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주작겜 빌런 독재자의 세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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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주
그림/삽화
아카루
작품등록일 :
2024.08.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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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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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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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회귀자 한우현 (1)

DUMMY

온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며 멈췄다.


[추억을 만끽하세요! 추억을 느껴보세요···]


유치할 정도로 알록달록한 단풍잎이 가득 찬 듯한 그래픽의 질문창이 떠올랐다.


아마도 옛날 색감을 보여 줘, 추억에 젖게 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만끽, 느껴... 이딴 쓰레기 게임에 무슨 추억을?"


하지만 당연하게도, 한우현은 그 의도에 공감할 수 없었다.


세상을 미치광이 플레이들에 의해 멸망하게 만든 게임 따위, 오픈 초창기 때부터 20년이 넘게 했다고 해도.


추억이나 그리움 같은 건 느끼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당신이 가고 싶은 추억의 때는 언제인가요?]


하지만 상태창은 그의 심경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묻는다.


“최대한, 최대한 먼 과거. 세상이 망하기 전.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전.”


한우현도 위로 따위를 기대하지 않았기에, 곧바로 답했다.


가장 먼 과거로, 최대한 먼 과거로.


기왕이면 저 저주 받을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의 과거로 가고 싶다는 최선의 답을.


[탐색 중입니다···]

[오류! 캐릭터 생성 날짜와 충돌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현재 갈 수 있는 가장 먼 추억의 때는 7305일 전입니다.]


···역시.


“허. 하긴 그렇게 쉽지 않겠지···.”


정확히 20년 전, 더 정확히는 2025년 1월 1일. 세상에 게임이 덧씌워졌다.


따라서 과거로 간다면 최소한 그 때까지는 되돌아가야 했다.


혼돈과 광란의 첫 일주일. 강력한 랭커 급 플레이어 다수가 너무나도 무의미하게, 허무하게 죽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최소일 뿐, 기왕이면 더 먼 과거로 갈 수록 좋았다.


플레이어의 능력과 아이템이 없더라도 그가 아는 모든 지식으로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으니.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한 모양이다.


“현재 캐릭터의 플레이 기록이니까, 캐릭터가 현실에 나타난 게 첫 기록···.”


아쉽지만, 이게 최선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날짜 설정 완료 : 2025년 1월 1일]

[정말로 추억의 순간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이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주의! 이 아이템은 소비 아이템으로, 사용 시 '영구적'으로 소멸됩니다.]

[주의! 추억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능력치의 변동 혹은 손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예 / 아니오 ]


마지막으로 예, 를 누르기 직전.


한우현은 다시 한 번 그 주의 문구를 확인했다. 인벤토리와 함께.


“아이템이 손실 된다는 말은, 확실히 없다.”


그의 계획의 가장 큰 중추이자 발판.


20년 간 세계를 떠돌며 긁어 모은 무수한 아이템들.


전 세계 모든 서버의 단종 아이템과, 현실에서 천재들이 개발하고 시험하며 만들어 낸 아이템들.


“...예. 2025년 1월 1일.”


그 모든 아이템들의 확인을 끝낸 한우현은 결정을 내렸다.


“그 때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확인되었습니다. 추억의 그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즐거운 추억의 옛날 그 시절! 월드 오브 이그드라실을 플레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억? 추억이라고? 흐, 끝까지 미친 소리...”


그의 비웃음과 함께, 단풍잎이 화려하게 터져나갔다.


알록달록한 단풍잎이 무수히 쏟아져 내리듯 흩날리며 주위를 뒤덮었다.


* * *


“...아.”


한우현은 정신을 차렸다.


[ 캐릭터 네임 : 아서 ]


-딸깍. 딸깍.

-콰과곽


지금 그는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왜? 게임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서.


어떤 게임? 월드 오브 이그드라실.


한우현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학교 졸업, 고등학교 자퇴에 이어 대학교 제적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멈추지 않았던 게임.


-보라! 이 세상의 진정한 노동자들! 우리의 고통을 노래 하노라!

-매일 극심한 고통을 견디며 우리의 가치를 지켜내리라!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신이 있다면 제발 들어주소서!


화면 한 쪽에서는 사냥과 동시에 보기 위한 유튜브가 틀어져 있다. 정의로운 청년이라는 자가 노래하는 장면을 보니 뮤지컬 영상인가 보다.


사냥이 너무나도 지루하기에 유저들이 흔히 행하는 멀티태스킹.


“크, 크흐, 크흐흑···”


그 증오스러운 화면을 보며 한우현은 흐느꼈다.


세상이 뒤바뀌자마자, 바로 격분한 플레이어들에 의해 게임사와 서버가 파괴 당해서 서비스가 종료된 그 게임 화면.


정말로, 정말로 시간을 되돌렸음을 증명하는 가장 큰 증거였다.


그 앞에는 불어 터진 라면과 쉰 내가 나는 김치가 놓여 있었다.


게임을 하며 먹기 위해 올려놓은 듯한.


한우현은 떨리는 손으로 김치를 집어 씹었다.


"...진짜, 돌아왔다..."


시고, 맵고, 짜다.


맛대가리는 더럽게 없었지만, 너무도 오래된 기억 속의 맛.


마지막으로 한국 음식을 먹은 것이 언제던가?


“크흐으아아악···!”


한우현은 웃었다.


기쁨의 웃음이 아닌,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광소.


“···흐.”


광소를 그치고선 자연스럽게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사냥을 하던 캐릭터도 따라서 움직임을 멈췄다.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이내 게임 종료 버튼을 눌렀다.


[주의! 현재 적용되어 있는 버프 스킬 32가지와 버프 물약 14가지의 효과가 해제됩니다!]

[주의! 게임 종료 시 8시간 25분 동안 증폭된 경험치 증폭의 펜던트 효과가 초기화됩니다!]


쏟아지는 경고 문구. 하지만 한우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제 그딴 건 그에게 전혀 중요치 않았으므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더 이상 20년을 쓰레기 게임 따위에 바친 우울증, 피해망상, 불안장애 환자 한우현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수십 번을 부조리한 괴물 보스 몬스터와 빌런 플레이어들과 맞서 싸우고 살아남았던.


스킬 대인 전투전의 통달자.


플레이어 전술 지휘의 1인자.


대 보스 레이드 베테랑 공격대장.


세계 최강의 탱커이자 성기사.


전 세계의 모든 아이템을 긁어모은 최후의 플레이어.


그러나 결국에는 실패한, 멸망한 세계의 회귀자.


아서가 있을 뿐이었으니까.


“시간은? ···응?”


회귀 전, 너무도 오랜 외톨이 떠돌이 생활로 버릇이 된 혼잣말.


자연스레 그를 내뱉은 한우현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뚱뚱하고 비대한 몸매. 기름진 피부와 머리카락. 몸도, 생각의 속도도 느려 터졌다.


둔하다.


회귀 전의 그가 가졌던 이상적인 플레이어의 육체와 너무나 달라, 이질감이 든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각을 확인했다.


[2024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01초]


“게임화 직후가 아니라, 그 직전인가.”


차라리 좋다. 아니, 오히려 좋다.


세상이 게임으로 덧씌워진 날은 2025년 1월 1일.


그 날 자정, 모든 플레이어들은 도저히 자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수마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때도 사냥 중간에 졸았던 거 같은데.”


평소 같으면 밤 새 게임을 하는 폐인 플레이어들도 하나같이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을 정도의 졸음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원래라면, 한우현도 이맘 때쯤 꾸벅 졸았을 것이었다.


“이번에는 잠들지 않아야겠어.”


플레이어의 육체로 탈태하는 과정. 그것을 정확히 느껴 볼 심산이었다.


그런 판단 하에 한우현은 버텼다.


"···큭."


견딜 수 없을만치 심한 졸음이 곧 느껴졌다.


[2024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55초]


하지만 참았다.


20년 동안 한우현은 수 없이 많이 보스 몬스터들과 빌런 플레이어들을 상대했다.


그 모두를 이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제나 살아남았다.


그 모든 끔찍했던 일들과 시간에 비한다면.


이까짓 졸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2024년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59초]


그러니까.


“반드시, 해 내겠어. 모든 것을··· 바꿀 것이야.”


그 의지의 되뇌임과 함께, 시야가 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2025년 1월 1일 오전 00시 00분 00초]


뇌 한가운데 있는 송과체Pineal Gland가 폭발적인 힘을 내뿜었다.


플레이어의 모든 초월적인 능력의 근원.


데카르트가 주장하길, 영혼과 신비를 관장하는 뇌의 심층부에 위치한 숨겨진 진짜 뇌.


송과체에서 맥동하듯이 퍼져나가는 이그드라실 포스Yggdrasill Force가 그의 육체를 힘을 쓰기 적합한 형태로 개조하고 뒤틀고 승화시킨다.


"...!"


1초.


아니, 0.1초도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온 신경을 집중한 한우현은 분명히 느꼈다.


뻗어나가는 힘의 가지들. 게임 내에서 모든 힘과 신비와 마법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원.


순서대로 뇌간, 연수, 이어서 뇌 신경, 척수 신경, 말초 신경을 파고들어 내려가며 퍼지는 그 구조체들.


동시에 온 몸의 근육과 뼈, 피가 증발하듯이 타오른다. 초월적인 물질들로 대체된다.


그 모든 과정을 명확하게 느꼈다.


“흐으, 흐으으, 크으으···”


엄청난 고통이었다.


잠들기는커녕, 기절했다고 해도 이것을 도저히 버틸 수 있을까 의심될 정도의 고통.


"크흐윽···!"


하지만 버텼다.


그럴 가치도 있었다.


송과체에서 뻗어나가고 지배하고 조종하는 힘과 에너지의 가지, 구조, 순서···


그 모든 것이 뇌에 새겨지듯이 그려졌다.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아아···”


한우현은 베테랑 플레이어였지만, 그 힘을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이제는, 다르다.


그 과정을 명확하게 느끼고 이해했다. 보다 더 완벽하게 힘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그드라실 포스가 움직이고 몸에 깃드는 원리를 똑똑히 목도하였으므로.


그리고.


[2025년 1월 1일 오전 00시 00분 01초]


지옥과도 같았던 1초가 지났다.


한우현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이제야 좀 익숙한 느낌이군."


세상의 해상도가 달라졌다. 선명하고, 또렷하며, 모든 것이 정확하게 보인다.


시야의 위치도 달라졌다. 20cm정도 더 높아졌다.


힘이며 뇌의 연산 속도, 반응 속도도 말할 것 없이 달라졌다.


마지막 점검을 할 차례였다.


한우현은 거울을 보기 위해 화장실로 갔다.


과거의 그는 원래 자기 모습을 마주치기 싫어했기에, 일부러 방에 거울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거울은 화장실에만 있었다.


“상태창.”


예술적인 9등신의 비율을 가진 금발청안의 조각 미남 서양인을 보며 한우현은 중얼거렸다.


탁하고 갈라진 가래 낀 목소리 같던 2분 전까지의 목소리와는 아예 딴 판인, 미성의 목소리로.


===

캐릭터 네임 : 아서

캐릭터 랭킹 : 1위 (현재 전체 플레이어 수 : 102만 2941명)

직업 : 성기사

레벨 : 3??

···

===


그리고, 상태창을 처음 외침과 함께.


알림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Lv. 300에 도달하였습니다!]


[Lv. 20 고유 스킬 '여왕의 방패'가 초월합니다...]


[Lv. 300 초월급 스킬 '절대 방어'를 얻습···##@%₩&]


[오류! 오류! 오류!]


“뭐야? 오류?”


한우현이 의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재조···₩&%@]


[오류··· 오류··· 오#₩@&]


파박하는 듯한 번쩍임과 함께, 상태창이 마치 터지듯이 꺼졌다.


"이런 씹... 이게 뭐야?"


그의 당황한 목소리가 그 텅 빈 자리를 울렸다.


작가의말

제가 작가의 꿈을 꾸게 만들어준 송과체의 탐식자이자,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께 헌사하는 마음으로 송과체를 올립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좋아요와 추천, 덧글을 부탁드립니다.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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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북한 관리자 최윤 (1) +8 24.08.08 3,591 12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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