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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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최근연재일 :
2024.08.16 20:5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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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57

작성
24.08.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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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화

DUMMY

김기태의 손바닥이 흥건해졌다.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흘렀다.

항상 맹수처럼 사냥감을 노려보던 입장.

지금처럼 구경거리로 전락한 적은 처음이었다.


'설령 들켰다 한들···.'


공포감이 일순 몸을 휘감았다지만.

여유마저 잃어버리진 않았다.

이제껏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앗아갈 수 있던 목숨만 수십.

단지, 굳이 피를 보지 않는 방향을 택해 왔을 뿐이었다.


‘···해치우면 그만이다.’


애초에 실패란 선택지는 없었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김기태도.

병실에 몸져누운 그의 어머니도.

세상의 빛을 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게 될 테니.


스윽-


품에서 꺼낸 은장도.

김기태는 냉정하게 판단했다.

위치가 노출되었다고 하나.

투명화 은신 자체가 풀리진 않았다.

이에 재빠르게 선수를 채갔다.


‘블링크.’


이미 남들보다 오감이 배는 발달했다.

상황판단력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 역시 탁월.

저들이 본인을 쳐다볼 수 있던 이유를 단시간에 간파했다.


‘저 꼬맹이만 처리하면···!’


순식간에 재민이의 등 뒤로 이동.

은장도를 내리꽂으려던 순간.


“으아아! 내 뒤! 내 뒤!”


브리핑 마스터 하재민.

평소보다 곱절은 빠르게 소리쳤다.


쿠욱-!


‘······!’


은장도가 재민이의 목덜미에 닿았다.

붉은 선혈이 새어 나오긴 했지만.

매우 얕은 수준의 상처였다.

강준혁의 손바닥을 관통한 채였으니까.


“허미 시펄, 내 손! 또 먼저 뻗어버렸네. 이거 칼빵인가? 어어? 재민아! 목에 피, 피!”


강준혁은 보이지 않았음에도.

허공을 가르는 소음과 재민이의 브리핑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레벨 7의 반사신경인 건가. 잠시 멈칫거리긴 했다지만···,’


빠드득-

김기태의 어금니가 마찰했다.

잠시나마 망설인 자신을 향해 분노했다.

척 봐도 성인티도 못 벗은 애를 죽여도 되는 게 맞는지.

이것도 대성에서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이유일까.

나약한 마음가짐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자신을 질책하기에 이르렀다.


“언놈이야! 감히 준혁 오빠랑 우리 잼민이를 노려?”


이다혜가 눈이 시뻘게진 채.

냅다 달려와 허공에 주먹을 내질러댔다.

리치가 제법 긴 탓에 김기태에게 닿을 뻔한 순간.


‘흐읍, 블링크!’


곧장 거리를 벌려 간발의 차로 피했다.

하마터면 붙잡힐 뻔했다.


“그르르르륵!”


드레이크가 으르렁거렸다.

덕분에 일순 동요했던 감정도 차분해졌다.

김기태는 크나큰 도우미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5급 보스몹을 두고 날 막을 수 있을까?’


장광철이 필사적으로 드레이크를 상대.

스윽-

장 팀장의 허리춤에서 칼이 뽑혔다.

그동안은 박투로만 박쥐를 제압했지만.

이제야 제 능력을 발휘하려는 듯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으읍. 뭔 놈의 가죽이 이렇게···”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몇 합을 퍼붓기도 전에 뒤로 밀려났다.

게다가 드레이크가 앞발을 내디딜 때마다.


쿠과과광-!


굉음과 강진이 전투를 불가능케 했으니.

광풍 속 낙엽 한 장처럼 흩날릴 뿐이었다.


“크윽.”


장광철 팀장이 고목으로 처박혔다.

드레이크의 보폭이면 세 걸음에 닿을 곳이었다.


“그로로로로로!”

.

녀석이 고통스러운 듯 포효했다.

장광철 역시 레벨 6.

나름 강자 축에 속했다.

검기를 휘둘러 드레이크의 눈 주위에 상처를 만드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질긴 가죽 탓인지 치명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 더욱 날뛰어라.’


장광철은 죽은 목숨이라 봤다.

이에 김기태가 비릿하게 웃었다.

혹은 제 손에 피를 덜 묻히게 돼서일까.

일순 안도감에 젖어버렸다.

드레이크라는 든든한 응원군을 얻었다고 생각한 찰나.


“준혁이 형! 거기!”


수우우욱-

어디선가 뻗어 나온 팔 하나.


“방패화.”


강준혁의 손끝이 닿자마자.

김기태의 은신이 해제되며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은신이 풀리다니···! 대체 어떻게.’


***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 말고도 던전에 잠입한 자가 있다니.

재민이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설명하지.”


장 팀장의 간단한 설명이라.

의외로 위기에 놓이니까 제법 요약도 할 줄 알았다.


“드레이크는 과한 몸짓에 주로 반응하지. 고로 탱커가 어그로를 끌어주면 나머지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략하는 게 정석이다.”


키포인트는 과한 몸짓.

정확하게 각인해 두었다.

장 팀장은 시간이 없다는 듯 곧장 몸을 돌렸다.


“오래 못 버팀세. 단박에 거수자 제압하고 합류하도록.”


오더가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으아아! 내 뒤! 내 뒤!”


재민이가 등에 벌레라도 들어간 것처럼.

난리법석을 부리자 인기척의 근원지가 느껴졌다.


‘어어! 위험한데!’


뭔지는 몰라도 본능적인 직감이 말했다.

당장 손을 뻗지 않으면 재민이가 죽는다고.


“허미 시펄, 내 손! 또 먼저 뻗어버렸네. 이거 칼빵인가? 어어? 재민아! 목에 피, 피!”


날카로운 흉기에 찔린 것 같다.

실체가 보이지 않았지만 고통은 실재했으니까.


[‘희생정신’ 포인트 10을 획득합니다.]


‘시스템 확실하네.’


다만 좋은 일과 별개로.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감이 체감됐다.

앞에는 집채만 한 드레이크가.

뒤에는 보이지도 않는 암살자가 도사렸으니까.

이 상황에서 가장 눈에 밟힌 건 재민이었다.


‘스무 살 핏덩이가 뭘 잘못했다고 죽어야 돼?’


트라우마가 일어난 건지.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

눈앞에서 사람을 잃는 경험 따위 겪고 싶지도.

아니, 연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역했다.


‘어디야, 대체 어딨어!’


눈에 불을 켜고 살펴봤지만.

당연히 보일 리가 없었다.

그때 뒷목을 매만지던 재민이가 숨을 죽인 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형, 형! 저기, 저기!’


최대한 길쭉하게 팔을 내뻗으며 전진.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손에 걸렸다.

그 순간.


띠링-!

[접촉한 대상의 격이 낮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스킬(A) '방패화'를 해당 대상에 적용하겠습니까?][Y/N]


‘어어? 잡은 건가? 당연히 예스지!’


[해당 대상이 방패로 기능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한 통제권이 종속됩니다.]

[유지 시간: 10분]

[내구도: 100/100]


방패화 스킬의 영향일까.

손아귀에 괴한이 붙잡히자.

점차 실물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익숙한 생김새였다.

한참을 뚫어지라 확인해 보니.


“어? 구면이네?”


와이번 사태 당시.

한 과장에게 1억을 부르며 흥정하던 놈이었다.


“흐흥. 대성에서 보낸 쥐새끼였잖아?”

“언니, 목을 콱 분질러 버려요.”


섬뜩한 대화를 서슴없이 주고받는다.

더 무서운 점은 여기서 누구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것이다.

던전 특성상 증거 인멸이 용이했으니.

더욱이 대외적으론 매화의 단독 공략.

대성에서도 이자가 잠입했단 사실이 드러나기보단 차라리 입을 막길 원할 터.


“그르르르륵!”


드레이크가 재차 괴성을 뱉어댔다.

그러더니 한 걸음, 한 걸음.

장 팀장을 향해 다가갔다.


쿠우웅-!

쿠우웅-!


몸집이 얼마나 비대한지 다가오자마자 주위가 그늘졌다.


“야이년들아! 팀장 죽는다!”

“엇, 팀장님!”

“흑, 우리 팀장님 장가도 못 갔는데.”


아직 농담이 나오는 걸 보니.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지는 않나 보다.


‘방패화 스킬. 어떻게 쓰는 거지?’


마음은 당장 돕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나서면 짐만 되는 법.

김기태를 이리저리 들다 보니 알게 된 한 가지.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네?’


뭐랄까.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정도?

그래도 떨어뜨리면 안 되니까.

김기태의 양 허리를 꼭 붙잡았다.


‘아까 과한 몸짓에 반응한다 그랬지?’


좋은 생각이 났다.

곧바로 분투하고 있는 장 팀장을 향해 달려갔다.


“팀장님! 이렇게 하면 충분하겠죠?”

“크읍. 이제 된 건가? 응? 그 꼴은 무슨 ···.”


부웅-부웅-


모양새가 좀 우습게 되었다.

인간 풍차를 돌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딴에는 이게 최선이었다.

최대한 드레이크의 관심을 끌고자 김기태를 360도로 돌려대는 중이었으니.


“와라, 공룡아!”

“그르륵?”


포악하던 드레이크도 멈칫.

장 팀장의 설명이 정확했다.

방패를 흔들어 재끼니 반응하는 게 분명했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거 못 놔?”


아까는 말없이 죽이려 들더니.

생각해 보니 재민이가 아니었으면.

세상과 하직인사 올릴 뻔했던 거 아닌가.

괘씸하기 그지없는 놈 같으니라고.

사람 목숨 두고 흥정할 때부터 알아봤다.


‘좋게 생각해 보려 해도 열받네?’


뻗치는 열을 좋은 동력원으로 삼았다.

어릴 때 풍물놀이 동아리였다.

더욱 신명나게 방패를 돌려댔다.


“돌아라, 돌아!”


아까 다친 팔 쪽에서 약간 통증 신호가 왔지만.

개의치 않고 할 일을 해냈다.

매화 길드원을 지켜내려면 열심히 해야지.


“······.”

“······.”

“······.”

“······.”


어라, 왜 다들 갑자기 조용하지.

아마도 아까 종유석 때처럼 자기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감동이라도 받았나 보다.


“어, 음. 다혜야? 소율아? 일하자. 일.”

“어, 네. 팀장님. 해야죠, 일.”

“네···.”

“네에···.”


왜 저리 기운들이 없을까.

하긴 일하는 게 즐거운 사람은 변태지.


주춤했던 드레이크가 다시 움직였다.

그러더니 육중한 앞발을 들어 찍어내려 들었다.


후우욱- 콰-앙-!


확실히 이쪽에만 신경을 뒀다.

방패와 드레이크의 앞발이 충돌.


둔탁한 소음이 귀를 어지럽혔다.

충격 또한 고스란히 두 손에 전달됐다.


대신에 고통과는 거리가 먼 감각이었다.

방패가 드레이크 잡기 전까지는 버텨줘야 하는데.


[유지 시간: 5분]

[내구도: 55/100]


생각보다 제 역할을 오래 하기 힘들 것 같았다.


“이제 한두 번밖에 더 못 버팁니다!”

“됐네. 그거면 충분해!”

“흐흥. 준혁 오빠 나이스.”

“아하하.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할게!”


눈에 띄는 건 연소율이 등 뒤에 매달아 놓은 웅장한 표창이었다.


‘표창이 내 방패만큼 크잖아?’


거대한 호선을 그리며.

붕붕 회전시키더니.

제자리에서 있는 힘껏 도약.


타앗-!


공중에서 날다시피 하더니.

제 몸집만 한 표창을 내던졌다.


휘이이익-!


“그로로로로로!”


드레이크가 고통 속 내지른 비명.

공동에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아하하, 자이언트 표창 맛이 달달하지? 너도 뚝배기 한방!”


잠자코 저 모습을 보고 나니 불현듯 떠올랐다.


“아 방패화말고 방패찍기도 있지 않았나?”


갑자기 방패가 움찔거렸다.

혼잣말이었는데 귀도 밝다.


“으어어··· 뭘 찍어?”


으음. 아무래도 시기상조 같았다.

탱커로서의 본분에 충실할 때였으니까.


연소율의 자이언트 표창.

유효타를 먹이는 데 성공했나 보다.

드레이크가 쿵쾅거리며 아파했으니.


이에 숨죽이고 있던 장 팀장.

이다혜와 연소율에게 신호했다.


“그로로로로로로!”


비명에 가까운 효후.

그러나 단순한 절규는 아니었다.


“크헉. 피어(Fear)인가. 다 죽어갈 때 나온다는···!”

“흐으응. 발버둥 치기는.”

“아하악! 죽여버릴 거야.”

“재, 재민이 살려!”


피어가 담긴 포효에 전원 일시적으로 스턴 상태에 빠졌다.

쉽게 잡혀주지 않겠다, 이건가.

다행히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았다.


안면부에 꽂힌 표창을 빼내려는 건지.

연거푸 고목에 몸통 박치기 중이다.

그럴수록 자이언트 표창이 더 깊게 박혀 갔으니.


“으윽, 공룡아, 여기다 여기!”


이때를 놓칠 세라.

팔이 빠져라 방패를 돌렸다.


“그로오오오오오-!”


드레이크가 절규하며 비틀비틀.

저 녀석도 마지막 발악을 시도.

흉포하게 두 앞발을 내들더니.

서류에 도장 찍듯이 뭉개버리려 작정.

피어에 손발이 둔해졌지만.

어떻게든 다시 한번 방패를 내세웠다.


“지금이다, 전원 마무리 공격!”


팀장은 팀장이었다.

치고 빠질 때를 명확히 구분.

조금 전 팀장의 신호에 따라 제각기 무언가를 준비하는가 싶더니.


장 팀장은 적색 검기를.

이다혜는 주먹에서 백금빛이 흘렀고.

연소율은 손가락 사이로 수리검 8개를 끼우며.


“신검합일!”

“플래티넘 피스트!(Platinum Fist).”

“위 에끌라!(Huit Éclats)!”


스으으윽-!

콰아아앙-!

후두두둑-!


혼신의 일격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한참을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허어억.”

“흐흥. 두, 두 번은 못 해.”

“아하하··· 이제 던질 것도 없어.”


비로소 이해했다.

탱커가 왜 필요하다고 했는지를.


쿠우웅-!


마침내 드레이크가 쓰러졌다.

그리고 그 옆에 방패도 함께.


[유지 시간: 1분]

[내구도: 1/100]


파괴되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천만다행히 무사했다.

아직 써먹을 데가 있었으니까.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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