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가 EX급 방어기를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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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0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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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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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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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화

DUMMY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사실 눈 딱 감고 도망칠 수도 있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제로 그러고 있고.

심지어 구해줬던 아저씨와 아이는 달아나고 없다.

빈 차량을 약탈하는 자들이나 서로 부딪히며 저 혼자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마저 있는 마당에 뭐가 대수랴.


그렇다면 영웅심리?

그런 대단한 이유가 아니었다.

결단코 아니다.

목숨을 걸고서까지 이곳에 남기로 선택한 이유라고 한다면.

그저 평범한 일상을 잃기 싫을 뿐이었다.

불과 조금 전까지 유지되었던.

하하호호 산책하던 부모와 아이들.

퇴근길 맥주 4캔을 들고 가는 정장 차림의 사회초년생.

사거리 한복판에 쏟아진 폐지를 할머니께 담아주던 행인들.

로또 한 장을 일주일 내내 품고 있다가 단 5천 원 당첨에도 기쁨을 공유할 수 있는 동생 세희까지.

꼭 삶이, 세상이 돌아가는 저변에 거창한 원동력이 있을 연유는 없지 않은가?

고결한 사명과 소명을 지니고 사는 이가 몇이나 된다고.

마찬가지였다.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어머니와 동생 세희를.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온정이 느껴지는 이 정겨운 동네를.

더 이상 무언가를 잃고 나서 후회하는 건 한 번으로 족했으니까.


“끼에에에에엑!”


포효하는 와이번과의 연이은 충돌.

신기하리만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 녀석과 부딪혀도 무언가 투명한 강기라도 생기는 건지.

어떠한 흔들림이나 여파도 전무했다.

무지한 저 새대가리만이 아픔을 호소했다.

처음 겪는 각성에 도파민이 최대치로 분출된 덕분일라나.


‘후우, 몇 분 남았지.’


시계를 확인하니 3분 정도가 흘렀다.

이제 단 2분만 버티면 되었다.

일순 불안함도 들었다.

엘리트 초인이 제때 당도하지 못한다면.

과연 이 결정을 조금이라도 후회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면···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사, 살았습니다.”

“다 포기했었는데···.”

“같은 초인 맞습니까? 저 괴물을 어떻게···”


···몸이 부서지라 버틴 3분과 이어질 2분은 헛되지 않을 거니까.

널브러진 대원들의 절규가 어느샌가 희망으로 바뀌었다.


저들은 직전까지 호기롭게 전투에 임했다.

하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예상보다 단단한 와이번의 외피.

더불어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공격해 온다는 껄끄러움까지 여의치 않았다.


“사, 살려줘!”

“피해! 뒤에 간판!”

“강철도 뚫는 내 검기가 막힌다고? 으아악!”


한 과장이 목이 터져라 통솔했지만.


“정신 차려! 와이번 발톱은 막지 말고 피하란 말이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에 출격한 대원들은 경험이 부족했다.

초인이 된다고 바로 기동타격대에 배치되는 건 아니다.

최소한 3~4레벨까지는 육성한 이후 균열 임무에 투입시켰다.

일반 전투원은 최소 3~4레벨의 초인.

숙련된 전투원은 5~6레벨이었지만.

그 수가 현격히 부족했다.

대개 레벨이 낮은 초인들은 실전 경험을 쌓기도 전에 전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니까.

즉, 4급 균열조차 버거운 기실이었다.


준혁은 각성자 관리청의 깊은 속사정까진 알지 못했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각인됐다.


‘아찔할 정도로 무기력하다.’


위험에 처한 모두를 구하기는 불가능.

최소한 준혁의 시야에 들어오는 이들은 구해냈다.

그랬기에 준혁의 탱킹은 더욱 빛났지만.

역설적이게도 빛나면 빛날수록 번뇌는 커져만 갔다.


‘균열은 이걸로 끝나지 않을 텐데, 그다음은? 더 위험한 놈들이 나온다면?’


초기 대격변으로부터 10여 년.

정부도 손놓고 보고만 있진 않았다지만.

혼란한 시국이 이어졌고.

초인들의 사리사욕은 커져만 갔다.

그들은 자연스레 사설 길드를 개설했고.

길드의 이기심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실상에 직면해 버린 것이다.


‘잡생각은 나중에 하자. 우선은 머리를 비우고 이놈부터.’


이윽고 남은 2분이 다 흘러갈 즈음.


“과장님, 엘리트 초인은 아직입니까?”

“그, 그게···.”


한 과장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와이번의 비대한 날갯짓보다 더 크게.


-20:09


‘젠장, 이제 얼마 남지 않았-’


콰아아아앙-!


“흐읍!”


와이번은 숨 쉴 틈도 주지 않았고.


콰아아아앙-!


마지막 충돌이 끝났다.


-20:10


야속하게도 시계의 분침은 정직했다.

콧김을 내뿜는 와이번과 시선이 마주쳤다.

짐승은 표정이란 게 없다고 들었는데.

재수없게 입꼬리가 싸악 올라간 기분.

마음을 평온하게 내려 놓았다.


‘여기까지인 건가.’


아버지란 존재가 떠올랐다.

그때 당신의 마지막 눈빛, 코끝, 입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 베갯속에 파묻었던.

그 최후를 회상코자 했지만.


‘하하, 떠오르지가 않네. 젠장.’


쐐애애애액-!


세차게 당겼던 시위를 놓은 화살처럼.

와이번이 바람을 가로지르며 굉음을 내던 그 순간.


띠링-!


[격이 높은 마물과 전투가 지속됩니다.]

[스킬 경험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절대금강Lv.1(P)]에서 [절대금강Lv.2(P)]로 상승합니다.


<절대금강Lv.2(P)>

-설명: 모든 물리공격에 면역

-조건: 체력 7% 이하

-쿨타임: 24시간


‘어?’


콰-아-아-앙!


다시 가로막힌 와이번.

한데 뭔가 이상했다.

반격하려는 의지가 흐릿해진 건가.

계속 보여줬던 날 선 비행은커녕 바닥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대가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몸부림쳤다.

어찌저찌 몸을 일으켜 바닥에 섰는데.

곧 비틀거리더니 초점이 맞지 않는 것처럼 고개를 휘청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저거 뇌진탕 증세 같은데? 하하, 저 강력한 마물도 결국 생명체라는 거지?’


삽시간에 반전된 양상.

모르긴 몰라도 놓쳐선 안 될 절호의 기회란 것쯤은 파악했다.

곁에서 얼 타고 있던 한 과장을 향해 재빨리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뭐하고 계십니까? 바로 쳐야죠!”

“어, 아 네! 전원 일시에 포위 섬멸한다!”


한 과장도 모르지 않았다.

단지 믿기 어려운 장면에 순간 굳어버린 것이다.

엘리트 초인의 소환은 딜레이되었고.

대열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

부하들은 유효타를 넣지 못하고 준혁의 방어에만 의존하기 급급했으니.

자칫하면 종국으로 치달을 상황이었다.


‘커리어 방점을 이딴 식으로 찍게 되나 했는데, 다행이야, 정말로.’


희망의 유무.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다.

방금까지 휩싸였던 죽음의 공포.

그것이 살아갈 수 있단 원초적인 희망으로 탈바꿈됐다.

체력이 방전된 자부터 부상자들까지.

일사분란하게 합심하여 와이번을 공략했다.


카아앙-!

투우웅-!


하나 여전히 철갑 같은 외피를 뚫어내지는 못했다.

한 과장은 부하들의 답답한 공격에 해결책을 제시하려던 찰나.


“머리! 마물의 머리를 집중 공략해 보세요! 아마도 지금 뇌 상태가 정상은 아닐 겁니다. 외피가 단단해도 뇌까지 철갑은 아닐 테니까요.”


준혁의 외침에 대원들은 동시에 탄복했다.


“어어, 아!”

“맞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이 망할 새대가리, 내가 부순다!”


부하들 못지않게 놀란 한 과장.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이다.

한데 그가 당황한 데는 다른 사정이 있었다.


‘다 알고 있었는데도 공을 일부러 넘겼어?’


국민과 도시를 수호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었다.

다름 아닌 공무원의 실적.

각성자 관리청에 쓰이는 세금이 아깝다며 여론이 좋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마물 와이번의 맹공을 막아내 준 것도 모자라 마무리하는 공까지 넘겨주었다.

-라고 한 과장은 생각했다.


이에 조용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부끄러움과 감사함이 교차해 한참을 숙이고 있던 때.


“어머, 한 과장님. 부하들한테 조의라도 표하는 건가요?”


국가 소속 엘리트 초인.

마침내 레벨 8의 홍지연이 도착했다.

한 과장이 그녀를 보자마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당최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 거요?”

“아 길드 일이 좀 바빴어요.”

“길드 겸직은 허용했지만, 엄연히 우리 관리청 소속임을 잊은 건 아니겠지?”

“누가 보면 제가 을인 줄 알겠어요. 성격 좋은 제가 참아드려야죠, 뭐.”


엘리트 초인 홍지연.

그녀의 별칭은 홍염여제.

매화 길드장이면서 동시에 국가에 소속된 초인이었다.

일종의 상부상조 구조.

홍염여제는 필요시 무력을 제공.

정부는 매화 길드의 편의를 봐주는 상생 관계였다.


“그나저나 4급 균열이라면서요. 마물은 어딨어요? 어떻게 구워줄까요? 미디움? 웰던?”

“타임오버야.”

“엥? 뭐가요?”


가볍게 현장으로 턱짓해 주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떤 사내가 홀로 4급 마물, 와이번을 처치했어. 우리가 한 거라곤 등 뒤에 숨은 것뿐.”

“혼자서요?”

“믿지 못하겠나? 직접 보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한데 분명한 건 저자는 와이번의 맹격을 한 손으로 쳐냈어. 우리 애들이 다 달려들어도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는데.”


국내에는 그녀의 적수가 없다시피 했다.

레벨 8의 초인은 4명뿐이었고.

손끝 하나만 튕겨도 불살라졌으니까.

더욱이 그녀는 곧 레벨 9로 평가가 격상되니 마니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조차 와이번은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제압하기 어렵단 뜻이 아니다.

단지 와이번을 처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피해가 뒤따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고작해야 건물 외벽이 손상된 정도. 저건 와이번이 난리 친 흔적이지, 스킬흔이 아니야. 손도 대지 않고 이겼다고? 대체 저 남자는 누구지?’


홍염여제의 의문과 호기심이 폭발하기 직전.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이번 마물 공략의 마정석과 부산물은 저 초인님께 돌아가도록 조치하겠네.”


홍지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제가 쪼끔 계산적이긴 해도 남의 성과를 가로챌 정도로 파렴치한은 아니거든요?”

“흠흠. 그럼 다행이고.”


와이번을 해체해서 나오는 그 가죽만 해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것도 4급 균열 마물이었으니.

애초에 높은 위험 급수의 균열은 잘 발생하지 않았다.

누구든 눈독을 들일만한 상황이다.

표면상으로는 각성자 관리청의 공략이었기에 국가에 귀속도록 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한 과장 역시 그렇게 몰염치하지는 못했다.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공략 부산물이 제 주인에게 마땅히 돌아가도록 상부에 적극 건의할 생각이었다.


“과장님! 그 초인님이···.”

“왜, 초인님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저기 쓰러져 계십니다.”

“아.”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무덤덤하게 명을 내렸다.


“피곤하신가 보군. 병원으로 이송시켜드리도록.”

“예, 알겠습니다, 과장님. 필승!”


‘마지막까지 배려해 주는구만. 오롯이 우리 힘으로 막아낸 것처럼 보이게 말이야.’


***


낯선 천장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병실이었다.

병원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보아하니 1인실이네. 병원비 깨질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네.’


가정 형편이야 말할 것도 없다.

어머니는 식당 알바와 허드렛일을.

마석병을 앓는 세희의 약값만 구하기도 버거웠다.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다.


‘아 그래도 각성했으니 앞으로 돈 걱정은 없겠구나.’


하루빨리 가족에게 경제적 자유를 선사해 주고팠다.

행복한 상상을 펼치던 중.

병원에 놓인 조그만 TV에서 속보가 흘러나왔다.


[약 2시간 전 신림동 일대에 4급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당국 관계자는 한 사내의 활약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고 하며···]


‘갑자기 기절해서 몰랐는데 잘 끝났나 보군. 후, 한 시름 놨어.’


[···최근 균열 위험 급수가 높아졌고, 더불어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와 연구가 요구된다고···]


‘확실히 위험하긴 해. 만약 아까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누가 우릴 지켜줄 수 있지?’


무기력한 정부 기관.

사리사욕에 눈이 먼 길드.

공사(公私) 모두 썩 믿을 수 있는 존재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준혁은 병실 침대에서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았다.


‘주변을 믿을 수 없다면 날 믿는 수밖에.’


잠잠히 와이번과의 혈투를 떠올렸다.

그러고는 장고 끝에 한 가지 결심했다.


‘객관적으로 난 너무 약해. 막아내기만 하면 뭐해. 마무리를 못 짓는데. 방법은 두 가지. 내가 압도적으로 강해지거나 아니면 그만큼 강한 동료를 구하거나. 근데 내가 무슨 수로?’


콰앙-!


돌연 병실문이 쿵 열렸다.

동생 세희가 들이닥친 것이었다.


“오빠 괜찮은 거 맞아? 난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으흐윽···.”

“몸도 아픈 애가 여길 왜 왔어.”

“흐윽, 지금 그게 할 말이야? 이 멍청아!”


세희가 침대에 얼굴을 파묻기를 20여 분.

이제야 진정이 좀 됐나 보다.

눈가는 퉁퉁 붓긴 했지만.

어쨌든 평소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남자 오빠가 대체 무슨 일이래?”

“그렇게 됐다. 얼른 퇴원이나 해야지.”

“나가려고? 오빠 못 나가.”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병원 앞에 오빠 취재하겠다고 방송국 기자랑, 무슨 길드장? 스카우터? 이런 사람들로 장사진이던데? 새까맣게 사람 깔려있어. ”


기자? 길드장?

평생 마주할 일 없을 것 같던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라.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것 같다.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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