네 피가 좋다는데? 그렇게 반항해서 피가 더 나오면 얘만 더 세지는 거야. 알잖아.”


흑마법사의 말대로 검은색 덩어리는 남자의 핏속 마나까지 빨아들이고 있었다.

꿈틀대는 마나가 크기를 조금씩 키웠다.


‘처음 보는 주문.’


웨인이 그 회로 기능을 완전히 읽어내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평범한 마나 회로의 구조와는 좀 다르게 발현되는 특이한 형태의 주문이었다.


주문이 적용된 대상의 것을 빼앗아 마법적 힘을 키우는 구조.


“흐끄윽. 흡.”


남자가 이를 악물고 몸을 벌벌 떠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관찰은 충분했다.

이쯤에서 개입하기 위해 웨인이 골목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방해꾼의 등장에 흑마법사가 멈칫했다.


“넌 또 뭐야?”

“용건이 있어서요.”

“하, 용건? 가던 길이나 가시지. 방해 말고.”


흑마법사가 웨인의 차림새를 훑어보며 피식 비소를 흘렸다.


“아니면 너도 이거 체험시켜줘? 좀 짜릿한 경험이긴 한데.”

“그건 거절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웨인은 리볼버를 겨누었다.


‘의뢰의 목적은 흑마법사 하나를 포획하는 것.’


연구소에서 연구할 목적으로는 저 몸의 마나 회로가 안 망가지는 쪽이 나을 듯했다.

갑자기 총을 꺼내든 웨인을 쳐다보며 흑마법사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나한테 총이라도 쏴보게?”


그러면서 뒤로 숨긴 한쪽 손을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흑마법사의 마나가 뭉치고 있었다.

웨인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성과 함께 탄환이 흑마법사 아래 바닥에 박혔다.

그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주위를 덮기 시작했다.

리볼버의 첫 약실에 들어 있었던 건 살상의 목적이 없는 연막탄.


“쿨럭, 이, 이게 뭐야?”


갑자기 그를 둘러싼 연기에 당황한 듯한 흑마법사.

웨인 역시 시야가 가려진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지금 비비드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청각과 마나의 흐름만으로 정확한 감지가 가능하다는 뜻.


리볼버를 다시 허리춤에 꽂고 연기 속으로 발을 디뎠다.

바닥의 다른 마나 흐름이 후다닥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까 무릎 꿇고 있던 남자가 도망가는 모양이었다.


숨을 죽이고 흑마법사가 뒷걸음질하는 쪽으로 다가갔다.

흑마법사는 언제라도 자신의 마법을 쓰려고 준비가 된 상태였다.


“너 이 새끼, 겨우 이딴 걸로―”


흑마법사의 목 주변으로 밧줄이 콱 조여졌다.


“끄윽!”


갑자기 목을 조르는 힘에 저항하며 흑마법사가 발버둥질을 쳤다.

방금 봤던 검은색 덩어리가 흑마법사의 벌어진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웨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웨인은 그 불쾌한 덩어리의 방향을 읽어내고 몸을 피했다.


철퍼덕.


떨어진 검은색 덩어리가 바닥에서 꾸물거리며 기어 오기 시작했다.

웨인은 그 덩어리를 발로 짓밟으며 흑마법사의 목을 조이는 밧줄을 당겼다.

그리고 바로 주사기 하나를 꽂아 넣었다.


“으으윽···.”


숨을 갈구하던 남자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검은색 마나 덩어리 역시 바스스 흩어졌다.

밧줄을 당기던 힘을 뺀 웨인은 손목을 돌렸다.

역시 이렇게 육체적으로 접근하는 쪽은 그와 잘 안 맞았다.


“휴우.”


한숨을 돌린 웨인은 점점 흩어지는 연기의 사이로 축 늘어진 흑마법사의 몸을 내려다봤다.

그 특이한 생체 회로들이 여전히 이리저리 엉켜 있는 몸.

회로가 하나도 손상되지 않았고, 숨도 멀쩡히 잘 쉬고 있었다.


‘이대로 사무소로 데리고 가면 되나.’


그때였다.

갑자기 멀리서 이리로 몰려오는 마나의 흐름들이 느껴졌다.

심지어 이 흑마법사 같이 생체 회로로 뒤덮인 흐름들이었다.


‘방금 도망갔던 그 남자가 불러온 건가.’


이 흑마법사와 적대 관계인 줄 알았는데, 또 그런 단순한 관계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웨인은 리볼버를 다시 쥐었다.

의뢰에 필요한 멀쩡한 흑마법사 하나는 이미 방금 구했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멀쩡할 필요가 없었다.


*


벅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앞에 주저앉은 남자가 헉헉대며 말했다.


“페일 님이 지금 공격당하고 계십니다.”

“뭐?”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나타나 총을 쏘고, 연기가 나오고 그래서···.”

“그래서 지금 이렇게 꽁무니 빠지게 나한테 왔다?”


남자가 눈을 내리깔며 어깨를 웅크렸다.


“됐어. 누군지 알 거 같으니까. 리나, 로이 빨리 불러. 쥐새끼가 우리 구역을 침범한 거 같다.”


안 그래도 쥐새끼 한 마리가 새로 올 거라는 연락을 어젯밤에 받은 참이었다.

벅의 말에 옆에서 침묵을 지키던 리나가 호출기를 조작하며 투덜거렸다.


“페일 놈은 뭐 그리 허술해? 그런 쥐새끼한테 틈을 보이다니.”


페일이 당한 건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새 유흥거리가 생긴 것에 벅은 좀 신난 상태였다.

가끔 이렇게 근처 쥐새끼들이 겁도 없이 그들을 잡겠다고 나타나곤 했다.


“요즘도 계속 찾아오는 건 참 신기하긴 해.”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곤 함에도 늘 새로운 쥐가 이렇게 나타나 주었다.

그런 이들 덕분에 사냥을 즐길 수 있어서 벅이야 늘 고마웠다.


“나 왔어. 어느 방향이야?”


남자 하나가 벅 쪽으로 다가왔다.

리나가 호출한 로이였다.


“저기 옆옆 블록.”


담배 하나를 입에 문 채로 벅이 방향을 가리켰다.

로이가 바닥에 엎드린 남자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는, 턱짓했다.


“그럼 빨리 가자. 쥐 한 마리라며. 셋이면 충분하잖아.”

“가야지. 이것 좀 마저 보충하고.”

“그냥 주사 한 방 놓는 거보다 효율 훨씬 딸리는 걸 맨날 물고 앉아 있어.”


연기를 후우 하고 뿜어내며 벅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쪽이 더 있어 보이잖아.”


그의 신체에 부족한 마나가 천천히 채워지고 있었다.


“가면서 펴.”


그 말과 함께 리나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로이와 벅이 뒤따랐다.


곧 그들은 페일이 있었다고 하는 골목 쪽에 도달했다.


“무슨 연기를 피워대고 총을 쏘고 그랬다는데. 그새 페일까지 데리고 멀리 내빼지는 않았을 테고.”


벅은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의 몸에 흐르는 마나 회로가 마법 주문을 발현했다.


‘그림자 추적자.’


일종의 변환계 주문이었다.

벅의 마나가 그의 그림자에 흘러 들어갔다.

그림자가 길쭉하게 뻗어나가며 주변의 흔적을 추적했다.


벅 같은 흑마법사들이 쓰는 주문들은 보통 외부의 다른 요소를 끌어다 쓰는 형태였다.

흑마법사가 투자한 마나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대가로 마법의 위력을 내는 주문.

마법적 재능을 타고나지 못해 마나를 많이 불어넣지 못하는 탓이었다.


그림자 추적자의 경우에는 주변의 빛을 모두 삼켜 그 에너지를 확장해나가는 데 썼다.


“저쪽이다!”


골목 안쪽을 가리키며 벅이 피식 웃었다.

더 좁은 골목으로 도망갈수록 사냥감만 불리해질 뿐이었다.

세 흑마법사들은 어두컴컴한 골목 속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곧 막다른 골목이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안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벅은 길게 늘어난 그림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손짓했다.


“저 안쪽이야.”

“큭, 너무 쉬운 거 아니야?”


로이의 말에 리나가 미간을 좁혔다.


“총을 들고 있다 했으니까 그래도 주의해.”


그들은 모두 방어막을 몸 앞에 전개해놓은 상태였다.

그 순간, 총성이 골목을 울렸다.


탕!


가장 앞의 로이를 보호해주던 방어막이 조각나며 부서졌다.

바로 이어지는 또 다른 총성.


탕!


로이가 그대로 엎어졌다.


“로이!”


리나가 깜짝 놀라 소리치며 자신의 방어막부터 여러 겹으로 보완했다.

벅 역시 방어막에 마나를 흘려보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저주의 화살.’


생체 마나 회로가 발동되며 검은색 화살이 쏘아졌다.

총알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어도 벅의 조종에 따라 방향 조종이 가능한 화살이었다.

화살이 닿는 순간 대상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힘을 보강하는 주문.

그래서 맞는 순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공격 주문이었다.

벅은 그림자 추적자가 말해주는 방향으로 화살을 보냈다.


쐐액.


그 순간, 상대도 다시 총을 쐈다.

그리고 벅이 날린 화살이 탄환에 뭉개져 바스러졌다.


‘어, 어떻게?’


아무리 속도가 엄청 빠르진 않다 해도 날아가는 주문을 총알로 맞춘다고?

벅은 조금 당황한 상태로 외쳤다.


“총공격해, 리나!”


벅과 리나가 각자의 공격 주문을 발현했다.

그들은 자유자재로 마법을 쓰는 진짜 마법사는 아니었기에 몸에 회로를 새긴 몇 개의 주문만 가능했다.

그중에서도 원거리 공격 주문은 한정적이었다.


벅이 다시 날린 저주의 화살.

그리고 리나가 풀어낸 탐식의 박쥐.

둘 다 상대에게 닿아서 그 생명력을 대가로 섭취해야 더 큰 위력을 낼 수 있었다.


두 개의 주문이 상대를 향해 동시에 쏘아졌다.


탕! 탕!


그리고 두 발의 탄환이 또 두 개의 주문을 박살냈다.

심지어 그와 동시에 한 발은 리나가 보낸 박쥐를 관통해 방어막까지 부서트렸다.


“리나―”


벅이 조심하라 말하기도 전에 골목 안쪽의 총구가 번쩍였다.

총성과 함께 리나는 쓰러졌다.


“씹.”


벅은 자신의 몸에 남은 마나를 모두 긁어모아 방어막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벅의 몸에 새겨진 주문만으로 저런 상대를 원거리에서 잡는 건 불가능했다.


헐떡이며 달려 나가는 벅.


그때, 무언가가 그의 방어막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분명 총소리는 안 났으니 총에 맞은 건 아니었다.

벅은 자신이 두른 방어막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무너져내리는 감각에 경악했다.

그의 마나 회로로 만들어낸 주문이 뒤틀려서 금이 가고 있었다.


“이게··· 서, 설마.”


탕!


당황한 표정 그대로 벅은 바닥에 엎어졌다.

울컥울컥 피를 토해내며 그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마법사를 보내면 어떡해, 이 정신 나간 새끼들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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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탈출 24.08.02 19 3 13쪽
15 루나스 연구소 24.08.02 19 4 14쪽
14 흑마법사 24.08.02 24 4 13쪽
» 흑마법사 +1 24.08.01 29 4 13쪽
12 섀도우스엔드 24.07.31 33 2 12쪽
11 크리처 24.07.30 33 2 14쪽
10 크리처 24.07.29 28 2 14쪽
9 중개인 사무소 24.07.28 41 2 13쪽
8 뒷골목 24.07.27 38 2 15쪽
7 아니스의 의뢰 24.07.26 43 4 14쪽
6 약물 실험 24.07.25 48 4 15쪽
5 거터게이트 24.07.24 49 3 14쪽
4 호송 의뢰 24.07.23 50 2 13쪽
3 벨크로프트를 떠나다 24.07.22 68 4 13쪽
2 침입자 24.07.21 76 3 15쪽
1 총과 마법 24.07.21 124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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