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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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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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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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라파엘라는 계획대로 마실리스 시내를 전부 돌아다니는데 성공했다.

오늘은 외곽에 있는 공업 지대를 둘러볼 예정이었다.


“생각보다 인상이 펴져서 다행이군. 마실리스는 지낼만한 모양이지?”


“예에··· 그럭저럭.

날씨가 생각보다 혹독한 것 같진 않아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도시도 모두 활발하고요.”


“하하하! 칭찬해줘서 고맙다.

지금은 가장 떠들썩한 시기거든.

추수시기니까 말이야.”


하지만 아이젠이 라파엘라에게 면담을 명령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지금, 아이젠이 머무는 숙소에서 면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숙소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군부대의 집무실이었다.

이곳에서 아이젠은 오직 대장이란 호칭으로만 불렸다.

그를 소공작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추수라고 하니, 오늘은 공업 지대를 둘러볼 예정이었습니다.”


“공업 지대라.

거긴 확실히 마실리스의 모든 산업의 중추가 되는 곳이지.

훌륭한 마법사들이나 공학자들도 많이 있고.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바쁘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다.

추수라는 게 꼭 곡식에게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기술의 추수, 한 해를 정산하는 것이다.

예산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제여 여름이 시작 됐는데 상당히 서두르는군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마실리스의 겨울은 12월 1일에 시작해서 1월 31일에 끝난다.

12월 1일 0시 0분 0초가 되는 그 순간 사방에서 마물이 쏟아져 나오지.”


“엣···?”


“그 2개월 동안 온 마실리스가 하나 되어 총력을 다해 겨울을 버틴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지.

그러기 위해선 꽤 오랜시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마침 그 준비를 위한 준비기간이다.

식량을 비축하고 기술에 결산을 맺는다.

병사들은 훈련의 성과를 보고하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치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넌 최적의 시기에 마실리스에 온거라고 볼 수 있군.

우리들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니 그런게 정말 가능하단 말입니까?

무슨··· 무슨 보드게임도 아니고···”


“하하하하하!!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귀족병이 된게 10살이니까 7년 동안 마실리스의 최전선에 서있던 셈이군.

7년이나 그 겨울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매 순간이 신기하고 또···”


창 밖의 연병장을 내려다보았다.

아이젠 직속은 아니지만 하급 부대에 속한 일반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기초적인 체력 훈련이었다.

그 모습에 과거의 자신을 겹쳐보며 씁쓸하게 나직였다.


“이 작위적인 현실에 너무나도 화가 나.”


“······확실히 작위적이군요.

누군가 뒤에서 마물의 발생을 컨트롤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누가?

현대에 마물의 생태를 컨트롤할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이를테면······ 요거스 교단이라던가.”


라파엘라는 그저 아는 것을 입에 담았을 뿐이었다.

자기가 말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뻔했다.

하지만 아이젠은 거칠게 입꼬리를 틀어 올리며 난폭한 미소를 지었다.


“훌륭하군. 전해들은대로 아는 게 많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엣. 혹시 정답입니까? 그냥 던져본 건데···”


“유력하다고 볼 수 있지.

마실리스의 겨울이란 개념은 마실리스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있었다.

다만 지금과는 의미가 많이 달랐다.

과거엔 식량이 부족해진 마물들이 인류의 식량을 노리고 몰려온다는 뜻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는 건 똑같았지만 지금처럼 공성전을 벌일 정도는 아니었다.

구체적인 시기는 특정하기 어렵지만 내 어머니 때부터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고 알고 있다.”


즉 100년도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과 한 세대만에 벌어졌다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학자는 마왕이 부활하는 시기가 다가왔기때문이라고 주장 하지만 잘 모르겠더군.

마왕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이었나?”


질문에 대답을 구하는 듯했다.

라파엘라는 쫄지않고 제대로 대답했다.


“마왕이라는 건··· 용사 전설에 등장하는 그 마왕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마도 그럴테지. 다른 의미가 없다면.”


“다른 의미가 있긴 합니다.”


“뭐? 정망 있단 말이냐?”


아이젠은 진심으로 놀랐다.

손에 들고 있던 잔도 팽개치고 라파엘라에게 다가갔다.

눈을 부릅뜨고 그녀의 불꽃같은 눈동자를 응시했다.

거짓말이라면 결코 용서치 않겠다는 무서운 의지가 느껴졌다.


"여, 여신 아케이나의 대착점에 있는 마왕 디아블로입니다.

아케이나교의 교리에선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건 요거스 교단이 섬기는 마신이 아니었나?”


“그 정점에 있는 존재가 마왕 디아블로라고 들었습니다.

마신왕이라고도 부릅니다.

용사 전설과의 관계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용사 전설에 등장하는 용사는 여신의 축복을 받은 위대한 전사가 아니더냐.

그 여신이 아케이나겠지.”


“하지만 용사전설은 판타지아 대륙의 토착 신앙입니다.

아케이나 신앙은 바다 건너 아케이나 대륙에서 전해져 왔는데 앞뒤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전설이 아니라 실제 역사라고 생각하면 앞뒤는 맞다.

여신 아케이나 신앙보다 앞서 여신이 직접 축복을 내렸다면 못할 것도 없지.”


“확실히··· 용사 전설에 등장하는 용사는 분명”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초대 크라이시스트 국왕이지.”

“초대 크라이시스트 국왕입니다.”


말 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침묵이 찾아왔다.

라파엘라는 슬슬 속이 거북해지고 아이젠의 눈빛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젠은 그런건 신경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색작전을 확대해서 토벌전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봐야겠군.

고맙다 라파엘라.

네 덕분에 활로가 좀 뚫린 것 같구나.”


“예? 제가 뭘 했다고···”


“실은 변종 놈들이 아무래도 수상해서 말이다.

조사하면 할수록 요거스 교단이 만드는 끔찍한 괴물과 유사했단 말이지.

아무리 요거스 교단이라고 해도 생태계 전체에 교란을 줄거란 생각은 안했다.

하지만 네가 말한 마왕이란 것과 이어진다면 어느정도 설명이 돼.”


“그, 그건 과찬입니다.

다른 학자분들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는 내용 아닙니까?”


“아니. 마왕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처음 꺼낸건 네가 처음이다.

너 밖에 없었다.”


그러자 아이젠의 눈빛이 이상하게 찌그러졌다.


“그러고보니 이상한데?

넌 그 얘기를 어디서 들은 거냐?

날고 긴다는 아케이나의 신학자들도 모르는 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지?”


“그, 그것이! 어머니께서 옛날에 해주신 얘기 입니다.

집에 관련된 서적도 상당 수 있습니다.

전 그래서 정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네 어머니··· 일레인 데 라피아드 경인가.

아버지께 한 번 여쭤봐야겠군.

어쨌든 고맙다.

그런데 라파엘라.”


그는 돌연 라파엘라의 손을 낚아챘다.

슬슬 과호흡에 시동을 걸고 있던 라파엘라를 급속도로 공황 속으로 끌어들였다.

불꽃이 일런거리던 눈동자가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었다.


“역시 넌 이대로 썩히기 아깝구나.

나하고 함께 하지 않겠느냐?”


라파엘라는 그 말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허나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라파엘라가 마실리스에 오고 2주일이 지났다.

그녀는 지금 어떤 부대의 연병장에 서 있었다.

평소에 입고 있었던 아카데미아의 교복이 아닌 훈련복을 입고 있었다.

주변에 다른 훈련병은 없었다.

대신 얼굴이 익숙한 마실리스의 귀족병과, 그리고.


“영광으로 알아라.

이 내가 직접 훈련을 지도해주는 거니까.”


그들의 우두머리가 서 있었다.


“어··· 저, 저기··· 이게 대체 무슨···?”


“네 신분도 있으니 널 하급자로 여길 생각은 없다.

그러니 상명하복같은 것도 따를 필요는 없다.

허나!

이 훈련에서 만큼은 나를 교육자로 여기고 따라야 한다.

알겠나!”


목소리가 억지나 우렁찬지 뼛속까지 울려퍼질 정도로 강렬했다.

게다가 거기엔 사람을 움직이게하는 신기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었다.


“네, 넵!”




“초대륙에는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아니오 들어본 적 없습니다!”


“원래는 혈기왕성한 무뢰배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시작된 말이라고 하지.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어느 정도는 입증이 된 말이 되었다.”


아이젠의 눈은 시종일관 라파엘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노려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는 그녀의 눈 깜빡임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라파엘라의 눈동자가 팽글팽글 돌기 시작했다.


“난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넌 물론이고 이 녀석들도 전혀 얘기를 해주지를 않아.

하지만 영 좋지 않은 일이 생겨서 왔다는 건 알고 있다.”


“윽···”


“내가 보기엔 너는 우수하다.

무슨 문제가 생겼든지 간에 너는 지금처럼 썩혀 있어야 되는 인재는 아니다.

그러니 너에게 힘을 주마.”


무슨 악마처럼 말했다.


“네가 이 마실리스에 머무는 동안!

너에게 건전한 정신이 깃들도록 건전한 육체를 만들어주마!”


“네, 네엣!”


“그럼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연병장을 돌겠다 실시!”


“시, 실시! 그런데··· 얼마나 돌아야 되는 겁니까?”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 하지마라! 토할 때까지 도는 거다!”


“흐에엑!?”


그날, 라파엘라는 정말로 구토를 할 때까지 계속 달렸다.

지옥 같은 훈련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다만 아이젠의 예상과는 다르게 라파엘라는 무너지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자 금방 회복한 것이다.


“뭐냐 너.

평소에 기초 체력 정도는 단련하고 있었던 거냐?”


“체력은 타고났습니다.

듣기론 라피아드 가문의 마법적인 체질이라고...”


“마법적 체질이라고?”


아이젠읜 머릿속에서 어제의 훈련 과정을 재생했다.

라파엘라 혼자서 말없이 연병장을 돌았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새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돌다가 지쳐서 쓰러지고, 쓰러져서도 더 뛰려고 하다가 결국 속을 게워냈다.

속을 게워낸 순간, 바로 훈련이 종료되었다.

중요한 건 그 때의 라파엘라의 상태다.

그녀는 분명 종아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구토를 했다는 건 그만큼 호흡도 흐트러졌다는 뜻.

따라서 호흡도 망가져 있었다.

위액 때문에 목구멍도 성치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너, 그런 상태에서도 엄청 먹어댔었지.”


“배, 배가 고파서 그만···”


“상관없다.

에너지를 그렇게 소모한 다음엔 많이 먹는 건 무조건 좋은 일이야.

문제는 그걸 소화할 능력이다.

넌 전체적인 신체능력도 뛰어난 것 같군.

그보다 마법적 체질이 뛰어나다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아이젠은 이 날도 달리는 훈련만 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이번엔 연병장이 아니라 부대 전체를 순회하기로 결정했다.

옆에선 아이젠이 나란히 달렸다.

문제는 이 날 사고가 나고 말았는데, 라파엘라가 넘어져서 무릎에 찰과상이 생긴 것이다.

발목을 접질리며 넘어지는 바람에 상처가 생각보다 컸다.


“발목은 어떠냐.”


“발목도 무릎도 문제없습니다.”


“문제 없긴 무슨. 전투복이 뜯겨질 정도인데 그래도 소독 정도는 해야··· 응?”


라파엘라의 무릎에 불이 붙어 있었다.

아이젠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불이 붙을 만한 물건은 전혀 없었다.

자연발화를 했다고 하기엔 그만한 기온이 절대 아니었다.

뭣보다 신기한 건 라파엘라가 아무렇지도 않아했다는 점이다.

맨살이 타 들어가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는 아이젠도 잘 알고 있었다.


“너, 너. 이거 괜찮은 거냐?!”


“예? 아 이거 말씀이십니까? 이건 제 마력입니다.”


“뭐···?”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만 라피아드 가문의 마력적 성질이라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피에 마력이 진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에 외상이 생기면 이렇게 됩니다.”


“그럼 아프진 않은 거냐?”


“아프지는 않고 오히려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켜줍니다.

아버님의 말로는, 어머니의 팔이 잘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새로 돋아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절단된 상처부위가 회복될 정도라고?

그럼 혹시 내상도 그런 식으로 회복되는 거냐?”


그 말을 증명하듯이 라파엘라의 상처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인간의 피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흉터 비스무리한 것도 남지 않았다.


“예.

그래서 전 지금까지 하루 이상 아파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은 진통제와 식사만 먹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회복됐었습니다.”


“호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어제 그렇게 고생하고도 금방 회복한 게 납득이 되는구나.”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절대로 건전한 미소가 아니었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자.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할 것 같다.”


“예···?”


라파엘라는 본능적으로 깨닫았다.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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