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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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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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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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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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아멜리아와 라파엘라, 두 사람이 잘 맞아서 그런까?

아니면 원래 둘 다 말이 많아서 그럴까?

분명 아침에 마실리스 성을 나섰는데 저녁이 다가오는 이 시간에도 계속 떠들고 있었다.


“그나저나 마실리스에는 얼마나 머물지 정했어?”


“아뇨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급하게 오느라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럼 대략적이라도 정해 놓는 게 좋을 거야.

대장은 무슨 훈련을 시킬 생각인 것 같던데.”


“훈련이요? 마실리스군이 하는?”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일반병들이 하는 걸 시킬 것 같지는 않고···

우리 같은 귀족병이 하는 기초적인 훈련 아닐까 싶은데.”


귀족병이란 단어는 라파엘라에겐 도무지 입에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눈 앞에 있는 아멜리아를 보면 단어의 의미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비서스 선배. 그 무기······ 맞죠?

그거는 왜 계속 들고 다니시는 겁니까?”


“그야 비상시에 바로 움직여야 하니까 그렇지.

나도 일단 귀족이라서 뭔 일이 생기면 책임을 질 의무가 있거든.”


“책임을 진다는 게 구체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런 도시 한복판에서 무슨 책임을......”


그때 갑자기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파엘라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귀를 틀어막았다.

반면 아멜리아는 평온하게 찻잔을 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오전 내내 조용했으니 슬슬 이럴 때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건 사이렌 소리 아닙니까!? 어디서 불이라도 난 게”


“화재 사이렌 소리는 이 소리하고 좀 달라.

뭣보다 도시 전체에 울릴 이유는 없잖아.

미안하지만 이번엔 라파엘라가 날 따라와 줘야겠어.

널 혼자서 두고 갈 수는 없거든.”


“간다뇨? 어디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외벽.”


아멜리아는 찻잔을 내려두었다.

그리고 무기를 들었다.

라파엘라는 알딸딸한 얼굴로 아멜리아를 따라갔다.

카페를 나서자 트럭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하얀 모자이크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 척 봐도 일반 차량은 아니었다.

아멜리아와 라파엘라, 두 사람이 타자 트럭은 자연스럽게 바퀴를 굴렸다.

트럭은 삽시간에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 한적한 도로구역으로 이동했다.

라파엘라는 창 밖을 가득 매운 공업단지를 눈에 담았다.


“여긴 선배가 보여준 지도 밖에 있는 구역이군요.

그럼 외벽이라는 건 제가 어제 지나쳐온 그런 곳을 말하는 겁니까?”


“맞아.

지도하고 다르게 모든 방향의 거리가 똑같은 건 아니거든.

마실리스 성은 북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그쪽 방향의 외벽은 엄청 가까워.

치우쳐져 있다고 하기보단, 그쪽은 직접 감시할 필요가 있어서 가까운 거라고 해야겠지.”


“말만 들으면 가장 위험한 곳 같습니다만...”


“가장 위험한 곳 맞는데?”


“......”


트럭이 고속도로에 오르자 다른 차량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주었다.

트럭은 매우 빠른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

다른 차량들은 동쪽의 넓은 도로로 빠져나가는 와중, 그들이 탄 트럭은 북쪽으로 쭉 달렸다.

나아갈수록 주변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하늘 끝까지 치솟아오른 마실리스 산맥이었다.

하늘보다도 산이 더 넓은 풍경은 압도적인 박력을 흩뿌렸다.

라파엘라는 말없이 압도되어 묵묵히 마실리스 산맥을 올려다보았다.

풍경이 서서히 거대해지고 주변에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들을 일이 없는 끔찍한 폭음이었다.

라파엘라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귓구멍에 손가락을 꽂으려고 하니 아멜리아가 귀마개를 건넸다.


“이거라도 하고 있어.

귀 다칠 수도 있으니까.”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느닷없이 귀를 때리는 사이렌 소리와 외벽에 간다던 아멜리아의 말.

그리고 그녀의 신분을 생각해봤을 때 목적지는 명확했다.


“사실상 전쟁터군요.

외벽이란 곳은.”


“현장에서 그렇게 부르면 다들 안 좋아해.

그러면 마치 인간끼리 싸우고 있는 것처럼 들리거든.

실제로 그럴 때만 전쟁터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작업장? 사냥터?

이러니저러니해도 마물 사냥은 마실리스의 전신이 되는 가장 큰 산업이거든.”


거칠게 차 문이 열리고 포성이 울려 퍼졌다.

남녀를 구분치 않는 수많은 장성들의 외침과 포의 폭음, 총성이 어우러져 고막을 파괴했다.

귀마개를 뚫고 들어오는 난폭한 소리의 폭력에 라파엘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비서스 선배는 괜찮은 겁니까!?”


“응? 뭐라고?”


그녀의 목소리는 폭음에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허나 아멜리아는 예상했다는 듯이 옆머리를 들추며 귀를 보여주었다.

귀 밑에 무언가를 붙이고 있었다.

처음엔 멀미약인가 생각했다.


“아 라파엘라 양 정도면 이런 거 붙여도 문제없겠구나.”


아멜리아는 그렇게 말을 나직이더니 라파엘라의 귓가로 다가갔다.

그녀의 귀마개를 빼더니 크게 소리쳤다.


“잠깐만 귀 좀 빌려줄래!?”


“이 거리에서 그렇게 소리칠 필요는 없습니다!”


아멜리아는 자기 귀에 붙이고 있는 걸 라파엘라에게 주었다.

라파엘라의 손 끝에 닿은 순간, 그녀는 그게 뭔가 이상한 물건이라는 걸 깨닫았다.


“매직 아이템이었군요.”


“맞아.

의도적으로 소리를 컨트롤 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야.

당연하지만 굉장히 섬세한 거라서 아무나 못 써.

귀는 뇌하고 직결되는 부위잖아.”


그 말과는 다르게 라파엘라는 굉장히 쉽게 받아들였다.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평소에 느끼던 두통에 비하면 별거 아니었다.


“이거 굉장한 물건이군요.

방금 전까지 들리던 소음들이 멀게 느껴집니다.

마실리스에선 이런 물건이 상용화되고 있는 겁니까?”


“엥? 그럴리가 있겠어?

고막에 전달되는 진동을 마력을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컨트롤하는 기술이야.

마법을 일상처럼 사용하는 귀족병들한테나 보급되는 거지.”


그녀는 문득 아멜리아의 아카데미아 성적을 떠올렸다.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고, 여성들의 사교계에서도 평판이 좋았다.

그 이유는 바로 그녀의 뛰어난 마법 실력 덕분이었다.

중앙의 귀족들은 모두 마법사의 후예이니, 그 실력 덕분에 평가가 좋았다.

그건 라파엘라도 마찬가지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아멜리아는 질투를 받을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없으면 됐어.

그래서 따라올 거야?”


질문의 의도는 명백했다.

라파엘라는 멀어져가는 폭음 속에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반응에 아멜리아는 기쁘게 웃어 보였다.


“생각보다 대담해서 마음에 들었어.”


두 사람은 폭음이 들려오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선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격전지는 벽 너머에 펼쳐진 끝없는 설원이었다.

인간들은 그저 마물이 벽에 달라붙지 못하게 필사적일 뿐이었다.

그곳에 아멜리아가 나타나자 병사들이 일제히 경례를 올렸다.


“됐고, 그보다 상황부터 보고해!”


“예! 현재 종을 판별할 수 없는 변종이 다른 마물들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뭐? 지휘를 한다고? 그거 사실이야?”


“정확한 방식은 알 수 없으나, 방식이 꼭 척후를 부리는 것 같다고.”


“누가 그랬는데?”


“방금까지 현장을 지휘하던 마블러스 대위입니다.”


“푸랭크가? 걔가 그렇게 말했으면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났겠어.

그래서?

척후가 있다는 건 본대가 있다는 거잖아?”


“직접 확인하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아멜리아는 망원경을 꺼내서 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괴물이 그곳에 서 있었다.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 주변에 작고 새까만 것들이 바글바글했다.

아멜리아는 처음엔 세상의 해상도가 잘못된 것 같다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이야 장관이네.

저게 다 마물이란 거지?

종류도 통일된 것 같지는 않은데.”


조류에 박쥐, 평소에는 보기 드문 비룡까지.

날 수 있는 마물은 전부 끌어 모은 듯했다.

그것들이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듯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이쿠야 이건 나 혼자선 다 잡기 힘들 것 같은데.

머리만 박살내면 어떻게 될려나?”


“종이 통일되어 있지 않은 걸 보면 가능성은 높습니다.”


“오케이 그럼 일단 내가 먼저 저 거인 머리부터 날려버리는 걸로 시작하자고.

재생이 되든 뭐든 부딪혀 보기전까진 모르니까.

그보다 저 거인은 뭐의 변종이야?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변종 맞아?”


“추정하기론 계절거북 같습니다.”


“계절 거부우욱??”


계절 거북이라고 하면 거대한 섬을 등에 업고 돌아다니는 매우 거대한 거북이다.

비단 마실리스 뿐만 아니라 판타지아 대륙, 나아가 바다까지 돌아다닌다.

계절 거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등에 짊어지고 있는 섬에 계절이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종종 있지만 겉모습은 영락없는 거북이다.


“야 아무리 봐도 2족 보행인데 무슨 계절 거북이야.

전혀 다르게 생겼잖아.”


“아마 하반신이 떨어져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남동쪽 방향을 한 번 봐주십시오.”


“아니 하반신이 따로 떨어져 있다는 건 또 무슨··· 아 혹시 저거야?”


남동쪽, 다시 말해서 외벽 바로 앞에 매우 거대한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리가 넷 달려 있었고 다리가 매우 육중했는데 특이하게도 머리가 없었다.

나아가 상반신으로 이어지는 모든 것이 없었다.

대신 기생충 같은 촉수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땅이 꺼지고 나무가 쓰러질 정도로 날뛰고 있었는데 막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푸랭크가 막고 있는 건가.”


“아이젠 특공대가 막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공작도 아마 계실 겁니다.”


“그럼 내가 저걸 마무리 해야겠군.

그래야 뭐라도 되겠어.”


그렇게 말하며 등에 짊어지고 있던 큰 가방을 내려놓았다.

라파엘라하고 만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 가방이었다.

그 안에서 가방처럼 새까만 금속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언뜻 보기엔 형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었다.

아멜리아가 그것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빛이 뿜어져 나왔다.

샛노란 금빛의, 아멜리아의 머라카락 색과 똑같은 빛이었다.

또한, 똑같은 빛이 아멜리아의 등에서부터 뻗어 나왔다.

두 종류의 빛과 칠흑의 금속이 조화를 이루며 그것의 본모습을 이끌어냈다.

총열 전체가 인간만큼 거대한 대물 저격총이었다.

칠흑의 금속이 금빛과 반응을 일으키며 아멜리아에 맞게 변형되었다.

총열은 벽 밖을 가리키며 스스로 괴물의 머리를 겨냥했다.

아멜리아는 양손으로 총을 고정하고 복근으로 총열을 고정시켰다.

뿐만 아니라 총열에서부터 출발한 지지대가 콘크리트 바닥에 못박혔다.

아멜리아의 오른쪽 눈에 빛으로 이루어진 조준경이 생겨났다.


“우선 머리부터 날려볼까!? 에테르 게이지 충전 개시!”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모두 사격을 중지하고 엎드렸다.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뭣 모르고 있던 라파엘라도 일단 분위기에 맞춰서 따라했다.


“소닉붐 단계까지 충전! 압력 차단막 전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방에 끝내 보자고!”


등에서 빛나는 노란 빛이 더욱 거세게 빛났다.

빛은 나뭇가지처럼 뻗어져 나와 손등에 닿았고, 손등을 타고 총열에 내려앉았다.

이윽고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리며 총열을 지배했다.

총 끝이 노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확히 거대한 괴물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이윽고 빛이 임계점에 달했을 때, 막강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소리보다 빨랐다.

현상이 먼저 일어나고, 변화가 뒤따랐다.

마치 빛의 속도를 그대로 재현한 것 같았다.

눈의 깜빡임보다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날아가 순식간에 마물의 머리를 파괴했다.

동시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소리의 속도를 돌파하면서 따라오는 막강한 충격파, 소닉붐이었다.

성벽에 달라 붙어있던 장비들이 부서지고 날아갔으며 쌓여 있던 눈이 폭풍처럼 휘날렸다.

모두 엎드려 있었기에 크게 문제가 생긴 사람은 없었다.

병사들은 즉시 자신들이 할 일로 돌아갔다.


“그래 이거지~!”


아멜리아 본인은 당연히 멀쩡했다.


“계절 거북 변종의 소멸을 확인! 재생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반신 쪽은 어때?”


“어··· 상황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날 뛰는 게 더 매서워졌습니다!”


“아 그렇게 되는 구조인가.

그럼 저쪽으로 지원을··· 아니 필요 없겠네.”


미쳐 날뛰기 시작하는 게 무색하게 순식간에 조각나기 시작했다.

잘게 산산조각 나서 눈바닥 위에 흐드러졌다.

우두머리가 사라졌다고 판단한 마실리스 군은 신속하게 남은 마물들을 신속하기에 이르렀다.

라파엘라는 그 과정을 전부 눈에 담았다.


어느덧 해가 지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라파엘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지평선 너머로 숨은 태양을 찾아 헤맸다.

방금 전에 본 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나직하게 말을 흘렸다.


“오늘은 더 돌아다니기 글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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