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속 야만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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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문
작품등록일 :
2024.08.14 16:14
최근연재일 :
2024.08.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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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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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자

DUMMY

***


외신(外神).

현계가 아닌, 바깥에 온 신들.

이들은 하나하나가 우주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별격의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 힘을 마음껏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속한 이 우주는 그들에게는 통 안에 들어있는 소라게의 등껍질처럼 그저 관상용에 불과하다.

껍데기를 바꾸면, 아 바꿨구나. 새것이 더 마음에 들은 모양이군.

안 바꾸면, 그냥 그렇구나. 지금 것이 더 좋은 모양이군.

그들에게 세상이란 그 정도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두 손가락으로 짖이겨버릴 수 있지만, 그럴 이유가 없기에 하지 않는다.

해서 외신과 계약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세계관 최강자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없이 최강자에 근접한다.


‘미치겠군.’


여기서 이런 괴물을 만나다니.

그리고 유리아? 난 이런 캐릭터는 모른다. 퀘이삭도 그렇고 이 여자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캐릭터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것도 압도적인 힘을 가진 강자 포지션으로.


‘어떻게 빠져나가지.’


내 한몸 빼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란돌과 저 유리아라는 여자가 눈독 들이기 시작한 레이나,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암살자까지.

전부 거둬서 가려면 내 힘으로는 굉장히 벅차다.


“아, 아가씨? 거기서 뭐, 뭐, 뭐해요. 이리와요. 새언니랑 같이 가야죠.”


촉수가 무섭게 꿈틀거린다.

손날을 세워서 다가오는 것들을 도끼처럼 찍어냈다. 하지만 히드라의 머리처럼 계속해서 재생한다.

하나를 자르면 두 개가. 두 개를 자르면 네 개로 늘어나며 주변 공간을 완전히 뒤덮어 갔다.


“이봐, 진정하라고. 이러다 다 죽이겠어.”

“끄, 끄르으.”


유리아라는 여자는 이제 완전히 촉수에 뒤덮였다.

저걸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하다 방금 전 퀘이삭과 겨루었던 걸 떠올렸다.


‘육방의 정을 하나로 모은다.’


나를 중심으로 한 여섯의 방위, 그 방위를 구성하는 쐐기를 찾아 범위 안에 들어오는 모든 내공을 내 통제 하에 놓는다.

마력 또한 내공이다.

정제되지 않은 순정 상태의 내공.


끄륵. 끅.

촉수 끝에서 튀어나온 눈알들이 일제히 나를 노려본다.

수백개의 눈알에서 강렬한 공포가 흘러나왔다.

나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겁을 먹는 것이다.


오히려 저 눈알에서는 괴상한 호의와 호기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존재 자체로 세상의 균형을 일그러트리는 외신의 힘은 너무 위험하다.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감당하기 힘든 데미지를 받게 될 터.


빨리 손을 써야겠다.


“미안합니다.”


대충 사과한 뒤 육방에 박힌 쐐기를 찾아 집중했다.

사실 쐐기라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말뚝처럼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건 내 심상.

마음 속 심상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현실로 구현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칠관에 오른 육신은 거짓된 상상속 세계를 현실로 끌어내릴 수 있다.


우드득.

사방에 존재하는 모든 내공을 하나로 긁어모았다.

아니, 마력이군.

외신의 마력은 과연 독특하여 제멋대로 날뛰며 내 통제를 거부했지만, 그럼에도 잘 달래며 어떻게든 한곳에 그러모았다.


끄륵.

마력을 흘려대던 눈알들이 가늘게 찢어진다.

그건 자기 힘을 멋대로 강탈해가는 나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해못할 호의.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줄곧 보였던 그 호의가 내 행동을 기껍다는 듯 독려한다.

그 마음이 손에 잡힐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읍.”


난 그의 독려 아래 사방에 퍼진 보라색의 마력들을 두 손에 그러모았다.

하나로 뭉쳐진 구를 쳐다보다가 하늘로 쏘아냈다.


이걸로 공격하겠다는 건 멍청한 생각이다.

외신들은 하나하나가 우주급 존재들. 그들이 내뿜는 마력을 그들에게 되돌리는 건 의미가 없다.

이미 해봤다.

게임 속에서.


피융.

손바닥에서 솟아오른 구체가 하늘로 역행했다.

구름이 갈라지며 거대한 용권풍이 몰아쳤다. 이런 천재지변급 마력 변화도 익숙하다. 하루 동안 몇번을 보는 건지.


완전히 사라진 공간 속에서 외신이 눈알을 깜빡거렸다.

그가 힘이 쭉 빠진 내게 다가와 촉수를 들이밀었다.


-&#*$!ㅜ1(!@?


못 알아듣겠다.

저게 대체 무슨 언어지?


내가 못 알아듣자 가엽다는 듯 바라보던 외신이 몸을 돌렸다.

꾸드득.

사방 10여 미터를 점령하고 있던 거대한 촉수 덩어리들이 무서운 속도로 되돌아갔다.

유리아의 찢어진 눈알. 그 안으로 촉수들이 되돌아간다.


“꺼헉! 꺽! 왜? 왜 돌아가시는! 다, 당신의 힘이면, 방금 껀 얼마드으, 지!?”


고통에 몸부림치는 유리아를 촉수 끄트머리가 톡톡 다독이더니 마지막 남은 눈알이 나를 돌아봤다.


-#**!#찢^#영혼&군?

“예?”

-나중#!@기대하$^


기껍게 웃던 촉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찢어진 눈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재생된 유리아가 벙찐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외신은 그 격이 너무나 높기에 우리 같은 벌레들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한다.


“너 어떻게 계약도 없이!?”


막대한 대가를 지불한 계약자들은 그 대가로 낙인을 받고, 외신들의 힘과 인식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명확히 알아봤으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없다.


‘찢어진 영혼?’


대충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씁. 역시 외신인가? 내가 외부에서 온 영혼이라는 걸 알아차렸나?

그런데 그러면 그냥 외부의 영혼이라고 하지 왜 찢어졌다고 한거지?


고민해봐야 할 심도 있는 주제였지만, 일단은 여기를 떠나는 게 나을 것 같다.

유리아의 외신 강림은 운좋게 그가 돌아가면서 막아졌지만, 그녀를 따라온 기사단은 예외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잠시 쉬시지요.”


마탑마다 존재하는 마법기사단. 그들이 병사들을 동원해 퇴로를 끊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내공도 없는데.’


내공의 대부분을 육방의 정을 모으는 것에 사용했다.

퀘이삭의 내공과 달리, 외신의 힘은 격이 달라 내가 가진 내공의 대부분을 사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 다행이라면 일단 제일 위험한 유리아는 뻗어버렸다는 것 정도?


나머지는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맨손을 들어 자세를 잡자, 기사가 피식 웃었다.


“그대가 아무리 대단해도 맨손으로 우리를 상대할 수 있겠소? 방금 전 외신의 강림을 막은 몸으로?”

“그러게. 좀 봐줘.”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소. 일단 제압한 뒤에 이야기하겠소.”


말은 제압이지만, 눈에 살기가 가득하다.

외신의 계약자면 마탑이 보유한 최고 전력 중 하나일텐데, 그걸 막았으니 경계심이 극에 달한 것이다.

내가 약해진 이 기회에 제거하려는 것도 당연하다.


“헤유.”


한숨을 푹 내쉰 뒤 자세를 잡았다.

마법이 날아왔다.

그건 거대한 대검. 마력으로 이루어진, 내공과는 그 힘의 형태가 완전히 다른 검기였다.


꾸드득.

하지만 그래도 검기다.

내 손에 잡힌다.

칠관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다. 그래서 다들 이 경지에 들어오려고 그렇게 난리를 치는 것 아니겠는가.


“역시. 경지에 올랐군.”


기사는 당연히 예상했다는 듯 후속타를 날려왔다.

외신의 강림을 막은 자가 겨우 육관에 머물러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휘몰아치듯 몰려오는 수십명의 기사들, 그 뒤를 따르는 백여 명의 병사들의 협공은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제기랄 몸만 멀쩡했어도!’


방금 칠관의 경지를 다시 회복하며 육신에 가해진 부담이 심각하다.

상황이 이리될 줄 알았으면 못해도 반나절은 몸을 추스르고 뒤쫓았을텐데. 생각이 짧았다.


하지만 이미 일이 벌어졌으니 당장 움직여야 살 수 있다.


“흡!”


손날, 수도로 대검의 옆면을 후려쳤다.

잡혀있던 칼이 박살나며 으스러졌다. 검을 망가트렸다는 죄책감이 살짝 들었지만, 그건 금세 사라졌다.


‘가짜?’


검이 아니다.

부서진 검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검진.”


기사가 칼을 잡아당기자, 바닥에 떨어졌던 칼조각들이 허공을 날아 손잡이에 달라붙었다.

꾸드득. 꾸득. 꾹.

조각들이 서로 엉키며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검이 아니군.”

”아니요. 검입니다.”

“아니야. 목소리가 안 들려.”

“···특이하시군요.”


기사가 칼을 들어올렸다.

그 뒤를 따라 수십명의 기사들이 둥글게 자세를 잡았다.

발작을 일으키는 유리아의 몸을 병사들이 거둬가는 사이, 란돌과 레이나 또한 그들에게 붙잡혀 마차 안에 감금됐다.


‘나 혼자 도망쳐야하나.’


외신을 돌아가게 했으니, 이 기회에 몸을 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단 몸을 추스르고 나서 되돌아오면 되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이 기사들이 보내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


‘외신께서 스스로 돌아가셨다.’


레이놀드의 눈이 눈앞의 야만인을 살폈다.

자신을 야만인이라 밝히는 듯한 거친 옷과 전신을 뒤덮은 문신.

하지만 그 무식한 몸에서 나오는 검술은 야만인들의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종류였다.


‘동방의 것과 비슷하군.’


외신께서 스스로 돌아가셨다고는 하지만, 그분께서 기꺼워하셨다는 것 자체가 이 사내가 가진 저력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러니 여기서 반드시 싹을 제거해야한다.


‘마탑에 연락을.’


만약 놓치더라도 반드시 추격하여 절멸해야 한다.

외신의 대행자는 오직 유리아 경 한 명이면 족했으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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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검귀 24.08.18 23 0 10쪽
5 청성문 24.08.18 24 0 11쪽
4 바지 24.08.17 25 0 11쪽
3 사과 24.08.16 31 0 14쪽
2 무사 24.08.15 4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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