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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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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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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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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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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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인류는 각성했다.

저마다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채.

개화의 조건은 아무도 몰랐다.

단지 극소수의 각성자만이 탄생했을 뿐.

마냥 축복으로 치부하진 못했다.

균열 속 던전이라는 재앙을 제한시간 내 공략하지 못하면 이내 마물이 쏟아졌으니.


대다수의 소시민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자연스레 살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꽃피웠다.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 속에서 해방을 원하는 건 DNA에 각인된 기본적인 욕구였다.


그저, 강준혁은 그 농도가 남들보다 짙었을 따름이다.

바로 이렇게.


“시팔, 프렌즈 실드!”


오늘도 빌런 하나의 쓰임새가 다했다.

마물을 막기 위한 일회용 방패로.

용도를 다하기 직전에 친구 먹었으니 암튼 프렌드였다.

끝내 악행을 뉘우치지 않아 즉결 심판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잘못은 없다.

위기에 빠진 소시민을 구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당연히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택배가 잘못 도착해도.

누군가 이름을 잘못 불러도.

말싸움에서 밀리고 잠들기 직전에 완벽히 논파해낼 때마저.

그 자리에선 아무런 말도 못 할 정도로 소심함의 대가에 가까웠으니.


이 정도로 성장하는 건 조금 뒷날의 일이었다.


***


무더운 찜통더위 속.

공사판을 전전하며 일당 20만원을 벌었다.

한데 집으로 가는 길에 웬 날벼락인가.


“167번 손님.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하루가 시작하자마자 고비다.

분명 아이스로 주문했는데!

영수증에 또렷하게 아이스로 적힌 것도 확인했다.

그렇다고 입 밖으로 꺼내자니 어려웠다.

매대 안쪽 직원들이 분주히 다음 주문을 소화 중이고.

뒤에서는 오매불망 자기 잔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지레 따가운 눈총을 느꼈다.


"저 손님?"

"아, 네. 감사합니다."


결국 이 날씨에 뜨거운 커피 한 입 호록.


"앗 뜨뜨."


혹시 벌을 받은 걸까.

아까 지하철에서 땀을 흘리니 어떤 여자가 손풍기 방향을 이쪽으로 틀었다.

누가 보면 땀을 뻘뻘 흘리니 쐬어준 거라고 보겠지만.

아니다.

다년간의 빅데이터로 추론했을 때···.


‘나 땀냄새 났나 보네. 어떡하지!’


이미 지나간 일이라지만.

종일 마음 한켠이 불편할 거 같다.


‘후우, 상남자 특! 자질구레한 거 신경 안 씀!’


그래도 기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어릴 적부터 액땜 하나는 기가 막히게 했으니까.

뭔가 불운한 일이 닥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냈다.

가령 이런 식으로도.


까톡!


[오빠, 대박! 나 로또 당첨됨.]

-강세희 이거, 입만 벌리면 구라네.

[아 진짜라니까, 봐봐! (이미지)]


진짜로 로또에 당첨은 됐다.

문제는.


-5등이네.

[응 ㅋㅋ 그래도 거짓말은 아님!]

-올 때 메로나.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


동생의 당첨이라 한들 주변인이 행복함을 느꼈으니 이 또한 준혁의 행복이었다.

원영적 사고라고 놀려대도 긍정적으로 봐서 나쁠 게 어디 있으려고.


‘받은 일당으로 세희 좋아하는 슈크림이나 잔뜩 사 가야지.’


지금이 좋았다.

소소함에 느낄 수 있는 행복감.

더욱이 사이좋은 남매는 드물다고 들었다.

가족 구성원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아지는 걸까.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여동생 이렇게 셋이서 자랐다.

있다가 없으면 그 빈자리가 큰 법.

그렇기에 무저갱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칠흑의 구덩이를 메우고자.

애써 덤덤한 척, 더 밝은 척 지내려 했던 걸지도.

한동안은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밝아진 지금이 소중했다.

그때 일만 생각하면···.


지이잉-!

[<균열> 긴급 재난 문자]

오늘 19:27경 신림동 3876-1에 4급 균열이 발생하였으니 인근 주민은 초인 기동타격대가 도착하기까지 안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긴급 재난 문자?

주변에 균열이 발생한 모양이다.

오늘 왜 이러지. 뭔가 크게 액땜하려나.

그 일 이후로도 수백 번은 넘게 알람을 확인했지만 쉽사리 적응되지는 않았다.

정신적인 고통과 물리적인 고통.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난생처음 레고블록을 밟았을 때의 고통을 잊지 못해 지금도 땅바닥을 보고 다닌다.

또 책장을 넘기다가 손가락이 베이고 난 후로는 아기 다루듯 페이지를 넘기는 습관이 생겼다.

언젠가는 키우던 햄스터가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자, 뒷산에 묻어주겠다고 꺼이꺼이 통곡했던 기억도 있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건 딱 질색.

그런 준혁에게 감당 못 할 시련이 다가왔다.


“뭐지?”


삽시간에 인파가 개미 떼처럼 몰렸다.

주위에서 웅성거림이 점차 커져만 갔다.


“세상에, 세상에.”

“사, 사람 살려!”

“기타대는 언제 오는 거야?”

“온다고 뭐 달라지겄수? 결국 갈 때가 온 거야. 종말이 온 거라고!”

“@#%& 하나님 아버지 저의 죄를 사하시고···”


도처가 마비되고 사람들은 패닉 상태다.

끔찍한 사태가 일어난 게 분명하다.

이미 사거리는 빈 차량으로 가득 메워졌다. 죄다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중이었으니.

일부는 생을 포기한 걸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았다.


‘제발 아니길.’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대충 눈치챘다.

모두가 일제히 공중을 쳐다보고 있었으니.

애써 부정코자 올려보지 않았다.

이런 일은 전에 한 번 겪어봤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보기 싫은 공포 영화 장면을 4K보다 선명히 직관시켜주었다.


“······.”


마물 와이번이었다.

집채만 한 몸집인데도 움직임은 기민한 게 기괴할 정도라서 인지 부조화가 왔다.


후-우-웅-!

후-우-웅-!

날갯짓 한 번에 하늘의 태양은 자취를 감췄다가 드러내길 반복했다.


쿠구구궁-!


와이번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공중에 현신해 날개를 펼치고 있을 뿐.

그런데도 그로 인한 광풍에 건물 외벽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재난 문자를 받은 지 10분이나 흘렀을까.

벌써 마물이 튀어나왔단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멋대로라지만 이건···!’


균열을 제한시간 내 공략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마물이 나타났다.

공중에 포탈처럼 반짝이는 게이트.

저 안으로 들어가 던전을 공략하면 균열은 소멸했다.

그런데 지금은 빨라도 너무 빨리 튀어나왔다.


‘초인들이 온다쳐도 문제야.’


각성자 관리국 관할 기동타격대.

대개 초인으로 각성한 이들은 국가에 소속되기보다 길드를 선호했다.

이유야 뻔했다.

임금 대비 과한 의무와 업무량.

균열이 발생하고서도 자본주의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했다.

시키는 건 많은데 페이는 적으니 누가 하고 싶을까.

달리 말하면 몸값이 높은 초인은 죄다 길드에 가입했다.

기동타격대가 온다 한들 와이번을 재빨리 제압하기란 불가능이었다.


‘혹시 길드에 소속된 초인은 없을까.’


황급히 좌우를 살폈다.

대부분 마물을 향해 등지고 도망쳤다.

마물 쪽을 향해 다가가는 이는 없던 것.

그런데 몇몇 이가 팔짱을 끼고 마물을 주시하는 게 보였다.


‘어, 설마 초인들?’


불운하게도 관망만 하고 나설 기미는 없어 보였다.

제자리에서 추이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외에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기자 정도였다.


“빅 뉴스다! 절대 안 놓친다!”


직업 정신이 참 대단했다.

한 노인이 와이번을 향해 무릎 꿇고 기도하며 비는 모습을 열심히 담아댔다.


“흐흐, 저건 퓰리쳐상 감인데?”


구역질이 올라오려던 걸 간신히 눌렀다.


‘침착하자, 침착해.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이성을 차갑게 식히고자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렇게 상황파악에 여념이 없던 순간.


“저, 저놈이 온다!”

“어서 피해요, 피해!”


순식간에 머리가 하얗게 질려버렸다.


“으아앙! 아빠!”


9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

그리고 손을 꽉 쥐고 있는.

아이의 옆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시야에 잡혔다.


툭-

뜨거운 커피가 발등에 쏟아졌지만.

신기하리만치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아아···.”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유년 시절 아버지의 죽음.

그는 각성자는커녕 호리호리한 체격의 여느 평범한 배불뚝이 아저씨였다.


“준혁아! 안 돼!”


한데 그런 아저씨가 무슨 힘이 솟아난 건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려와 지켜냈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면서까지.

그때의 당신이 내린 결정.


-크윽. 준, 준혁아.

“으아아앙!”


그때의 당신의 숨결.


-아, 아빠랑 약속 하나 하자꾸나.

“끄윽.”


각혈로 인해 끈적거리던 촉감.


-누가 뭐라던 꼭 남을 돕고 사는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말이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넓고 크단다.

“아, 아빠!”

-약속할 거지? 지장 찍어야지, 우리 준혁이···.


엄지와 소지가 결합해 얻어낸 마지막 온기까지.


당신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선행? 좋다.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지.

근데 그게 자기 목숨을 걸어서까지 해야 할 일이란 말인가.


초등학생이었던 강준혁도, 서른 살이 된 지금의 강준혁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드는 생각은 단순명료했다.


당신에 대한 원망.

당신에 대한 감사.

그리고.

당신이 부여한 소명.

떠올리고 싶지 않아 더욱 웅크리고 지낸 세월까지.


파노라마처럼 삽시간에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 정말 그게 맞을까요?’


빈 차량을 약탈하는 시민들.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비명.

상가 건물의 유리창을 야구배트로 휘두르는 건달들까지.

심지어는 자기 뒤에 있는 사람을 밀쳐 제물로 쓰기까지 하는 이 어그러진 형국에.


‘정말, 정말로···.’


정신이 반쯤 나간 준혁을 일깨운 건 와이번의 힘찬 날갯짓이었다.


후-우-웅!


마치 4D 영화를 보듯.

미친 속도로 아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멀리서도 훤히 드러난 송곳니.

합금보다 단단해 보이는 발톱.

찰나였지만 확신했다.

절대 피할 수 없다고.

그런데도 중년 남성은 미동도 없이.

대자로 팔을 뻗어 자신이 최대한 커 보이게 만들었다.

울음이 터진 아이를 뒤로 한 채.


‘저런 미련한!’


한데 왜일까.

꼭 어떤 이의 모습이 겹쳐 보이던 건.


반사적.

정말 반사적이었다.

의지와 별개로 몸이 먼저 반응했으니.

순식간에 중년 남성을 밀쳐냈고.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어라······.”


그 상태로 시간이 정지된 듯했다.

아이의 울음소리도.

중년 남성의 다급한 외침도.

어떤 음성도 장면도 담기지 않았다.

몇 초나 지났을까.

이내 칼날 같은 거센 바람이 느껴졌다.

가슴 아래쪽 하복부에서.


“하, 하하.”


와이번의 광풍이 땅에 닿기도 전의 일어난 일이었다.


쿨-럭-

당신이라고 후회가 없었을까.

고작 서른의 나이로 감히 헤아려본다.

이럴 땐 차라리 내가 초인이었다면.

그랬다면 모두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 내 동생 세희. 나 너무 원망 마. 보고 배운 거라곤 이게 전부니까. 아차 구글 검색기록 지우고 가야 되는데···.’


평범한 일개 소시민.

지극히 일반적인 30대 남성.

어찌 보면 무능력하기 짝이 없는.

그런데도 이럴 땐 슈퍼맨이 되고 싶은.

강준혁은 너무나도 지키고 싶은 게 많을 뿐인 하남자다.






띠링-!


[범인(凡人)을 아득히 뛰어넘는 타인을 위한 헌신을 보였습니다.]

[궁극의 방어력에 관한 일관된 갈망이 감지됩니다.]

[특성: ‘희생할수록 강해지는 절대방어자’를 개화합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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