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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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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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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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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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한 과장. 그게 사실인가?”

“네, 청장님.”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

각성자 관리청의 청장실.

양복 차림의 두 남자가 한 사내에 관해 은밀히 의논 중이었다.


“최소 레벨 8이라고?”

“그 천하의 홍염여제가 오기도 전에 제압했습니다. 놓쳐선 안 됩니다.”


선뜻 믿기 어려운 한 과장의 보고.

청장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박차를 가하는 한 과장이었다.`


“더군다나 무소속이라고 합니다.”

“허어. 그 정도의 강자가 무소속?”

“무엇보다 의로운 행보를 보였다는 겁니다.”

“의롭다?”

“마치 마물을 공략한다기보다 저희 대원을 보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와이번이 제 부하들을 노릴 때마다 대신 막아주었으니깐요.”

“허허. 보통 초인이라면 주변 피해는 무관심하지. 건물이 무너지든 누가 죽어 나가든 마물만 잡으면 그만이란 식으로.”

“바로 그겁니다.”

“흐음.”


청장은 잠시간 침묵했다.

그러고는 한 과장에게 되물었다.


“그게 자네가 말한 이유인가?”

“네. 이번 공략으로 얻은 마정석과 부산물 전부를 내주어야 합니다.”

“만약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면?”

“상관없습니다.”

“아깝지 않은가?”


와이번의 가죽.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재료다.

공략 난이도 자체가 높았으니.

특히나 인재가 부족한 관리청 입장에서는 더더욱.

여기에 나온 마정석 10kg.

상급을 의미하는 영롱한 보랏빛.

1kg에 5백만원을 자랑하는 시세였다.


누구나 혹할 만한 값어치다.

국가에 귀속된다 한들 이만한 성과면 성과급도 두둑이 나올 텐데.

한 과장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을 공략하는 게 상책이라고 가르친 건 청장님인 걸로 기억합니다만?”

“하하하.”


답변이 만족스러웠는지 호쾌하게 웃었다.

청장은 충분히 납득되었는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그렇지. 어쨌든 연줄을 만들어 놔야 그다음이 있는 법. 그리고 돈으로만 사람 마음을 사기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그 말씀은···.”

“자네가 직접 가봐.”

“······!”


쉽사리 수락하지 않으리라 바라봤다.

잘만 꾸미면 국가의 전공으로 올릴 수 있었기에.


포장하기 좋은 재료가 넘실거렸다.

사망자는커녕 기껏해야 재산 피해 정도.

이렇게 경미한 피해로 균열을 제압한 게 얼마 만인가.


무려 4급 균열이었다.

각성자 약소국인 동남아나 아프리카였다면?

국가가 마비될 정도의 위기.

즉, 무능력하단 국가의 이미지를 벗길 기회였다.


그런데도 의외로 긍정적인 결론이 바로 나왔으니.

자연스레 놀라는 건 한 과장 쪽이었다.


“영입보다는 일단 팩트부터 확인하자고. 우선 데려와서 레벨 측정이나 받아보게 해봐.”

“감사합니다. 청장님!”

“이거 원 고급 꽃새우를 미끼로 쓰는 격 아닌가 몰라.”

“놓치더라도 대어라면 손맛은 봐야지 않겠습니까?”

“하아, 말이나 못 하면.”


청장은 머리를 긁적였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이를 본 한 과장은 속으로 의지를 불태웠다.

어떻게든 그자를 데려오겠다고.


***


대성길드의 김기태.

우두커니 제자리에 홀로 서 있었다.

현장이 정리된 지도 한참 지났겄만.

한동안 멍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한참 끝에 제 주먹을 바라보고는 움켜쥐었다.


‘어디 가서 펀치 하나로는 꿇리지 않았는데. 단 한 합 만에 막혔어.’


굳은살로 도배된 손.

레벨 6까지 오르기 위해 노력한 지난날의 흔적이다.

정확히는 대성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자.

닥치는 대로 휘둘렀던 부패한 주먹이었다.


중소길드를 상대로 한 갑질.

보호비 명목으로 작은 길드의 체납금을 뜯어냈고.


균열 독점을 위해 내질렀던 무력 행사.

여타 길드가 협조하지 않으면 권격으로 회담장을 박살 내서라도 동조를 받아냈다.


그리고 고의적인 균열 방치.

마물이 튀어나와 쑥대밭을 만들 때까지 방관하고, 그러고도 사람이냐는 마지막 절규마저 외면했다.


왜냐고?

다 돈 문제였다.

길드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대격변 이후 생겨난 기업체의 이름이 바뀐 수준이다.

망할 놈의 자본주의 사회.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대성 길드장이 시키는 일은 마다하지 않고 개 같이 굴렀다.

그러나 그 자식은 팀장 직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균열만 성공하면 2팀장 자리를 주지.]

[아 팀장 공석이 마침 채워졌으니 혹시 부팀장은 어떤가?]

[고생하는 거 형이 다 알지. 좀만 참아봐. 우리 기태 자리 하나를 못 만들까.]


대성의 일원이 될 줄 알았다.

오너가의 당당한 한 명이 되리라 믿었다.

비록 주요 보직은 전부 한 핏줄로 채워져 있었지만.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르고, 또 굴렀다.

돌아온 건 명백한 조롱.

자존심이 무너져 내렸다.

불행히도 막힌 건 주먹만이 아니었다.


잠자코 와이번 사태를 관망했던 이유.

최근 매화 길드와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었다.

정부와 매화의 유착관계는 공고했다.

엘리트 초인인 홍염여제.

그녀가 나라의 개가 된 이후.

매화와 대성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졌다.

대성이 나설 자리는 좁아졌고, 김기태 역시 초조해졌다.


그나마 균열 탐지 기술은 대성이 독보적이었다.

덕분에 미리 4급 균열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런데도 빈손이었다.

애꿎은 균열탐지기만 매만지는 김기태였다.


‘명예도 실리도 다 놓쳤군. 그 다 죽어가는 초인 녀석 때문에.’


이 순간에도 대성 길드장의 연락은 쏟아졌다.


발신자: 고명식 길드장

[김기태! 어디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내가 그러라고 따박따박 월급 주는 줄 알아?]

[레벨 6이면 밥값 좀 하자, 밥값!]

[당장 ‘뒷수습’하고 뭐라도 하나 건져와. 알겠어?]


대성식 ‘뒷수습’

그거야 뻔했다.

있지도 않은 누명을 뒤집어씌워 나락 보내기.

대성이 오르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의 무릎을 꿇려서라도 올라가는 게 철칙이었으니.


‘홍염여제가 아니라 내가 대성의 개로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짖어주지.’


김기태는 선택지가 좁았다.

집에 몸져누운 노모의 병환을 떠올리며.

제 할 일을 위해 힘겨운 발걸음을 떼어냈다.


***


[신성 괴물 초인, 와이번을 홀로 대적한 이는 누구?]

[추정 레벨만 7, 한국에서도 레벨 9의 초인 등장하나···]

[홍염여제도 반했다, 베일에 싸인 신성 초인에게 물밑 접촉 언급!]


너튜브나 포털 메인 기사에 쏟아지는 소식들.

대부분 과장된 내용이다.

일부는 사실이었지만서도.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격언이 떠올랐다.

일단은 병실 침대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모르면서 누구를 지키겠는가.

자기 한 몸조차 건사하지 못할 게 뻔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강준혁

-상태: 피로(체력 80% 이상)

-특성: 희생할수록 강해지는 절대방어자


스킬(P): 절대금강, 재생, [잠금]···

스킬(A): 방패화, 방패찍기, [잠금]···


간단한 정보뿐.

레벨 표시도 되지 않았다.

검색해 보니 원래 측정 장치를 통해 확인하는 거란다.

이래선 객관적인 강함을 파악하기 곤란했다.


‘음. 각성한 지 하루도 안 됐는데 레벨이야 아무렴.’


우선은 스킬을 둘러봤다.

아까 확인한 거라곤 전부 방어 스킬.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싸울 땐 몰랐는데 절대금강 이거 완전 사기급이잖아?’


물론 제한시간이 있다지만.

대략 10분에서 20분 정도 무적인 셈.

재생 스킬이 10분마다 체력을 치료해 주는 바람에 그렇다.

근본적으로 절대금강의 발동조건이 까다롭다.

현재는 스킬 레벨이 올라 체력 7% 이하 유지로 늘어났지만.


어쨌든 공격용 스킬이 마땅치 않았다.

일단 보유한 스킬이라도 살펴보니.


<방패화Lv.1(A)>

-설명: 접촉한 대상을 방패화

-조건: 자신보다 격이 낮은 모든 대상

-쿨타임:


<방패찍기Lv.1(A)>

-설명: 방패를 내려찍어 공격

-쿨타임:

-조건: 방패일 것


효과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 유용해 보이는 스킬은 아니었다.


뭔가 강력한 한 방이 없을까.

기대하며 살피던 와중.

드디어 눈에 꽂히는 게 들어왔다.


[잠금]<드레인 볼Lv.1(A)>

-설명: 누적된 데미지를 축적해 반사

-조건: 90% 이상의 체력 소모

-쿨타임: 24시간

-해금: 조건 충족 3회 (1/3)


드레인 볼이라.

일발역전의 기회가 생겼다.

얻지도 않은 스킬에 성급하게 반응하는 거라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해금 설명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앞으로 두 번만 더 고생하면 되는 건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기는 했다.

특성의 모호한 구절 때문.

‘희생할수록 강해진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건 좀 더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는 않다.

그래도 병원비 청구서보다 무서울까.

마음의 준비도 어느 정도 끝났다.

동생이 가져다준 옷으로 재빨리 환복.

공황장애 올까 걱정됐지만 이미 생사고비는 넘어봤다.

병원 1층 로비를 지나 정문으로 향하니.


찰칵-! 찰칵-!

파파팟-! 파파팟-!


수많은 플래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연달아 기자들이 마이크를 입안에 욱여넣을 기세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NBC 사회헌터부 기자입니다! 신성 초인이 된 심정이 어떤가요?”

“레벨이 7을 넘는다던데 사실입니까?”

“향후 거취가 궁금합니다! 최근 매화 길드로 입단한단 소식이 들리던데···”

“맨손으로 와이번 꼬리를 잡고 줄넘기를 했다는데 정말입니까? 한 말씀 해주십시오!”


눈과 귀가 어지러웠다.

이래서 사람 많은 건 딱 질색이다.

애초에 병원에 머문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뭔 찌라시들이 넘실거리는 건지.


“백사 길드입니다. 평균 연봉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여기···”

“저희는 강철 길드에서는 A급 방어구 세트를 가입 선물로···”

“신성 길드에서는 포션을 무한정 제공···”


내로라하는 대형 길드부터.

최근 급성장 중인 길드까지.

이곳저곳에서 선물 공세로 현혹해 들어왔다.

제각기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을 어필해댔지만.


‘가증스러워.’


이들의 대답에 성실히 답할 의무도.

지금 바로 행보를 결정할 연유도 없었다.

기자고 길드고 곱게 보이지가 않았으니까.

모두를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지만.

와이번 사태 때 기자란 작자와 길드에 소속된 초인들이 보인 행동이 어땠더라.


‘기자는 노인의 절규를 먹고 살았고, 길드는 잇속에 돈을 쑤셔 넣기 바빴지.’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하나둘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왜 말씀이 없습니까?”

“뭐라도 좋으니 대답 좀 해주세요.”

“지금 저희 강철 길드를 무시하는 겁니까?”


초지일관 묵묵부답.

기다리고 있는 건 따로 있었다.

어쩌면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서.


그러던 일순간.


“어어, 저기!”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봤다.

수많은 인파가 좌우로 갈라졌다.


“홍, 홍염여제가 이곳에?”

“아 공쳤네 이거. 저 신성 초인 일부러 물 먹인 거 아냐?”

“특종이다, 특종! 매화 길드장이야!”


길드 스카우터들은 우는 표정을 지었고.

기자들은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반겼다.


또각-또각-


“반가워요. 홍지연이라고 해요.”


비비드한 레드 로퍼와 원피스의 차림새.

이러고 다니니 단박에 이목이 끌릴 수밖에.

그녀가 자연스레 악수를 청하길래 받아주었다.


“예. 한 과장님한테 말씀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 돌려 말하는 거 못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그녀는 싱긋이 웃더니 이내 돌직구를 날렸다.


“매화 길드에 들어와요.”


도도한 콧대가 반짝였다.

여느 길드와는 다르게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말 한마디면 다 프리패스인 것처럼.

솔직히 말해 재수 없었다.

속에 있는 말을 있는 그대로 내뱉고 싶었지만.

그럴 깡은 부족했으니, 최대한 정제했다.


“싫은데요.”

“당연히 싫··· 뭐라고여? 뭐 지금 연봉 협상이라도 하잔 거예요?”


착각도 착각 나름이지.

일개 길드에 구속되어선 목표한 바와 멀어질 뿐.

매화가 국내 제일이니 뭐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 목표는 출세 따위가 아니야.’


다른 길드는 아예 상종도 안 했다.

그런데 매화 길드의 홍지연과는 말문을 튼 이유?


“저와 거래 하나 하시죠?”


자력구제(自力救濟).

힘을 길러야 한다.

독자적으로 그리고 동등한 입장에서.

하지만 지금은 중과 부적.


‘무언가를 잃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해.’


소중한 모든 것을 지켜내고 싶었기에.

무기력하게 잃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 망할 놈의 균열로부터 파생되는 고통의 총체(總體)로부터.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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