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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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최근연재일 :
2024.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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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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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뭐라고?”


매화 길드장 집무실.

산더미 쌓인 보고서 더미.

맨 위에 놓인 1급 보고서를 보자마자.

홍지연의 불같은 샤우팅이 울려 퍼졌다.


“대성 그 씹어먹어도 모자랄 놈들이 감히 우리 준혁님을 찔러?”

“워워. 정확히는 강준혁 초인을 노렸다기보단 우리 귀여운 잼민이-”


콰앙-!

빠지지직-


집무실 책상 중앙에 실금이 일었다.

불길이 일어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삼아야 할까.


“-는 침 바르면 낫지. 암암. 한참 팔팔할 스무 살 청춘이 뭐가 걱정이야?”


민도준은 나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얼른 홍지연을 진정시켜야 했다.

또 집무실을 태워 먹고 이사 갈 순 없다.


“그래도 보고 받은 걸 보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당한 거 같던데.”

“그걸로 되겠어? 화로구이로 만들어 버려야 속이 풀리지. 그 쥐새끼 이름이 뭐야?”

“대성의 김기태라던데.”


화르르 불타버릴 뻔한 이성의 끈.

홍지연은 간신히 냉철을 되찾았다.


“어떻게 안 죽고 살려 왔네?”

“아, 그거 강준혁 초인이 무조건 살려서 데려오자 그랬다네? 가만 보면 대단한 사람이긴 해. 드레이크 상대로 탱킹을 해낸 것도 대단하고.”


홍지연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무언의 긍정 표시. 전투 잘하는 초인이야 많다지만.

돌발 상황 속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이는 드물었다.


“그러게. 그분 덕분에 5급 균열 확보는 물론, 대성한테 제대로 한 방 날릴 수 있게 됐어.”


강준혁의 배려에 새삼 감사했다.

김기태의 신병을 확보해 대성에 공식적으로 성명서를 내어 항의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나저나 드레이크 공략 부산물은 얼추 정리됐는데, 어떡할까?”

“그걸 질문이라고 해? 당연히 강준혁 초인님 앞으로 보내야지!”

“그럼 우린 남는 게 없지 않나?”


민도준의 물음에 답답한 기색.

가슴을 퉁퉁 쳐대며 설명해 주었다.


“차후 5급 균열 반복 공략해서 얻게 될 이권만으로도 차고 넘치지. 괜히 그분 심기 거스르면 다음 공략 때 펑크는 누가 메우라고?”

“아 알겠어. 그 와다다다 쏟아내는 말투 좀 어떻게 해 봐. 듣기 역-”


화르륵-!


“-시 좋은 것 같아. 마치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울창한 숲의 꾀꼬리 같달까?”


홍지연은 가볍게 불꽃을 꺼뜨리고는.

강준혁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다혜랑 소율이였으면 살려둔다는 선택지는 없었겠지. 진작 오체분시하고 나왔을 거야. 게네들 성격은 누굴 닮아서 개차반인 건지. 으휴.’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 법.

윗물 따라 아랫물이 자연스레 닮아갔을 뿐이었다.


홍지연은 슬슬 욕심이 났다.

강준혁을 아예 매화로 영입하고 싶어졌다.

계약관계가 아닌, 매화 길드의 얼굴로.

굴뚝 같은 마음이 일자 구체화할 방도를 고민했다.


“좋은 수가 없을까?”

“뭐가?”

“강준혁 초인님 말이야. 완전 영입할 방법.”

“원래 급하면 돌아가라던데. 천천히 호감을 사서 데려오는 거지.”

“어떻게?”

“뭐, 여동생이 마석병이라던데. 우리 매화 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해 준다든가.”

“뭐? 준혁님 여동생이 마석병?”


홍지연은 진심으로 걱정됐다.

그 마음씨 착한 사람이 여동생은 또 얼마나 아끼겠는가.

또 그동안 마음고생은 얼마나 했을 거고.


‘그런 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하늘도 무심하시지.“


계속해서 강준혁에 관해 얘기하다 보니.

자연히 계약 당시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일순 홍지연의 양 볼이 살짝 상기됐다.


‘우리 매화에선 보기 드문 인성의 소유자야. 거기에 피부도 깨끗해, 비율도 좋아. 저번에 보니까 손목 핏줄도 장난 아니고.’


화륵!

붉게 달아오른 홍지연의 얼굴.


‘능력마저 출중한 데다가···. 이거 완전 육각형이잖아?’‘


민도준이 그 모습을 쳐다보고 식겁.

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건가.

기겁하고는 황급히 홍지연을 뜯어말렸다.


“어어, 안 된다, 안 돼! 또 건물 불태워 먹으려고? 화재보험사 곳곳에 블랙리스트 VIP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고? 이제 받아주는 곳도 없-”

“누가 뭐래? 왜 시비 걸고 난리? 흥!”

“엥?”


원래였다면 한 대 맞을 타이밍.

그런데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옆에서 보좌한 세월과 짬밥이 얼마던가.

이건 화가 난 홍염여제라기 보다는···.


“뭐야? 남자 생겼어?”

“뭐, 뭐라는 거야? 더위 먹었어?”


아무리 봐도 빼박이었다.

이에 민도준이 싱글벙글 웃으며 축하했다.


“이열. 우리 홍지연씨도 여자는 여자였네? 세상 어떤 바보 같은 남자가 이 왈가닥을 감당할지 모르겠지만 미리 애도를 보내···”


위잉-!위잉-!


화재경보기에서 소리가 울렸고.


“···기도 전에 내 몸뚱아리가 먼저 저승에 보내지겠구나.”


푸슈슈슈슛-!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아, 직장에서 워터파크도 보내주고 복지가 참 좋네. 불가마는 취미가 없지만, 하하···.”


홍지연의 화염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도준아, 오늘 불같이 좀 맞자.”

“히익! 불같이가 아니라 진짜 불이잖아! 세상 사람들 불이야! 살려줘요!”


***


20평 남짓한 허름한 빌라.

셋이서 살기엔 비좁은 공간이라지만.

강준혁에게는 고급 스위트룸 못지않았다.


“후우. 이제 좀 쉬어 보네.”


초인으로 각성 후.

최근 연이은 생소한 경험들.

피로도가 최대치로 쌓일 만했다.

무엇 하나도 겪어본 적 없던 일들이었다.

생사 고비를 몇 번이나 넘나든 건지 모르겠다.


“이게 마물만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와이번과 드레이크.

그리고 대성의 김기태까지.

마물이고 사람이고 죄다 조심해야 할 판.


지나가던 사람도 의심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러다 조현병이라도 올까 무서워졌다.

그렇지만 초인의 삶을 놓을 수도 없었다.


피곤한 만큼, 위험한 만큼.

돌아오는 이익이 너무나도 컸으니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지.”


초인 전용 택배로 온 상자들.

크기부터 수량까지 집에 둘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한 과장과 매화 길드장으로부터 도착한 것들이었다.


“와, 뭐가 이렇게 많아?”

“세희, 일어났네?”


사실 위험 부담 따위가 대수랴.

동생 세희의 마석병 완치를 위해서라도.

이 한 몸 다 바쳐서 활동할 것이다.


“와이번 날개 가죽이랑, 드레이크 외피. 이야 때깔 한 번 곱네.”

“으윽. 징그러워.”

“징그럽긴! 이게 다 돈인데.”


시세는 정확히 모르지만.

제법 값이 나가리란 건 알 수 있다.

무려 4급과 5급 마물을 해치우고 얻은 것들이니.

조만간 초인 스토어라도 방문해 봐야겠다.


“와. 그리고 이게 마정석!”


보랏빛으로 빛나는 건 상급.

푸른빛으로 빛나는 건 중상급이었다.


‘아무래도 붉은빛의 최상급은 안 떴나 보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보랏빛 상급 마정석은 1kg당 5백만원.

푸른빛의 중상급은 1kg당 1백만원이었다.


“흐흐.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어우, 와이번 날개보다 징그럽게 웃네.”

“이번만큼은 아량이 넓은 오빠가 넘어가 주지.”

“와, 그 반응은 뭐야? 이것들이 대단하긴 한가 봐?”


웃음기를 거두고 세희를 쳐다봤다.

아직도 장난기 가득한 동생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우. 이젠 느글거리는 눈빛까지?”

“세희야. 이제 마석병 완치도 꿈은 아니다.”

“······.”


잠시간 흐르는 적막 속.

세희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게 얼마라고. 암만 비싸 봤자지. 내가 일반인이라도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네요. 그리고 이게 거저 얻은 거야? 오빠 몸 갈아서 얻은 것쯤은 나도 안다고.”

“지금 내 걱정할 때야?”

“괜히 오빠 목숨 담보로 치료하면 마음의 병만 더 커질 것 같아. 죽을병도 아니니까 좀 참으면 그만이야. 그러니까 자기 몸이나 챙겨!”


틱틱거리던 세희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 써주는 건 고맙긴 한데 동생이 낫는 게 더 큰 행복이다.

그리고.

세희는 생각보다 멍청한 게 맞았다.


‘상급 5kg에 중상급 20kg.’


상자 안에 표기된 중량.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이것들은.


‘히야. 대충 잡아도 4,500만 원이구나.’


마석병 완치 비용?

알아본 바로는 대략 5억.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질병이라 미국 뺨치는 금액대는 맞다.

하지만 매화와의 계약으로 선입금 처리된 금액만 2억.

여기에 와이번 날개랑 드레이크 외피까지 판다면?


‘그래도 부족하면 균열 던전 좀 더 돌아보지 뭐.’


그러고 보니 한동안 친구들도 못 봤다.

막노동을 전전하며 동생 약값과 생활비 벌기도 벅찼으니.


‘슬슬 물건도 팔고, 나 지킬 아이템도 더 알아봐야 하는데··· 아!’


초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찾는다고 욕하려나.

한 소리 들을 각오로 발신 번호를 입력하던 찰나.


까톡-!


-[홍지연] 님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른 팝업.

아마도 이번 5급 균열 얘기이려나.

간단히 용건만 끝내고 친구 놈에게 전화해야겠다.


[안녕하세요. 강준혁 초인님!]

-네. 어쩐 일이세요?

[아 다름은 아니고 협회에서 길드 초청 모임이 있는데 와주실 수 있으신가 해서요.]

-어, 저는 소속이 없는 걸요?

[그건 저희 매화 임시 소속으로 참여 가능해요!]

-으음. 사람 많은 곳 아닌가요?

[원하시면 프라이빗 룸도 제공해 드릴 수 있고, 무엇보다 대성한테 큰일 당하실 뻔했잖아요. 복수해야죠! (화난 이모티콘)]


이 여자 상당히 집요하다.

딴에는 최대한 우회적으로 가기 싫음을 어필했는데.

씨알도 안 먹히는 모양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여자랑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색해서 죽을 맛이란 거다.


-혹시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아 일주일 뒤예요! 바쁘신 일 없으면 참석해 주시겠어요?]


한 과장도 그렇고.

원래 높은 자리에 앉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건가.


가기 싫은 곳에 가는 만큼.

하나는 확실히 얻어가야겠다.


-거기 재민이도 오나요?

[재민이요?]


전투 계열 초인이 급선무긴 하지만.

재민이의 인간 GPS 능력이 탐났다.

당장 내빼오긴 힘들다고 해도.

어느 정도 친밀감을 쌓아 놓을 필요성을 느꼈다.


[그 이다혜랑 연소율은 못 올 수도 있는데, 재민이만 오면 되나요?ㅎㅎ]


재민이 얘기하는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

물론 그 두 명은 명백히 강했다.

즉시 전력감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

근데 제정신은 아니었으니 다룰 엄두가 나지 않으므로 패스.


-네. 상관없는데요?

[아아! 그러면 재민이는 어떻게든 데려올게요! 모임 하루 전날 가볍게 미팅 잡을게요. 꼭 오시는 거예요? (신난 이모티콘)]


제멋대로인 성격.

아무래도 길드원들이 길드장을 빼다 박은 것 같다.


‘어우, 기 빨려. 이제야 끝났네.’


사람 많은 곳은 여러 의미로 위험하다.

단단히 무장해 둬야 마음이 놓일 듯했다.

부랴부랴 아까 연락하려던 친구 연락처를 검색하던 와중.


지이잉-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찾아온다더니.

친구 녀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먼저 연락하려 했는데.


“와 초인 됐다면서? 어떻게 친구란 놈이 연락 한번 없냐.”

“아, 진짜 억울한데. 방금 전에 전화하려 했거든.”

“입만 벌리면 구라가 술술?”


이거 억울하다.

발신 버튼 터치하기 직전이었는데.

꼭 밥 먹을 때 듣는 엄마 잔소리 같다.

고등어도 맛있으니 먹어보라고 하는.

좀 전에 이미 고등어 살점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는데.


“암튼! 요즘 장사는 잘돼?”

“말도 마라. 하꼬 각성자가 운영하는 스토어라고 무시당하기 일쑤다.”

“장비 사고파는데 별걸 다 따지네.”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래도 큰 거 한 방 터져야 물꼬가 좀 트이려나 싶다.”


친구 조성호의 푸념이 이어졌다.

초인 스토어 특성상 신용도가 중요.

자잘한 템 수백 개를 팔아도.

최상급 장비나 고위급 마물 재료 거래 내역 한 번만 못하다고.


”에휴. 아니다. 너한테 우는소리 해서 뭐하겠냐. 조만간 얼굴이나 함 보자.”

“그 얼굴 오늘 볼까?”

“오늘?”

“그동안 얻어먹은 게 있는데. 내가 오늘 성호네 가게 귀인 한번 돼줄게!”

“소식 듣긴 했다만, 설마 와이번···?”

“받고 드레이크 더!”

“허어억!”


전화 너머 친구 조성호의 입이 떡 벌어지는 소리가 전해졌으니.


“따블, 아니 따따블로 살게!”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표본.

그야말로 돈방석에 깔리는 일만 남았다.


“자, 드가자!”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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