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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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최근연재일 :
2024.08.16 20: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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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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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2화

DUMMY

띠링-!


[범인을 아득히 뛰어넘는 타인을 위한 헌신을 보였습니다.]

[궁극의 방어력에 관한 일관된 갈망이 감지됩니다.]

[특성: '희생할수록 강해지는 절대방어자'를 개화합니다.]


'어, 각성···?'


처음엔 헛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또렷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상태창>

-이름: 강준혁

-레벨: 1

-상태: 빈사(체력 5% 이하)

-특성: 희생할수록 강해지는 절대방어자


[특성에 걸맞은 스킬이 해금됩니다.]

스킬(P):절대금강, 재생, [잠금]···

스킬(A):재생, 방패화, 방패찍기, [잠금]···


생전 처음 겪는 고통.

죽어라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다.

모든 걸 확인할 시간은 없다.

중요해 보이는 놈들 위주로 확인해 봤다.


<절대금강Lv.1(P)>

-설명: 모든 물리공격에 면역

-조건: 체력 5% 이하

-쿨타임: 24시간


<재생Lv.1(P)>

-설명: 10분마다 체력 3% 회복

-조건: 체력 50% 이하

-쿨타임: 없음


두 스킬 모두 패시브 스킬.

조건만 맞추면 알아서 발동되는 듯했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 두 줄기였다.

다만 절대금강 스킬이 유지되려면 우습게도 재생 스킬 효과가 적용되면 안 되었다.


‘도박에는 취미가 없는데.’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른다.

5% 이하의 빈사 상태라고만 표기되었다.

곧장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19:50


10분마다 재생이 된다고 했다.

남은 체력이 1%라면 20분.

남은 체력이 2%라면 10분간 무적이다.


‘20시까진 안전하겠군.’


나름의 계산을 끝마치기 무섭게.


“크으흡!”


준혁의 배에 꽂혀 있던 와이번의 발톱이 빠져나갔다.

다시금 각혈을 토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각성해도 아픈 건 아픈 거구나. 염병.’


와이번은 저만치 떨어져 눈알을 부라렸다.

마치 왜 바로 쓰러지지 않냐는 듯이.

녀석은 지면 바로 위를 낮게 부유했다.

다시 달려들려는 건지 자세를 낮게 숙이며 쏘아보던 찰나.


위-잉-위잉-


“조금만 버티십시오! 곧 구조해 드리겠습니다!”

“각 대원 위치로!”

“위치로!”

“위치로!”


아무래도 기동타격대가 도착한 모양.

한데 4급 균열에서 나온 마물을 저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오히려 피해만 더 커지지는 않을까.

애꿎은 인명 피해만 늘어날 수도 있단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고 오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었다.

그것이 저들이 택한 숭고한 임무니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정확히는 지켜내고 싶었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단 몇 분, 아니 몇 초라도 좋다.


‘와라.’


곧장 이어진 와이번의 두 번째 광풍.

지척에서 제 몸집을 자랑하듯 내달려 왔다.


‘흐읍.’


모래먼지가 뒤섞인 돌풍이 매섭다.

한쪽 팔로 겨우 시야를 확보했다.

뭔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정면에 거대한 물체만 겨우 인식.

혈흔이 흩날리는 와이번의 발톱이 보인다.

저 발톱을, 발목을 그리고 모가지를 비틀어 부러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전무했으니.

단지 한쪽 발목이라도 낚아채 보잔 심정.

본능적으로 오른팔을 뻗었다.

척하고 손바닥을 펴는 순간.


콰아앙-!


트럭과 트럭이 부딪치면 날 법한 굉음.

와이번이 뒤로 튕겨 나간 것이었다.

믿기 어렵게도 방금 저 녀석을 밀쳐냈다.

밀쳐냈다기보다는 닿기도 전에 저놈이 알아서 떨어져 나간 느낌이지만.


“세, 세상에.”

“지금 와이번을 한 손으로 막은 거야?”


기동타격대 한규철 과장.

초인으로 지낸 7년 동안 처음 본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균열 및 던전 임무만 수백 번.

4급 유해 마물 와이번을 상대로 저런 압도적인 실력 차는 본 적이 없었다.

입을 쩍 벌리고는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내가 지금 제대로 본 게 맞냐?”

“네, 과장님···. 와이번이면 레벨 7의 초인도 혼자서 상대하기 벅찰 텐데 말이죠.”

“인마, 지금 나 저격하는 거냐?”

“아이, 그럴 리가요. 과장님.”


한규철 과장, 그 역시 레벨 7.

각성자 관리청 산하 기동타격대를 진두지휘할 정도의 실력자다.

하지만 와이번의 공격을 손뼉치기로 막아내라고 한다면?

불가능이다.

레벨 8도 방심해서는 안 될 터.

즉, 저자는 최소한 레벨 7을 상회하는 초인이란 뜻이다.


‘이거 청장님께 연락을 드려야 하나.’


여태 알려진 최고레벨은 9였다.

레벨 7 이상의 초인들은 그 존재 자체가 귀했다.

보자마자 군침을 흘릴 정도의 인재다.

오랜 시간 인재난에 허덕여 잠시 김칫국을 마시는 사이.


콰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분을 못 이긴 와이번의 맹공이 이어졌다.

발톱이 막히자 부리를.

부리가 막히자 날개로.

날개도 통하지 않아 몸통 박치기를.

제 몸뚱아리 구석구석을 동원해 저 사내를 향해 돌진했다.

꼭 독수리가 투명한 창문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딪치는 것처럼.

그러나 저 사내는 힘든 기색은커녕.

가볍게.

아주 가볍게.

한 손으로 죄다 막아내는 중이었다.


“끼에에에엑!”


와이번은 튕겨 나갈 때마다 괴성을 냈다.

준혁은 코앞에서 와이번의 비명이 들리자,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이 이상 버티기는 억지에 가까웠다.

애초에 지키고자 했던 중년 남성은 아이를 들처업고 연신 허리를 숙이며 달아난 상황.


‘후, 그래. 되든 안 되든 뒷일은 전문가들한테 맡겨야지.’


처음이었다.

지켜내고자 했던 것을 지켜냈다.

두 번의 트라우마는 불허했다.

갈기갈기 찢어진 배를 움켜잡았다.

피를 너무 흘린 탓일까.

슬슬 어지럼증이 동반되었다.


‘30분은 넘게 흐른 거 같은데.’


시간감각이 무뎌졌다.

곧바로 시계를 확인해 보니.


-19:55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너덜너덜했던 아랫배가 봉합돼 있다.

배에 난 구멍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다.

튀어나와 덜렁거리던 창자가 붙은 것.


‘재생의 효과인가.’


다행히 치명상은 해결했다.

와이번도 지쳤는지 괴성을 토하며 일시적 소강상태.

남은 힘을 쥐어짜 목소리를 냈다.


“뭐하고 있어요? 구조해 준다면서요.”

“아!”


한 과장의 넋이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곧 본래의 냉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1조는 마물의 반경을 포위 및 섬멸, 2조는 엄호를, 3조는 시민의 대피를 돕는다! ”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거동하긴 불편한데 어떻게 당장 죽을 것 같지는 않다.

고작 3% 회복이래서 걱정했는데 기우였나.

힘겹게 발걸음을 떼려는데.


“으윽.”


겉보기에만 회복된 건가.

극심한 통증은 영 가시지가···.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 제자리에서 멈췄다.


“어, 초인님! 괜찮으십니까?”


한 과장이 부리나케 달려갔다.

와이번을 막아내던 손끝에만 정신이 팔렸었다. 준혁의 아랫배가 엉망이 된 꼴을 이제야 보게 됐다.


자신보다 수십 배는 강해 보이는 자다.

한데도 이 정도의 중상이라면.

과연 자기 애들이 마물을 제압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아, 나도 참. 이 사람은 죽어라 버텨줬는데, 내 애들부터 챙기게 되는구만.’


한 과장은 민망함을 지우고자 했다.

재빨리 명령을 내려 이 사내를 부축게 했다.


“어서 병원으로 이송을···”


준혁의 상태를 보고서도 기동타격대 애들을 먼저 신경 쓰던 게 부끄럽던 일순간.


“막,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


입에서 다량의 피가 흘러나왔다.

척 봐도 가만히 서 있기조차 힘든 상태다.

다 죽어가는 사람이 대뜸 꺼낼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주제넘을 수 있지만, 전력을 분산하면 대원들의 희생만 커질 겁니다. 전 대원 모두 전투에만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시민도, 도시도 지킬 수 있습니다. 대원들도 생명입니다. 더 큰 피해를 방지해야··· 쿨럭-!”


한규철은 의아했다.

저 모습을 보라.

뱃가죽이 난장판이요, 온몸은 피투성이.

본인 걱정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한데 눈앞의 사내는 마물에 의한 피해만을 신경 썼다.

시민을, 도시를, 심지어 우리 애들까지.


‘하! 대체 이런 의로운 이를 얼마 만에 보는 거지?’


한규철, 그는 이미 산전수전 다 겪었다.

볼꼴 못 볼 꼴 다 보고 살아왔단 의미다.

최소한 그의 경험상 강자일수록 인성은 그에 반비례했다.

생명보다 돈.

명예보다 실리.

인두겁을 쓴 악마들이 즐비했다.

사람 목숨을 저울질하며 길드의 손익만을 계산하는 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

여태 보아왔던 각성자란 그런 존재였다.

때문에라도 본능이 말했다.

이자를 적극 도와야 한다고.

최대한의 호의를 얻어내야 한다고.

한 과장은 망설임 없이 품 안에서 무언가 건넸다.


“이게 뭔가요?”

“이거 어디 가서도 못 구하는 겁니다.”

“엘릭··· 서?”

“저 5년 차 때 나라에서 포상으로 준 겁니다. 어지간한 부상은 곧바로 치유될 겁니다. 병원 이송도 도와드릴 테니 우선은-”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어, 사양 마십시오. 국가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를 모른 체할 정도로, 저희 그렇게 막돼먹지 않았습니다?”


한 과장이 엘릭서를 사용하려던 찰나.

준혁이 없는 힘을 쥐어 짜 팔을 뻗었다.


“안 됩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준혁의 돌발행동에 한 과장은 당황했다.

절대 열면 안 되는 것처럼 막아섰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의 준혁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으니까.


‘아저씨, 나 지금 치료되면 절대금강이 풀려버린다고. 병원 가기도 전에 여기서 장례식 치를 순 없단 말이야.’


물론 한 과장은 이를 보고 다른 생각이 들었지만.


’아아, 설마 와이번을 잡다가 부상자가 나오면 우리 애들한테 쓰라는 건가? 이 사람은 정말···!‘


오해 아닌 오해를 살 즈음.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

“어, 당신은?”


의아쩍은 준혁과 달리 한 과장은 그 사내를 알아봤다.

아무래도 아까 멀찍이서 팔짱만 끼고 관망하던 사람 같았다.


“네, 맞습니다. 대성의 김기태입니다.”

“여기엔 어떻게···?”

“아 지나가다가 보니 힘들어 보여서요?”

“힘들다니 어떤···? 아!”


그제야 한 과장은 와이번 주위로 쓰러진 대원들을 보았다.


“과, 과장님! 역부족입니다! 증원 요청을, 아, 아니 차라리 엘리트 초인 소환령이라도···!”


엘리트 초인.

레벨 8 이상의 초인을 일컬었다.

국내에는 공식적으로 단 4명뿐.

다행히도 레벨 8의 초인 1명이 국가에 소속돼 있었다.

저 부하 대원은 그 엘리트 초인을 부르자는 것이었다.


“제가 있는데 엘리트 초인까지 필요할까요?”

“그게···”


한 과장은 애매하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그 반응은 뭡니까?”


대성 길드의 김기태의 레벨은 7.

그는 한 과장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다. 4명뿐인 레벨 8을 제하면 그다음이었으니까.

다만 한 과장은 그런 이유로 대답을 피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혹시 너무 비싸게 부를까 봐 그럽니까? 저 대성입니다. 어느 정도의 유도리는 있습니다.”

“······.”


길드는 쉽게 말해 사설 업체.

국가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균열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 수고를 사설 길드에게 맡기면 응당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별수 없는 일.

대성의 김기태와 한 과장은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갔다.


“큰 거 1장이면 힘 좀 써드리죠.”


한 과장은 1초라도 빨리 결정해야 했다.

4급 균열이니만큼 초인에게 연락은 넣어 두었다.

다만 도착하기까지 5분은 소요될 터.

제시한 금액은 1억.

5분과 1억을 맞바꾸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었다.

한 과장이 와이번과 그 주변을 둘러봤다.


‘미치겠군. 5분이면 이곳은 전멸이야.’


김기태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여느 길드라도 이러한 관행을 보였으니까.

단지 이 순간에도 와이번의 날갯짓 한 번에 피해가 커져만 갔다는 게 문제다.

건물이 반파되어 무너졌고.

시민들의 절규는 더욱 커져만 갔다.

기동타격대 대원들은 최후까지 싸우다가 무참히 쓰러져 갔다.


준혁은 생각했다.

좀 많이 역겹다고.

시장통 흥정도 아니고.

사람 목숨이 오가는 판국에.

결국 마음이 바뀌었다.

약은 약사에게.

마물은 초인한테.

원래는 이게 맞다고 판단했다.

왜? 저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니까.


’저것들이 전문가라고? 내가 틀렸네.‘


틀렸다. 틀려도 한참 크게 틀렸다.

맨몸일 때도 지키고자 했던 걸 지켰었다.

근데 지금은 죽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움직이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김기태라고 했나요?”

“그쪽은 또 뭡니까?”

“절 한 대라도 때릴 수 있으면 그쪽이 나서고, 아니라면 꺼지시죠.”

“뭐? 하, 나 참. 별 피라미 같은 게 다 죽어가는 꼴로 나서긴 뭘 나서?”


김기태는 부아가 치밀었다.

어디 가서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그였다.

한데 한 과장의 미적지근한 태도부터 일면부지의 사내한테까지.

이 모든 상황이 다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 없습니까?”

“하, 환자 패는 악취미는 없지만.”


후우웅-!

김기태의 주먹이 준혁을 안면으로 꽂혔다.

아니, 꽂혔다고 생각한 순간.


“큭, 이 무슨···!”


혼신의 힘을 싣지는 않았다지만.

주먹이 그대로 가로막혔다.

가로막힘을 넘어서 주먹에 전해지는 충격에 뼈에 금이 가버렸다.

만약에 전력을 다해 권격을 날렸다면?

끔찍한 상상과 더불어 욱신거리는 통증에 손을 감싸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꺼지시죠.”


그러고는 준혁은 덤덤히 시간을 체크했다.


-20:05


“한 과장님.”

“네?”

“몇 분이면 됩니까.”


국가의 무능함도.

길드의 이기심도.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물론 너무나도 두렵다.

당연히 무섭다.

하지만 내 가족이 나고 자란 동네를, 도시를, 이곳의 수많은 목숨을 잃는 것이 더 두려웠으니.


"아, 혹시 몰라 아까 연락은 해뒀으니, 5분이면-”

"그럼 됐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와이번의 정면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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