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최근연재일 :
2024.08.16 20: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90
추천수 :
50
글자수 :
63,057

작성
24.08.11 20:50
조회
52
추천
5
글자
12쪽

6화

DUMMY

약식으로 치러진 감사패 수여식.

다행히도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이는 건 사양이다.


반짝-


영롱하게 빛나는 크리스탈 감사패.

막상 받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이거 생각보다 쑥스럽네.'


[귀하의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마물 와이번을 잡아 시민의 안전과 도시의 피해를 줄인 공덕을 기리며···]


길게도 작성돼있다.

얼굴이 후끈후끈.

이런 상을 사람 쫘악 깔린 데서 받았다면?

어휴 상상도 하기 싫었다.


“원래는 청장님이 수여해 드렸어야 하는데 요즘 워낙 바쁘셔서요.”

“그럴 수 있죠.”


다소 사무적인 반응이라고 느낀 건지.

삐질땀을 흘리는 한 과장.

그는 진심을 담아 사정을 호소했다.


“이게 빈말이 아니라 최근 초인을 사냥하고 다닌다는 빌런이 판을 치고 있어서요. 아무튼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강준혁 초인님.”


잠깐만, 초인 사냥?

금시초문이었다.

감사 인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갓 초인이 된 준혁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에 소스라쳤다.


“초인을 사냥한다니요?”

“아 그게···”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뭔가 망설이는 듯한 표정.

이내 이실직고하겠단 듯이 입을 열었다.


“처음엔 단순 묻지마 살인으로 보였습니다. 근데 조사하다 보니···”


연쇄살인 사건.

놀랍게도 피해자가 모두 초인이라는 점.

각성자 인트라넷에서도 난리였다.

뒤늦게 부랴부랴 커뮤니티를 둘러 보니.


└벌써 세 번째인가? 각성자만 집요하게 골라 죽이네.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거야? 왜 하필 우리가 타깃인 거냐고.

└균열 내부 던전에서 당한 걸로 보이던데.

└뭔 능력인지도 특정되지 않았음.

└히야 살인자 새끼인 건 둘째치더라도 능력은 대단하네. 이번에 당한 건 레벨5라던데?

└쉿! 그 새끼 여기서도 눈팅하고 있을 게 뻔해. 괜히 먹이 주지 말자.


일반 언론에는 실종 사건으로 보도.

구태여 공론화해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고자 했다고 하는데.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샅샅이 뒤지고는 있지만 진전은 없습니다. 일단은 강준혁 초인님도 몸조심하시길.”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데.

평소에도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을 사는 타입이다.

괜스레 오한마저 들었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지. 이깟 감사패가 중요하랴. 아티팩트부터 몸에 둘러야겠어.’


뭐든지 살아야 의미가 있는 법.

당장 아이템 구경이 마려웠지만.

속물처럼 곧장 보러 가자고 하기엔 좀 껄끄러웠다.

돌려 돌려 겨우 한 마디를 꺼냈다.


“수여식은 이제 끝인 거죠?”

“아, 내 정신 좀 봐. 슬슬 보러 가실까요?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한 과장님.

덕분에 쉽게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서자 웬 검은 리무진 한 대가 대기했다.


“타시죠.”

“허억.”


절로 입이 벌어졌다.

생전에도 이런 호사는 없었으리.

경호원처럼 보이는 이가 차 문을 열어주었다.


“강준혁 초인님만을 위한 의전용 차량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귀빈 대우에 놀랐다.

그렇다고 티 내고 싶지는 않았다.

의전용 차량이 대수리.

그냥 지나가는 차 한 대다.

자기 최면을 걸면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네, 이동하시죠.”


제법 자연스러웠을지도?


***


강남구 삼성동 국립초인연구소.

건물 입구부터 경계가 삼엄했다.

총기로 무장한 초병 둘이 사주경계를 서고 있다.


‘근데 초인 빌런을 저런 총기로 막을 수 있는 건가? 아님, 저 초병들도 초인?’


의문은 잠시 뒤로 한 채.

ID카드를 찍은 한 과장의 뒤를 따라갔다.

지하 5층에 들어서자 한 과장이 소개해 주었다.


“여깁니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요.”


으리으리한 진열대.

온갖 진귀한 아티팩트가 수두룩 빽빽.

막눈이 봐도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짐작 정도는 됐으니.


“제가 청장님 다음 실권자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일개 공무원입니다. 하지만 어떤 아티팩트든 마음에 드시는 한 가지는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괜히 무리하시는 건 아니죠?”

“에헤이, 저 그 정도 재량은 됩니다?”


한 과장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원래 저런 캐릭터였던가.

현장에서 구를 때보다 인간미 넘쳤다.


“전에 여쭸던 아티팩트도 있을까요?”

“있기야 한데, 정말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저주받은 아티팩트.

그것도 자신의 체력을 소모시킨다?

보호의 개념과는 대척점에 서는 것이다.

의아한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더 좋은 아이템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가브리엘의 대방패(S)>

<헤르메스의 장화(S)>

<콘스탄티누스의 심판봉(A)>


·

·

·

등등.

받기 미안해지는 장비 목록.

죄다 S급 아니면 A급이었다.


“가브리엘의 대방패는 어떤 공격도 대부분 상쇄시켜주고, 헤르메스의 장화는 허공답보를 가능케 해줍니다. 그리고···”


홈쇼핑 쇼호스트인줄.

의외로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과한 친절은 무관심 하느니만 못했다.

옷가게에서 쇼핑할 때 착 달라붙어 다니는 직원을 만난 느낌.


“말씀은 감사한데 저한텐 과분해서요. 그리고 과장님도 어쨌든 공무원이실 텐데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죠.”

“아 그렇습니까?”


금세 시무룩 해하는 한 과장 아저씨.

이거 상대방 성의를 무시하는 격이 되는 건가.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기부도 원래 부족한 사람이 해야 의미가 더 산다고 그랬다.

상대의 처지를 십분 더 이해했기에 한사코 사양했다.

정작 불필요한 물건이기도 했거니와.


“그 찾으셨던 물건은 이겁니다.”

“오, 반지네요?”


보랏빛 오러가 반지 주위를 은은하게 감쌌다.

조그마한 크기치고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나이트메어 링>

-등급: B

-속성: 저주

-효과: 정신 이상 면역

-페널티: 10분마다 체력 5% 감소


“이것도 나름 귀하긴 한데, B급인 이유가 있습니다. 페널티가 너무 큽니다. 200분만 차고 있으면 착용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니깐요. 대체 이런 물건은 어디에 쓰시려 합니까?”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게.

어디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아저씨 같다.

준혁은 그와 대비되게 만연한 미소로 화답했다.


“최고의 선물입니다. 감사해요, 과장님.”


어리둥절한 표정.

스턴이 걸린 한 과장이었다.

그가 사양할 때만 해도 깨닫지 못했지만.

이내 문득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였다.


‘이 사람은 정녕 천사인가?’


국가에 귀속된 아티팩트.

귀중한 걸 떠나서 국격의 일부를 담당했다.

대격변 이전에는 문화재가.

대격변 이후에는 아티팩트가.

쉽게 말해 일반 개인에게 문화재를 넘겨주는 상황.

한 과장은 이번 일을 추진하면서 상부로부터 엄청 깨졌다.


[한 과장.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닌가?]

[청장님께서 일임하셨잖습니까.]

[그렇다고 국가 아티팩트를 주자고? 안 그래도 세금을 축내느니 마느니 하는 마당에!]

[여차하면 제 월급에서 까라고 하시죠.]

[후우, 이럴 때 보면 자네도 막무가내야.]

[제가 노망이 난 게 아니라면 투자 가치는 확실합니다.]

[그래, 그래도 S급은 안 되고 A급도 쓰읍 하아···.]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인마! 한 과장이! 뭐야, 이거 지금 내 전활 끊은 거야?]


‘눈 딱 감고 A급이든 S급이든 가져가면 될 텐데.’


기어코 뿌리치는 강준혁.

한 과장은 마음속 깊이 감동했다.

공무원의 처지를 어필하긴 했었다지만.

진심으로 S급 아티팩트를 주고자 했던 그였다.

그런데도 혹여 불이익을 받을까 본인을 신경 써 주었다고 본 것이다.


‘내 눈은 역시 틀리지 않았어! 레벨 측정도 기대가 되는군.’


이런 한 과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지가 좋으려나 약지가 좋으려나. 아 약지는 좀 그런가?”


강준혁은 어느 손가락에 끼울지 반지만 매만지기 바빴다.


***


“길드장님. 금일 자 보고서입니다.”


까딱.

홍지연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린 탓이었다.


‘강준혁, 그자라면 해낼 수 있을까.’


5급 균열 공략으로 고민이 컸다.

최근 연달아 높은 위험도의 균열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착실히 힘을 비축한 길드들.

서로 독점하고자 달려들었다.

양상은 당연히도 2파전.

매화와 대성의 치열한 경쟁 끝에 매화의 승리로 끝났다.

다만 대성도 곱게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5급 균열이면 공략 기한은 사흘이지. 이틀 내로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나머지 하루는 우리 대성이 가져가겠다.]


일종의 조건부 항복인 셈이었다.

약삭빠른 대성 길드가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찜찜하게 만든 포인트는.


‘대성치고 너무 빨리 포기한 느낌인데.’


대성이 물러났다?

혹시 근래 유행한다는 초인 사냥꾼도 대성에서 벌인 짓일까.

이틀 안으로 꼭 공략하지 못할 것처럼 단언한 탓에 신경이 쓰였다.

별의별 잡생각이 연이어진 끝에.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무리 막 나가는 밑바닥인 놈들이래도 지하 땅굴까지 파버릴 애들은 아니지. 초인을 살해해서 얻을 게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부스럭-

갑작스러운 인기척이 일었다.

홍지연의 좁아져 있던 시야가 드디어 집무실 책상 앞으로 확장되었다.


“뭐야. 아직 안 나갔어?”

“우리 길드장님 안면에 수심 가득이길래.”

“됐으니까 이만 사라져.”

“매화의 오른팔은 나 아니겠어? 뭐가 고민이야? 응? 다 말해 봐.”


매화 길드의 2인자를 자처하는 이는 민도준이었다.

능청스러운 면모와 달리 능력은 확실했다.

레벨 7의 실력자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으로 꼽혔으니.


“그리고 인상 쓰지 마. 이마에 줄 늘어나. 벌써 작대기 하나니까 이등병이네.”


화르륵-

일순 홍지연의 주먹에 불꽃이 피어났다.


“어어, 그러다가 순식간에 일병 단다? 잘하면 두 계급 특진까지 할-”


퍼어억-!


“어억! 쏘리!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때리면 어떡해. 크흑.”

“매를 벌어요, 매를.”

“두 계급 특진은 내가 할 뻔했네.”


투닥거리던 홍지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5급 균열 말이야.”

“응? 그거 왜? 내가 가면 되잖아.”

“넌 몸이 두 개냐? 초인 사냥꾼이 누군지 조사해 보랬잖아.”

“그거야 병행하면 되지. 혹시 알아? 5급 균열 속 던전에 기거하고 있을지?”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잠시 멈칫하는 홍지연.

민도준의 헛소리에 고민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강준혁도 표적이 될 수 있단 생각에 노심초사하는 것이었다.


“···으음. 그래서 투입 가능한 인력은 추렸어?”

“당연하지. 총 4명. 레벨 6짜리 둘, 레벨 5짜리 둘.”


나름 의기양양하게 민도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홍지연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반문했다.


“레벨 7은? 무려 5급 균열이라고! 안에 뭐가 튀어나올 줄 알고 명단을 짠 거야?”

“나 빼고 다른 애들은 기존 균열 유지하기도 바쁜 거 알잖아.”


사뭇 진지한 말투로 이어진 답변.

홍지연도 사실 대략적으론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저 답답한 마음에 신경질을 냈을 뿐.


5급 균열이었다.

레벨 5~6의 초인만으로는 부족했다.

공략 자체는 성공할 수 있었어도.

단지 전부 안전하게 ‘생환’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

이것이 홍지연이 짜증을 부리는 이유였다.


벌컥-


“뭐야, 누가 노크도 없이 들어오래.”

“아, 죄송합니다. 그분 관련된 일이라면 이유 불문 곧장 달려오라고 하셔서···.”


매화의 말단 직원이 어쩔 줄 몰라 했다.

홍지연은 반색하다가도 급한 성미 때문인지 다그쳤다.


“아 준혁님 얘기야? 한 과장님이 보낸 거지? 그럼 빨리 보고 안 하고 뭐 해!”

“워워. 진정 좀 하세요. 이러다 길드원들 다 나가면 누가 일-”


화르르르륵-


“-이야 내가 하면 되지. 일 좀 더하면 초과수당 받고 좋지! 그··· 초과 찍어주긴 할 거죠?”


홍지연이 아닌 홍염여제의 살기였다.

이를 감지한 민도준이 황급히 깨갱했다.

이때다 싶었는지 말단 직원이 보고서를 올려놓고 잽싸게 퇴장했다.

달랑 한 장뿐인 보고서.

홍지연은 그 종이 한 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급 방끗.

언제 화를 냈냐는 듯.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헤픈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흐흐흐.”

“왜 그렇게 웃어, 무섭게스리···,”

“도준아.”

“왜, 왜에··· 요?”

“칼퇴해라.”

“으응?”


삽시간에 그녀가 밝아진 이유.

보고서에 적힌 한 문장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 강준혁 초인은 최소 레벨 7임을 공증합니다. 국립초인연구소장 백]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화 24.08.16 14 2 13쪽
10 10화 24.08.15 29 4 12쪽
9 9화 24.08.14 33 4 13쪽
8 8화 24.08.13 40 5 14쪽
7 7화 24.08.12 48 5 13쪽
» 6화 24.08.11 53 5 12쪽
5 5화 24.08.10 57 5 12쪽
4 4화 24.08.09 54 5 13쪽
3 3화 24.08.08 59 5 13쪽
2 2화 24.08.07 84 5 14쪽
1 1화 24.08.07 120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