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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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최근연재일 :
2024.08.16 20: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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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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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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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DUMMY

“쓸모없는 놈 같으니.”


대성의 일인자 고명식.

김기태가 매화에 붙잡혔단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도 딱히 동요하는 기색은커녕.

해오라비 난초에 물을 주며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뭐를?”

“그야 당연히 매화에서 들어올 항의에 대비를···.”


콰아앙-

고명식은 바닥에 물조리개를 집어던졌다.

그러고는 특유의 팔자주름이 짙어질 정도로 언성을 높였다.


“내 그러라고 자리에 앉힌 줄 알아?”

“···면목 없습니다.”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청년.

고명식의 장남, 고경태였다.

사적으로 보면 부자 관계였지만.

길드장 고명식은 핏줄에게도 예외 없이 냉정했다.

오로지 대성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런 것까지 일일이 알려 줘야 한다니. 에잉 쯧.”


한심하단 얼굴로 제 자식을 나무랐다.

이내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어이, 김 국장. 어어, 나야 늘 만수무강이지. 다른 건 아니고 말이야···”


강성일보의 편집국장이었다.

고명식은 너스레를 떨면서 청탁했다.


“···그래, 그래. 그 물밑 작업 좀 부탁함세. 매화랑 강준혁인지 뭔지 하는 놈하고 엮어서 최대한 이미지 타격 좀 줘 봐. 요즘 애들 말로 나락 보낸다고 그러든가? 내 거하게 함 사도록 하지.”


아버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고경태는 떨어진 물조리개를 주워 건넸다.

곧이어 자연스럽게 아첨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려 들었다.


“역시 대성 제일이십니다. 매화에서 성명문을 발표해도 대외 이미지를 손상시켜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방법이라니. 전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러나 고명식의 반응은 냉랭했다.

오히려 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냐는 듯.

고경태의 생각이 미치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매화가 이따위 얕은 프로파간다에 무너질 곳 같더냐? 이걸로 될 것 같았으면 내 진작에 움직였지.”

“네?”

“답답한 놈 같으니.”


그는 자식 얼굴도 보지 않고는.

재차 해오라비 난초에만 물줄기를 쏘아대며 말을 이었다.


“김기태 그놈이 허튼짓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뿐이다. 매화가 뭐라 떠들어대도 김기태의 자백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어.”

“아···!”


고경태의 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심으로 탄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길드장 고명식의 초점은 여전히 김기태에게 꽂혔다.


“게다가 그놈은 우리 대성과 초인 사냥꾼의 커넥션도 얼추 눈치챘을 거다. 지 애미를 봐서라도 발설하진 않겠지만, 의심의 싹은 확실히 짓밟는 게 좋겠지.”


자기가 키우는 난초를 보며 내뱉는 말.

고경태는 이를 보면서 소름이 돋아났다.

본인 아버지였지만 이럴 땐 꺼림칙할 정도로 어딘가 뒤틀린 상태로 느껴졌다.


“그러면···.”

“초인 사냥꾼 그놈한테 사주해 놔. 쥐도 새도 모르게 김기태를 지워버리라고.”

“···알겠습니다.”


***


“후후.”


오랜만에 느끼는 해방감.

삶에 치여 친구 놈 한 번 보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 개인적인 용건 때문에 가는 거라 미안하긴 했지만.

친구 녀석도 좋아했으니 서로 일석이조.


‘샘플만 가져가도 괜찮겠지.’


당연히 전부 가져오진 못했다.

처리할 물건이 워낙 크고 많았기에.

그걸 다 담으려면 짐꾼이나 개인 비서라도 고용해야 할 판.


‘마음에 들면 사람 불러서라도 가지러 오겠지.’


가는 길에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들을 겸.

SNS와 뉴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니.


[강준혁 초인, 매화를 단숨에 던전으로 이끌다.]

[단숨에 호령하는 강준혁, 신성 초인이 되자마자 매화를 장악하다?]


·

·

·


히이익.

끔찍한 기사와 게시글로 도배됐다.

차마 보고 싶지 않은 댓글 반응.

근데 또 궁금한 건 참기가 힘든 법.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와, 무려 매화를 리드하는 거야 지금?

┗홍염여제가 VIP 대우라도 해주는 건가?

┗부럽다. 레벨도 각성하자마자 7이라던데.

┗헉, 그럼 우리나라도 초인 강대국으로?

┗되겠냐. 레벨 9 초인이 뉘집 개 이름이냐고.

┗일단 상임이사국들 견제 오질 듯. 레벨 8부터는 애초에 AC에서 인증받는 거라던데.

┗AC가 뭐임?

┗핑프 극혐. United Nations Awaken Council의 줄임말임.

┗아 UN이 아니라 이제 AC로 대체 됐다 그랬지. 알려줘서 고맙


이 사람들 동치미를 사발째 마시네.

누가 뭐가 어케 된다고?

레벨 9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수치였다.


‘더 봤다간 심장에 무리가 오겠어.’


SNS 구경은 이쯤이면 충분했으니.

간만에 각성자 인트라넷을 살폈다.


[5급 균열 입장하는 강준혁 초인.jpg]


┗꺄악! 준혁 오빠 얼굴 하얀 거봐.

┗찹쌀떡? 마시멜로? 얼굴도 귀염상인데 어깨도 딱 벌어졌어!

┗올해 목표가 생겼음. 오빠한테 시집가야지!

┗꿈 깨, 이년아. 내가 갈 거야!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우연히 에고 서칭이 돼버렸다.

이거 괜히 얼굴이 후끈후끈.


‘다른 글 보자, 다른 글.’


무의식적으로 내린 스크롤.

자극적인 내용은 칼같이 배제한 끝에.

드디어 원하던 정보가 나왔다.

이제는 뉴스보다 이곳이 더 효과적.


[초인 사냥꾼 특징 정리.txt]


┗전부 관절이 뒤틀린 채 죽었다고?

┗사후경직 아님?ㅋㅋ

┗지가 뒤질 수도 있는데 빠개누.

┗카더라긴 한데. 균열 내부가 아니라 밖에서 죽었단 소문도 있음.

┗나도 들었음. 밤에 골목길 가로등 밑에서 시체가 발견됐다던데.


관절이 뒤틀렸다고 하니.

매화의 이다혜가 일차적으로 연상됐다.

아무리 서로 등을 맞댔던 사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안일한 태도가 죽음을 부르는 세상.


‘근데 이다혜는 이곳저곳 관절을 뒤틀 바에 급소를 비틀고 한 번에 보내던데.’


뱀파이어 뱃을 관절기로 잡을 때.

거추장스럽게 공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가학성을 즐기는 변태하곤 거리가 멀었다.

다른 의미로는 모르겠지만.


‘으음. 일단 후보에서 제외.’


머리 아픈 추리는 딱 질색.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당장은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는 걸로.

어디 또 쓸모있는 정보가 없나.


[협회 주관 길드 초청회 열림(오피셜)]

┗매화랑 대성은 필참하겠네.

┗강준혁 초인님도 오실까? 두근두근.

┗그 사람은 길드 안 들어가지 않음?

┗그래서 궁금한 거지. 오면 바로 스카웃!

┗대차게 까인 길드가 몇 갠데. 기자들 깔린 데서조차 상대도 안 해줬다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질 수 있지. 다 같이 제가 준하면 혁하는 겁니다. 자, 준!

┗혁!

┗준혁이고 지랄이고 저희 같은 중소길드는 쳐다도 안 볼 것 같습니다만.


‘아, 매화 길드장이 오라고 말한 그 모임인가?’


정확한 명칭은 길드 심포지엄.

여러 사안에 관해 나라에서 길드 관계자를 초청해 의견을 나눈다고.

의외로 권위적인 행사는 아니라고 했다.


┗준혁님도 PvP 참여하실까?

┗하기 싫어도 신청하는 초인이 한 무더기일 듯?

┗말이 심포지엄이지, 보통 길드 유망주 레벨 측정회 아님?

┗하긴 레벨 7부터 AC에서 주관하는 레벨 측정에 보낼 수 있으니까.

┗나라마다 TO가 정해져 있으니 몇 없는 자리 두고 티켓 싸움 벌어지겠구만. 끌끌.

┗그야말로 레벨 7의 공동묘지.


같은 레벨 7이어도 위아래가 존재.

AC에서 주관하는 레벨 측정에 참여하고자 PvP가 벌어진다고.

우리나라의 TO는 세 장.

때문에라도 레벨 6조차 레벨 7에게 대련 신청을 빙자.

흡사 살육전에 가까운 혈투가 일어난다고 한다.

물론 PK(Player Killing)는 표면적으로 금지되었다지만.


‘근데 내가 미쳤다고?’


마물이야 이제 경험치가 생겼다지만.

사람하고 싸우는 건 체질에 안 맞다.

방패로 쓰면 또 모를까.


“강준혁!”

“어?”


언제 도착했지.

주변을 둘러보지 않아서 그런가.

어느새 성호가 마중을 나와 반겨주었다.


휴우.

이래서 커뮤 중독이 무섭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독했네.

앞으로는 조금만 해야겠다.


***


“여기야?”


허름하기 짝이 없는 외관.

내부엔 먼지가 가득한 진열대.

구석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고.

아직 팔리지 않은 재고가 가게를 가득 채웠다.


“하하··· 좀 그렇지?”

“고풍스럽고 좋지 뭐.”


내일 모레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거의 전 재산을 끌어모아 연 가게.

그런데 파리만 날리고 있으니 심정이 어떠할까.


‘마음 같아선 수중에 있는 돈 일부라도 떼 주고프지만.’


평생 책임질 수 있지 않은 한.

필요 이상의 도움을 주면 안 된다.

애초에 친구를 동정하는 것도 잘못된 방향이었으니까.


“자, 사장님 안목 좀 볼까?”


매대 위에 올려 놓은 샘플.

와이번 날개와 드레이크 외피의 일부분이었다.


“어디 보자.”


성호가 돋보기 같은 걸 들고는.

이리저리 세심하게 각도 별로 세심하게 관찰하더니.


“이야, 이거 손질된 것부터 최상급 냄새가 풍기는데. 어디 보자 이 정도 양이면.”


대충 계산기를 두드리는 성호.

근데 왜 벌써 서두르는 거지.


“무게는 각각 100g 정도 나오고. 상태도 품질도 나무랄 데가 없네. 양이 조금 적긴 한데 이만하면-”

“응? 그거 샘플인데.”

“허억. 그럼 이거 말고 더 있단 소리?”

“그 와이번이고 드레이크고 아예 통째로 있는데?”

“······!”


성호의 입이 쩍 벌어졌다.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중얼중얼.


“어어, 이거를 얼마로 책정해야 하지. 가만있어 보자. 일, 십, 백, 만, 천만···”


머릿속 주판알이 정신없이 돌아갈 즈음.


딸랑-!


“어서 오세···”

“여기는 손님한테 인사를 하다가 마나?”


밝았던 성호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삽시간에 일그러지는 표정.

분위기를 보아하니 금방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른 장사 접고 나가지 그래? 우리가 가게 인수도 해준다는데, 뭘 믿고 그리 버팅기시나?”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들어왔다.

거들먹거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닌 모양.

들어 보니 최근 장사가 되지 않은 원흉이었다.


“꼴에 손님이 있네? 손님도 참 보는 눈 없네. 이런 망해가는 스토어에서 뭘··· 헉!”


불청객의 눈길이 멈춘 곳.

다름 아닌 와이번 날개와 드레이크 가죽이었다.


“저, 저거는 구하기도 힘든 것들인데. 이런 구멍가게에서 파는 물건은 아닐 테고. 혹시 손님 거요?”


굳이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그 물건 나한테 파쇼. 여기서 얼마를 부르든 내 두 배를 쳐주리다.”

“······.”

“가게주인 사정이 궁해서 얼마나 후려칠지 감도 안 잡히네. 괜히 호구 잡히지 말고 내게 넘기쇼.”


샘플만 봐도 달려드는 걸 보니.

귀한 물건이 맞긴 한 듯했다.


“준혁아. 괜히 내 눈치 보지 말고 너 편한 대로 해. 사실 저 인간 말도 딱히 틀린 구석은 없으니깐.”

“푸흡. 이제야 좀 주제 파악을 하는구만?”


불청객이 뒤뚱뒤뚱 다가왔다.

부한 살집에 셔츠 단추가 터지기 직전.


“그러면 수락한 걸로 알겠소, 손님 양반?”

“싫은데요?”


성호 녀석한테 팔려고 온 건데.

쌩판 처음 보는 인간한테 뭣 하러?


“하하, 당연히 좋··· 뭐시라?”


불청객의 안면이 달아올랐다.

깡그리 무시당하는 처지.

그것도 자기 발아래로 여기는 허름한 스토어에서.

분노 게이지가 하늘로 치솟았다.


“이익! 당신 후회할 거요! 누군진 몰라도 모든 거래처를 막아버릴 거니까. 마정석조차 휴짓조각으로 만들어 주겠어!”


딸랑-!


“오, 여기 사람 좀 있네.”

“그러게. 어! 강준혁 초인님이다! 저 사인 좀 해주세요!”


갑자기 손님이 밀려 들어왔다.

대화를 듣고 난 불청객의 안면이 이번엔 파래졌다.

붉어졌다 파래졌다 신호등 같았다.


“가, 강준혁? 그 와이번을 맨손으로 때려잡은? 그것보다 매화의 그 여자가 뒤를 봐준다던 그 신성 초인?”


자 이제 후회는 누가 하지?

불청객이 부리나케 문을 열고 달아났다.


“으으. 일단 두고 보자고!”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다.

이래서 시끄러운 사람은 딱 질색.

혼자 고래고래 떠들다가는 사라졌다.


“고맙다, 준혁아.”

“응? 뭐가?”


곧이어 성호가 주섬주섬 매대에서 뭘 꺼냈다.

신줏단지 모시듯이 전해주는 아이템 하나.


“이거 서비스다.”

“엥? 됐어, 넣어 둬. 우리 사이에 뭘.”

“인마, 내가 가게 주인인데 주는 건 내 마음이지.”


한사코 거절해도 찔러주니.

못 이기는 척 어떤 아이템인지 확인이라도 해봐야겠다.


<홀리 스타쉘>

-등급: A

-속성: 신성

-효과: 신성력이 담긴 빛으로 악을 정화.

-페널티: 소모형 아이템.


“언데드나 악마형 마물한테 효과 직방이다. 조명탄 써봤나? 하얀빛이 만개하는 게 장관이라더라.”


바로 쓸 일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사람 앞일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법.

더욱이 아이템이야 쟁여두면 다다익선.

그나저나 원래 거래하기도 전에 손님을 챙겨 주나?


“이 집 서비스 잘하네.”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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