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천재마법사가 정체를 숨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박스코드
작품등록일 :
2024.07.29 09:40
최근연재일 :
2024.08.06 08:5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49
추천수 :
2
글자수 :
60,000

작성
24.08.06 08:56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후폭풍.

DUMMY

* * *


박진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분명 박규태와 마주 보고 서 있다가 주먹에 명치를 맞아 쓰러진 건 기억이 난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통에 정신이 아찔했었지.


밀려오는 고통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던 거 같은데 왜 지금 이렇게 멀쩡히 서 있는 거고 아버지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걸까?


‘.....혹시 나에게 실망해서 저러시는 걸까?’


그런 거라면 말이 된다.


자신도 설마 박규태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지 몰랐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할까?

하지만 기회를 준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


“박진호.”


“.....네, 네?”


잔뜩 주눅이 든 채로 박진호는 아버지의 부름에 황급히 대답했다.

아버지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박진호의 대답에 흔들렸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지?


“....규태는 의무실에 있다. 일단 오늘 하루는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군.”


박규태가 의무실에? 대체 왜?

자신이 기절하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평소에도 아버지를 친근하게 대하는 박규태와 다르게 아버지를 어려워하던 박진호였기에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규태가 의무실에 갔으니 오늘 대련은 그만한다고 봐도 되겠지?


“....그, 그럼.... 전 집, 집으로 돌아가도 될까요?”


“....그래. 그래야겠지. 일단 먼저 집에 가 있거라. 난 내일 규태랑 같이 갈 테니까. 가는 길은....”


“진호야!”


“.....어, 어?”


“야! 훈련하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게 어딨어! 계속 찾아다녔잖아!”


저 사람은....!


박진호의 두 눈이 커졌다.


‘이진....!’


근육질 가득한 몸에 험상궂은 얼굴...!


이진이 확실했다.

티비에서 종종 나오기도 했고 인터넷 기사에서도 종종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헌터였다.

S급 전사이자 성호 길드의 간판 헌터이기도 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박진호에게 길드에서 1위를 차지하는 실력인 이진은 존경하는 헌터이자 자신의 꿈이기도 했다.


설마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연예인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박진호는 이진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박진호의 눈이 동경을 가득 담아 이진을 바라보았다.


반갑게 다가오던 이진이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이진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진호야?”


“.....네, 네? 저, 절 부르신 건가요? 영, 영광입니다!”


역시나 잘 못 들은 게 아니었다.

이진은 자신을 부른 것이었다.


너무나도 친숙하게 불러서 동명이인이라도 주변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진이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버지가 미리 알려주시기라도 했나?


“.....뭐야, 너 왜 그래?”


“.....네? 왜, 왜 그러냐는 게 무슨 말인지...”


웃음기가 가신 이진의 얼굴에 박진호는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진을 만난 건 영광이지만 이 알 수 없는 상황이 불편했다.

마치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듯 말을 거는 이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착각하고 있기라도 하는 걸까?


무거운 침묵이 지속됐다. 아무래도 뭐라도 먼저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 박진호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


“어, 어.... 이진씨는 티비에서 많이 봤... 습니다. 팬, 팬입니다.”


“....나를 알아?”


“네! 존, 존경하고 있습니다.”


“둘이 아는 사이인가 보지?”


그때 침묵을 깨고 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처음과 달리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이진이 아버지의 말에 언제 굳어있었냐는 듯 다시 입가에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아니요. 아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봤나 보네요.”


“그래? 그런 거치고는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던데...”


“뭐, 우연히 들었다 치죠. 그것보다 길드장님이야말로 서로 아는 사이세요?”


“....내 아들이다.”


“아, 아들.... 어라? 아들? 아들은 박규태 한 명 아니었어요?”


이진이 놀란 얼굴로 박진호를 바라보았다.


박진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자신을 모르는 게 당연했다.


아버지가 각성도 하지 못한 반푼이 아들을 길드에 이야기하고 다니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걸 알면서도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고 아파왔다.


“아니다. 마침 잘됐군.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으니 서로 통성명하면 되겠군. 아, 이진. 내가 잠시 일이 있어서 그런데 네가 길드 입구까지 내 아들 길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길 안내요? 뭐, 그 정도야 쉽죠.”


“저, 저는 괜찮.... 혼, 혼자서도 갈 수 있어요.”


“길드 안이 넓어서 헤매게 될 거다. 길드 입구까지 데려다주면 집까지는 갈 수 있지?”


“....네, 네.. 감, 감사합니다.”


결국 제대로 거절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박진호를 바라보는 듯싶더니 걸음을 옮기셨고 어느새 박진호는 이진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진 역시 아버지와 같은 눈을 한 채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진과는 처음 보는 사이인데 왜 저런 눈빛으로 보는 거지?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우리 할 말이 많은 거 같은데?”


“할, 할 말이요? 무슨.....”


“뭐야, 진짜 왜 돼도 안 되는 연기를 계속하는 거야? 내가 또 훈련 같이하자고 조를까 봐 그래? 이제 안 그럴게. 이상한 연기 그만해.”


“....저, 무, 무슨 말이세요.... 그게.... 저, 절 아세요?”


“.......뭐야, 이거 진짠가?”


‘맞는다!’


이진의 얼굴이 훅하고 가까워졌다. 덩치가 큰 이진이 위협적으로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몸이 움츠러들었다.


박진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슬그머니 눈을 뜨자 검은색이었던 이진의 눈이 살짝 붉은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는 게 보였다.


‘저것도 헌터 능력인 건가? 대체 무슨 능력인 거지? 아니 그것보다 왜 나에게 능력을 사용한 거지?’


전전긍긍하며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던 이진의 눈이 호기심으로 물들면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혼자 터진 이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데 웃음을 뚝 그친 이진이 말했다.


“너, 진짜 재밌구나. 이거 진짜네. 너 쌍둥이는 아니지?”


“....네? 아, 아니에요.”


“그래. 더 재밌네. 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자, 일단 가자 데려다줄게. 따라와.”


“.....네.”


이진은 앞장서 걸어가며 떠들기 시작했다.


티비에서 보았던 이진은 무뚝뚝해 보였는데 실제로 만나본 이진은 말이 참 많았다.


쓸데없는 말들 뿐이었지만 동경하는 이진이 하는 말이었기에 박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렬히 그의 말을 새겨들었다.


“자 여기야. 여기로 나가면 돼. 바로 앞에 나가면 택시 타는 곳이니까. 그거 타고 집으로 가.”


“감, 감사합니다.”


“중간에 네가 마음대로 가긴 했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다음번에 만날 땐 약속 생각해오고.”


“약, 약속이라니요?”


“잘 가라.”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며 이진은 손을 휘휘 젓더니 그대로 뒤돌아서 걸어갔다.


혼자남은 박진호는 멍하니 자신의 우상을 바라보다가 결국 나오지 않는 답에 머리를 긁적이며 걸음을 옮겼다.


* * *


치료를 받고 난 후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박규태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내가..... 박진호한테 졌다고?’


그 반푼이 자식한테?


말더듬이에 항상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그 찌질이 자식에게 졌다고?


상황을 파악한 박규태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항상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해왔던 이에게 졌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내가 너무 방심해서 그래....’


그래. 그게 맞다.


방심하지만 않았다면 눈에 보이는 그런 쉬운 공격을 피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박진호가 감히 자신에게 공격을 시도할 줄 몰랐기에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해버렸다.


‘....다시,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하자.’


이번 일로 아버지가 자신에게 실망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재대련을 요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욱신거리는 얼굴과 처음 보는 박진호의 이죽거리는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라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뭐야, 나 왜 떨고 있어?’


박진호와의 대련을 떠올리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래, 대체 왜 떨고 있는 건데.... 설마 박진호에게 겁먹은 거야?


‘내가?’


박진호는 떨리는 손을 꽉 쥐어 잡은 채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박진호라고 박진호...!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말이라면 꼼짝도 하지 못하던 그 박진호! 밤에 몰래 자는데 들어가 이불을 덮고 두들겨 패면 제발 그만하라고 빌어대던 박진호다.


겁을 잔뜩 먹어서 이불에 오줌을 싸기도 했었지.


그런 한심하고 멍청한 박진호에게 지금 자신이 겁먹었다고?


말도 안 된다.

그럴 리 없었다.


단지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에 놀란 거뿐이다.


그래. 그게 맞았다.


“일어났나?”


“.....아버지!”


그때 문을 열고 아버지가 들어왔다.

아버지의 등장에 박규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버지는 박진호에게 처참히 발린 자신을 뭐라고 생각할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박규태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버지, 박진... 아니 형은요? 이번엔 제가 너무 방심했어요. 지금 당장 다시 재대련하게 해주세요!”


“아니 무리다.”


“아버지!”


“일단 치료헌터에게 치료받긴 했지만, 상처가 심해서 이틀 정도는 더 쉬어야 한다는구나. 회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련해봤자 똑같은 결과만 나오겠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방심하지만 않으면 형 정도는.....!”


“진호도 이제 각성자가 되었으니 제대로 된 교육도 필요하고... 대련은 다음에 진호가 교육을 다 받은 후 다시 하도록 하지. 일단 규태 넌 안정을 취하는 데 집중하도록 해라.”


아버지의 단호한 말에 박규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나한테 실망했나? 실망했겠지? 그래서 지금 더 저러는 거겠지? 하긴 자신의 친아들이 양아들인 나보다 더 잘났으니 얼마나 좋겠어. 결과를 바꾸고 싶지 않겠지....’


재수없는 새끼.


한국에서 제일가는 길드인 성호 길드의 길드장만 아니었다면 아버지 취급도 하지 않았을 텐데....


지가 뭐 그리 잘났다고....


불만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여기서 더 말했다가는 자신의 입장만 더 초라해진다는 걸 알기에 박규태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됐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박진호 정도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그 반푼이가 헌터로 각성했으니 아버지는 박진호를 이 길드에 데리고 와서 본격적으로 길드원들과 함께 키우기 시작하겠지.


성호 길드에 자리를 잡기 위해 박규태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데 굴러들어온 돌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길드에 오기만 해봐. 박진호.’


각성한 걸 눈물 나게 후회하게 해주지.


박규태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SS급 천재마법사가 정체를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후폭풍. 24.08.06 19 0 12쪽
10 훈련. +1 24.08.05 22 0 12쪽
9 대련. +1 24.08.04 28 0 12쪽
8 가족모임. 24.08.03 35 0 11쪽
7 새로운 소환수의 등장. 24.08.02 42 0 13쪽
6 살인마. 24.08.01 45 0 11쪽
5 이 몸 등장! (1) 24.07.31 38 0 12쪽
4 이 몸 등장! 24.07.30 52 0 12쪽
3 소환되다. (1) 24.07.29 60 0 13쪽
2 소환되다. 24.07.29 79 1 14쪽
1 8서클 미친 마법사. 24.07.29 130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