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인터넷 세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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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피아재
작품등록일 :
2024.08.19 10:45
최근연재일 :
2024.08.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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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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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욕망 그리고 지혜의 수행비서

DUMMY

[띵동 - ]


“어!?”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12시 5분 전.

배달과 택배를 제외하고 찾아오는 사람 없는 우리 집.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흔한 인터폰도 없는 8평 작은 원룸.

의자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 누구세요?”

“···.”


아무런 기척이 없어, 누군가 잘 못 눌렀다고 생각할 즈음. 누군가 현관문 밖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것 같았다.


수상한 전개와 기척.


몇 발자국 더 걸어가, 현관문에 귀를 붙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야···.”


원형이니,

인터넷을 다스리는 신이니,

사이버 갓이니,


하도 이상한 일만 겪은 오늘.

아마도 착각인가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누구···.”

“안녕하세요! 신지민 님, 맞으시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웬 또랑또랑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고, 현관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있던 탓에 깜짝 놀라 온몸이 움찔거렸다.


“읍···.”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다시 한번 조용해졌다.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천천히 물었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최지혜라고 합니다! 혹시, 잠깐 문 좀···.”


활발하고 당찬 목소리.

딱히, 이유는 없었지만 신뢰가 갔다.


하지만, 험한 세상.

혹시 몰라, 현관문에 걸쇠를 채우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리고 20cm 정도 되는 작은 틈 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동그란 얼굴 그리고 뿔테안경을 쓴 단발머리 여자.

그녀는 위아래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어림짐작 나이는 스무 살 초중반으로 보였는데, 누가 보더라도 딱 사회초년생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눈이 반달이 될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히키코모리.

자발독 고독.

은둔자.


최근 1년의 나를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였다.


새로운 관계는 맺지 않았고, 그나마 연락하던 친구들과 연을 끊은 지 오래.


그래서 반가웠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찾아주니 말이다. 반가움과 경계심이 동시에 느껴지던 그때.


“하. 뭐해? 문 안 열고?”


굵지만, 앙칼진 남자 목소리. 살짝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빡빡머리에 풀어헤친 셔츠. 그리고 어깨에 걸친 정장.

인상을 잔뜩 구긴 한 남자가 보였다. 나이는 얼추 나와 비슷해 보였다.


“뭐야. 누구세요?”

“아! 말했잖아. 빨리 문이나 열어.”


몇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첫째. 나도 모르는 빚이 있거나.

둘째. 나도 모르는 범죄에 연루됐거나.

셋째. 넷 호라이즌의 비밀요원이거나.


조금 전 겪은 일을 보자면, 세 번째가 이유가 가장 타당했다.


아무튼, 사채업자던, 경찰이던, 비밀요원이던 이리 무식하고 강압적인 태도는 사양이었다.


“아! 진짜. 좀! 그렇게 하지 말라고요.”

“아씨! 왜 나한테 짜증이야?”


설상가상.

내가 뻔히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언성을 높였다.


최악이었다.

다툼, 갈등 모두 사양이었다.

짜증 나는 마음에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아니. 잠깐만. 잠깐만요. 두 분 어디서 오셨는데요?”


옆에 보이던 빡빡머리가 성질을 부리며 말했다.


“아!! 녀석하고 이야기 끝난 거 아니야? 밖에서 얼마나 기다린 줄 아니 너?”

“뭐? 녀석···?”

“하. 진짜···.”


빡빡머리는 밑도 끝도 없었다. 불쾌한 기분에 눈을 흘기며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뿔테안경 여자가 손으로 녀석의 입을 막았다.


“아 진짜 좀! 죄송해요···. 이 사람이 열정이 좀 넘쳐서···.”

“아. 뭐···. 괜찮아요.”


그녀는 얼굴을 다시 문틈으로 비췄다.

그리고 이번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좀 전에 넷 호라이즌과 이야기 나누셨죠? 그것과 관련해서 왔어요.”

“···.”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잡아뗄 이유도 딱히 없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으로 천천히 문에 걸린 걸쇠를 풀었다.


[철컹 - ]


현관문을 활짝 열자,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한눈에 보더라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남자는 한눈에 보더라도 부들부들 거리고 있었다.


“우선···. 들어오세요.”


.

.

.


8평 원룸. 혼자 산 지 3년.


누구도 집에 초대한 적 없었다. 혼자 지낼 땐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다 큰 어른이 셋이나 들어오니 좁아도 정말 좁았다. 우선 앉아야겠다 싶었고, 침대 옆에 있던 작은 테이블을 가져와 폈다.


“좁지만, 여기 앉으세요.”

“이야···. 진짜 좁네.”


남자가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천장과 벽면을 쳐다보더니 앉았다. 그리고.


“하 진짜. 선배.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요···.”


여자는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집. 다툼은 사양이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진짜 좁기도 하고요.”

“하. 거봐! 얘가 괜찮다잖아?”


그때였다. 그녀의 작은 손바닥이 남자의 등허리를 강타했다.


[따악 - ]


“악!!! 야!!!”

“휴···. 어쨌든, 문 열어주셔서 감사해요. 지민 님.”


여자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자리에 앉았고,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등허리를 부둥켜 짚었다.


빡빡머리···.

그렇지 않아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는데 속이 후련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시죠?”


꽤 시간이 늦었고, 무엇보다 오늘 일로 피곤했다. 세상의 모든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자. 그딴 걸 어쩔 수 없이 해야 했으니 말이다. 내 물음에 여자가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아. 우선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최지혜라고 합니다.”


지혜는 옆에 있던 빡빡머리의 옆구리를 손으로 쿡 찔렀다.


“악···! 어···. 나는 강구.”


갑작스러운 그들의 자기소개에 나도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네···. 저는 신지민입니다.”

“네. 혹시···. 오해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면, 저희는 인간이에요.”

“아. 네···.”


그녀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다. 물론. 엄지로 뒷자리는 가린 채.


“미안. 난 안 갖고 왔어.”


옆에 있던 강구는 민망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네. 괜찮아요.”


인간···. 천천히 눈을 돌려 둘을 살폈다.


먼저, 최지혜. 그녀는 일관되게 친절했다. 얼핏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안경 뒤 눈매는 또렷했다. 결코, 만만히 볼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강구. 녀석은 다혈질이었지만, 그래도 목적의식이나 신념은 강해 보였다. 경험상 이런 타입은 은근히 따듯했다.


확실한 것은 둘 다 공격 의도나 사기 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뭐, 괜찮았다. 갑작스러운 공격이라면 모를까, 그 누구도 나를 등쳐 먹지 못할 테니 말이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자,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저기. 그나저나 이 늦은 시간에 왜···?”

“아.”


여자는 옆에 있던 가방에서 노트를 하나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펼쳤고, 윗옷 주머니에서 펜을 하나 꺼냈다.


“이해하기 좀 어려우실 것 같아서요···. 쓰면서 설명해 드릴게요.”

“아. 네.”


갑자기 어린 시절 학습지 과외가 생각났다. 하품이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그녀의 설명을 들었다.


“넷 호라이즌의 존재는 이제 이해하시죠?”

“음···. 인간들이 사용하는 모든 네트워크. 인터넷의 지배자. 맞나요?”

“정확하진 않아요.”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노트에 동그라미를 하나 크게 그렸다.


“세상에 모든 것은 원형이 존재해요. 넷 호라이즌은 그 원형이죠. 지배자는 아니에요.”


원형···. 어딘가 복잡한 세계관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지배자 아니에요?”

“네. 우리가 생각하는 지배자는 아니에요.

“그럼요?”


최지혜. 그녀는 동그라미 안에 다시 작은 별 하나를 그렸다.


“그저 존재 자체에요. 지배가 아닌, 그냥 존재. 딱히 인간을 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죠.”

“뭐···. 대충 이해되네요.”


너무 철학적이랄까? 솔직히 정확히 이해는 어려웠다. 하지만 다음 설명이 궁금했고, 대충 알아들은척했다. 그녀는 다시 동그라미 아래로 선을 두 개 그었다. 그리고 선 밑으로 네모를 그렸다.


“그리고 모든 원형 밑으로는 명과 암이 존재해요. 빛 그리고 어둠이죠.”

“음. 신과 악마. 뭐 그런 거···?”

“그런 개념은 아니지만, 우선 그 정도로 이해해 두세요.”


그녀는 종이 위에 무언가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네 가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지식, 지혜, 생명, 욕망···?”

“네. 세상을 지탱하는 네 개의 빛나는 기둥.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절대자.”

“절대자···?”

“네. 지혜의 절대자 메티스의 수행비서 최지혜 그리고.”


옆에 있던 강구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욕망의 절대자 데우스의 수행비서 강구.”


하루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절대자 그리고 수행비서라니?


오늘 일어나는 일이 꿈이나 환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꽤 머리가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이해하기엔 어려운 밤이었다.


“메티스···? 데우스···?”

“네.”

“그들도 원형···. 아니, 신인가요?”“그렇게 이해해도 편하시겠지만, 그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형과 함께하는 자들이에요. 지금도 계속 태어나는 갓(GOD) 보다 더 많은 권능을 갖고 있어요.


지혜는 주절주절 이야기했지만, 결국 지식, 지혜, 생명, 욕망은 세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단 이야기였다. 근데 수행비서는 또 뭐람? 궁금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수행비서는 왜 있는 거예요···?”

“아···.”


지혜는 눈동자를 위로 향하며 무언가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절대자님들은 워낙 바쁘셔서···. 한 3년 전부터 이렇게 수행비서를 두시고 일해요.”

“아···.”


그녀와 그에게 궁금한 게 한둘이 아녔다. 하지만, 우선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네···. 그럼, 이 늦은 시간에 찾아온 이유가···?”


이번엔 빡빡머리 강구가 팔짱을 끼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휴···.”

“···?”

“너는 내일부터 우리랑 함께 다녀야 해. 일종의 연수라고 할까나?”

“연수요?”

“어. 테스트 혹은 연수.”


순간 정적이 흘렀다.


테스트 혹은 연수라니? 거기다가 같이 다녀? 그것도 내일? 아르바이트를 저녁에 하다 보니 오전에 정해진 일정 따위 없었지만, 이른 시간부터 누군가 만나는 건 탐탁지 않았다.


“하···. 제가 더 설명해 드릴게요.”


그녀가 안경을 고쳐 쓰더니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지민 님은 넷 호라이즌의 신. 사이버 갓 0순위 후보에요.”

“어? 후보요?”

“네.”


후보는 또 무슨 소린가? 가면 갈수록 태산이었다.


“그럼···. 아직 결정된 게 아니에요?”

“네. 맞아요. 내일부터 세 가지 시험을 치르게 될 거예요”

“시험···?”


강구. 그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정색하며 내게 말했다.


“어. 시험. 넷 호라이즌 데이터에 의해서 네가 후보로 뽑혔지만, 확인은 필요해.”

“확인?”

“어. 네가 사이버 갓이 될 만한 녀석인지 아닌지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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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세 번째 테스트 - 살인사건을 예측하고 막아라 (3) 24.08.27 6 0 10쪽
18 17. 세 번째 테스트 - 살인사건을 예측하고 막아라 (2) 24.08.26 8 0 8쪽
17 16. 세 번째 테스트 - 살인사건을 예측하고 막아라 (1) 24.08.26 6 0 10쪽
16 15. 세 번째 테스트의 시작 24.08.25 9 0 8쪽
15 14. 수상한 물건 24.08.25 6 0 9쪽
14 13.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3) 24.08.24 7 0 10쪽
13 12.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2) 24.08.24 7 0 8쪽
12 11. 두 번째 테스트 - 뺑소니범을 잡아라 (1) 24.08.23 9 0 7쪽
11 10. 두 번째 테스트의 시작 24.08.23 10 0 9쪽
10 9.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3) 24.08.22 10 0 11쪽
9 8.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2) 24.08.22 9 0 10쪽
8 7. 첫 번째 테스트 -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라 (1) 24.08.22 12 0 8쪽
7 6. 아담 그리고 첫 출근 24.08.22 10 0 10쪽
6 5. 사이버 갓(GOD) 그리고 테스트 24.08.21 13 0 8쪽
» 4. 욕망 그리고 지혜의 수행비서 24.08.21 13 0 11쪽
4 3. 사이버 갓의 시작 그리고 심판 24.08.21 16 0 10쪽
3 2.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2) 24.08.20 18 0 10쪽
2 1. 딥웹보다 더 깊은 곳 - 넷 호라이즌과 만남. (1) 24.08.20 22 0 10쪽
1 프롤로그 (0) 24.08.19 32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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