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인터넷 세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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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9 10:45
최근연재일 :
2024.08.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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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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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1)

DUMMY

세상의 모든 만물에는 원형이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인터넷의 원형 ‘넷 호라이즌’

그리고 그 권능을 사용하는 ‘사이버 갓(GOD)’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선택했다.



*

*

*



<1년 전, 어느 날>


“그래서 그만두는 이유가 뭐야?”


김 팀장.

그의 낮빛은 어두웠다.


단호한 단어들을 선택했지만, 눈빛은 애절했다.


특별채용되어 들어온 한 대기업 IT분야 연구소.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었다.


왜 그만두냐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휴···.”


깊은 한숨 소리가 비좁은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앞에 앉아 있던 김 팀장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왜냐니깐?”


다시 한번 들려온 그의 물음에 눈동자만 아래로 흘겼다. 그리고.


“···. 이유요? 바보 같은 놈들하고 같이 있으니, 저도 멍청해지는 것 같아서요. 됐나요?”


입 밖으로 나온 진심.

그 이야기를 들은 김 팀장의 눈빛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리고

그 표정 역시, 멍청했다.



*

*

*



“다 해서···. 2,300원입니다.”


뭐, 그런 이유로 지금은 집 앞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어딜 가더라도 결국에는 사람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멍청한 놈들의 같잖은 지시를 따르지 않아 마음이 한결 편했다.


할 거라곤, 정해진 가격대로 계산.

그리고 과자나 컵라면, 음료 정리.


조금은 심심했지만, 이 정도면 천직이었다.


.

.

.


편의점에 걸려있던 LED 시계가 22시를 가리켰고, 사장님이 헐레벌떡 편의점 문을 열며 들어왔다.


“아이고···. 지민 씨, 수고했어!”

“아니에요.”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장님은 두 아이의 엄마다. 최근에 형편이 어려운지, 야간에 따로 일할 사람을 쓰지 않고, 이렇게 직접 출근하고 있다.“


“지민 씨! 이거, 이거 챙겨가.”


사장님의 두 손에는 햄버거와 삼각김밥 몇 개가 들려 있었다. 폐기 품목은 아니다. 그저 그녀의 호의였다.


“감사합니다···.”

“참, 어쩜 이렇게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해? 자기 다음에는 할 게 없다니깐?”

“뭘요···. 잘 먹겠습니다.”


같잖은 속셈이나 의도가 없는 순수한 칭찬.

칭찬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인색했지만, 왠지 듣기에 좋았다.


.

.

.


10월의 중간.

밤공기는 이제 제법 차가웠고, 덕분에 어깨를 한껏 움츠려 집으로 걸어갔다.


서울의 한 주택가.


높은 언덕 꼭대기에 매달려 있던 집은, 그만큼 월세가 저렴했다.


누군가는 나를 처량하게 보겠지만, 스스로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마음 편한 날들이기도 했다.


골목 중간중간 우뚝 서 있는 가로등.

그리고 발밑을 비취는 노란 불빛.

고개를 숙이고 그 빛을 따라 걷고 걸었다.


그때였다.


“흑···. 흑···. 아···. 아! 제발···. 미안해···.”


방금 지나친 골목 끝자락에서 한 여학생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


두 손에 쥐고 있던 햄버거 그리고 삼각김밥을 봤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했겠지만, 누군가의 호의는 나를 변덕스럽게 했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그 울음소리를 따라가, 작은 트럭 뒤로 몸을 숨겼다.


“하. 얘 진짜 돌았나 봐.”

“아. 그러니깐 한번 족칠 때 제대로 해야 한다니깐?”

“야! 빨리 더 해봐. 크크···.”


영상으로나 보던, 학교폭력 현장.


교복을 입은 4~5명 여자애들이 한 아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가운데에서 울고 있던 아이는 교복이 위아래로 찢어져 속옷이 보일 정도였고, 머리는 헝클어져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트럭 뒤에 숨어있던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소란 피우는 소리가 꽤 시끄러웠지만, 누구 하나 나와보는 사람이 없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딱 어울릴만한 어른들의 대처였다.


“야. 그냥 다 벗겨, 내가 찍을게.”

“아. 오키. 미친년아 일로와.”

“아···. 제발···.”


딱히,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해져 있진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보자면, 본성은 악한 게 분명했다.

우리가 어느 시대에 걸쳐 있더라도, 강자는 약자를 괴롭혔다.


[덜컹 - ]


“아차.”


의도하지 않았지만, 짚고 있던 손이 트럭 뒤편에 얽혀있던 두터운 줄을 쳐버렸다.


“뭐야?”


그리고 인기척을 느낀 아이들이 일제히 내 쪽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 그늘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다.


어쨌든 그들의 눈빛에 답변해야 했고, 머리를 긁적이며 그들에게 말했다.


“지나가는···. 길이라···.”


말이 끝나자, 무리에서 리더로 보이는 단발머리 여학생이 고개를 까딱이며 당차게 말했다.


“아. 지나가세요.”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무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저···. 저기! 도와주세요···!”

“아씨, 개년이···. 닥쳐라?”


또다시 소란이 일어났고, 나는 가던 길을 멈췄다. 그리고 리더로 보이는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이는 내 물음에 한숨을 내쉬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왜요? 신경 꺼요.”


그럴싸한 전개에 그럴만한 대답이었다. 그 당당함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에게 말했다.


“얘가 신경 끄래. 그리고···.”


가운데 서 있던 아이.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나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고 그녀에게 말했다.


“난 약한 것도 죄라고 생각해. 넌, 그 벌을 받는 거야.”


.

.

.


[삑.삑.삑.삑. 삐리리리.]


엮이고 싶지 않은 소란을 뒤로한 채 집으로 들어왔다.


10평이 안되는 작은 공간.

하지만, 혼자 살기에는 부족함은 없었다.


딱히,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사장님이 챙겨 준 햄버거와 삼각김밥은 작은 냉장고 안에 넣었다.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시간은 22시 35분.


이대로 그냥 자기엔 아쉬웠다.


[삑 - ]


침대 옆에 놓인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

.

.


[Welcome to NetHorizon.]


넷 호라이즌.

흔히 말하는 딥웹 혹은 다크 웹 보다 훨씬 깊은 곳.


사용하는 방법이 다소 어렵고 복잡하지만,

잘만 하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소 위험하거나 더럽고 깊은 것까지 말이다.


우연히 알게 된 이 공간은 최근에 내 무료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녀석이다.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명령어 하나를 입력했다.


[/Adam]


아담.


여기 넷 호라이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A.I. 프로그램이다.

무엇이든 질문하면 답변을 해주는데, 가끔은 꽤 재밌고 흥미로운 답을 줬다.


그런 의미로 아담에게 질문했다.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줘.]


애써 무심한 척했지만, 어딘가 마음 한편이 걸린 건 사실이었다.

질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자.


[강해지면 됩니다.]


“하. 참나···.”


나도 모르게 큰 웃음과 한숨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생각해 보니,

당연한 것을 물었고

당연한 답변을 들었다.


세상의 가장 어둡고 깊은 곳.

그곳에서 들은 답변이니 불변의 진리라 생각했다.


입가에 쓴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질문을 하나 더 했다.


[악한 인간을 괴롭히는 방법은?]


혹시라도 재밌는 답변이 나올 것 같아서 기대했다. 그때.


[고소고발을 통해 사법절차를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에휴···.”


따분한 답변에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재미가 없다는 생각에 마우스 커서를 종료 버튼으로 옮겼다.


그때였다.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


처음 듣는 천진난만하고 명랑한 여자 아이 목소리.


스피커에서 갑자기 흘러나온 소리에 순간, 어깨가 움찔했다.

고개를 숙여 책상 밑에 있는 본체를 살폈고,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스피커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던 그 순간,


“헤헤. 이건 어때? 악한 자에게 소중한 걸 만들어 주고 그걸 없애는 거야. 꽤 괴로워할 것 같은데?”


환청이나 컴퓨터 오류 따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엄지를 입으로 가져가 손톱을 물어 뜯었다. 적지 않게 놀랐지만, 우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두근거림이 조금은 진정됐고, 나는 조심스레 모니터를 향해 말했다.


“뭐야? 너, 누구야?”


누구냐는 물음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안녕? 나는 넷 호라이즌이야.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뭐···?”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해킹이었다.

악성코드에 감염됐고, 누군가가 컴퓨터로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 상황.

가장 이성적이고 그나마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 해킹은 아니야. 걱정하지 마.”

“···.”


마치, 머릿속을 읽힌 기분이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미간은 찌푸려졌고, 다리에는 떨림이 느껴졌다.

넋이 나간 상황. 그때, 녀석이 다시 한번 말했다.


“아. 진짜래도? 못 믿겠으면, 이어폰 껴볼래?”


녀석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 없이, 침대 옆 작은 서랍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컴퓨터에 연결할 만한 유선 이어폰을 찾아와 본체에 꽂았다.


“....”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것이 두려움인지 흥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한 쪽 이어폰을 귀에 꽂아 넣었다.


.

.

.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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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수상한 물건 24.08.25 6 0 9쪽
14 13.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3) 24.08.24 7 0 10쪽
13 12.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2) 24.08.24 7 0 8쪽
12 11.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1) 24.08.23 9 0 7쪽
11 10. 두 번째 테스트의 시작 24.08.23 9 0 9쪽
10 9.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3) 24.08.22 10 0 11쪽
9 8.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2) 24.08.22 9 0 10쪽
8 7.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1) 24.08.22 12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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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2) 24.08.20 18 0 10쪽
» 1.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1) 24.08.20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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