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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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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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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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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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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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저는 아카데미아의 마법 교육이 아주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아이젠과 만나게 된 라파엘라는 그렇게 첫마디를 땠다.

아이젠 보다 먼저 입을 연 것이다.

따로 할 말이 있었던 아이젠이었지만 그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가만히 들어주기로했다.


“그런데 완전히 제 착각이었습니다.

로자리아 경께서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자세히 알아봤더니 마실리스에도 좋은 사적이 많더군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계속 공부했습니다.”


“훈련은 어쩌고?”


“아······ 그 , 그게 로자리아 경께서는 각하께 전적으로 맡기신가고 하셔서 유산소만···”


“그 놈의 각하라는 호칭은 좀 그만 두라니까.

그보다 유산소라는 건 달리기만 했다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나?”


“네, 넵.”


“그럼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다.

넌 마법사니까 근력 운동 같은 건 필요 없어.”


“그, 그렇습니까?”


“그래.

그럼 계속 말해봐라.”


“예?”


“······ 뭘 얼빠진 얼굴을 하는 거냐.

방금 실컷 얘기하고 있던 거 말이다.”


“아! 그, 그럼 계속 해보겠습니다.”


몇 분, 아니 몇 시간 가까이 혼자서 떠들었다.

중간 중간 물만을 급하게 마시며 열의를 띄었다.

아이젠은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들어주었다.

그녀가 했던 말들을 모두 축약해서 요약하자면, 마실리스와 중앙의 마법은 다르다는 것이다.

라파엘라는 시종일관 마실리스의 마법 시스템에 대해 찬양했다.


“마법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구나.

대륙 제일의 마법사 가문의 영애답군.”


“그건 과찬입니다.

우리는 마실리스처럼 다채로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오직 뷸에 관련된 것만 다룰 수 있지요.”


“오 그래? 그럼 불이라는 게 뭐냐 라파엘라.”


“네?”


“뭘 반문하는 거냐 멍청아.

방금 불에 관해서는 프로페서라고 하지 않았나.

대체 불이라는 게 뭐냐?”


“그것 비슷한 말도 안한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질문의 의미가 너무 포괄적입니다.”


“그래? 난 정해진 대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물어본 거다.”


라파엘라는 처음으로 아이젠 앞에서 얼굴을 찌푸렸다.

일련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이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는 라파엘라의 화난 얼굴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그게 더 없이 재밌었다.


“그게 너와 나, 나아가 마실리스와 대륙 중앙의 차이다.

불이란 뭐냐?

플라즈마 에너지 아니냐.”


“프, 플라즈마요···?

과학적으론 확실히 그게 맞습니다 하지만···”


“마실리스의 마법이 어디서 온 것 같냐.”


“엥?”


“셀레스티아다 멍청아.

마실리스와 셀레스티아는 마도공학 상호 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두 나라의 마법 기술은 동등하다.”


라파엘라는 이렇게 아니꼬울 수가 없었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모두 거슬렸던 것이다.

그녀의 비상한 두뇌는 앞서서 마실리스의 마법을 찬양한 자신을 원망하기에 이르렀다.

마도공학이니 기술이니 하는 것들은 마법의 근본과 척을 지는 개념들이다.

라파엘라, 아니 중앙귀족들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적이고 악이다.

나아가서 라파엘라 데 라피아드라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점의 차이라는 거지.

우리의 마법은 기술이고 학문이다.

해체하고 분석해서 이해하고, 일반화하여 상용화한다.

종국엔 모든 백성이 마법을 사용한다.”


“허나 그것은!”


라파엘라는 자리를 박찼다.

아이젠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래.

네가 말하는 마법이 아니다.

내가 몇 번이고 만났던 골수 마법사들은 그런 사람들을 두고서 마법 사용자라고 부르더군.

상당히 경멸적인 어조로 말이야.

허나 나도 그 표현 자체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학의 은혜를 입는 우리들이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칭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 과학과 마법을 비교 하다니요!

그 두가지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알아 안다니까.

나도 알고서 하는 소리다.

그러니까 좀 진정해라.”


“크으으으으윽!!”


그 말은 아이젠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의 정수리에서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나아가 머리카락이 서서히 타올랐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이글거리던 불꽃이 실체화되어 발화현상을 일으켰다

아이젠은 깜짝 놀라서는 벌떡 일어났다.


“야, 야 임마! 좀 진정하라니까!?”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건 줄 아십니까!!”


그녀의 머리카락이 떠오르고 서서히 주변에 열이 올랐다.

그에 따라서 주변의 압력이 내려가고 공기의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주보고 있는 아이젠의 피부가 건조함에 비명을 내질렀다.

땀이 폭풍우처럼 쏟아지기에 이르렀다.

그것에 절정을 맺듯이, 라파엘라의 등 뒤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마치 날개 같았다.

그녀가 토해내는 불꽃이 만든 상승기류는 마치 날개짓처럼 바람을 흩뿌렸다.

아이젠은 자신의 방이 순식간에 박살나는 것을 보며 화를 냈다.


“아니 이 멍청아!

흥분했다고 각인을 사용하면 어쩌자는 거냐!?

성을 불태울 생각이야!?”


아이젠은 고래고래 소리질렀지만 라파엘라에게는 닿지 않았다.

등에서 뻗어 나온 불꽃이 그녀의 온 몸을 갑옷처럼 감싸기 시작했다.

여섯 장의 날개가 피어나고 불꽃의 갑옷을 두른 것이 불꽃의 천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이젠은 그게 무슨 현상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의 몸에서도 빛이 발광했다.


“나 원 참 어이가 없어서!

나중에 투정부리면 가만히 안 둘 줄 알아라!”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라파엘라가 보았던 은백색의 빛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납게 이빨을 들이밀던 불꽃이 아이젠에게 닿자마자 순식간에 소멸했다.

라파엘라와는 대조적으로 끔찍할 정도의 냉기가 아이젠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드래곤이 브레스를 토해내는 것 같았다.


“이걸로 사람의 머리통까지 차갑게 해줬으면 좋겠군.”


그는 하강기류를 만들어내며 라파엘라에게 접근했다.

순간적으로 수증기가 발생했으나 아주 잠깐이었을 뿐,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아이젠의 얼음이 라파엘라의 불꽃을 모조리 집어 삼켰다.

불꽃의 갑옷과 날개만이 남아 라파엘라를 지켜주고 있었다.

아이젠은 라파엘라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녀의 흥분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주먹을 들었다.


“이 멍청한 자식아!”


엄청난 속도의 주먹이 라파엘라의 배에 꽂혔다.

라파엘라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컭!?’


라파엘라는 포탄처럼 쏘아져 날아가 성벽을 부수고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진 채 배를 부여잡으며 꺽꺽 거리는 소리를 토해냈다.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눈 앞에 내려온 아이젠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젠은 쭈구려 앉아서 라파엘라와 시선을 맞췄다.


“이제 좀 진정 되냐?”


라파엘라는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만 겨우 까딱거렸다.


“네가 화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서로 관점이 너무 다르니까.

그래서 네가 납득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설명을 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이게 뭐냐?

너, 네가 가진 각인도 제대로 컨트롤 못하는 거냐?”


라파엘라는 간신히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아니야?

순식간에 성을 이 지랄로 만들어 놓고서 아니라고?

너 지금 나하고 싸우고 싶은 거냐?”


라파엘라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아....... 정말이지.”


이대로 두는 것도 우스꽝스러울 뿐이었다.

아이젠은 가볍게 라파엘라를 안아서 들어올렸다.


“원래는 오늘부터 너를 제대로 훈련시킬 생각이었다만 그건 내일로 미뤄야겠군.

일단 서로 아는 것부터 해야겠다.”


아이젠은 일단 일이 귀찮아지기 전에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대로 라파엘라를 안은 채 인적이 드물고 안전한 곳으로 향했다.

다름이 아닌 자기 부대였다.

사무업무를 처리하는 일반병들을 빼면 귀족병 밖에 없으니 매우 한산했다.

아이젠은 자신의 집무실로 라파엘라를 데리고 왔다.

그의 부관 역할을 하는 아멜리아는 자리를 비웠기에 아무도 없었다.

안쪽의 휴게실로 라파엘라를 데리고가 침대에 앉혔다.


“좀 진정이 됐냐? 맞은 곳은 어떻고?”


“둘 다 괜찮습니다.

죄송합니다 소공작 각하···”


“아 진짜. 한번 만 더 각하라고 하면 아까처럼 패버린다.”


“ㄴ,넵.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그냥 이름으로 불러 아이젠이라고.”


“그건 너무 괴롭습니다.”


“대체 뭐가 괴롭다는 거냐 너는.

그래 그냥 소공작이라고 불러라.

뒤에 각하라는 호칭은 빼고.”


“알겠습니다. 소공작···”


“그래서 넌 네 각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거냐 없는 거냐?”


“각인 자체는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단지 각인을 작동시키는 트리거가 감정일 뿐입니다.”


“감정이 트리거라.”


각인이라는 것은 앞서 말했던 ‘아이젠이 말하는 마법’이 아닌, ‘라파엘라가 말하는 마법이다.

개념적이고,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그런 것이다.

각이라는 것은 그것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각인은 아이젠, 라파엘라뿐만이 아니라 아멜리아에게도 있다.

귀족임과 동시에 마법사인 자들 대부분이 각인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


“확실히 라피아드의 마법은 불꽃이었지.

그러면 방금처럼 화를 내면 저절로 작동하는 거냐?”


“당연히 임계점이 존재합니다.”


“그럼 넌 아까 임계점을 넘어서 화가 났다는 거고?”


“······예. 그렇게 되겠지요.”


“후우··· 마법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너?”


“그야 다른 그 어떤 가문보다 마법을 사랑하는 게 우리 라피아드니까요.”


“방금은 그렇다치고.

평소에는 어떻게 하는 거냐?

만에 하나 길거리에서 이렇게 된다고 하면 엄청 위험할텐데.”


“당연히 어릴 때부터 훈련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방금처럼 화를 낸 건 몇 년 만입니다.

적어도 성숙해진 뒤에는 한 번도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도?”


“예.”


“그러니까 니 꼴이 그 꼴이구나.”


“···예?”


“사람은 응당 화를 낼 때는 화를 내야 하는 법이다.

당연히 참아야 하는 때가 더 많지.

하지만 물러서지 않을 때라는 건 반드시 존재하는 법이다.

근데 넌 화를 내면 사람을 죽이게 될지도 모르니 절대로 화를 내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지금 보니 그게 네 족쇄가 된 것 같구나.”


“족쇄라니··· 그런······ 이건 제 부모님, 아니 모든 라피아드가 거쳐갔던 길입니다.

그런데 족쇄라니요.”


“너에 한해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멍청아.

네 이름이 라피아드 데 라피아드냐?

라피아드임과 동시에 라파엘라지 않냐.

그럼 라파엘라로서의 성질도 고려를 해야지.”


그녀는 그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됐다.

말을 계속 바꿔서 미안하지만 이왕 부대에 온 김에 훈련을 바로 시작하자고.”


아이젠은 그렇게 말하면서 라파엘라에게 손을 뻗었다.


“일어나라. 가자.”


라파엘라는 망설였다.

방금 같은 일이 있었는데 아이젠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너무 무서웠다.

마실리스에서 지내는 동안 정신이 회복됐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그런 것 뿐이었다.

그녀 자신의 정신이 강해진 게 절대로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약했다.

그 사실을 스스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손을 잡기로 했다.

변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정확히 5분뒤에 후회했다.


“켁! 케헥···!”


“침착하게 심호흡해라.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라.

정신적인 의미가 아니다.

물리적인 의미의 내면을 말하는 거다.

미친듯이 요동치는 심장박동 소리를 느껴라.

신경이 보내는 페인 시그널을 느껴라!”


아이젠의 부대가 소유하고 있는 연병장에 두 사람이 있었다.

아이젠은 서있었고 라파엘라는 누워 있었다.

아니, 쓰러져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젠이 때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쌔게.


“허억 허억··· 이, 이게 대체 무슨···?”


“오 벌써 회복했나.

평범한 녀석이었으면 그대로 기절했을 거다.

생각보다 근성이 있구나.”


그렇게 말하며 다시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 억지로 라파엘라를 일으켜 세웠다.

라파엘라는 얻어 맞은 곳을 부여잡으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물과 침을 쏟아내면서 애원 가득한 얼굴로 아이젠을 보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오늘은 처음이니 발을 쓰지는 않으마.

하지만 위력을 줄이지는 않을 거다.

방금 그 정도 데미지가 일반적인 거라고 생각해라.”


“아니 그러니까 설명이라도 좀!?”


라파엘라가 말을 끝맺기 전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방금전과 정확히 똑 같은 위력에 라파엘라는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의식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필사적으로 호흡했다.


“허억 허억 허억!”


“별거 아니다.

어렸을 때 내가 했던 수련을 너한테 해주는 것 뿐이야.

그래도 이만하면 좋은 거라고?

난 사람이 아니라 마물들 상대로 이런 훈련을 했으니까.

내가 조금만 나약했어도 그대로 뒈져버렸을 거다.

넌 적어도 죽을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

내가 손대중하나는 잘 하거든.”


지금 이게 손대중이라고?

라파엘라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날부터 아이젠에게 두들겨 맞는 훈련이 시작했다.


작가의말

저에게 가학 성향 같은 건 없으니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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