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최근연재일 :
2024.09.19 22:2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4,002
추천수 :
656
글자수 :
189,673

작성
24.09.17 22:20
조회
291
추천
10
글자
12쪽

봄.

DUMMY

“오빠! 미리 말하지, 그랬어. 친구라며?”

“어? 어.”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어쩐 일이야?”

“집들이.”

“초대도 안 했는데? 주소는?”

“기자는 모든 걸 알 수 있지.”


이 상황을 가볍게 넘겨도 되는 걸까.

애까지 데리고 왔는데.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올게.”

“어? 어.”


아무리 그래도 애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분은 아니었기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뭔데?”

“뭐긴, 친구 집에 놀러 온 거지.”

“내가 너 허위사실 유포랑 명예훼손으로 해서 고소한 건 알고?”

“할 것 같긴 하더라.”

“그래서? 지금 우리 건강원 망하라고 가짜 뉴스 퍼트려놓고 우리 집에 놀러를 왔다?”

“미안. 근데 그거 내가 업로드 한 거 아냐.”

“지랄. 기사 이름에 떡하니 니 이름 있더만.”

“편집장이 올렸어. 우리 판에서는 흔한 일이야. 정확히는 작성도 내가 안 했어. 보니까 챗 GPT 돌린 것 같더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래서? 사과하러 온 거야?”

“사과가 필요하면 하고.”

“장난치지 말고.”

“만휘야. 너네 회사에 일자리 없냐? 나 일 잘해. 홍보팀이나 이런 것도 좋고.”

“짤렸냐?”

“에혀. 나도 참 이 짓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고 그렇다. 애는 커가고 자기 아빠 기자라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는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이냐. 요즘 애들은 내가 무슨 기사 썼는지 다 찾아보더라고.”


생각해보니 좀 그렇긴 하다.

기자도 일종의 공인이니까.


“···. 하양 와서 살라고?”

“시내 집값도 비싸고, 우리 엄마 친구들도 여기 많다 하고. 뭐 그냥 이런저런 생각 중.”

“쨋든! 그럼 기사는 어쩌고.”

“미안. 내 손을 떠났다.”

“우리 변호사님 벼르고 있던데. 괜찮겠나?”

“취하해주면 더 좋고.”

“뭔데? 솔직히 말해라. 그거 때문에 온거제? 애까지 데리고.”

“아이다. 진짜 놀러 온 거다.”

“미친놈아, 그럼 연락이라도 하고 와야지. 주소는 진짜 어떻게 알았는데?”

“명호가 말해주더라. 아. 이따가 지도 온대.”


망했다.

오늘 일은 분명 바가지 한 사발 예약이다.


“하-. 일단 들어가자. 느그 딸 기다릴라.”


그렇게 집으로 들어가니, 딸 둘이 그새 친해져서 재미있게 놀고 있더라.


“이야기 다 했어?”


와이프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고.


“어-. 내가 말 안 했었나? 애들하고 한 번 모이기로 했다고.”

“···. 그래? 누구누구 오는 거야?”

“명호랑. 시간 되는 애들.”

“우리 집에서?”

“자기는 이만 육퇴해! 우리가 애들 보고 할게.”

“네! 제수씨. 걱정 마시고 간만에 쉬다 오세요!”

“술 마실 거잖아? 애들은 어쩌고?”

“둘이 저렇게 잘 노는데 뭐. 적당히 봐서 씻기고 재우고 할게.”

“후-. 너무 늦게까지 TV 보여주지 말고. 양치는 꼭 시키고.”

“오케이!”


이미 이렇게 된 거 와이프도 이 자리에 있어봤자 스트레스만 더 받을 게 뻔하니, 조금이라도 덜 싸우기 위해 자유의 시간을 줬다.

아마 시간 되는 친구랑 놀다가 그 집에서 자거나, 아니면 가까운 처가에 가서 자겠지.


“엄마! 엄마 어디가요오?”

“엄만 잠깐 친구 만나고 올게. 아빠 말 잘 듣고 있어.”

“녜!”


그렇게 와이프는 밖으로 나섰고-.


“언니! 언니 엄마는 어딨어?”

“나는 엄마 없어.”

“엄마가 없어? 아니야! 엄마는 다 있어!”

“우리 엄마도 친구 만나고 온다 했는데. 안 왔어.”


아차.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엄마는 약속 엄청 잘 지켜! 약속 안 지키면 나쁜 사람이야!”

“힝. 엄마. 엄마. 보고 싶다.”


혹시나 다인이가 갑자기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불고 매달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러지 않아서 한번 놀라고.

엄마가 보고 싶다는 아이가 울지 않아서 두 번 놀랐다.


“뭐 먹을래? 족발? 치킨?”

“술부터 한 잔 마시자. 안주야 천천히 시키면 되고.”

“적당히 마셔야지. 애들도 있는데.”

“우리 애는 혼자서 잘 논다. 개안타.”


알아서 잘 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선학의 태도에서는 뭐랄까 무책임함이 묻어났다.


―띵동.


“명호네.”

“타이밍 보소.”


명호랑 와이프는 사이가 안 좋은데, 타이밍 좋게 와이프가 나가자마자 명호가 도착했다.


“받아라. 히야 팔 아프다.”

“오-. 뭔데? 고기가?”

“이베리코 삼겹살 수육이다. 촌놈아.”

“명호 왔나.”

“어-. 선학이네. 새끼. 쯔. 어? 니가 선학이 딸이가? 안녕?”


명호는 선학이 딸을 보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수줍은 듯 다인이 뒤에 숨더라.


“다인이도 안녕?”

“안녕하세요! 삼촌이 이 세상에서 제일 머시써요!”

“옳지-. 잘한다. 자.”


명호는 다인이가 어릴 때부터 다인이한테 저 말을 교육시켰다.

아직 다인이는 돈에 대한 개념이 완전하게 잡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명호가 인사를 하면 자동으로 저 말이 튀어나오고 명호는 보상으로 5만원짜리 한 장을 줬다.


“앉아라. 먹자.”


그렇게 예정에 없던 술자리가 시작됐다.


“크- 좋네. 그래서? 선학이 니, 오랜만에 연락한 이유가 먼데? 만휘가 한 고소 때문이가?”

“아니라니까.”

“아니. 아닌 건 아니라 캐도 이상하잖아. 우리가 연락 안 한 세월이 얼만데.”


사실 선학이 예전 와이프랑 대판 싸울 때, 명호가 제일 크게 싸웠다.

가게 사장인지 근처의 다른 손님인지를 모르겠지만, 싸운다고 신고해서 경찰까지 왔었으니까.


“오래간만에 생각났다니까.”

“하-. 대따. 마시라. 마시다 보면 진심이 나오겠지.”


그렇게 옛날이야기를 하며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애들은 TV 앞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우리가 마신 소주는 이미 10병이 넘어갔고.


“내 진짜 힘들게 살았다. 느그가 말릴 때 결혼 엎었어야 했는데. 내가 미안타.”

“아 앞에서 뭔 소리고. 여자가 사회 생활하다 보면 유흥도 좀 하고 할 수 있지 그걸로 뭔 이혼이고. 싹싹 빌어 봤나?”

“야! 내가 뭘 잘 못 했는데? 내가 모르는 척 했었다 캤잖아.”

“이래 여자를 모르니까 돌싱이지. 적당히 선을 잘 지켰어야지.”

“니는 그렇게 여자를 잘 알아서 아직 총각이가?”

“맞다. 여자를 너무 잘 알다 보니까 눈에 차는 여자가 잘 없네. 뭐 그래도 돌싱보다는 싱글이 깨끗하잖아?”


지금 이 자리에서 제대로 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다.

이혼한 놈 이야기나 결혼 못한 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는 참 운 좋게 결혼 잘해서 무난 무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네.


“애들 좀 재우고 오께.”


두 놈은 애들이 어떻게 자든지 신경도 안 쓰기에 자고 있는 애들을 추슬러서 안방에 재우고 나왔다.


―우당탕탕.


그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미친놈들 둘이서 멱살잡이를 하고 있더라.


“애들 깬다. 조용히 놀아라. 여 원룸 아니데이. 경찰 오면 우리 바로 잡혀간다.”


어릴 때야 원룸에서 술 마시다가 시끄럽다고 경찰이 와도 그냥저냥 넘어가졌지만, 지금 우리 나이가 벌써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싸움 났다고 경찰이라도 오면 상황이 뭔가 굉장히 껄끄러워진다.


“아니 이 새끼가 유세빈이 더 예쁘단다 아이가! 이주은이 갑이지.”

“라인의 봐야지 라인을!”


아. 미친놈들이 어느 치어리더가 더 예쁜지를 두고 싸운 거였네.


“야 근데 영하도 오나?”

“와? 쫄리나?”

“내가 뭐? 내가 왜 쫄아야 되는데?”

“맞제? 큭큭.”


그 이후로 배달 음식이 추가로 올 때마다 선학이는 움찔거렸다.

그러던 중.


“치킨 왔습니다.”

“어-. 왔나.”

“이런 건 좀 미리미리 말하라고. 갑자기 술 마시러 간다고 하면 싫어하는 거 알잖아.”

“내 안 그랬다. 명호가 그랬지.”

“으이구. ···. 어? 점마? 선학이 아이가?”


아무래도 명호가 영하한테 연락하면서 선학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안 한 모양이었다.


“니. 선학이 맞제?”


명호가 온 걸 알고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던 선학이는 굉장히 반갑다는 말투로 영하가 어깨를 툭툭 치며 아는 척을 하자-.


“어. 오래간···"


―퍽.


선학이의 대답이 채 끝나기 전에 영하의 주먹이 선학이의 안면을 강타했다.

사실, 우리 중에 꼭지가 돌았을 때 제일 무서운 놈이 영하다.

명호야 늘상 또라이 짓을 하니까 나나 영하 선에서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는데, 영하는 꼭지가 돌면 우리 둘 다 못 말린다.

아주 어릴 때 영하가 싸움이 붙어서 애 하나를 줘 팼는데, 우리는 큰 사고 칠까 봐 영하를 뜯어말린 적이 있었다.

그때 처맞던 놈이 우리가 영하의 양 팔을 잡고 있으니까 이때다 싶어서 영하한테 주먹을 날렸었는데-.

그 순간 말리던 우리도 나가떨어지고, 처맞던 놈은 그날 이빨만 3개가 부러졌다.

영하는 정학을 먹었고.


“말려볼까?”

“적당히 하겠지.”


선학이가 영하한테 맞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하의 여자친구를 선학이가 뺏었었거든.

물론 결혼한 여자가 그 친구는 아니고.


“후-. 개운하네. 야. 이거 치아라. 더럽다.”

“달래서 보내야 안 대겠나. 경찰에 신고할라.”

“그라모 고마 여기서 쥑이뿌까?”

“야 임마. 집값 떨어진다. 술은 우리가 마셨는데, 니가 취했나?”

“미안. 집값은 떨어지면 안되지.”


잘 아는 놈이. 팍 씨. 


“와서 한잔해라.”

“후-.”

“선학아 니도 일로 오고.”

“내 씨. 점마랑 술을 같이 무야 되나?”

“야! 언제적 일이고. 이마이 팼으면 됐다 아이가.”

“내가 씨 점마 때문에 지혜랑 안 헤어졌으면 지금 이렇게 안 살고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아 안 되겠다. 니 몇 대만 더 맞자.”


다만, 싸움 못하는 선학이가 밟혔다고 꿈틀했다.


“아니. 그게 왜 내 탓이냐고. 뺏긴 놈이 빙시지.”


여기서 영하를 말릴 수 있는 놈이 엎는 걸 아는 놈이 왜 저러지?


“명호야 점마 휴대폰 뺏자.”


느낌이 싸해서 선학이의 휴대폰을 뺏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녹화가 켜져 있었다.


“됐나? 패도 되나?”


그렇게 우리가 휴대폰을 뺏자 영하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달려들었는데-.


“미. 미안! 내가 미안! 그때는 나도 너무 어렸었잖아. 미안하다.”


비장의 수가 휴대폰 녹화 밖에 없었는지, 선학이가 싹싹 빌기 시작했지만, 영하의 주먹은 이를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영하의 시간이 끝난 후 나와 명호는 혹시나 숨겨둔 녹음기나 초소형 카메라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으니, 선학이의 몸을 뒤졌다.

하지만 더 이상 특별한 장비가 나오지는 않았다.


“후-. 마. 앉아라.”


그나저나 진짜 많이도 팼다.

혹시나 경찰을 부를까 봐 휴대폰을 뺏어두긴 했지만, 이거 내일 아침에라도 경찰서에 찾아가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 다 풀었나?”

“다 풀면 니 죽는다.”

“그래. 그라면 그냥 내 죽여주라. 이대로 콱 죽어뿌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 선학이는 왜 사서 매를 버는 걸까.


“아-빠-. 너무 시끄러워-.”


아차.

그러고 보니 안방에서 두 딸을 재워놓은 상황이었다.

우리 다인이는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니까 그냥 자고 있는 듯했는데, 선학이 딸이 갑자기 이 새벽에 눈을 비비며 걸어 나왔다.


“자-. 아빠 여기 있어.”

“아빠-. 같이 자자. 나 혼자 무서워.”

“친구 있잖아. 아빠 친구들이랑 밥 먹고 있는 거 안 보여?”

“그래도···.”

“들어가. 자고 있으면 아빠 들어갈 테니까.”

“네···.”


아니, 딸이 무섭다고 나오면 일단 좀 안아주고 달래서 방에다가 눕혀줄 수도 있을 텐데.

왜 저렇게 딸아이한테 냉정한 걸까.

심지어 선학이 딸도 보채지 않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더라.


“야! 딸내미한테 너무한 거 아이가?”

“너무하기는 영하 점마가 너무하지. 내보다 훨씬 잘살고 있으면서 지 인생이 내 탓인 양 카고 있잖아.”

“둘 다 그만해라. 무슨 싸움만 하다가 오늘 이 자리 끝낼 일 있나?”

“점마는 말이 늘 왜 저렇노? 저 입이 문제 맞제?”


영하가 다시금 주먹질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나랑 명호가 말렸다.

지금까지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내일 아침에 온 얼굴에 멍이 들어있는 자기 아빠 얼굴을 보면 저 미취학 아동인 딸이 얼마나 놀랄까.

영하 또한 그걸 의식했는지, 우리가 말리니까 슬쩍 몸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선학이의 입은 말려지지 않았다.


“야 씨! 느그가 진짜 뭘 아는데? 우리 보미! 저래 예쁜 내 딸 보미가! 내 딸 아이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젊음. NEW +1 9시간 전 123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41 9 13쪽
» 봄. +2 24.09.17 292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2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47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8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17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50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76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2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32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54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45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41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3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41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86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7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97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63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86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16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58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85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32 24 13쪽
8 성투 +1 24.08.25 963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1,005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62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114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95 2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