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총잡이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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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간
작품등록일 :
2024.07.21 13:33
최근연재일 :
2024.08.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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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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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스 연구소

DUMMY

루나스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마리아 로시.

그녀는 헥싱턴의 몇 안 되는 환혹계 마법사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정신을 흩트리고, 심지어 조종까지 하는 계열의 마법.


물론, 요즘 시대의 마법사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마리아가 타고난 마법의 힘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일은 너무나도 그녀의 적성과 잘 맞았다. 그래서 그녀는 루나스 연구소에 들어와 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체 마나 회로를 활용해 꼭두각시를 만드는 프로젝트.


‘알로이스 갈바니 박사에게 참 감사한 일이지.’


그는 마법을 못 쓰는 생물의 신체에서 마나가 쓸모없는 잉여 에너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생리학자였다.

죽은 개구리 시체에 강력한 마나를 흘려보냈을 때, 시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임을 보였다.

그 움직임 하나로 마나를 신체에 활용하는 법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소울 닥터들은 새로운 약을 만들었고, 흑마법사들은 시체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 나섰다.


누군가를 조종하는 데 관심 있는 마리아 역시 그 흐름에 편승했다.

그녀는 인체에 인위적인 마나 흐름을 조성해 그걸 시전자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시전자의 통제에 따라 그 대상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그렇게 루나스 연구소의 꼭두각시 제작이 시작되었다.


“새로 들어온 실험체 상태는 지금 어떻지?”


마리아의 물음에 그녀의 조수 라티스가 차트를 확인했다.


“한 시간 전에 확인했을 때는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잘됐네. 올해 들어온 실험체 중 최고 수준인데 절대 망가지면 안 되지.”


심지어 그녀가 손수 나서기까지 해서 확보한 실험체였다.

그리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도 했다.


‘그 흑마법사 놈들을 총 하나로 몰살시킨 인간.’


안 그래도 평소에 자꾸 선을 넘는 흑마법사들의 콧대까지 대신 꺾어주어서 여러모로 기분이 좋았다.

마법의 재능도 없는 주제에 자기들도 마법사랍시고 떠들고 다니다가 그렇게 당했으니 한동안은 조용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가진 것 중 최고의 꼭두각시가 될지도 모르겠어, 라티스.”

“연구소의 귀중한 자원이 되겠군요.”

“그럼, 당연하지. 시술까지 내가 직접 했는데.”


지금까지 루나스 연구소에서 만든 꼭두각시들은 그 쓸모가 꽤 컸다.

원래의 신체로 할 수 있던 행동들을 꼭두각시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래서 일부러 실력이 좋은 용병들을 수집해 재료로 쓰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꼭두각시는 자아 같은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아무리 큰 대가를 받고 일하든, 언제나 변심이 가능한 존재들.

하지만, 꼭두각시들은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몸의 마나 흐름 전부를 통제받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 다 조종이 가능했다.


“그래서 언제쯤 보러 가면 된다고?”

“지금쯤 깨어났을 겁니다. 이제 막 기본적인 통제 훈련을 하고 있을 테니 한 시간 정도만 기다리시죠.”


마리아가 직접 실험체에게 생체 마나 회로를 박아넣는 시술을 한 지 몇 시간이 이미 지난 시점이었다.

이 시술이라는 건 특정 마법 주문을 발동시키는 생체 회로를 새기는 그런 단순한 일과는 차원이 달랐다.

몸 전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를 지나가는 하나의 거대한 회로를 새기는 일.

정교함이 필수적인 까다로운 시술이었지만, 이미 수십 차례 꼭두각시들을 만들어온 루나스 연구소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수치 하나가 좀 특이하더라고요.”


라티스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수치?”

“몸에 흐르는 마나가 일반인 평균치의 세 배 정도였습니다.”

“그래? 마법을 쓰는 건 못 봤는데.”


설마 그 실험체가 마법사라도 된단 말인가.


“세 배 정도면 그래도 오차범위에 들어가서 그냥 일반인일 수도 있습니다. 직계 가족 중에 마법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 뭐, 나중에 내가 마법으로 정보를 좀 캐내면 되니까.”


그리고 그때였다.

별안간 그들이 있던 연구실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구―”


라티스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그대로 픽 쓰러졌다.

마리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안광을 빛내고 있었다.


어떻게 저 실험체가 여기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리아는 빠르게 마나 구조를 만들어냈다.

아무리 통제에서 벗어났다곤 해도, 마법사의 마법은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완성된 마나 구조가 그녀의 특기, 기절 마법을 발동하려는 그 순간.

마나 구조가 갑자기 뭉그러졌다.

그녀가 만들어낸 주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어떻게···.”


그러고 보니 저 남자가 라티스는 어떻게 쓰러트렸단 말인가.

제대로 생각해보기도 전에 마리아는 정신을 잃었다.

그것도 그녀가 늘 써오던 기절 마법에 당해서.



***


웨인은 자신의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는 걸 느꼈다.

정신이 멍했다.


“기초 움직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여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워있던 웨인의 몸이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몸을 일으켰다.


‘지금 이게 뭐지?’


이곳은 어디고, 그는 어떤 상태인가.

왜 그의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진단 말인가.

눈 깜박임조차 그의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웨인은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어떻게 이 상황이 된 건지 떠올렸다.


‘베이츠 브라더스를 찾아갔다가 흑마법사들이랑 싸웠고. 그러고 나서 비비드의 효과가 다한 후유증이 있었지.’


감각 집중에 모든 정신력을 쏟은 상태에 어지러운 후유증까지 더해지니 잠깐 빈틈을 보였던 것도 같다.

빈틈을 누구에게 보였나?


‘아, 그래. 그 마법사.’


웨인은 난생처음 보는 마법사.

그 마법사가 하필 웨인이 흑마법사 여덟 명을 상대한 직후 찾아왔다.

그리고 진짜 마법 주문을 발동시켰다.


‘흑마법사들이 마법인 척 생체 회로로 만드는 주문과 다른 진짜 마법.’


웨인은 처음 보는 그 마법 구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마법에 웨인이 바로 정신을 잃은 걸로 보아 기절 같은 효과가 달린 주문임이 분명했다.


마법사를 진짜 보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건 맞지만, 이런 상황에 부닥칠 거까지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그 와중에 웨인의 몸은 아예 일어서서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웨인을 지켜보는 두 사람.

방금 말했던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기초 하체 움직임 모두 정상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상체 움직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 옆의 남자는 무슨 기계 장치를 조종하고 있었다.

웨인은 그 장치에 흐르는 마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 마나 흐름에 신경을 기울였다.


‘잠깐. 저 장치가 지금 문제가 아닌데.’


웨인의 몸에 흐르는 마나 상태가 이상했다.

평소에 그 자신의 마나 흐름에는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남들의 마나 흐름에 집중하는 게 더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뒤늦게 눈치챈 변화.

그의 전신에 이상한 구조의 마나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저 앞의 남자가 장치를 조작했다.

그 직후, 웨인의 오른팔 쪽에 마나가 훅 흘러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제멋대로 머리 위로 올라가는 오른팔.


‘저들은 지금 내 몸의 마나 회로로 나를 조종하고 있다.’


이런 건 웨인도 처음 보았다.

피에르가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었던 탓에 각종 마도구들은 많이 접해봤지만, 사람 몸을 조종하는 장치?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감이 안 잡힐 정도였다.


웨인의 오른손이 활짝 펼쳐졌다.

엄지부터 새끼 손가락까지 차례로 접히는 손가락들.


“기초 상체 움직임 모두 정상 확인되었습니다.”


또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진짜 저들이 조종하는 기계 장치라도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건 매우 불쾌했다.


‘이 통제에서 벗어나야 해.’


웨인의 몸에 박힌 마나 회로가 그를 통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그 마나 회로를 통제하면 된다. 마나를 다루는 건 웨인이 타고난 재능이었으니까.

그게 몸의 주도권을 되찾을 유일한 방법이었다.


몸 전체를 흐르고 있는 거대한 마나 회로.

평범한 마도구의 회로를 건드려서 바꾸는 것처럼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

그렇다고 흐름을 아예 멈춰서도 안 되었다.


이 모든 흐름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은 그의 심장.

심장을 중심으로 마나의 흐름을 먼저 파악했다.

저 조종 장치에 의해 몸이 움직여질 때도 그 명령을 전하는 시작점은 결국 심장이었다.


‘내 심장 부근에 무언가가 박혀 있다.’


그게 저 장치의 신호를 받고 회로를 작동시키는 것.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은 쉬웠다.

심장에 박힌 그 무언가에 흐르는 마나를 마나 회로와 분리시켰다.

그것에 신호가 전해져도 마나 회로로까지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약간 멍하던 정신이 맑아지는 게 느껴졌다.

마나 회로가 머리에까지 연결되어서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12번 동작을 할 차례입니다.”


여자가 장치를 든 남자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남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아, 그건 저도 압니다. 분명히 명령을 넣었는데···.”


그런 두 사람을 웨인은 지켜보았다.

지금 그는 웬 기다란 하얀색 환자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소지품, 리볼버는 당연히 없다는 뜻.


웨인은 그가 정신을 잃던 순간에 보았던 마법을 떠올렸다.

진짜 마법사가 부린 마법 주문.


‘나도 따라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마나가 어떻게 그 주문을 구성했는지 떠올린 웨인은 허공에 그 구조를 모방한 주문을 만들어냈다.

웨인이 느끼기에는 그때 본 마법과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방금 만든 주문 옆에 똑같은 마나 구조를 하나 더 완성했다.

저 두 명을 동시에 쓰러트리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장치 이상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명령이 안 먹힙니다.”

“라티스 님께 연락드려야―”


웨인은 허공에 완성된 두 주문을 가볍게 날려 보냈다.

진짜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두 사람.


‘제대로 된 마법 주문을 내가 썼다.’


지금까지 웨인은 마나 자체를 다루는 마법만을 써왔다.

아버지 피에르가 마법사가 아닌 탓에 마법에 대해서만은 배울 수가 없었고, 마법 지식을 전해주는 책 같은 것도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 마법이라 해봤자 무형의 마나를 압축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전부.

그런데 그 마나를 조작해 마법 주문을 쓰는 게 웨인도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 쓸 줄 아는 주문은 아직 이것 하나뿐이었지만, 여기서 탈출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했다.


웨인은 어색하게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그의 의지대로 움직여지는 몸.

하지만, 그의 몸 전체를 연결하는 마나 회로의 존재 탓인지 무언가 붕 뜨는 느낌이었다.


‘일단 그 마법사부터 찾자. 내 총이랑.’


현재 그는 수술실 같이 보이는 방에 있었다.

트레이에 놓인 작은 메스 하나를 집어 들고 기절한 남녀를 내려다봤다.

이미 기절시키긴 했지만, 언제 깨어날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후환을 없애는 게 나았다.

메스가 두 사람의 동맥을 끊었다.


방 바로 밖에는 마나 흐름 하나가 느껴졌다.

웨인은 주변의 마나를 뭉쳐 허공에 또 기절 주문을 만들어냈다.

수술실 문을 살짝 열자, 복도에 서 있던 남자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통제 훈련은―”


주문이 날아가 남자를 쓰러트렸다.

그 남자까지 처리한 웨인은 최대한 주변 마나의 흐름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평소와 달리 감각에 집중하는 것도 어색한 느낌이었다.


‘몸에 박힌 이 마나 회로. 통제는 끊어냈어도 아직 어떤 효과가 남아 있다.’


몸을 움직이는 데서 느껴지는 간극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웨인은 회로의 마나 흐름을 아주 살짝 건드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이건···.’


아까 조종 장치에 통제되었듯이, 지금 웨인도 회로에 개입해서 그 자신의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금 이 마나 회로로 내 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내 감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


눈을 감고 그의 머리 쪽에 흐르는 마나에 최대한 신경을 기울였다.

마치 이전에 정신이 오염되었던 크리처, 그레고리의 머릿속 마나에 간섭할 때처럼, 그 흐름을 파악하려 애썼다.

마나 회로는 척수를 따라 뻗어나가 뇌 표면까지 흐르고 있었다.


‘뇌 안까지 침범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 해야 하나.’


이번에는 척수에 흐르는 마나에 아주 잠깐 개입해보기로 했다.

회로의 흐름을 순간 멈추자, 머리가 갑자기 멍해지고 고개가 덜덜 떨렸다.

웨인은 재빨리 회로를 정상화했다.


‘이건 좀 위험한데.’


겨우 마나 흐름 살짝 건드린 걸로 사람 하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수준.

그렇다면, 그 흐름을 오히려 빠르게 한다면?

감각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 상태를 고칠 수 있는가?


척수의 회로에서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마나.

웨인은 마나를 다루는 그의 마법으로 그 흐름을 재촉했다.

거센 파도처럼 훅 치고 나가는 마나가 그의 머리 안쪽까지 밀고 들어오는 느낌.


그리고 그 순간, 지금까지 겪은 모든 변화보다 큰 변화가 찾아왔다.

처음 잠깐은 주변을 인지하는 감각이 아까보다 괴리감이 덜한 정도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복도 계단참에 달린 시계의 초침이 느리게 틱, 틱, 움직였다.


‘세상이 느리다. 아니, 내가 빠른 건가.’


동시에 아까는 집중할 수 없었던 감각들이 느리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바로 위층에서 천천히 일렁이는 마나에 웨인은 집중했다.

평범한 사람보다 확연히 많은 양의 마나.


‘그 마법사.’


그를 이렇게 만든 그 마법사를 만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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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탈출 24.08.02 19 3 13쪽
» 루나스 연구소 24.08.02 20 4 14쪽
14 흑마법사 24.08.02 24 4 13쪽
13 흑마법사 +1 24.08.01 29 4 13쪽
12 섀도우스엔드 24.07.31 33 2 12쪽
11 크리처 24.07.30 34 2 14쪽
10 크리처 24.07.29 29 2 14쪽
9 중개인 사무소 24.07.28 42 2 13쪽
8 뒷골목 24.07.27 39 2 15쪽
7 아니스의 의뢰 24.07.26 44 4 14쪽
6 약물 실험 24.07.25 49 4 15쪽
5 거터게이트 24.07.24 50 3 14쪽
4 호송 의뢰 24.07.23 51 2 13쪽
3 벨크로프트를 떠나다 24.07.22 68 4 13쪽
2 침입자 24.07.21 76 3 15쪽
1 총과 마법 24.07.21 125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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