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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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소유
작품등록일 :
2024.08.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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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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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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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마실리스 대공의 명령에 따라 라파엘라에게는 일주일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단 그녀의 신분을 고려해서 그녀가 외부 행동을 할 때는 마실리스 귀족을 반드시 동행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비서스 선배가 지원한 겁니까?”


“정확히는 우리 부대가 담당하게 된 거야.

마실리스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거의 매일 볼 걸.”


“듣고보니 아이젠 소공작께서도 팀원이 아카데미에 다닌다고 했었죠.”


“대장이 그렇게 말했어?”


“혹시 다릅니까?”


“아니 그 말대로야.

우리 부대, 솔직히 부대라고 하지만 귀족만 모여있는 소수 정예거든.

우리 세대부터 중앙귀족과의 교류를 위해 후계들을 아카데미아에 보내고 있어.

나도 그 중 한 명이고.

푸랭크나 레냐도 마찬가지야.”


“역시 마블러스 선배하고 레냐 선배도 군인이셨군요.:


“엄밀히 따지자면 일반병사는 아니고 장교지만.

근데 그건 중앙귀족도 마찬가지잖아.

새삼스럽게 뭘.”


“그렇긴합니다만은···”


라파엘라가 말하는 마실리스의 군인과 중앙의 군인은 차이가 있었다.

분명 인식의 차이일 것이다.

적어도 중앙의 군인이 어제 본 마물 따위와 싸운다는 얘기는 듣도보도 못했다.

라파엘라의 안에선 마뭉과 싸운다는 이미지는 군인보다 용병이나 모험가들이 가지고 있었다.


“저 혹시······.”


“어디 가보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시내를 조금··· 구경하고 싶습니다.”


“시내?”


아멜리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련의 대화 흐름 속에서 느닷없이 시내라니?


“아, 안됩니까?”


“응? 아니 상관없어.

가고싶은 곳은 신경쓰지 말고 어디든 말해.

널 최고위 귀빈으로 대하라는 명령을 받았어.”


“최고위요? 제가요?”


“그야 공작가의 영애니까 당연하지.

게다가 국왕 폐하가 직접 보낸 사람이잖아.

대공 각하와 동등한 권한으로 대우하랬어.”


“그런··· 아무리 그래도 영지의 주인과 같은 대접을 받다뇨.

라피아드 가문은 사실상 타국 아닙니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게 마실리스의 철칙이야.

대공 각하의 뜻이기도하고.

우리들에겐 중앙에서 찾아온 귀빈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줄 의무가 있어.”


“아···”


라파엘라는 짐작가는 바가 있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뭣보다도 대공 각하와 라피아드 각하께선 서로 각별한 사이잖아?”


“그럼 만약 강파르 가문이나 오스본 왕가에서 찾아와도 모든 걸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아멜리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너, 너 나한테 왜 그래?

내가 혹시 뭐 잘못한 거 있니···?”


“ㅇ, 예? 갑자기 무슨”


“그건 내 권한, 나아가서 비서스 가문의 권한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구.

정말이지, 일개 백작가 주제에 그런걸 함부로 공언하면 참수 당할 수도 있단 말이야.”


“참수!?”


“진짜로 그런다는 뜻은 아니고···

어쨌든 그 질문은 나 말고 대장이나 아니면 대공 각하께 직접 물어봐.

참고로 네가 직접 해야해.

다른 사람 시킨다거나 하면 분위기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


라파엘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오늘은 우선 시내부터 둘러보고 싶습니다.”


라파엘라가 그럴게 말하자 가방을 내려놓았다.

어제 기차에서 봤던 그녀의 무기와 비슷한 크기의 가방이었다.

아멜리아는 가방 밑동을 열고 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을 라파엘라에게 건넸다.

라파엘라는 그것을 받아 들고선 두 눈을 둥그랗게 떴다.


“이건 지도 아닙니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지상도 훨씬 정확한 지도야.

고고도 상공에서 관측한 것을 토대로 만들었거든.”


“그런 중요한 물건을 왜 저에게···?”


“너 아까 한 대화 다 잊었니?

지도 보고 골라봐.

시내라고 해도 넓으니까.

보고도 못 고르겠으면 사람 많은 곳부터 데리고 가줄게.”


라파엘라는 생각했다.

이 지도만 있으면 마실리스를 쉽게 공격할 수 있는 게 아닐까,하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산에 숨어사는 원시부족도 아닌데 그만한 전략적 가치는 없었다.

물론 아멜리아는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꽤 정교한 탓에 값이 좀나갈 뿐이다.


“시내··· 가 많군요.

마실리스 성을 중심으로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성 주변은 전부 시시내입니까.

축척은··· 아 여기 써있군요.

5만분의 1이면 일반도였던 걸로 아는데.

잠깐 그럼 뭐가 이상한 것 같은데···?”


지도에는 중심의 마실리스 성과 시내라고 적힌 곳 밖에 없었다.

이것이 일반 지도라면 마실리스 전체가 보여야 마땅했다.

옆에서 라파엘라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던 아멜리아는 씨익 웃었다.


“어때 뭔가 이상하지?”


“예··· 혹시 지도를 잘못 주셨다던지···”


“그럴리가 있겠니.

그건 일반 거주구역 관리국에서 만든 일반지역 행정지도야.

네가 말한 시내라는 건, 평민들이 활동하는 구역을 말한거잖아?

맞지?”


“거의 맞는 말이긴 합니다.

마실리스 내부의 분위기는 어떨까 궁금해져서 가보려는 것 뿐이었는데......”


라파엘라는 다시 지도를 살펴봤다.

그리고 어제 아이젠이 잠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기억을 토대로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녀의 생각은 이랬다.

마실리스 령은 성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 나간다.

그렇다면 바깥 쪽으로 갈수록 넓어질 것이다.

속된 말로 시내라고 부를 수 있는 구역은 지도가 따로 있을 정도로 넓다.

그럼 밖에 있을 공장지역이나 군사구역은 대체 얼마나 넓은걸까?

나아가 마실리스는 얼마나 넓지?


“라피아드는 안 이래?

난 그 쪽도 엄청나게 넓은 걸로 알고 있는데.”


“단순하게 라피아드 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매우 넓습니다.

하지만 라피아드 공작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그렇지 못합니다.”


라파엘라는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았는지 감탄을 토해냈다.


“아··· 그래서 마실리스를 대공국이라고 부르는 거군요.

중앙귀족들이 사실상 타국 취급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대공이란 작위는 크라이시스트 국왕이 하사했다.

그렇기에 마실리스 대공은 크라이시스트 국왕의 신하다.

따라서 대공국 또한 크라이시스트 왕국의 가신국이다.

이 관계는 왕국이 세워질 때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그리고 왜 선배가 아까 그런 식으로 말했는지 이제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걸 부정하고 있었다.

마실리스가 크라이시스트의 가신국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력했다.

너무 거대했다.

군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낱 종이 쪼가리 뿐.

그 계약을 보호하고 유지해주는 강력한 중재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아마 중앙귀족들은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걸.

마실리스가 마음만 먹는다면 왕국을 찬탈할 수 있다고.

그래서 너 같은 고위 귀족이 방문할 때는 최대한 투명함을 유지해야할 의무가 있는거야.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우리 마실리스 백작가의 후계자들이 아카데미아에 다니고 있잖아.”


“인질이로군요. 사실상.”


“아니 뭐··· 인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먼저 제안한 것도 대공 각하시고 우리도 스스로 지원한 거야.”


“그럼 아이젠 소공작께서는 왜 아카데미아에 오지 않으신 겁니까?”


“아~ 그건~~~ 그건 말이지~?”


아멜리아는 오늘 처음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두꺼운 옷깃 사이로 노출된 목덜미에서 섬뜩한 식은 땀이 흘렀다.

하지만 라파엘라는 묵묵히 기다렸다.

그 행동이 아멜리아에게는 마치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눈빛을 살짝 흘리자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혔다.


“하아··· 이거 내가 말했다고 대장한테 절대로 말하면 안된다.”


“소공작께서는 이유를 모르고 계시는 겁니까?”


“어 몰라.

각하께서 달래고 달래서 겨우 넘어갔거든.”


라파엘라는 달랠 필요가 있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왜 속였느냐였다.


“너 같은 반에 있는 베이라 폰 베르세르크 알고 있니?”


“예 알고 있습니다.

사격이랑 기초 마법쪽에서 유망하다고 들었는데.”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

걔가 1학년 때, 그러니까 작년에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기억 나?”


“어떤 취급···”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어카데미아에서 보낸 시간들은 하나같이 모두 인상적이었으니까.


“오스카 전하···

정확히는 전하를 따르는 자작가의··· 그러니까 디벨로프 였을 겁니다.

칼보크 디벨로프.

그 하고 마찰을 빚이서 결투를 했고, 결과적으로 가볍게 이겼었습니다.”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구나 내가 다 놀랄 정도네.

근데 중요한 건 그 과정이야.”


“으윽...”


물론 기억하고 있었다.

단지 기억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 과정이 너무 익숙했던 탓이렸다.


“분명··· 디벨로프 쪽에서 뭔가 시비를 걸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베르세르크 쪽에서 화를 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다른 귀족들하고도 사이가 나빠지고······.”


“겉도는 수준이 아니라 배척 당했었지?”


“······예.”



“문제는 그 뒤에 결투를 통해서도 관계가 호전되지 않았다는 거야.”


아멜리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결투라는 것은 단순한 중재수단이 아니다.

중앙귀족들에게 남은 몇 없는 진정한 ‘귀족다움’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결투의 결과, 그리고 과정은 항상 신성하게 지켜졌다.

적어도 라파엘라의 경험 속에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단순히 차별하고 따돌리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거야.

적개심을 품고있는 거지, 마실리스의 귀족에게.”


“적개심···

듣고보면 앞뒤가 맞지만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닐까요.

적어도 저는 그런 감정을 가졌던 적이 없습니다.”


“그건 라피아드가 중립에 가깝게 왕당파에 속해 있어서 그런거야.

너도 아카데미아에 들어가고 나서 안좋은 일이 많았잖아.

안 그래?”


“윽······”


라파엘라의 귀족적인 경험은 어디까지나 아카데미아에 들어가기 전의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자기 편인 귀족들과 교류를 했을 때라는 뜻이다.


“강파르는 대놓고 귀족파 수장이고 오스본도 반 크라이시스트 파지.

걔네들이 강파르를 지지하는 거고.

솔직히 난 오스카 크라이시스트가 그 쪽이랑 어울리는 게 이해가 안돼.

계승권이 없으면 이해라도 할텐데 외동이잖아.

게다가 너랑 약혼사이여서 가만히만 있어도 왕이 될텐데.”


“······그건 저 때문입니다.

제가 전하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기 때문에······”


라파엘라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어둡고 불쾌한 것만 느껴졌다.

아멜리아는 불쾌감에 노골적으로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됐어. 너랑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대장이 입학하지 않았냐고?

대장이 지금 같은 아카데미아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겠어?”


“하지만 소공작께서 입학하셨었다면 지금같은 분위기가 아예 없지 않았을까요.”


“엥? 아카데미아에 중등부가 있던가?”


“아뇨 없습니다.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대장이 바로 입학했다고 쳐도 올해는 돼야 나이가 맞아.

작년엔 나이 때문에라도 입학 못했어.

뭐··· 억지로 하려면 했겠지만 그건 좋은 방법은 아니지.”


“네? 그럼 저보다 한 살 어리다는 겁니까?”


“응. 나보단 두 살 어리지? 몰랐어?”


라파엘라는 아이젠을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분명 기관차 옥상에 서서 마물을 지켜볼 때, 그 뒷모습을 보았었다.

그 때의 뒷모습은 매우 거대하고 다부졌어다.

라파엘라가 키가 작은 편은 아님에도 머리 하나보다 더 컸었다.


“엣··· 그러고보니 나이 얘기를 했던 것 같기도하고.”


“전혀 그렇게 안보이지?”


“네.”


“근데 겉보기만 그런거고 얼굴 자세히 보면 그냥 애야 애.

오히려 엣되보일걸?

사람이 막 우락부락해서 그렇지.

근데 또 근육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던가?

최근엔 벗은 걸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벗는걸 본 적이 있습니까!?”


“······ 이상한 오해하는 거 아니지?”


“아. 아닙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아멜리아 폰 비서스는 백작가의 여식이며

아이젠 폰 마실리스는 대공 가문의 후계자다.

게다가 둘의 관계는 상사와 부하, 주인과 신하다.

그 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은 절대로 가벼운 게 아니다.

구체적으론 아멜라아가 처형당할 수도 있는 안건이다.


“대장은 툭하면 옷이 찢겨져 날아간단 말이야.”


“그야 요즘 시대에 검을 들고 그렇게 싸우니······

아아··· 그런 사람이 아카데미아로 오면 피바람이 불겠군요.”


“그래 이제 이해했구나.

대장이 그래보여도 엄청나게 이성적이고, 이지적이거든?

만약 자기가 따돌림 같은걸 당한다고 화를 내거나 결투 신청을 하지는 않을거야.”


“그래 보이진 않았습니다만.”


“그건 그래.

아니, 이게 아니지.

근데 우리 쪽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걸 보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걸.”


“방금 자기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건 가만히 있는다고 했잖습니까?”


“대장 사고방식은 이래.

다른 사람이 마실리스 가문을 아무리 욕해도 잘 무시하거든?

어차피 욕하는 놈이 병신이란 생각한대.”


“벼, 병신이라뇨··· 아무리 그래도 말투가 너무 거친 거 아닙니까.”


“아니, 자기 입으로 그랬거든?

내가 부풀린 거 아냐.

어쨌든, 그런데 누가 자기 부하를 욕하는 건 절대로 못참는대.

아니, 참으면 안된대.

그건 위에 서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짓이래.”


“뭔가··· 알 듯 하면서도 이해가 안되는 사고방식이군요.”


“그게 귀족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거지.

나도 이해는 안가지만 대장 본인은 진짜 그렇게 행동해.”


“그럼 소공작이 아카데미아에 오는 날엔 결투 따위가 아니라···”


“진짜 전쟁이 날 수도 있을 걸.

특히 마실리스하고 오스본은 사이가 안좋으니까.”


“끔찍하군요.”


“끔찍하지.”


두 사람은 어느새 시내를 간다는 목적도 잊은 채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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