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인터넷 세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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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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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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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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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2)

DUMMY

세상의 모든 만물에는 원형이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인터넷의 원형 ‘넷 호라이즌’

그리고 그 권능을 사용하는 ‘사이버 갓(GOD)’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나를 선택했다.

어느 날, 컴퓨터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녀석의 말에 따라, 컴퓨터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았고,


순간, 정신을 잃었다.



*

*

*



꿈.


마치, 머릿속에 있는 전원 스위치가 내려간 것처럼.

꿈이 없는 잠은 죽음과 같다.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꿈이 없는 깊은 잠은,

죽음을 연습하는 거라고.



.

.

.



“···!”


그랬다.

마치, 꿈 없이 잠을 자다가 깬 것 같았다.


미세한 편두통과 어지러움.

일전에 겪은 숙취의 그것과 비슷했다.


정신을 차리고자, 머리를 살며시 좌우로 흔들었다.


“윽···.”


설상가상. 울렁거림도 조금 있었다.


사실을 나열하자면,

어딘가에 앉아 있었고, 주변은 어둡다는 것.


의자에 딸려 있던 팔걸이를 손으로 쥐었을 때, 조금 전 상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뭐지?”


어느정도 정신은 온전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몸은 따라 주질 않았다.


무엇보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한 동안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아···.”


앉은 자리에서 정면으로 영화관에서 볼 법한 커다란 스크린이 번쩍였다. 갑작스러운 불빛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스크린은 조금씩 보기 좋은 회색빛 명암으로 바뀌었고, 그것과 내 사이로 커다란 흰색 테이블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형상이 스크린 앞에서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안녕!”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그 얼굴을 보려 애썼다.


올망똘망한 눈.

예쁘게 양 갈래로 묶은 갈색 머리.

기껏해야 내 가슴 높이 정도 되는 키.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원피스.

그리고

그 안에 하얀색 폴라티를 입은.


어떤, 꼬마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 누구···?”

“헷. 우리 방금 대화했잖아. 기억 안 나?”


눈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었다.

아마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닐법한 나이였지만, 정확한 발음 그리고 여유로운 말투를 보자면, 다 큰 성인에 가까웠다.


“···. 방금?”

“응. 아직 정신이 제대로 안 돌아왔나?”


흐릿했던 기억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넷 호라이즌.’

그리고 이어폰.


잠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이 공간에 앉아 있었다.

나는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리며, 녀석에게 물었다.


“···. 넷 호라이즌?”

“응. 맞아.”


딥웹 혹은 다크웹 보다 훨씬 깊은 곳.

세상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넷 호라이즌.


그런 공간에 실체가 인간이며, 게다가 이런 꼬마라니 믿을 수 없었다.


“···. 말도 안 돼···.”


녀석은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말도 안 된다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뭐가?”


기껏해야 유치원에 다닐 나이 정도.

꼬마 얼굴에는 의연하고 여유로움이 보였다.

도저히 그 나이엔 지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흔들며, 깊게 심호흡했다.


“휴···.”


애초에 실체가 없는 공간.

어딘지 알 수 없는 이곳.

그리고

자신이 넷 호라이즌이라는 꼬마.

여러 가지 가능성과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생각했다.


“둘 중 하나겠네.”

“음? 둘 중 하나?”


내 말에 앞에 있던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그래. 내가 꿈이나 환상을 보고 있거나.”

“.... 에이 재미없어. 두 번째는?”

“실체가 존재할 수 없는 넷 호라이즌···.”

“응?”


아이의 눈이 다시 한번 동그래졌다. 그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냈거나.”


내 말에 꼬마는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크큭···.”

“...?”

“헤헤···. 역시, 똑똑하네? 내 데이터에 따르면, 이런 여자아이 모습은···. 사람들이 편히 대하더라고. 그래서 이런 모습으로 나와봤어.”


아이의 입꼬리는 귀에 닿은 정도로 한껏 올라갔다.

그리고,

녀석은 오른손을 눈높이까지 들더니 튕겼다. 그러자.


“···. 뭐야?”


스크린에 나타난 푸른 점 하나. 지구.


하늘 어딘가에 떠 있을 인공위성.

그리고 라이브로 찍고 있는 듯한 영상이 커다란 화면에 투영됐다.


지구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오른쪽으로 돌고 있었다.


“눈치챘어?”


스크린 앞에 서 있던 꼬마는 고개만 돌려 스크린을 바라보더니 내게 물었다.


“뭘?”

“이거···. 지금 지구의 모습이야.”

“···. 그래?”

“응. 인간이 쏘아 올린 수만개의 인공위성.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봤지.”

“···.”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커다란 스크린이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영역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작은 화면에서는 수많은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넋을 놓고 화면을 보고 있자, 녀석이 다시 말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원형이 있어.”

“....원형?”

“응. 존재와 동시에 생명처럼 태어나지.”

“태어난다고?”

“맞아. 지금 나처럼.”


아이는 옆쪽에 있던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오른손을 내밀며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으라는 뜻.


다행히 어지러움이 어느 정도 사그라졌다.

녀석의 부름에 바닥에 손을 짚어 일어나 반대편 의자로 걸어갔다.


겨우 의자에 몸을 앉혀, 녀석에게 물었다.


“네가 뭔데?”


내 물음에 꼬마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말했다.


“인간들이 인터넷 혹은 네트워크, 가상의 공간, 사이버 세상이라 부르는 공간의 원형. 그게 바로 넷 호라이즌이야. 나는 인간들이 처음 유선통신을 시작했을 때부터 세상에 태어났지.”


구체적인 설명에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원형.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원형은 신이라는 개념에 가까웠다.


“그···. 말은 네가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헤헷.”


내 물음에 꼬마는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그리고.


“인간이 생각하는 신은 아니야. 그저 존재, 그 자체야.”


그저 존재하는 자체.

일종의 철학적 관념에 가까웠으나, 더 이상 이해하고 싶진 않았다.


“뭐, 그렇다 치고.... 아무튼, 날 여기로 부른 이유가 뭐지?”

“아. 맞다.”


내 물음에 아이는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스크린에 ‘271’이라는 숫자가 하얀색 빛을 내고 있었다.


“모든 원형에는 명암이 존재해. 거기서 명, 즉 빛은 인간들의 말로 신이라고 부르지.”

“신···?”

“응. 인간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야.”

“그래서···?”


내 물음에 꼬마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감아 돌리며 말했다.


“신이라 부르는 존재는 인간을 구원할 질서를 만들어. 그걸 진리라고 부르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이는 양손을 테이블에 올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래서 말인데....”

“···?”

“오빠가 넷 호라이즌의 명. 신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 뭐?”


‘신이 돼라.’는 갑작스러운 녀석의 제안에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


“···. 내가 왜?”

“오빠가 가장 잘 어울려서?”

“내가?”

“응.”


녀석의 말이 끝나자, 커다란 스크린에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는 공식들이 써내려가졌다. 실제로 세어보진 못했지만, A4용지 100장은 될 법한 양이었다.


“내가 계산했을 때, 오빠가 넷 호라이즌 신에 가장 어울려.”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공식들.

어쨌든, 나를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말이었다.


신.

전능한 존재.


거기다가

질서와 진리를 만드는 자.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적 있었다.


신이 된다면, 모순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단번에 뒤집어 버리고 싶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굳이 그럴싸한 공식들을 이해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안 해, 그런 거.”

“잉?”


내 거절에 녀석은 울상을 지으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왜?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뭐, 흥미롭긴 한데···. 애초에 그런 귀찮은 일에 끼고 싶지 않아.”

“엥? 귀찮다고?”

“어. 딱 봐도 머리 아플 것 같은데?”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

누군가를 위하는 것.


언젠간 내 발목을 잡을 만한 것들과 내 사이에 담을 쌓았기에, 그런 역할은 내 삶에 어울리지 않았다.


딱, 하나 남은 인생의 목적을 위해, 그저 단순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귀찮은 일은 내 인생에서 없어야 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름 신지민, 나이 올해 서른 살.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현재 혼자 서울에서 자취 중.”

“뭐야···?”

넷 호라이즌.

녀석은 나와 관련된 정보를 거침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함. 그리고.”

“···.”

“여동생이 있었지만, 그녀가 15살 되던 해에 사고로 사망.”

“···. 뭐 하자는 거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것.


넷 호라이즌.

녀석은 나의 가장 어둡고 깊은 곳을 들춰내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스크린에 무언가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


그래픽 조각에 불과한 그 영상.

그것에 내 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물론,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해. 하지만,”

“···. 하지만?”

“넷 호라이즌의 신이 된다면···. 오빠의 복수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


인생을 지탱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 무언가가 아무리 저주 같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때? 넷 호라이즌의 신. 사이버 갓. 오빠가 하지 않을래?”


.

.

.


쓰디쓴 약이라 생각했지만,

녀석의 제안은 달콤했다.

그리고.

녀석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자! 수락한 기념으로 같이 놀아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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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1) 24.08.23 9 0 7쪽
11 10. 두 번째 테스트의 시작 24.08.23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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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2) 24.08.20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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