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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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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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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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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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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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소공작이 공작 영애를 두들겨 팬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가혹한 훈련이 3일째 되는 날에는 자카르 폰 마실리스가 찾아왔다.

소문의 진위 여부는 깊게 따지지 않았는데, 어차피 진실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실리스에선 아이젠의 권위가 아주 높다.

이상한 헛소문이 들릴 일은 없다.

다시 말해서 헛소문처럼 이상한 소문이 들린다고 한다면, 그것은 진실이란 뜻이다.


“이 멍청한 자식이 대체 뭔 짓을 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처럼 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자카르에게 있어서 라파엘라는 라피아드 가문의 영애임과 동시에 친구의 딸이기도 했다.

그런데 두들겨 패는 훈련을 한다니!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저희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아이젠 대장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접속사가 너무 많다 마블러스.

전부 핑계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느냐!”


그가 역정을 내는 대상은 푸랭크 폰 마블러스였다.

아이젠 부대의 참모 장교에 해당하는 귀족병으로 마블러스 백작가의 후계자였다.


“그것이······ 아닙니다.

각하께서도 직접 보시면 이해할 겁니다.”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자카르는 한 걸음에 부대 연병장까지 달려갔다.

당장에라도 상황을 마무리 지을 기세로 냉기를 흩뿌렸다.

그런데 연병장 근처에 온 순간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난장판이 된 연병장이었다.

여기저기 움푹 파인 곳이 보였고 곳곳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나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수증기가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점은 그곳의 분위기였다.

마치 비가 오기 직전의 무거운 느낌에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자카르는 오랜 전투 경험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눈치챘다.

그는 즉시 옆에 같이 있던 아멜리아를 쳐다봤다.


“이게 어떻게 된거냐 비서스.

라파엘라는 학생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 목소리는 주변의 공기만큼이나 무거웠다.

아멜리아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예!

아카데미아의 평가 기준으로는 충분히 우수했습니다.”


“아카데미아의 평가 수준은 어느정도냐.”


“마실리스 군을 기준으로 본다면 입대 테스트 수준입니다.

라피아드 소공녀 같은 경우에는 여유롭게 합격할 것입니다.”


“흐음.

그럼 지금까지의 내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뜻이구나.

아카데미아의 수준은 형편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교육 수준만큼은 변치 않았나.”


“그래도 매년 준수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라피아드 소공녀도···”


“하지만 이건 학생 레벨에서 저지를 수 있는 짓이 아니다.”


수증기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생겨났다.

그 너머에서 격렬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무언가 폭발하고, 부딪히고, 이윽고 나가 떨어졌다.

수증기 너머에서 그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다.


“오늘이 3일차라고 했나.”


“예!”


“식사나 수면은?”


“식사는 가끔씩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수면은 취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양쪽 다?”


“예!

아이젠 소공작, 라피아드 소공녀 양쪽 모두입니다.”


자카르는 입을 닫았다.

뭔가를 하려는 행동을 그만두고 제자리에 섰다.

조용히 수증기 너머를 향해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뒤따라온 다른 병사들이나 귀족병들도 조용히 연병장에 신경을 집중했다.

잠시 후 너머에서 대화가 들려왔다.


“큭!

비겁합니다!

계속 안보이는 곳에서 공격해오고!

훈련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목소리는 명백히 라파엘라였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첫인상을 날려버릴 정도로 힘이 넘쳤다.


“실전 훈련이다 멍청이!

이렇게까지 해주는 걸 고맙게 여겨라!”


대답하는 목소리 역시 아주 익숙했다.

역시 힘이 넘쳐 흘렀다.

그리고 평소보다 기분이 훨씬 좋다는 알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이 느껴졌다.

결국 자카르가 소리쳤다.


“그만해라 이 바보 같은 자식들아!!”


마력이 담긴 목소리는 충격파를 흩뿌리며 주변의 수증기를 전부 날려버렸다.

그는 얼음을 방출하며 즉시 아이젠과 라파엘라를 구속했다.




두 사람은 마실리스 성의 꼭대기로 연행되었다.

마실리스 대공의 집무실임과 동시에 가장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했다.


“아이젠!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손님인 라파엘라를 두들겨 팬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훈련이라고 해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저 혼자만 했으니까 괜찮지 않겠습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뇌를 사용하면서 말하면 안 되겠냐?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뭘 그렇게 태연하게 내뱉는 거냐!”


“본인도 동의했습니다.”


“훈련에 동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일방적인 폭력에 응한 것은 아닙니다.”


“뭔 소리야? 네가 동의했으니까 나도 끝까지 한 거라고.”


“다짜고짜 배부터 때려놓고서 무슨 동의입니까!?

그럼 제가 그 상황에서 하기 싫다고 했으면 그만 뒀을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거짓말 좀 하지마라!”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아이젠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아이젠에게도 얼떨떨한 표정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내 평판이 이렇게 안 좋았나?”


“하아······ 아들아··· 그래.

이유나 들어보자.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거니?

네가 그래도 이유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잖니?”


아이젠은 자카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라파엘라를 작전에 참가시킬 생각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작전을 말하는 거니?”


“9월에 있을 수색 작전입니다.

라파엘라가 질 좋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자카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라파엘라에게 옮겨졌다.


“사실이냐?”


“하······. 그··· 것이.

전부 설명 드리겠습니다.”


라파엘라는 로자리아를 만난 것, 원래 참가해야 될 훈련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웠다는 말을 전했다.


“그럼 넌 라파엘라의 아쉬움을 풀어주기 위해 그 작전에 투입시키려 했다는 거냐?”


“당연히 그것 만이 아닙니다.

이 녀석한테는 재능이 있습니다.”


“무슨 재능?”


“강해질 수 있는 재능입니다.”


“그것 참 좋은 재능이구나···

넌 어떻게 생각하니 라파엘라?”


“그,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와닿지도 않습니다.”


“강해져서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아이젠?”


“언젠가는 세상을 모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조금이라도 나이를 먹고 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게 났지 않습니까?”


“대체 무슨 건강 타령이냐 너는!”


“라파엘라를 위해서 한 것임에는 변함없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이 녀석을 도와주고 싶으니까.”


아이젠이 쓰잘데기 없는 농담을 하는 성격은 아니다.

자카르는 그의 아비로서 그걸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 눈빛이, 그 목소리가 한없이 진지했다.


“도와주고 싶다?”


“이 녀석이 정확히 무슨 이유 때문에 마실리스에 온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좋은 이유 때문에 온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녀석을 처음 봤을 때의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네가 말하는 강함이라는 것이 정신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거냐?”


“물론입니다.

인간은 고난과 역경의 시련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성장할 기회를 얻습니다.

그 때 부러지지 않는다면, 인간은 분명히 강해집니다.

나는 라파엘라가 지금 그런 시련을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을 길려주고 했던 겁니다.”


진심이었다.

라파엘라도, 자카르도 할 말을 잃게 만들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손대중 없이 두들겨 패 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저도 적당히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성장하는 속도가 엄청 빨라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정도냐?”


“이 녀석은 마력을 이용해서 상처를 회복합니다.

그럴 때마다 맷집이 이상할 정도로 좋아지더군요.

원리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반나절만에 맷집이 붙더니 반응속도하고 두뇌회전이 제대로 돌아가더군요.

그 때부터는 저도 힘들었습니다.”


“힘들기는 무슨!

사람을 그렇게 두들겨 패놓고서는!”



“힘들었다니까 그러네.

자칫하면 진짜 잡을 것 같아서 힘조절하는 게 힘들었다고.”


“그런 의미였습니까···?”


“그래 네 뜻은 잘 알았다.

하지만 네 방식은 너무 과격해.

폭력적이다.

서로 합의했다고 했을지언정 너희 입장상 가만히 둘 수는 없다.”


“흠······

저도 처음부터 길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살짝 모자라지만 이 녀석은 마법사죠.

아마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강해질 여지도 충분하니까요.”


“그렇다고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라파엘라?”


“어떻고 자시고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말마따나 저는 마법사에 가까우니 차라리 마법을··· 아.”


말을 하는 도중 삼일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카르도 알고 있었는지 대신 말을 이어나갔다.


“마실리스와 라피아드, 나아가서 크라이시스트 전체는 마법의 정의가 다르다.

우리들은 실용주의를 따르는 반면, 대륙은 아케이나 교의 교리를 많이 따르지.

라피아드 가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우리 나라에서 마법에 대한 뭔가를 배우기는 힘들 거다.

마법보다도 자연 과학, 공학에 가까운 것들이니까.”


“윽··· 역시··· 그럴 것 같았습니다.

마법을 술식으로 해석해서 기호로 진을 그린다던가, 숫자로 표현한다던가.

그런 건 저하고 맞지 않습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 너에게 필요한 인재가 있었지.”


“예? 마실리스에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지금쯤 아니냐 아이젠?

스텔라가 오는 시기가 말이다.”


“아! 그러고보니 9월 전에 온다고 했었습니다.

작전은 9월 마지막 주에 실행할 예정이니 시간은 충분합니다.”


“스텔라? 그게 누구입니까? 마법사입니까?”


“내 여동생이다.”


“예!? 여동생이라구요!??”


“······ 대외적으로는 모를 만 한데 너 너무 놀라는 거 아니냐?”


“에, 엘레오노르 님에게 딸이 있었다니···!

그런 바보 같은!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그야 대외적으로 발표한 게 아니니까 그렇지.”


“수양 딸이란다.”


“수, 수양 딸!?”


“뭐, 말이 좋아 수양 딸이지 정식으로 입양한 건 아니란다.

대공씩이나 되어서 그렇게 아무나 입양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아이젠이 어디 아픈 애도 아니었고 말이야.

게다가 그 애 아버지가 육아를 부탁해서 맡고 있던 것뿐이란다.”


“그럼···”


“물론 그 아이의 아버지는 지금도 살아 있지.

마실리스에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도와주려고 오는 거란다.

셀레스티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마법사거든.”


“셀레스티아 입니까···?”


라파엘라는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필사적이었다.

동경하던 엘레오노르에게 딸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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