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인터넷 세상을 지배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9 10:45
최근연재일 :
2024.08.27 10:1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13
추천수 :
0
글자수 :
75,924

작성
24.08.22 11:59
조회
9
추천
0
글자
11쪽

9.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3)

DUMMY

세상의 모든 것엔 원형이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원형 ‘넷 호라이즌’

그리고 그 권능을 사용하는 ‘사이버 갓(GOD)’


지혜의 여신 메티스의 수행비서 최지혜.

욕망의 신 데우스의 수행비서 강구.

그들과 함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 테스트. 아이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기.

‘넷 호라이즌’의 능력을 사용했고,

나는 다시 아이의 집으로 뛰어갔다.



-



“어머! 지민 님! 어디 가세요!?”


뛰었다.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이 분노인지 슬픔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분노에 가까웠다.


“지민 님!”


아차. 너무 흥분한 나머지, 최 사원. 그녀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무작정 뛰었다.


급브레이크를 밟듯이 제자리에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도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우린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다시 마주했다.


“헉....헉....”

“헉....”


생각보다 가을 공기는 차가웠다. 우린 잠시, 아무 말 없이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기에 바빴다. 그리고.

“헉.... 헉.... 저는 꼬마애 집으로.... 다시 갈게요.”

“헉.... 네? 아....까 그.... 집이요? 헉....”

“네.... 헉....”


학교 옆 작은 골목.

머리 위론 노란 단풍잎들이 살랑거리며 떨어졌다. 불어오는 바람은 적당히 시원해 맞기 좋았다. 어느 정도 숨이 돌아온 최 사원과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아니.... 갑자기 왜요? 저기 공장으로 가면 된다면서요.”

“네. 맞아요. 아마도.... 강아지는 거기 있을 거예요.”

“엥? 근데. 집으로 돌아가신다고요?”

“네.”

저 멀리, 강아지 목줄을 들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어딘가 불안하고 슬픈 표정. 아이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바라봤다.


“네. 급히.... 좀 가봐야해요.”

“왜요....?”


다시 한번 최 사원 뒤에있는 아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녀와서 말씀드릴게요. 그러니 먼저, 꼬맹이랑 거기 공장으로 가보세요.”

“....”


최 사원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쓰고 있던 커다란 뿔테를 고쳐 쓰며 말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신거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치 빠른 최 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뒤돌아 아이의 집으로 뛰어갔다.


.

.

.


대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심하게 녹슨 잠금장치. 얼핏 보면 고장 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탕 - ]


잠금장치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르니 고장 나진 않았다. 내 예상이 맞았다.


재빨리, 계단을 뛰어 내려가 아이 엄마가 있을 집.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

.

.


“잠깐만요. 어머니.”


불 하나 켜지 않은 집 안은 커튼까지 쳐버려 저녁처럼, 어두웠다. 그래도 흐릿했지만, 방문 앞에서 사람 실루엣이 보였다.


현관문을 완전히 열자. 아이의 엄마가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범벅되어 있었다.


“흑....흑....”

“....”


방 안에는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도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만 봤다. 그리고.


“....흑.... 나가주세요....”


그녀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내게 나가라고 했다. 나는 손으로 턱 끝을 매만지며 물었다.


“왜죠?”


내 물음에 그녀는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소리쳤다.


“제발.... 나가라고요!”


.

.

.


[핸드폰에 녹음된 파일을 재생합니다.]


“아이고. 요즘 자주 만나네? 애는 학교 보냈는겨?”

“헤헤.... 안녕하세요.”

“아니, 젊은 엄마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어디 아파?”

“아니요....”

“뭐 좀 잘 먹어야지. 어휴. 어머. 얘는 나를 왜 이렇게 좋아해? 참나.”

“별이야.... 안돼. 인제 그만.”

“그려. 내일 또 보자 별이야.”

“저기. 할머니.... 내일은 우리 아들이 나올 거예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잘 부탁해요.”

“뭔 일이 있겠어?”


어제 그녀의 핸드폰에 녹음된 음성은 많지 않았다.

아니, 의미 있던 대화는 저게 전부였다.

나머진 그녀가 계속 흐느끼며 우는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여보세요...? 네.... 내일 10시까지 와주세요. 네.... 꼭. 시간 맞춰서....”


제한된 능력으론 그녀가 누구와 통화했는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

.

.


“10분 남았네요. 남은 시간이 좀.... 애매하네요.”

“....네?”

“아마도... 15분 정도는 걸릴 거예요. 그리고.”

“....?”

“빨리 발견되면, 생존할 가능성도 높을걸요? 물론, 식물인간이겠지만....”

“....!”


아이의 엄마에서 흐르던 눈물은 멈췄다. 그러나 눈은 동그랬고, 손은 오래된 트럭 엔진처럼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어...어떻...어떻게...?”


그녀는 몇 발 자국 뒷걸음질 치며, 내게 물었다. 나는 그녀의 행동에 아무런 동요를 하지 않은 채, 현관문 앞에서 말했다.


“목줄 고리.... 당신이 일부러 끊었죠?”


“....”


아이가 들고 있던 목줄. 그리고 끊어진 고리.

초등학교 2학년 꼬마나, 강아지 힘으론 구부릴 순 없었다. 물론, 어른도 쉽진 않지만.


나는 손가락으로 싱크대를 가르키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 위에 펜치.... 맞잖아요?”

“....”

30분 전.

처음으로 이 집에 들어오던 순간부터 5분도 안 되는 시간. 수많은 정보를 눈에 담아 머리에 집어넣었다.


눈으로 관찰한 것들.

그리고

‘넷 호라이즌’에 담긴 어제 그녀의 하루.


따로 보면 어색한 조각.

한 곳에 끼워 맞추니 모든 게 납득됐다.


추리라고 볼 수 없는 일.

무심한 듯 그녀를 봤다.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도.... 철봉은 잘 설치했네요? 혼자서 힘들었을텐데....”


나는 그녀가 서 있던 방문 앞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40대 아줌마. 그리고 초등학생 아들.... 둘이서 턱걸이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


아이 엄마의 떨림은 멈췄다.

하지만, 그녀는 방문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술에 힘이라도 빌리고 싶었나 보죠?”


나는 방 가운데 있던 식탁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OO처럼, O이슬, O로.... 맛있는 소주라도 찾고 싶으셨어요?”

“....”

“저렇게 조금씩 마신다고 취하겠어요? 애초에 술도 못 마시는 것 같지만.”


식탁 위엔 종류가 다른 소주병이 3개 놓여 있었다.

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병은 뚜껑이 열려 조금씩 비워진 상태였다. 누군가, 맛이라도 본 것처럼. 그때였다.


“이제.... 제발.... 그만해 주세요.”

“....”

“어떻게 결심했는데.... 제발. 나가주세요....”


‘넷 호라이즌’ 그리고 테스트.

내가 할 일은 강아지를 찾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녀가 죽든 말든,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 알겠어요. 제가 상관할 일 아니죠. 아마도.... 곧 있으면 누군가 오는거죠?”

“....그건, 어떻게....”

“어떻게 알긴요.... 다 그만한 사정이 있죠. 저도, 아주머니도, 아이도.”


아이라는 말에 그녀는 다시 손을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내게 말했다.


“제발.... 제발.... 그 애한텐....”

“당신이 죽은 모습... 보이기 싫다는거죠?”

“....네. 제발....”


나는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손으로 집어 들어 그녀에게 보였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고민했나 봐요. 목줄도 다시 시킨 거 보면.”


간단했다.

박스에 붙어 있던 보낸 이를 보니 ‘빙글독’

누가 보더라도 강아지 용품을 파는 곳이었다.

개봉되지 않은 박스를 손으로 흔드니 덜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유는 관심 없었다.

그녀는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자기 아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긴 싫어했다.


그래서,

목줄의 고리를 일부러 망가뜨렸고.

아픈 척을 해서 아이가 강아지 산책하러 나가도록 했고.

고장 난 목줄 고리에 강아지가 도망쳤고.

꼬마는 혼자 강아지를 찾아다녔다.


아. 왜 집으로 오지 않았냐고?

집엔 도움 안 될 아픈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명함을 하나 넣어두면 된다.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 우리동네 흥신소.’


그렇게 아이는 강아지를 찾아 하루 종일 헤맬 것이고.

11시에 집으로 오는 누군가에 의해 엄마는 발견된다.

그녀의 시나리오는 나름 탄탄했지만, 운이 없었다.


왜냐고? 강아지를 이렇게나 빨리 찾았으니 말이다.


“강아지는 곧 찾을 거예요.”

“....어디....어디에....?”

“아침마다 만나는 할머니한테요.”

“....네?”

“빈 상자와 폐지 모으시는 할머니요. 강아지는 거기 있을 거예요.”


그녀의 핸드폰에 녹음된 소리.

할머니와 나눈 대화 말고도 작은 소리가 더 들렸다.


[지이익 – 지이익 - ]

[드륵- 드르륵- 드륵]


하나씩 들으면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묶어서 들으면, 추리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테이프를 뜯어내는 듯한 ‘지지익-’ 소리.

무엇인가 작은 바퀴가 굴러가는 ‘드르륵-’ 소리.


그랬다.

엄마가 아침마다 만난 할머니는 주변에서 폐지를 모으시는 분이었다.

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이 매번 강아지와 산책하는 코스. 그리고 매번 할머니를 마주치던 곳을 보자면, 아마도···. 학교 인근 공장으로 가셨겠죠. 이 시간대에 박스나 폐지가 가장 많이 나올 테니....”


아이의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제발.... 아이는 오지 않게 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뒤돌았다. 그리고 현관문 밖으로 나오며 그녀에게 말했다.


“관심 없어요. 제 할 일을 끝내면 아이를 집으로 보낼 거예요.”

“....제발....”

“당신도 선택하고, 저도 선택한다면, 서로 존중해야죠.”


아이의 엄마가 무슨 일로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내 일이 아니니깐. 나는 현관문을 반쯤 닫은 상태로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인간은 정말 웃겨요. 알 수 없는 것들을 안다고 착각하죠. 지금 당신처럼.... 정말, 죽으면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거. 재밌어요. 그런 생각. 그리고 하나 더.”


작은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보다 분노나 느껴졌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

.

.


“어휴. 썩을. 얘가 나 찾아와서 다행이지.... 어쩔뻔했어?”


꼬마는 별이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표정에선 기쁨이나 행복함은 보이지 않았다.

굳이 고르자면, 슬픔.

슬픈 표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늘부터 인터넷 세상을 지배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18. 세 번째 테스트 - 살인사건을 예측하고 막아라 (3) 24.08.27 6 0 10쪽
18 17. 세 번째 테스트 - 살인사건을 예측하고 막아라 (2) 24.08.26 8 0 8쪽
17 16. 세 번째 테스트 - 살인사건을 예측하고 막아라 (1) 24.08.26 6 0 10쪽
16 15. 세 번째 테스트의 시작 24.08.25 9 0 8쪽
15 14. 수상한 물건 24.08.25 6 0 9쪽
14 13.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3) 24.08.24 6 0 10쪽
13 12.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2) 24.08.24 7 0 8쪽
12 11.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1) 24.08.23 9 0 7쪽
11 10. 두 번째 테스트의 시작 24.08.23 9 0 9쪽
» 9.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3) 24.08.22 10 0 11쪽
9 8.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2) 24.08.22 9 0 10쪽
8 7.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1) 24.08.22 11 0 8쪽
7 6. 아담 그리고 첫 출근 24.08.22 9 0 10쪽
6 5. 사이버 갓(GOD) 그리고 테스트 24.08.21 13 0 8쪽
5 4. 욕망 그리고 지혜의 수행비서 24.08.21 12 0 11쪽
4 3. 사이버 갓의 시작 그리고 심판 24.08.21 15 0 10쪽
3 2.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2) 24.08.20 18 0 10쪽
2 1.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1) 24.08.20 21 0 10쪽
1 프롤로그 (0) 24.08.19 30 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