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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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최근연재일 :
2024.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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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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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DUMMY

“준혁 씨라고 했죠? 마셔요.”


매화 길드 지부 사무실.

살가운 눈매와 달리 입가는 그대로였다.

준혁은 건네주는 커피잔을 응시했다.


“왜요? 독이라도 탔을까 봐?”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홍지연의 직선적인 물음.

그녀의 특성은 화염 계열이었다.

개화 조건이 성격과 연관이 있는 걸까.

다소 불같은 성정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그럼 커피 말고 다른 거라도 줄까요?”


말만 들으면 배려하는 것 같지만.

그간 사람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보고 살아왔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있어 보인다.


‘자존심이 좀 긁혔겠지.’


아직 기사는 못 봤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신나서 보도했겠지.


<신성 초인, 매화 길드를 걷어차다!>


가령 이런 식으로 말이다.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가시라고 해도 제거하는 게 상책.

적당히 달래주어야겠다.

생선구이 먹다가 이에 가시 박히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으니까.


“매화가 국내 1위 길드라고 들었어요.”


상대를 높여주며 시작.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댔다.


“알고는 있네요?”


쏘아대는 말투와 다르게 이번엔 은은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입력값과 출력값이 같은 사람.

단순해도 뒤에서 음흉한 것보다 훨씬 낫다.


가볍게 커피를 홀짝이자 못 참겠다는 듯.

그녀는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근데 어째서 들어오지 않겠다는 건가요?”


이기적인 길드와 무능력한 정부.

힘이 있음에도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자들.

그렇다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거창한 기대를 두지도 않았다.

단지 본능적으로 피어나는 혐오감?

그런데 유별난 행보를 보인 게 매화였다.


‘유일하게 매화는 국가와 계약해 균열로부터 수호하는 데 힘을 실었지.’


여타 길드 같았으면 말도 안 섞었다.

대화할 만한 가치를 느꼈기에 자리라도 함께하는 중이었다.


“절 영입하시려는 이유가 뭔가요?”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자 가볍게 반문했다.

본래 협상에서 원하는 바를 먼저 노출하는 쪽이 불리했다.

이미 본인 패가 노출된 그녀는 초조함을 드러낼 것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나랑 독대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거든요?”


역시나.

동물의 세계를 봐도 알 수 있는 이치.

포식자 앞에서 제 몸집을 부풀려 보이려 드는 게 피식자였다.

마침내 본인 입으로 저렇게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코너로 몰리고 있단 방증이었다.


“그렇겠죠. 국내 최고 집단의 리더니깐요.”

“하아. 그걸 아는 사람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시간도 안 지났는데.

이윽고 성미가 급한 쪽이 먼저 움직였다.


“좋아요. 간단하게 말씀드리죠.”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화면 속에는 허공에서 일렁이는 커다란 구체가 잡혔다.

균열 웨이브가 시작될 조짐이었다.


“최근 균열 발생 빈도가 늘고 있어요.”


그녀는 이어서 지도 사진을 내보였다.


“이건 길드가 독점한 균열 세력도예요.”


크게 두 길드로 양분돼 있었다.

붉은색의 매화.

푸른색의 대성.

그리고 형형색색.

나머지는 여러 길드가 군데군데 차지하는 형세였다.


“생각보다 비등비등하네요.”

“후, 그게 문제예요.”


균열은 크게 두 형태.

기한 내 공략하는 던전이거나.

마물의 웨이브가 발생하거나.

다만 던전 형태일 때 공략에 성공하면 영구적으로 현세에 마물이 침범하지 않았다.

즉, 길드 입장에선 영구적으로 마정석을 캐낼 수 있는 경제 기반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희 매화가 독보적이었죠. 근데 대성에서 무지막지한 자본력을 쏟아붓더니···”


한동안 그녀는 울분을 토했다.

대성의 자본금 출처가 의심된다는 둥.

상도덕도 없이 안하무인 격으로 문어발 확장을 한다는 둥.

사실 크게 관심 가는 내용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궁금한 부분은 따로 있었으니까.


“그러면 매화가 정부와 계약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겠군요.”

“···그렇죠.”


그녀는 힘없이 긍정 의사를 뱉어냈다.

세상만사 돈에 울고 돈에 웃는 게 이치라지만.

결국 돈 앞에 장사가 없는 걸까.

채워지지 않는 의문이 쌓여만 갈 때.


“아까 보여준 균열 사진 있죠? 위험도가 5급으로 측정됐어요. 공략 우선권을 따내긴 했는데,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 없다뇨?”

“대성에서 사람을 빼 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움직이자니 관리청에서 요청할 때 가능한 한 응해줘야 하기도 하고··· 아, 이건 준혁 씨한테 얘기할 건 아니죠. 하하···.”


상대가 솔직하게 나오니.

어느 정도 마음이 동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확인은 해 봐야지.


“다른 길드원을 보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그야···”


홍지연은 말끝을 흐리더니.


“···위험하니깐요.”


이내 멋쩍게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지금 같은 균열을 그대로 놔두면 대성 같은 곳에서 상업화 목적으로 잠식시킬 거예요. 그렇다고 저희 길드원을 보내서 맞대응하자니 모두가 저처럼 강하지는 않잖아요?”


불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느샌가 장작에 남은 따스한 불씨 같은 온화한 자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야기를 쏟아냈다.


“근데 준혁 씨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활약상을 보니까 최소 레벨 7은 되실 거 같던걸요. 레벨이 몇인지 묻는 건 실례겠죠?”


각성자끼리 레벨을 공유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들었다.

알려주고 싶어도 시스템 창에 나오지 않았지만.


홍지연은 손가락을 매만지더니 반포기 상태로 재차 물었다.


“마음 없는 사람 계속 붙잡고 얘기하는 것도 실례 일라나요?”


이제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도도함과 오만함 어딘가 그사이였는데.

이야길 나누다 보니 아니었다.

무언갈 지켜내고자, 부러지지 않고자 더 단단한 외관을 유지하려는 모양새였다.


“정점에 오른 분이 그렇게까지 나오시면야 ···.”

“어? 그럼 들어오신단 건가요?”

“절 높게 봐주시는 거죠?”

“그야 당연하죠! 국내에 와이번을 그 정도로 단시간에 공략하는 사람은 저 말고는 몇 명 있지도-”

“그러면 동등하게 가시죠.”


그녀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샘솟았다.

동등하게 가자는 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


“매화도 국가와 계약했다고 국가에 온전히 소속된 건 아니죠?”

“그, 그렇죠?”

“그러면 저희도 계약관계 하나 맺죠.”


목을 가다듬고는 간단히 얘기했다.


“기브 앤 테이크.”


위험한 균열을 공략하는 건 불가피한 일.


‘어차피 드레인 볼 스킬을 해금하려면 내게도 잘된 일이지. 균열이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근본적으로 믿을 수 있는.

최우선 가치를 자본이 아닌 보다 중요한 것에 둘 수 있는.

그런 동료를 모아야 했다.

때문에라도 이건 기회였다.

매화에서 신뢰할 만한 이를 빼 올 수 있는.


“매화가 절 필요로 하면 기꺼이 움직이겠습니다. 다만 매화에서도 제가 필요할 때 이유 불문하고 움직여줄 수 있습니까?”


길드원을 움직여준다.

이건 가벼운 권한이 아니었다.

실상 인사권에 가까운 힘이 내포된 셈.

그러나 홍지연의 생각은 달랐다.


‘한 과장 아저씨가 귀 아플 정도로 말한 의인이 맞다면 저 말뜻은···’


돈이 되든 안 되든.

균열의 위험이 발생하면.

이유 막론하고 도움을 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래서 가스라이팅이 무섭다.


‘저런 의로운 이가 아직 세상에 현존한다니. 하긴 그렇지 않고선 무보수로 와이번을 막아내겠어? 한 과장 아저씨의 보물 1호인 엘릭서까지 마다했다는데.’


홍지연의 입이 귀에 걸렸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으니.


“좋아요. 간만에 말이 통하는 분을 뵌 것 같네요.”

“역시 화끈하시네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자신부터 강해지고 나서.

가족, 도시, 우리나라까지.

종국적으로는 균열로부터의 완전한 자유.

이것이 강준혁이 지향하는 목표였다.


***


“오빠 왔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귀가.

동생 강세희가 오자마자 반겨주었다.


“몸은 괜찮고?”

“응, 당연히 괜찮지.”


괜찮을 리가 없다.

지난 5년.

세희가 마석병으로 고통받은 세월이다.

평소엔 불규칙한 호흡곤란과 발작 증세.

마기의 농도가 짙어질 땐 심장에 강한 통증까지 동반되었다.


“동생 처음 봐?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아니, 그냥.”

“걱정하는 건 아는데 그 와이···번? 사태 때 이후로 딱히 아픈 데는 없었으니까 신경 쓰지 마.”


발병 원인은 아직 규명 중이었다.

균열에서 나오는 마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확실한 건 마물의 노출시간이 길면 길수록 심해졌다는 정도였다.


‘신경이 안 쓰이겠냐고.’


강세희는 원래 저랬다.

아파도 아프단 말을 하지 않고.

호흡곤란이 와도 애써 괜찮은 적.

숨도 못 쉬다가 기절한 적도 있었으니.


“지금은 누가 봐도 오빠가 환자니까 오빠나 걱정하셔.”

“그래. 세희 몸 튼튼한 건 알아주니까.”

“아참, 아까 오빠 오기 전에 누가 왔다 갔어.”

“누가?”


올 사람이 추심꾼밖에 더 있으려나.

병원비 대출을 한도까지 끌어썼으니.

현재는 감당이 어려워 약물치료도 겨우 유지했다.


“공무원? 같던데. 잘은 모르겠어. 곧 온다 그랬었는데.”


띵동-


“누구세요?”

“저 강준혁씨 계십니까?”


문을 열어주니 낯익은 얼굴이었다.


“저 한 과장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저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슨 일로 찾아왔을까.

설마 와이번 막다가 무너진 건물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려나.

젠장, 대출이자 내기도 벅찬데.

아 매화 길드랑은 아직 구두계약 상태니까 계약금이라도 달라고 해야 하나.

우선은 얘기를 들어봐야겠다.


“네, 일단 들어오시죠.”

“먼저 감사 인사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텐데요.”


제발 누구라도 해야 했던 일이어야 한다.

그래야 돈을 안 물지.

헉, 민사 소송으로 번지려나?

그럼 많이 억울한데.

그거 죄다 와이번이 부순 건데.


“그럴 리가요. ‘누구’도 쉽게 해내지 못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아, 이 아저씨.

사람 피 말리게 하는 재주가 있네.

화제를 돌려야 되나.


“그래서 말입니다···”


꿀꺽.

긴장한 탓인가.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아직 길드 가입은 안 하셨죠?”

“······?”


뭔 소리지.

알아먹지 못하겠단 표정을 짓자.


“후, 역시 저희가 너무 늦게 온 걸까요?”


계속해서 딴소리.

어 잠깐만, 이거 혹시.


“혹시라도 서명 전이라면 각성자 관리청으로 와주실 수 있습니까?”


다행이었다.

빚이 또 느는 줄로만 알았네.

화두를 확인하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이제 조금 한 과장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봉은 사설 길드만큼은 드리지 못하지만, 세금 감면, 연금 보장, 각성자 수당 등 최대한 드리겠습니다!”

“으음.”

“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예상했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쩔 수 없죠. 사실 누가 박봉에 의무와 책임을 지고 싶겠습니까. 이해합니다.”


아직 대답 안 했는데.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한 과장이었다.


“그러면 대신에 공식적으로 레벨 측정 한번 받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한 과장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우리 관리청에 편입되지 않더라도 초인은 곧 국격을 올려주는 존재지.’


고레벨의 등장만으로도 국력이 올라가는 셈이었으니.

레벨 측정만 해도 남는 장사였다.

애초에 영입보다 호감을 쌓기 위해 찾아온 것이기도 했고.


“그리고 감사패를 드려야 하니까요.”

“감사패요?”


준혁은 거부감부터 느꼈다.

사람이 바글바글할 테니까.

물론 레벨 측정은 받아보고 싶었다.

어느 수준인지도 모르고 매화에서 요청하는 균열 공략에 투입될 순 없으니.


“네. 아 물론 겸사겸사 선물도 좀 드리려고요. 아티팩트라든가···”


아티팩트라.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해졌다.

국가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아이템이라면 종류 별로 다 있지 않을까.

이런 것도 말이다.


“혹시 체력 깎아 먹는 아이템도 있나요?”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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