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들이 내 카페를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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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경
작품등록일 :
2024.08.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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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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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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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있구나!

DUMMY

의식을 차리니 새하얀 천장이 날 반겨주었다.

병원 특유의 냄새.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돈······!”


병원 입원비가 얼마인데!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크윽!”

“갑자기 일어나시면 위험해요. 일주일 동안 의식을 잃고 계셨어요.”


뭐? 일주일?

일주일이면 병원비가 얼마지?


격변의 날 이후 급격히 상승한 물가.

그중 제일은 의료비라고 할 수 있었다.

의료 보험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였다.


“카페는 괜찮으니 급하게 일어나려고 하지 마세요.”


카페?

목숨보다 중요한 카페라는 단어에 병원비 걱정은 뒷전이 됐다.


‘그러고 보니 이분······.’


처음에는 간호사인가 했는데.

얼굴이 어쩐지 익숙했다.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카페 오며 가며 본 꽃집 사장님이셨다.


“카페······ 크흠, 괜찮······나요?”


일주일 의식을 잃고 있던 게 맞는지, 목소리가 잠겼다.

내 것 같지 않은 목소리가 낯설었다.


“네. 카페만이 아니라 건물 내에 있는 모든 가게가 괜찮아요. 모두 정상 운영 중이죠.”


아, 다행이다.

흡수형 던전은 공략이 끝나면 흡수됐던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던전 안에서 파괴되면 파괴된 형태로 돌아오기는 하나.

내가 지킨 덕에 그럴 일은 없었다.


“감사합니다. 전부 사장님 덕분이에요.”


꽃집 사장님이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다른 사장님들도 감사해하셨어요. 사장님 깨어나실 때까지 돌아가면서 병간호하셨고요.”


진심 어린 감사의 말.

뭔가 민망했다.


난 내 카페를 지키기 위해 건물을 지켰을 뿐이었다.

건물이 무너지면 카페를 지켜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겸사겸사 다른 가게에 피해가 덜 간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나 입원 어떻게 한 거지? 사장님들이 도와주신 건가?’


무연고자의 병원 치료는 과거보다 까다롭다.

보호자가 없으면 의사를 만나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 말은 누군가가 내 보호자를 자처했다는 건데.


정황상 다른 사장님들이 도와준 것 같았다.

내가 돈 안 낸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런 건지.


“아. 그리고 건물주 할머니께서 사장님 병원비 다 대 주신다고 하셨으니, 이참에 푹 쉬다가 나오세요.”

“······네?”


건물주님도 나서셨다고?

그 깐깐해 보이던 할머님께서?


“건물 지켜줘서 고맙다고, 그 정도는 해주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계약할 때 잠깐 본 할머니가 떠올랐다.

전혀 그런 인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의외였다.


“그러면 푹 쉬세요. 저는 다른 사장님들께 사장님 깨어나신 거 알려드리러 가 볼게요.”

“예에. 감사, 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격변의 날 이후 뒤통수칠 생각을 하는 사람만 만났다.

도움을 주면 호구 잡을 생각만 하는 그런 사람들만.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 챙겨주는 이들이 있다니.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소리인 걸까?



***



와, 진짜 세상 살만하네.


“어이, 카페 청년. 국밥 먹고 싶으면 우리 가게 와. 내가 평생 공짜로 줄게.”

“김 사장님도 참. 사람이 어떻게 국밥만 먹고 삽니까? 고기 먹고 싶으면 우리 가게에 와. 위장에 기름칠 확실히 해줄 테니까.”

“머리 하실 일 있으면 저희 가게 오세요. 싸게 잘 해드릴게요.”


건물에 입주한 온갖 가게의 사장들이 감사를 표해왔다.

간단하게는 퇴원 선물부터 더 나아가서는 가게 평생 이용권까지.


무언가를 주지 못해 안달인 사람들을 보니 그간 세상을 잘 못 살아온 것 같았다.

이렇게 인정이 넘치는 세상이라니.

그동안 내가 살던 세상은 뭔가 싶었다.


“말씀드렸잖아요. 모두 감사해하신다고.”


품에 선물을 한아름 안고 카페로 돌아온 내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옆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그런데 퇴원 일찍 하셨네요. 푹 쉬고 오시지.”

“카페가 걱정돼서요.”


마음 같아서는 십 년의 과로를 싹 풀고 나오고 싶었는데.

카페가 눈앞에 아른거려서 말이지.

게다가 각성한 능력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고.


던전 카페의 주인(SSS)

던전 공략 직후 떠오른 각성 직업.

의식을 차린 후 파악해 봤으나,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알 수 없었다.


[소유하신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동기화 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동기화를 해 봤지만, 딱히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동기화가 뭔지는 직접 카페에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동기화의 결과가 궁금했던 난 꽃집 사장님과 빠르게 인사를 마치고 카페로 갔다.

선물을 깨끗한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카페 안을 쭉 훑었다.


던전에 들어갔을 때 워낙 엉망으로 둬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카페 상태가 좋았다.

다른 가게 사장님들이 청소해 준 듯했다.


“아, 이거 고마워서 어쩌나.”


나중에 오픈하면 커피라도 돌려야겠다.

덕분에 빠르게 가게 정돈을 마치고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이한(LV.1)

직업: 던전 카페의 주인(SSS)

스탯: 체력(13), 근력(10), 민첩(11)

스킬: 카페 관리, 카페 오픈합니다, 가페 마감입니다, 티타임 시간입니다, 전문 바리스타, 초보 팽주, 초보 제빵사.]


【카페 관리(LV.1)】

소유한 카페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행동을 달성할수록, 레벨이 오를수록 더 많은 기능이 해금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기능: 【카페 동기화】, 【주문받습니다】, 【직원관리】, 【아공간 냉장고】


[카페를 관리하러 가겠습니까?]


“그래. 간다.”


병원에서와 같은 말.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뒷문에 황금빛이 감돌았다.

마치 이곳으로 가라는 듯.


“역시, 카페에서만 사용 가능한 스킬이었네.”


뒷문을 여니 카페가 있었다.

내 카페와 틀로 찍은 듯 똑같이 생긴 카페가.

차이가 있다면, 오늘 주변 상인들에게 받은 선물은 없다는 것일까.


“뭐야, 이게.”


원래라면 건물 복도가 있어야 할 곳.

난 천천히 또 다른 카페를 돌아다녔다.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머신을 작동시켜 보기도 했다.


“······여기 있는 거 다 아이템인가?”


[에스프레소 머신(F)]

[그라인더(F)]


시스템 창이 떠오르는 걸 보면 아이템이 맞았다.

맞는데······.


“난 평범한 머신 샀는데?”


혹시나 해서 원래 가게로 돌아가 확인해 봤다.

시스템 창이 떠오르지 않는 평범한 머신이었다.

그런데 저 문 너머의 것은 왜 다 아이템인 거지?


난 다시 한번 뒷문을 넘었다.

전보다 더 꼼꼼하게 카페를 살폈다.

머신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전부 아이템 취급이었다.


“와, 심지어 테이블도 아이템이네?”


[테이블(F)]

내구도가 0이 될 때까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카페 내에서만 충격 한 번에 내구도가 1씩 답니다.

-내구도: 100/100


“이 정도면 무기로 써도 되는 거 아닌가?”


백 번 휘두를 때까지 부서지지 않을 무기가 여기에 여러 개 있었다.

이걸 팔면 돈이 될까?

순간 그런 유혹이 들었지만.


‘그럴 수는 없지. 뭐가 됐든 카페가 두 개가 된 거잖아.’


일반적으로 가게 하나보다 두 개가 돈이 더 되는 법이다.

오픈과 마감이 있는 걸 보면 이쪽에서도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즉,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문이 열리는 위치가 랜덤이라는 점이 걸리기는 하는데······.’


【카페 오픈합니다(LV.1)】

잠긴 문을 열어 카페를 오픈합니다.

오픈하면 손님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이 열리는 위치는 랜덤입니다.

-현재 열 수 있는 문: 1


난 스킬을 이것저것 만져보며 기능을 파악해 갔다.



***



카페 오픈 일주일 차.

낮에는 일반 카페를 운영하고.

저녁에는 던전 카페에서 레시피 연구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만든 음료 또한 아이템 취급을 받는데.

잘하면 포션보다 효과가 뛰어난 커피와 차가 탄생할 것 같았다.

그걸 판매하면 부자가 되는 것도 금방이지 않을까.


“이 사장, 나 차가운 커피 한 잔만.”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 국밥집 사장님이 찾아왔다.

그는 손님이 빠져나간 한가한 시간대에 자주 찾아오는 단골이었다.


“평소처럼 시럽 네 번 넣어드릴까요?”

“좋지.”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사장님의 수다가 이어졌다.


“요즘 장사가 잘돼서 살맛 난다니까?”

“힘드시진 않으세요?”

“힘들긴 한데, 이런 때 돈을 팍팍 벌어 둬야지. 안 그래?”

“그건 그렇죠.”


던전 브레이크로 인근 상권이 완전히 망했다.

그나마 우리 건물은 장사가 평소보다 잘 되는 편이었다.


이 건물은 주상복합으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손님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파손된 건물과 도로를 공사하는 인부들도 손님으로 찾아온다.


“근처에 먹을 데가 요 건물밖에 없으니······. 다른 가게 장사 재개하기 전에 뽕 뽑아야지.”

“맞아요. 이럴 때 돈을 벌어둬야 나중에 파리 좀 날려도 걱정이 덜 되죠.”

“젊은 사장이 뭘 좀 아네.”

“아르바이트하면서 본 게 있거든요.”


원래라면 나도 저 행렬에 동참해 밤늦게까지 카페를 열었겠으나.

내게는 여기 말고 던전 카페도 있었다.

여기보다 더 많은 매출이 보장되는 카페가.


“여기 커피 한 잔 나왔습니다. 시럽 네 번 넣어드렸어요.”

“그래도 자네 가게는 망할 걱정 안 해도 돼. 여기 건물 사람들은 다른 데 안 가고 여기 올 테니까 말이여.”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네요.”

“말씀만이라니! 나 이래 봬도 은혜 아는 사람이거든? 평생 이 사장 커피만 사 마실 테니까 그리 알아.”


딸랑-

국밥집 사장님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꽃집 사장님이 왔다.


“시원한 레몬차 한 잔만 주세요.”

“벌써 들어가시게요?”

“네. 손님도 안 오시니 일찍 들어가 보게요.”


꽃집 사장님 또한 카페 단골이었다.

출근 때는 커피를, 퇴근 때는 레몬차를 마시러 왔다.


“새로 담근 레몬청이 있는데, 그걸로 드려도 될까요?”

“시음인가요?”

“그런 것도 있고, 사장님께서 달콤한 것보다 새콤한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 한번 다르게 만들어 봤거든요.”

“어, 그걸 어떻게······.”

“단골이신데 알아야죠.”


개인 카페는 단골손님이 주인 장사다.

손님 개개인의 취향을 알아두는 건 필수였다.


“어떻게, 한번 드셔 보시겠습니까?”

“좋아요. 절 위해 만들어 주셨다니, 마셔는 봐야죠.”


던전 카페에서 만든 레몬청을 꺼냈다.

과연 던전 카페 밖에서도 효과가 그대로일까.


‘내가 마셨을 때는 효과가 있기는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레몬차(F)

새콤달콤한 맛에 새콤함이 더해져 상큼한 레몬차.

마시면 피로가 미미하게 회복됩니다.

효과는 중첩되지 않습니다.]


“레몬차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레몬차를 마시는 꽃집 사장님을 지켜봤다.

꿀꺽 넘어가는 레몬차.

번뜩 뜨이는 눈.

레몬차가 쑥쑥 줄어들었다.

멈추는 일 없이 쑥쑥.


“우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단번에 레몬차를 비운 꽃집 사장님이 감탄을 터뜨렸다.

맛만 좋은 건지 피로가 풀리는 효과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그런가요?”

“네! 피로도 싹 풀리는 느낌이에요!”


효과가 있구나!

난 보이지 않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혹시 레몬청은 판매 안 하시나요?”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꼭, 꼭 생각해 보셔야 해요. 이왕이면 긍정적인 쪽으로.”

“하하. 알겠습니다.”


음료의 효과도 확인했겠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던전 카페를 오픈하는 것이었다.


포션 못지않은 효과의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이거면 부자가 되는 것도 머지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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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오늘 무슨 날인가? NEW 7시간 전 31 3 14쪽
30 멘티아 군락 24.09.16 49 4 13쪽
29 뭐 하는 녀석이지? 24.09.15 72 6 13쪽
28 가향 커피 24.09.14 79 8 12쪽
27 코어 손님 오셨다 24.09.13 78 6 12쪽
26 직원이 되고 싶어 24.09.12 82 8 13쪽
25 카탈란 산맥의 신 24.09.11 92 8 12쪽
24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열리는 24.09.10 104 7 12쪽
23 말랑 젤리 꾹꾹이 형 24.09.09 112 5 13쪽
22 미요, 지금이야 24.09.08 115 5 14쪽
21 수백 마리 뱀의 포효 24.09.07 122 7 13쪽
20 사장의 위엄 24.09.06 128 7 12쪽
19 경쟁력 있는 카페 24.09.05 133 7 13쪽
18 새로운 칭호 24.09.04 132 9 14쪽
17 미샤트의 숲 24.09.03 135 6 12쪽
16 S급으로 진화한 24.09.02 148 6 12쪽
15 이게 무슨 코어인데? 24.09.01 148 6 12쪽
14 어떻게든 얻어야 한다 24.08.31 149 6 13쪽
13 돌파구 24.08.30 153 7 14쪽
12 이거 커피나무 같은데요? 24.08.29 161 8 12쪽
11 행운의 캐러멜 마키아토 +1 24.08.28 171 7 14쪽
10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며 +1 24.08.27 184 7 12쪽
9 자네, 뭐 하는 사람인가? 24.08.26 193 9 14쪽
8 거절하기 어려운 돈 +2 24.08.25 205 8 12쪽
7 좋습니다. 열 배 24.08.24 222 7 14쪽
6 다른 녀석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24.08.23 230 10 12쪽
5 야간 수당 다섯 배 +2 24.08.22 247 9 13쪽
4 몸으로 갚으세요 +1 24.08.21 271 9 12쪽
3 이건 또 뭔 칭호지? +2 24.08.20 292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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