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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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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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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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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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아키텐에서 온 엘레오노르.

이 세상에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인간은 쉽게 갈 수 없는 땅에도 발을 들였으며 엘프를 사귀고 드래곤에게 기술을 배웠다.

전설 속 용사처럼 다양한 종족을 사귀고, 끝끝내 마왕을 쓰러트렸다.

그 무용담이 책으로도 출판되었을 정도이니 정말로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엘레오노르 님에게 딸이 있었다니······ 솔직히 충격적입니다.”


“······넌 그 엘레오노르의 아들을 눈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소공작께서 엘레오노르 님의 아들이라는 건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당연한 얘기를 하는데 뭔가 듣기 거북한 이유가 뭘까?”


“기분 탓일 겁니다.”


“네 말투 탓이겠지.”


“너희 둘이 많이 친해졌구나?”


식사 중의 나눈 대화였다.

주변에 시중 하나 없이 오직 세 사람이서만 식사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대귀족인데 시중드는 사람까지 없다니?

라파엘라는 당황해했지만 마실리스 부자에게는 늘 있는 일인 모양이다.

그녀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더니, 엘레오노르 때문에 생긴 식습관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쳐다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음식이 넘어가지 않는다나.

일리가 있기도 했고, 뭣보다 그녀가 가진 권력이 막강해서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나저나 아이젠.

스텔라가 이 시기에 그렇게 바쁘지 않지 않았니?”


“그 녀석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면 당장에 한가할 겁니다.

마실리스에 왔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일을 다 처리하고 온다고 했으니까요.”


“여동생 분은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


“나도 자세 하게는 모르지만 별과 우주를 다루는 마법에 대해서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셀레스티아에서도 전문가는 그 녀석 혼자라고 알고 있는데.”


“와··· 대단한 분이시군요.”


“아니?

그냥 실용성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갖는 것뿐이다.

기술이라면 모름지기 경제적인 순환을 불러와야 하는데 그 녀석이 연구하는 건 돈만 더럽게 많이 들고 벌어오는 건 전혀 없어.

오직 그 녀석이 강해지는 것에만 도움을 준다.

그 녀석한테 별과 우주라는 건 나에게 있어서의 얼음, 너에게 있어서의 불꽃과 같은 거니까.

연구하면 할수록 본인의 힘은 강해지지.

물론 전쟁을 할 것도 아니기에 당장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으에엣··· 그럼 누가 출자를 해주는 겁니까?

연구비를 벌면서 동시에 연구를 진행하는 겁니까?”


“성실한 녀석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필요한 돈이 너무 많고 연구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출자는 내가 개인적으로 해주고 있다.

내 부대가 벌어들이는 돈 대부분은 그 녀석한테 쏟아 붙고 있지.”


“······그렇게까지 하실 이유가 있습니까?”


“그야 당연한 거 아니냐.

혈육은 아닐지언정 가족이다.

동생이 하고싶은 일을 하겠다는데 오라비로서 도와주는 게 도리지.”


아이젠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거기에 대해서 더 물을 필요가 없다는 건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럼 소공작은 따로 돈을 쓰는 일은 없는 겁니까?”


“나 말이냐?

나야 뭐··· 일단 군인이다보니 기본적으로 마실리스에서 받는 돈이 있다.

소공작이라고 더 받고 그러는 건 없지만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

나하고 한 달 정도 지냈으면 알지 않겠냐.

내가 사치를 부릴 녀석처럼 보이냐?”


“그렇게 보이지 않으니까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 금욕적인 분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니까요.”


“난 필요 이상의 금욕도 싫어해서 말이지.

귀족인 이상 그에 걸 맞는 사치를 부려야 하는 법이다.

그나마 내가 사치를 부린다고 한다면··· 술 정도일까?”


“술이요? 그건 정말 귀족 다운 취미군요.

그리고 뭔가 어울립니다.”


“그래.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을 ···.···잠깐? 어울린다고?

무슨 의미냐 그건.”


“문장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라파엘라, 너 성격이 좀 바뀐 것 같구나?”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자카르가 한 마디 던졌다.


“······ 그래 뭐 됐다.

어쨌든 아무 술이나 취급하지는 않는다.

가끔 무역상이 올 때 웃돈을 주고 귀한 술을 의뢰하거나 하지.

주로 드워프의 화주나 엘프들이 빚는다는 세계주다.”


“세계주라는 술은 처음 들어봅니다.

어떤 술입니까?”


“너도 술에 관심이 있냐?”


“저도 귀족입니다.

신분상 나이가 많은 귀족들도 많이 상대 했었지요.

특히나 남성 귀족들 사이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 아닙니까.

술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자처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와인 정도라면 나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다른 술들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고 자부하죠.

하지만 세계주라는 건 정말 처음 들어봅니다.”


“나도 정확한 이름은 몰라서 세계주라고 부르는 거다.

아버지께서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한테 그걸 알려준 것도 아버지잖습니까.”


“내가 알려준 게 아니라 네가 멋대로 내 저장고에서 꺼내 마신 거잖니···”


“그게 그거 아닙니까?

어차피 성인식 때 마시려고 했잖습니까.”


“너 아직도 성인식 안 치룬 건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예!?

소공작 각하··· 아직 성인이 아닌 겁니까?”


“마실리스 법률상으로만 그런 거다.”


“법률상 성인이 아니면 그냥 평범하게 성인이 아닌 겁니다···”


“마실리스 가문은 다른 귀족이나 평민보다 성인식을 치르는 시기가 1년이 늦단다.

마실리스 가문 각인의 적응 시기 때문이지.

그보다 엘프 술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었지?

글쎄다.

그 술을 선물해 준 엘프도 이름을 말해주지 않아서 말이다.

세계수의 잎으로 만든 술이라는 것밖에 모르거든.

그래서 저 녀석이 멋대로 세계주라고 부르는 거란다.”


“세계수의 잎으로 만든 술······

듣기만 해도 동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술이군요.

혹시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난 입도 못 댔다.

워낙에 양이 적기도 했지만 저 놈이 다 마셨거든.

어차피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상관은 없었다만···”


“훗.

엄청 났지.

알코올 특유의 독한 맛은 거의 나지 않았다.

얼음을 마시는 것처럼 시원한 맛이 이목구비에 퍼지더군.

눈물샘 안쪽이 시원하다고 느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약한 술은 절대 아니었다.

내가 한 잔 마시고 취할 정도였으니까 보드카 같은 건 비교도 안 되겠지.”


“알코올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시원했고, 또 독했다···

확실히 신기한 술이군요.”


“게다가 아직까지 구하질 못했다.

혹여나 크라이시스트에 가게 되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네 반응을 보니 아닌 모양이군.”


“엘프의 물건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너무 귀해서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귀족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고보니 방금 전에 무역상한테 웃돈을 주고 구한다고 하셨지요?

무역상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상인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당연히 상인 길드에 가입되어 있는 자들을 말하는 거다.

그 중에서 용병 일을 겸업하는 자들이 있거든.

용병들은 상대적으로 엘프들하고 만날 가능성이 높으니까 부탁해 두는 거다.

그쪽으로 루트를 뚫어 놔서 손해보는 것도 없고.”


“용병과 상인 일을 겸한다··· 그럼 정말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니겠군요.”


“그렇지.

나도 언젠간 그렇게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군.”


아이젠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제 아버지를 쳐다봤다.

자카르는 당연하다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식사를 계속했다.


“그러고 싶으면 결혼하고 애를 낳아야 하지 않겠니?”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입니다.”


아이젠은 또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단호하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라파엘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손을 덜덜 떨며 겨우겨우 숟가락을 움직였다.

수프를 뜨는데 떨림이 너무 심해서 수프가 비처럼 흘러내렸다.


“엣...? 소, 소공작께서도 약혼 상대가 있으십니까······?”


“무슨 약혼이냐?

그런 나약한 시스템으로는 마실리스의 후계자를 정할 수 없다.”


“······ 나약?”


“마실리스는 전통적으로 강한 자가 물려받는다.

혼인 상대도 마찬가지지.

거기엔 성별도, 나이도, 신분도 없다.

오직 강한 자만이 마실리스의 주인이 되고, 마실리스의 주인과 맺어진다.

쉽게 생각해서 어머니 같은 사람하고만 결혼할 수 있다는 거다.”


아이젠이 그렇게 말하자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어느새 떨림이 멈추고 속 안에 가득했던 거북함이 가라 앉았다.

평온한 기분으로 물을 마시고는, 상쾌한 얼굴로 말했다.


“엘레오노르 님 같은 사람을 찾으신다면 평생 독신이 아닐련지.”


어쩌면 미래에는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었다.


“당장에 가까운 게 어머니 밖에 없으니 그리 예시를 든 것뿐이다.

나도 그 정도의 여자가 세상에 있으리 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욕심을 부리자면 나하고 비슷한 나이였으면 좋겠지만······”


아이젠은 그렇게 말하면서 라파엘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어제와 같은 훈련을 3년 정도 견딘다면 아마 가능하겠지.”


“푸후웁!?”


혓바닥 너머로 들어가던 것이 그대로 역류했다.


“켈룩 케룩! 크으으윽···! 대,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냥 해본 소리다.

뭘 그렇게 놀라냐?

애초에 넌 오스카 왕태자하고 약혼한 사이 아니냐.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엣······? 어, 어떻게 그걸?”


“어떻게고 자시고 아카데미에 다니는 녀석들한테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마실리스가 동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그 정도 정보는 알 수 있다고.

너희들이 하루 이틀 약혼한 사이냐?

태어나기 전부터 그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거잖냐.

모를 수가 없지.”


하지만 그 다음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라파엘라는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다.


“아··· 아하하··· 그, 그렇죠.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군요.”


“방금 한 말, 가서 고자질이나 하지 마라.

농담으로 한 말이니까.”


“···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결단코.”





라파엘라는 고점과 저점을 오가는 기분 속에서 억지로 음식을 밀어 넣으며 식사를 끝마쳤다.

오랜만에 미쳐버릴 것 같다는 기분에 사로 잡힌 채 밤을 맞이했다.

밤이 찾아오니 머릿속은 더욱 심란 해졌다.

잠을 자려고 해도 눈을 감으면, 그 날의 일이 떠오르지 않은가.

오스카 왕태자에게 뺨을 얻어 맞았던 그 날이.


“젠장······”


아무리 좋은 침대, 아무리 좋은 베개 몸을 맡겨도 소용없었다.

잠을 거부하는 것은 그녀의 뇌였으니까.

어떻게든 잡념을 떨쳐내고 싶어서 몸부림 쳤지만 그럴수록 뇌는 최악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으으아아아! 잠이 안오잖아!”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이클이 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다.

어떻게든 잠을 청하고자 옷을 갈아 입었다.

가벼운 생활복으로 갈아입고서 방을 나섰다.

다행히 문 앞에 경비를 서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발걸음을 죽인 채 조용히 마실리스 성 밖으로 나가고자 했다.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서 고개만 내밀어 주변을 살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군.”


그렇게 혼자 말을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


“너 안 자고 뭐하냐?”


“히이이익!?”


목소리는 바로 뒤쪽에서 들려왔다.

라파엘라는 화들짝 놀란 뒤를 돌아봤다.


“소, 소공작?! 언제 제 뒤로 오신 겁니까···?”


“언제고 자시고 난 불침번이라서 잠을 안 자고 있던 것 뿐이다.”


“부, 불침번이요? 이 넓은 성에서요?

그보다 소공작이 직접 불침번을 선다는 겁니까?”


“내가 성에서 머무는 날은 많지 않으니까 직접 하는 것 뿐이다.

애초에 내가 가장 강하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뭔 일이 생겼을 때 즉시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보다 넌 왜 안자고 있는 거냐?

평소 같으면 곯아 떨어질 시간 같은데.”


복도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시계 바늘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게··· 잠이 안 와서···”


“뭐 고민이라도 있는 거냐?”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는 날카로운 검과 같아서 라파엘라의 마음속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한겨울에 반사되는 눈결정처럼 아름다웠으며 그 겨울처럼 차가웠다.

그럼에도 더 없이 매혹적이어서 그 속으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더욱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아, 아닙니다.

돌아가서 자겠습니다.”


정말로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다면, 그것은 라파엘라가 걸어온 귀족의 길에 어긋난다.

지금은 그에게 의지해서는 안 됐다.


“고민이 있으면 말해 봐라.”


“윽···”


결코 다정한 말투가 아니었다.

사무적이고, 차가운 말투.

하지만 그 말에 이면은 없다.

그가 내뱉는 말들은 모두 틀림없는 진심이었다.

지금까지 라파엘라가 본 아이젠이란 인간은 그런 인간이었으니까.


“해결해줄 수 있는 보장은 없다만, 들어주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애초에 고민이라는 것들이 대부분 다 그런 것 아니겠냐.

속을 털어 놓으면 누구나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에 맞춰주듯, 라파엘라도 차갑게 대꾸했다.

하지만 어딘가 처절함이 느껴져서 처음 만났을 때의 라파엘라를 떠올랐다.


“네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는 거다.

난 그냥 말 그대로 들어주기만 하겠다는 거야.”


아이젠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었다.


“마침 보름달이 뜬 날이다.

달빛이 잘 드는 곳을 아니까 가보는 건 어떻겠냐.”


라파엘라는 이번에도 그 손을 잡았다.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말

실은 저번 주 목요일부터 휴가를 받아서 멋대로 1주일 정도 쉬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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